전세계 반중감정 심상찮다코로나 책임론·'애국외교' 후폭풍

NYT "대중관계 재설정 시도"몇주새 최소 7개국 중국대사 초치

중국, 대국행세 박차서방 전문가 "장기적으론 자국이익 저해"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3일 보도했다.

중국이 사태 초기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진 만큼 보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과의 관계도 재설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ABC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우한의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상당한 양의 증거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거대한 증거가 있다"며 중국은 숨기려고 시도하며 권위주의 정권이 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중국 기원설'에 대해 "증거를 봤다"고 했으며, 다른 국가에서도 바이러스 피해에 대한 소송과 보상 요구를 준비 중이라고 NYT가 전했다.

국가별로 호주는 코로나19의 발생 기원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독일과 영국은 중국의 IT 기업인 화웨이를 자국으로 불러들여 사업을 재개하는 데 대한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케냐, 우간다, 가나, 아프리카연합(AU) 등 최소 7개국이 최근 주재 중인 중국 대사들을 초치해 가짜 뉴스 유포와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일부 아프리카인이 집에서 쫓겨나는 등의 차별에 항의했다.

또 독일과 폴란드에서는 중국 대사관 측이 주재국 정부와 대기업들에 이번 사태에서 중국의 협조에 대한 감사 편지와 고마움을 나타내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프랑스는 중국과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했지만, 프랑스가 코로나19 사태에서 고의로 고령층이 사망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주장을 내놓자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미국 미주리주 에릭 슈미트 법무부 장관은 중국에 코로나19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법정에서 실제 승소하려는 목적보다는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인이 외국에 대한 소송 제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은 국내 장악력에 대한 타격과 경제 영향을 고려해 다른 나라에 의료장비 원조 등을 고리로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대국 이미지를 노리는 중국에 대한 불신과 역풍만 초래하고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영화 '전랑'(戰狼·늑대 전사라는 뜻)에서 비롯된 공격적 외교 전술을 펼쳐왔다.

중국의 젊은 외교관들은 주재국에서 국가주의적이고 때로는 위협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자신들의 애국심을 증명하는 도구로 삼았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소송에 대해 "사실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어리석은 소송으로 조롱만 자초했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테레사 팔론 유럽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지난 18991901년 외국인을 배척했던 중국 '의화단 사건'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중국 정부가 8개 국가를 상대로 수십 년에 걸쳐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하면서 마무리됐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바이러스가 중국이 아닌 미군에서 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주재하는 중국 대사들도 이 같은 의혹 제기를 증폭하고 있다는 게 팔론 소장의 지적이다.

수잔 셔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21세기 중국 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중국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불신과 자국의 이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이 바이러스를 잡아가면서 글로벌 파워로서 신뢰를 재건할 기회로 삼을 수 있었는데 선전·선동 전술에 사로잡혀 버렸다"고 주장했다.

EU외교대표 "우리가 순진했다"..코로나19로 유럽도 경계론

 ", 국제질서 이해 상이해..선택적 다자주의 추구"

"·다툼서 거리두면서 독립적 조사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럽에서도 중국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3일 프랑스 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유럽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다소 순진했다"며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경제적 협력국인 것은 맞지만 기존의 세계 질서에 대해 대안 모델을 추구하는 시스템적 경쟁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과 유럽이 모두 다자주의를 지지한다고 해서 이들이 한마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보렐 대표는 "유럽은 유엔을 중심으로 한 효과적인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반면 중국은 국제질서에 대한 상이한 이해에 기반해 그들이 원하는 선택적 다자주의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폐쇄적인 중국 정부가 심각성을 축소하고 방역에 필요한 정보를 은폐한 탓에 전 세계적 피해가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앞장서 제기해 왔다. 미 정부는 중국의 부실 대응에 응징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추가적인 대중 관세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코로나19 발병 원인과 확산 배경을 샅샅히 살펴 봐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중국은 자신들도 '피해자'임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와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열린 자세로 공유해 왔다는 입장이다.

보렐 대표는 "다음에 올 전염병에 더 잘 대비하기 위해 이번 사태의 글로벌 보건 대응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놓고 독립적 조사 요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해당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이달 중순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중국과 미국의 다툼에 거리를 두면서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독립적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투병존슨 총리, 의료진 비상계획으로 구사일생

 

존슨, 치료 도중에 생명 유지 위해 수십리터 산소 공급받아

치료 의사들, 상황 악화되자 비상 계획도 수립

퇴원 뒤 태어난 존슨의 아들, 치료 의사들 이름 따서 명명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보리스 존슨(사진) 영국 총리가 치료 도중 비상계획을 세울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치료를 받고 복귀한 존슨 총리는 3일자 일간 <>과의 회견에서 치료 도중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 리터의 산소를공급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단 며칠 동안 나의 건강이 이 정도로 악화됐는지를 믿기 힘들었다의사들은 사태가 잘못될 경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든 종류의 조처를 취했다비상계획이 만들어졌음을 시사했다.

존슨 총리는 치료 도중에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에 매달려 있으면서 수치가 계속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봤다며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고통이 끝나기를 바라는 열망을 가졌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며 영국도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열망한다고 기원했다. 존슨 총리는 자신의 회복은 훌륭한 치료덕분이라고 치하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326일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진단을 받고는 열흘이 지나서 입원했다. 다음날 그는 집중치료실에 옮겨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존슨 총리는 집중치료실에서 나온 뒤인 지난 6일 약혼자 캐리 사이먼즈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이들 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윌프레드 로리 니컬러스 존슨이라고 지었는데, 이는 부부의 할아버지와 존슨을 치료한 의사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존슨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의사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다. 존슨의 약혼자 사이먼즈는 아들의 이름 중 니컬러스는 존슨을 치료한 닉 프라이스와 닉 하트 박사의 이름인 닉(니컬러스)를 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8131명이다. 지난 8일 하루에만 621명의 사망자가 늘었다. < 정의길 기자 >


미국 50개 이상 대학 피소"온라인 강의, 현장 강의와 가치 달라"

전문가 "집단소송 인정되면 보상금 수조원에 달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막힌 미국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환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대학 학부생들이 50곳이 넘는 대학에 대해 등록금과 기숙사비 일부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전했다. 소송이 제기된 대학 중에는 캘리포니아대, 컬럼비아대, 코넬대 등 소위 '명문대'도 상당수 포함된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와 현장 강의가 주는 경험의 가치가 서로 다르다고 주로 주장한다.

미국 대학들은 연간 최고 7만 달러(8500만원)에 달하는 '고액 등록금'을 정당화하기 위해 교수 및 동기생과 형성할 수 있는 인간관계, 각종 시설 이용료 등 '캠퍼스 경험'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로는 이를 누릴 수 없으니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입장이다.

모교인 펜실베이니아주 드렉셀대학교에 소송을 건 그레인저 리켄베이커(21)는 블룸버그에 "도서관, 체육관, 컴퓨터실, 자습실, 식당 등 학교 캠퍼스가 제공해야 할 모든 시설의 이용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대학교육사업자연합회(NACUBO) 부회장인 짐 훈드리저는 학생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대형 대학의 경우 많게는 2천만 달러(245억원)를 환불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일부 학교는 미사용 기숙사 비용을 환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측 변호인들은 학생 개인 단위가 아니라 수십만 명에 달하는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리하는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집단소송이 성립되면 총 보상금 규모가 수십억 달러(수조원)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다만 대학 측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원격 강의를 지원하고 교수들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미국교육위원회(ACE)의 법률 자문위원인 피터 맥도너는 "대학 교직원들이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지금은 재난 상황이다. 학교 측은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지속으로 대학들이 가을 학기에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면 등록금 및 기숙사비 환불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로 재정 상황이 안 좋은 일부 대학은 폐교될 위험에 놓였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뉴욕시 요양시설 239곳 발병 보고6곳은 사망자 40명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미국 뉴욕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100명에 가까운 입소자가 숨지는 참상이 벌어졌다.

1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맨해튼에 있는 이저벨라 노인센터에서 현재까지 98명이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것으로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사망자 46명은 확진 판정을 받았고 52명은 코로나19 사망자로 추정됐다. 그러나 1일 현재 뉴욕시 당국의 공식 통계상 이저벨라 요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는 13명뿐이다.

이저벨라 요양원의 비극은 지역 매체의 보도로 외부에 알려졌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저벨라 요양원의 무더기 사망 소식에 "정말로 몸서리쳐지는 일"이라며 "한 곳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잃었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저벨라 요양원은 정원 705명 규모의 노인 요양시설이다.

요양원 측은 인력 부족과 진단검사 부족으로 이같은 비극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오드리 워터스 대변인은 이메일 답변서에서 "뉴욕에 있는 다른 모든 요양원과 마찬가지로 이저벨라 요양원은 초기에 입소자와 직원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검사할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사가 부족해 감염자를 제때 격리하지 못했다고 워터스 대변인은 주장했다.

당국의 사망자 집계와 실제 사망자수가 왜 큰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이저벨라 측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가 맹렬히 퍼지는 뉴욕주에서는 요양원 집단 발병·사망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뉴욕주 보건부는 노인 요양시설 239곳으로부터 코로나19 발병 보고를 접수했다. 그 가운데 6개 시설은 코로나19 사망자가 40명 이상 발생했다고 당국에 알렸다.

그러나 이저벨라 요양원처럼 실제 사망자가 더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주 밖에서도 노인 요양시설 집단 발병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의 한 보훈요양원에서도 68명이 코로나19로 숨진 것으로 지난달 28일 알려졌다.

드 블라지오 시장은 "요양시설에 대해 이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한치의 과장 없이 말해, 현재 상태가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