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5명도 기소"세탁된 자금 조선무역은행 흘러가 WMD 지원"

미 재무부 아닌 법무부 기소 흔치 않아제재회피 북·중에 동시경고

           

미국 법무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 퍼져 25억 달러(한화 31천억원)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30여명의 북한인과 중국인을 무더기 기소했다.

미국이 기소한 북한의 제재 위반 사건 중 최대규모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북미협상 교착 중에 제재 회피 활동을 계속해나가는 북한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협조에 경고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250여개의 유령 회사와 북한의 대표적 외환은행인 조선무역은행(FTB)의 비밀 지점을 전 세계에 세워 25억 달러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국적 28명과 중국 국적 5명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조선무역은행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세탁된 자금은 조선무역은행으로 흘러들어갔으며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법무부는 판단했다.

기소된 이들 중에는 조선무역은행 전직 총재인 고철만과 김성의가 포함돼 있으며 전직 부총재 2명도 포함돼 있다. 또 태국에서 조선무역은행의 비밀 지점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한기성의 경우 북한의 정보기관 소속이라고 WP는 부연했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중국 베이징과 선양, 러시아 모스크바, 오스트리아, 리비아, 쿠웨이트, 태국 등지에서 유령 회사와 조선무역은행 비밀 지점을 마련해놓고 미국의 금융시스템 등을 이용해 돈세탁을 시도한 사례가 나열됐다. 공소장은 총 50장인데 이렇게 나열된 사례만 30장 분량에 달한다.

WP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 미국이 기소한 북한의 제재 위반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미국은 재무부 차원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겨냥해 독자적 제재를 하고 있지만 법무부 차원에서 북한 국적자를 무더기 기소하는 건 이례적이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은 "이번 기소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는 북한의 능력을 방해하고 불법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증강을 위한 불법적 행위로 수익을 얻으려는 (북한의) 능력을 제한하는 데 미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이 신병을 확보한 것은 아니어서 이들이 실질적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전직 고위 당국자들을 포함해 북한인 28명을 한꺼번에 기소한 것 자체가 미국 법 집행의 극적인 강화를 보여준다고 WP는 평가했다.

또 이번 기소를 통해 해당 인사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한편 미국이 제3국과의 외교적 관여를 통해 이들의 체포 및 인도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소장에는 몰수 요청도 포함돼 있는데 미국 정부는 2015년 이후 지금까지 6300만여 달러(한화 780억원)를 몰수한 상태라고 적시됐다.

이날 기소는 미국과의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제재회피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의 제재회피에 협조해온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경고로도 풀이된다.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라 주목된다.

'북 돈세탁' 기소 중 은행 '벌금폭탄·달러망 퇴출' 가능성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가능성 제기화웨이·ZTE까지 연루

북한의 대규모 불법 돈세탁에 중국인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 은행들에 천문학적인 '벌금 폭탄'을 투하할 가능성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책임 공방에서 시작돼 홍콩 문제로까지 확전된 미중 갈등의 전선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가 2825억 달러(3조원) 규모의 북한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한 이들에는 북한 국적자 28명과 중국 국적자 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전 세계에 250개 이상의 유령 회사와 북한 조선무역은행(FTB) 비밀지점을 설립하고, 북한이 다수의 중국 은행 등을 통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거쳐 중국 통신회사 장비를 결제하는 과정을 숨길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북한이 결제한 통신장비는 미중 무역갈등의 한 축인 화웨이와 ZTE로부터 구매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신문은 "오늘 조치는 특히 이들 두 회사의 행위를 엄중 단속하기 위한 미국의 법적 조치 중 가장 최근 사례"라고 분석했다.

공소장에 화웨이라는 회사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7WP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화웨이의 북한 3G 이동통신망 비밀 구축과 연관된 혐의가 포함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P에 따르면 '중국 통신회사 1'이라고만 공소장에 적힌 화웨이의 한 직원은 201511월 북한으로 전자제품을 수송한 한 중국 기업에 대한 결제가 미국 은행으로부터 차단당했음을 보여주는 영수증을 받았다.

다음날 이 직원은 해당 기업과 중국 선양에 있던 FTB 직원이 전자제품의 목적지를 '홍콩'이라고 속였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다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수사 결과는 지난 2016년 초부터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은행 지점을 퇴출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북한 은행들이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기소된 5명의 중국 국적자는 중국 선양과 리비아에서 FTB 지점을 관리·감독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금융기관에 막대한 벌금을 매기고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은 "중국 정부가 김정은의 대북제재 위반을 의도적으로 돕고 있다는 이미 압도적인 증거에 이날 기소가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턴은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 제재를 위반한 유럽 은행들에 벌금을 부과했던 것처럼, 그런 (중국)은행들이 9자리(수억달러)10자리(수십억달러)의 벌금에 직면하는 게 바로 '최대 압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차관보는 "이번 기소가 미중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겠지만, 미국이 진지하게 대북 압박을 원한다면 꼭 필요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사건이 북한의 금융조작에 관한 중국 은행들의 '중심적 역할'을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 "일부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미국 정부가 북한을 효과적으로 억누르기 위해 중국 기관들을 대상으로 더욱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다른 사건들에서 북한 불법 거래의 '전달자'로 적시된 다수의 메이저 중국 은행들이 막대한 미 정부 벌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이들 은행의 달러망 접근을 차단하는 '죽음의 제재'까지 나올 수 있다고 WSJ은 내다봤다.

이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과 개업, 개인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20179월 행정명령을 근거로 한다.

'북한 돈세탁' 미 공소장 보니'감시망 피하자' 백태

해외 비밀지점과 250곳 유령회사 동원송금 막히자 미국에 허가 신청

대량살상무기 거래 흔적도 나와"중국 '북 제재 위반 방조' 경고 의미"

미국 법무부가 북한인과 중국인을 25억달러(31천억원) 돈세탁 관여 혐의로 무더기 기소하며 공개한 공소장을 보면 북한이 달러 송금과 조달을 위해 어떤 방식을 동원했는지를 알 수 있다.

북한이 조선무역은행(FTB)을 중심으로 해외 비밀 지점과 유령회사를 통해 미국의 감시망을 피하며 달러 결제를 하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됐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경제 제재와 별개로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법의 잣대를 들이대 범죄로 기소한 것은 제재와 대화 병행 기조 속에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에 있는 은행이나 유령회사들이 대거 관여했다고 밝힌 것은 제재 이행에 미온적이라며 불만을 표출해온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돈세탁에 250개 유령회사와 비밀 지점 동원

법무부가 북한 국적 28명과 중국 국적 5명을 기소하며 적용한 혐의는 돈세탁, 은행 사기, 대북 제재규정 등 8가지다. 추적한 기간은 20133월부터 올해 1월까지다.

공소장에는 북한이 달러 거래를 위해 조선무역은행을 정점으로 해외의 비밀지점과 무려 250개 유령회사를 동원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조선무역은행이 다른 나라의 금융기법을 연구하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과 긴밀히 협력, 관련자들을 해외로 보냈다고 적시했다.

이렇게 해외로 나간 이들은 미국이 금지한 달러 거래를 위해 비밀 지점을 개설해 운영했는데, 대상국은 중국과 러시아 외에 태국, 리비아, 오스트리아, 쿠웨이트가 포함됐다.

이들은 상품을 조달하고 달러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유령회사도 설립해 운영했고, 이를 위해 현지 협력자들을 구했다.

특히 북한이 개입된 게 드러나 대북 제재 탓에 달러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 대리은행을 통한 달러 거래 시 이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대리은행이란 외국 특정 은행의 계좌로 송금할 때 이를 중계해주는 역할을 하는 은행을 말한다. 북한은 미국 금융기관을 직접 이용하는 것은 물론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미국의 대리은행에 접근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소장에는 유령회사가 적발되면 또 다른 유령회사를 만들고, 문서에 최종 목적지와 거래처를 허위로 기재했다고 적시돼 있다.

50쪽짜리 공소장에는 북한이 조선무역은행 본부와 비밀 지점을 이용해 달러 거래를 시도한 과정이 지점별로 28쪽에 걸쳐 나열돼 있다.

구체적으로 선양, 주하이, 베이징 등 중국과 모스크바,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는 물론 오스트리아, 리비아, 쿠웨이트, 태국의 지점을 통해 송금한 사례들이 나와 있다. 중국 단둥의 조선광선은행도 등장한다.

은행 본부가 송금을 지시하면 지점에서 유령회사를 이용해 이를 실행하는 식이다. 일부는 실제 물품 구매에, 또 일부는 달러 세탁에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금이 이뤄진 기업에는 중국, 말레이시아는 물론 미국도 있다.

미국서 송금 차단하자 미 재무부에 승인 신청하기도

공소장에는 중국 선양 지점의 사례가 자세히 나온다. 책임자가 유령회사임이 탄로 날까 봐 중국은행의 실사에 대비, 중국인 협력자에게 합법적 구매인 것처럼 거짓 진술을 지시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대화하는 내용이 있다.

중국 은행 간 이체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문의하라는 내용, 중국 은행에 전화해 계좌 개설과 수수료에 관해 문의한 장면도 적시돼 있다.

특히 돈을 송금하려다 미국의 대리은행에서 차단돼 애를 먹는 사례도 있다.

선양 책임자가 2015115일 유령회사인 밍정국제무역을 내세워 전자제품 구매 대금으로 30만달러를 중국 은행에 보내려 했지만, 미국 대리은행이 이를 차단했다. 일주일 후 이 제품을 판 중국 회사는 목적지를 북한에서 홍콩으로 바꾼 허위 계약서를 밍정국제무역에 보냈다.

북측 책임자는 미 재무부 규제로 인해 차단됐음을 중국 은행을 통해 알게 됐고, 같은 달 20일 함께 일하던 중국인이 재무부에 거래 승인을 요청하는 허위 신청서를 제출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201511월 스위스 사업가로의 송금이 차단됐을 때는 이 사업가가 허위 서류를 만들라고 조언하고 실제로 이런 서류를 꾸며 보냈다는 내용도 있다.

공소장에는 북한이 금지 물품 구매, 외화벌이 수단으로 거론되는 석탄 무역, 미사일 개발에 연결될 수 있는 물품 거래 등을 진행했음을 암시하는 부분도 있다.

일례로 선양의 비밀 지점과 관련해서는 밍정국제무역이 중국 회사인 단둥커화를 통해 미국법상 금지된 통신장비를 구매하는 거래에 관여한 내용이 있다. 이와 관련, 미 검찰이 밍정국제무역 계좌의 190만달러를 압류했다는 보도가 지난해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 지점 관련 혐의 중에는 관련자끼리 작년 3월 선박과 항공, 로켓 기기에 사용될 수 있는 부품에서 하드웨어 결함을 언급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또 오스트리아 지점과 관련한 부분에선 책임자가 201811월 북한 관련 회사의 대표에게 석탄 선적에 관해 알려줬다고 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밖에 태국 지점에선 2015932만달러어치의 알루미늄 구매와 관련해 지급을 보증하는 이메일이 조선무역은행 본부와 오간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북한 제재 재확인하고 중국에도 '경고장'

이번 기소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 대해선 북한의 달러화 거래를 미국이 추적하고 있음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대 압박을 통한 대화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기소는 해외 기업이 북한과의 거래를 더욱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는 북한의 활동을 방해하고, 불법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증강을 위해 불법적 행위로 얻은 수익을 이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미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북한이 달러 거래의 주요 창구로 중국을 이용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이번 기소는 중국이 불법 네트워크를 얼마나 용이하게 했는지를 드러낸다""유엔 회원국이 2016년 초 북한 은행의 지점을 쫓아냈다고 추정됐지만 중국의 베이징과 선양 등에서 여전히 운영되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강화법 통과를 도운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WP"이는 중국 정부가 김정은의 대북 제재 위반을 고의로 돕고 있다는 압도적 증거를 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고 북한의 제재 위반을 방조한다는 불만을 표시해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간접 촉구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을 놓고 치킨게임 양상의 충돌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기소는 북핵 해법을 놓고도 이견을 드러내는 양국의 현 지점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검사-추적-격리' 전략·IT 기술·자가격리 의무화 등 조명

영국 '과학적 근거 없다' 마스크 회피한국은 예방원리로 신속 결정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는 29일 기준 269명이다.

반면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27(현지시간) 기준 37837명으로 한국의 140배에 달한다.

한국 인구 5200만명은 영국 잉글랜드(5700만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1840년에 창간돼 세계 4대 의학 학술지로 꼽히는 영국의학저널(BMJ·British Medical Journal)28일자에 실린 논문 사설(editorials)에서 영국과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과 방역 성과를 비교했다.

'영국은 한국의 코로나19 접근법을 따라할 수 있을까?-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제하의 논문은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공중보건학과장인 아짐 마지드(Azeem Majeed) 교수와 서용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공저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과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의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이 '검사-추적-격리'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한 반면, 영국은 이를 중도에 포기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방역성공에는 정보기술(IT)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한국이 신속한 검사 및 접촉자 추적에 초기부터 스마트폰을 활용한 반면, 영국은 최근에서야 잉글랜드 남부 와이트섬에서 접촉자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시범 도입하는 데 그쳤다.

5월부터 한국 입국자는 코로나19 검사와 14일 자가 격리가 의무화됐지만, 영국은 오는 68일부터 입국자 자가 격리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한국은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고, 이제 지하철을 포함한 많은 장소에서 착용이 의무화됐다. 충분한 마스크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공적 물량을 확보한 뒤 생산과 유통, 분배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재난문자,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웹사이트를 통한 투명한 정보 공개, 원격진료와 원격교육을 통한 '사회적 거리 두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경험에 따른 신속한 대응 등도 한국의 코로나19 피해를 제한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특히 코로나19 대응에서 양국 정부가 보여준 접근법이 큰 차이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목했다.

논문은 "영국 정부는 수리 모델에 크게 의존했고, 과학에 따른 정책을 채택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오히려 대중의 마스크 착용과 같은 잠재적으로 유용한 정부 개입을 늦추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영국은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은 반면, 한국은 과학적 증거가 불분명하더라도 예방 원리에 따라 신속하게 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이 코로나19 초기부터 확진자들의 격리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벌금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한 점이 오히려 영국과 같은 전면적인 봉쇄조치(lockdown)를 피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영국이 다시 검사 및 추적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지만, 이는 한국의 접근 방식과 일치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국은 충분한 코로나19 검사역량이 부족한 데다, 접촉자 추적 시스템 역시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검사-추적-격리 시스템에 필요한 모든 필수적 요소가 갖춰지고 잘 작동해야만 영국이 코로나19를 제어한 한국의 성공적 접근방식을 따라갈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봉쇄조치를 해제했을 때 바이러스 제2의 확산이라는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흑인 남성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

LA서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시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니애폴리스에서 항의 시위가 이틀째 이어진 것은 물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리는 등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가 이미 미네소타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슬프고 비극적 죽음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조지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내 마음을 보낸다정의는 실현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같은 날,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법무부 인권국이 나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지난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인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 사회가 들끓자 정치권까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네소타주의 민주당 의원 4명도 연방··카운티 정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당국에 보냈다.

사건에 연루된 4명의 경찰관은 즉각 해임됐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점차 커지고 있다. 전날 비무장 상태인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수차례 애원하는데도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덜미를 제압한 상태를 풀지 않은 동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데 이어, 이날 플로이드가 체포 당시 경찰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추가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에선 분노한 시민 수백여명이 돌을 던지며 경찰서를 공격하는 등 이틀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대형마트 타깃을 약탈하고 방화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서는 등 시민들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현지 신문 <스타 트리뷴>이 전했다.

시위는 다른 도시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선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고 외치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도심 행진 시위에 나섰다. 행진으로 한때 다운타운 부근 101번 프리웨이가 봉쇄되기도 했다고 현지 방송 <케이티엘에이5>(KTLA5)가 전했다.

유명인사들도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적이라며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경찰관이 플로이드의 목을 누르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미국 프로풋볼(NFL)에서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무릎 꿇기시위를 주도했던 콜린 캐퍼닉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그는 이 사진을 올리며 이제 이해하겠나? 아니면 아직도 모르겠는가?”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래퍼 스눕독도 같은 사진을 올리며 우리에게만 정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 이정애 기자 >

 


싸움 피하지 않겠다관영매체 자기 살 베어내는 꼴공격

, 홍콩 특별지위 박탈 시사, 비자·경제 등 직접 제재 뜻도 비쳐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에 맞춰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초안 권고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향후 미-중 갈등 악화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무부가 홍콩 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노골적으로 제재 카드를 꺼내들자, 중국 관영매체가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대미 항전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오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보안법 제정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폐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일국양제는 기본적 국가정책이며, 중앙정부는 일국양제와 홍콩인에 의한 통치, 고도자치 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종 노력해왔다고 짧게 답했다. 홍콩 입법회를 우회한 보안법 입법으로 자치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원칙을 내세워 비켜간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33차 전체회의에서 홍콩 보안법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그는 대만 관련 질문에도 하나의 중국원칙을 강조하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어떤 외부 간섭도 배격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중 관계에 대해선 현재 미-중 관계가 새로운 문제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협력해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양국이 사회·정치·역사적으로 차이가 많아 갈등이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상호 존중하는 평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리 총리의 발언과 달리 관영매체들은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치 논평에서 홍콩은 떼어낼 수 없는 중국의 일부이며, 중앙정부가 홍콩에 대한 전면적인 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논평에서 코로나19 방역 실패를 가리고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기 위해 홍콩에서 최대한 혼란을 조성하는 게 미국의 진정한 의도라고 질타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추진한다는 것은 미국의 어떤 반응에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이 강력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고, 군사력 증강을 지속하는 한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해 군사적 대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과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결기도 과시했다. 신문은 미국의 첨단기술 우위에 대해 냉전 시절의 용어인 양탄일성’(원자탄·수소탄과 인공위성)까지 거론하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면 돌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금융 패권에 대해선 “(-중 간 금융전쟁이 벌어지면) 솔직히 말해 조금 불편해지는 수준에 불과하며, 되레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 시장의 신뢰도만 추락할 것이라며 미국이 스스로 자기 살을 베어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인대 표결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 보도자료를 내어 상황에 대한 신중한 검토 끝에, 미국 법에 따라 홍콩이 받아온 대우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오늘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한때 자유롭고 번영하는 홍콩이 전체주의 중국에 모델이 되기를 희망했으나, 지금은 중국이 홍콩에 자신의 모델을 따르게 하고 있다는 게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홍콩이 고도의 자치를 누리는 것을 전제로 관세·비자 등에서 특별 대우를 해왔다.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권이 유린됐다고 평가한 이상, 그동안 부여해온 경제·통상 분야 특혜를 없앨 것인지 주목된다.

중국에 대한 직접 제재 가능성도 거론됐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 대응 조처에 대해 여러 범주에 걸쳐 매우 긴 목록이 있다중국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최대한 표적을 맞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도 이날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 유린과 관련해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위구르(웨이우얼) 인권정책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키는 등 미 정치권이 전방위적 대중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중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중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27국제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끼칠 긴급한 사안이라며 홍콩 보안법 관련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지만, 중국이 홍콩 문제는 내정이며, 안보리 소관사항이 아니다라고 거부해 불발됐다.

한편, 이날 폐막한 전인대에선 중국이 장기간 준비해온 민법전이 심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중국은 20173월 전인대에서 민법총칙을 통과시킨 뒤 물권·계약·혼인·상속법 등 후속 편찬 작업을 벌여왔다. < 베이징 워싱턴/정인환 황준범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