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체가 MS 윈도우즈에 업데이트한 파일 오류 탓

 
 
 
전세계적인 ‘사이버 정전’이 발생한 19일 인도 뉴델리 국제공항을 찾은 한 승객이 오작동하는 정보 화면을 보고 있다. [EPA 연합]

 

19일 전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컴퓨터 장애는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국의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백신 파일 일부의 결함이 마이크로소프트(MS·엠에스) 시스템과 충돌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장애와 관련해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템에 배포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투입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보안 시스템 가운데 ‘팔콘센서’라는 에이전트 파일을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 결함이 발생했고, 이어 이 파일이 엠에스사의 운영 체제인 윈도우즈와 충돌하면서 장애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조지 커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윈도우즈 호스트용 단일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으로 고객들이 영향을 받았고, 이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문제가 확인돼 수정 사항이 배포됐으며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최신 업데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는 보안 사고나 사이버 공격이 아닌 ‘단순 실수’이며, 회사가 보안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혼란 진화에 주력했다. 또 이번 오류로 인해 맥이나 리눅스를 쓰는 이용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회사 쪽은 설명했다.

앞서 이날 전세계 곳곳에서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서 시작된 엠에스 클라우드 장애로 혼란이 이어졌다. 작은 슈퍼마켓에서부터 은행, 방송국을 비롯해 국민건강서비스, 의료 분야같은 핵심 시설에서 정전이나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한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됐다. 미국에선 911 출동센터도 일부 영향을 받았지만, 심각한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 에이비시(ABC) 뉴스, 스카이 뉴스 등 언론도 피해가 확인됐다. 지역적으로도 미국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세계 전역에서 피해가 잇따라 보고됐다.

특히 항공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시엔엔은 “ 미국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 중동의 국제 항공사들에서 항공편 지연이나 취소가 잇따르면서 당황한 여행객들이 공항 복도를 가득 메우는 장면이 포착됐다”며 “전세계적으로 항공편 1390여편이 취소됐고, 수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쪽에서도 에어아시아, 세부퍼시픽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여러 항공사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젯스타, 홍콩 익스프레스 등 항공사에서는 체크인 수속을 수작업에 의존하는 일도 있었다. 시엔엔은 “한국에서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에어 프레미아, 이스터제트 등이 영향을 받았지만 대표적인 한국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이용하고 있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서야 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아침 발생한 ‘사이버 정전’과 관련해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 원인과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도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 홍석재 기자 >

워싱턴포스트, 민주당 인사 발언 인용 보도
액시오스 “이르면 주말 후보 사퇴 결정 내릴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자가격리를 위해 델라웨어에 있는 사저로 돌아갔다. [델라웨어/AP 연합]
 

미국 민주당 핵심인사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으로 꼽혀온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서 하차하는 쪽으로 설득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캘리포니아주 민주당원들과 일부 하원 지도부 의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기로 결심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민주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계속할 경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결국 백악관을 넘겨주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에 재감염돼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델라웨어 관저에서 격리하고 있다. 고령 리스크에 시달리던 그에게 건강 문제가 다시 발생하면서 후보 사퇴론은 확산하고 있다.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길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후보직 유지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앞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당 내부 우려를 전달하며 후보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이 전해졌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또한 당내 우려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지는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기류 또한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모양새다.

미국 CNN 방송은 민주당 소속 한 주지사가 “다음 72시간은 크다.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후보 사퇴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 쪽 인사를 포함한 민주당 관계자들이 후보 사퇴에 대한 입장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말 그가 대선 경선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설득될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 김미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가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의 차량과 집에서 폭발 장치가 발견됐다. 그가 더 큰 공격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지만 범행 동기는 사건 이튿날에도 명쾌히 드러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해 귀에 부상을 입히고 청중 1명을 살해한 뒤 사살된 크룩스가 근처에 세워놓은 자동차 안에서 폭발 장치 2개, 집에서도 폭발 장치 1개가 발견됐다고 수사 관계자들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크룩스가 현장에서 발견된 돌격 소총과 함께 폭발물도 공격에 사용할 계획이 있었지 않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은 크룩스 주변을 조사한 결과,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밝혔다. 연방수사국은 “우리가 입수한 정보로 볼 때 총격범은 혼자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은 크룩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거나 그가 극단적 이념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단서를 발견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쓴 총은 그의 아버지가 적어도 6개월 전에 산 것으로 확인됐다. 연방수사국은 그가 범행을 계획한 흔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총격을 받고 귀를 다쳐 피를 흘리면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유세장을 떠나고 있다. 버틀러/AP 연합

하지만 버틀러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크룩스가 왜 범행에 나섰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와 주변인들의 행적은 정치적으로 한쪽으로 편향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들도 있다. 2022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선거인명부에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올해 11월 대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였다. 2021년 1월20일에는 진보 성향 유권자 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날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크룩스의 아버지는 자유주의자, 그의 어머니는 민주당원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 신문은 크룩스가 사는 지역에서는 이처럼 여러 정치 성향이 혼재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크룩스의 이웃들은 얌전한 편인 그가 큰 사고를 친 것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의 간호·재활센터에서 식사 보조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사격 능력을 봤을 때 군 경험이 있지 않냐는 추정도 나왔지만 입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방수사국 피츠버그지국 국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케빈 로젝은 “현재로서는 범행 동기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룩스의 아버지는 시엔엔(CNN)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며, 아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당국에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하고 사살된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펜실베이니아주 베설파크 집 앞에 14일 수사기관 차량들이 서 있다. 베설파크/로이터 연합

< 밀워키=이본영 특파원 >

트럼프 피격, 위험수위 넘은 미국사회 정치적 분단

● WORLD 2024. 7. 15. 12:2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트럼프 총격범은 20세 백인 남성

공화당 현역의원 “바이든이 명령했다”
“트럼프 재선 막기 위해서라면 폭력도 용인”

심각한 정치적 분단상태, 내전 우려까지

 

7월 14일, 런던 최신판 영국 전국 신문들의 1면을 장식한 트럼프 피격사건. 2024.7.14. AP 연합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4일 펜실베이니아 주 버틀러의 야외 무대에서 유세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20살의 백인 남성 토머스 매튜 크룩스를 암살 시도에 연루된 용의자로 지목했다.

범인은 20세 백인 남성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토머스 크룩스는 피츠버그 남쪽의 베텔 파크에 살았으며, 법원 기록에 범죄 이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아직 그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했다. 크룩스는 유권자 등록 기록상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으나 2021년 1월 민주당 기부 플랫폼인 액트블루를 통해 자유주의(리버럴) 유권자 투표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호 당국에 따르면 크룩스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하던 연단에서 1백여 미터 떨어진 집회장소 바깥 건물 지붕에 올라가 ‘높은 위치’에서 총격을 가한 직후 경호원들에 사살당했으며, 그의 시신 근처에서 AR-15형 반자동 소총이 회수됐다.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버틀러 팜 쇼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서 전 미국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연설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이 유세장에서 피격당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사회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7.13. AFP 연합

심각한 미국의 정치적 분단상태

크룩스가 어떤 사람인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게 없지만, 이미 그와 그의 범행 동기를 둘러싼 근거없는 추측과 주장들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가 교묘하게 꾸민 ‘자작극’이라는 설이 퍼지고 있으며,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파시즘에 반대하는 앤티파(Antifa. anti facist)의 범행설과 바이든 정권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앤티파 조직에 대해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공화당 현역의원 “바이든이 명령했다”

미마키 세이코 일본 도시샤대 대학원 교수(미국 정치외교)는 현역 의원 중에도 이런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미국의 정치적 분단 상태가 심각하다며, 조지아 주 하원의원(공화당) 마이크 콜린즈가 사건 직후 “바이든이 명령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사실을 들었다.(<아사히신문> 7월 14일)

사태 발생의 원인이 바이든 정권에 있다는 얘기들도 퍼지고 있다. 며칠 뒤의 공화당 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제임스 D. 밴스는 “바이든 진영이 트럼프를 독재주의적인 파시스트로 공격하면서 그의 재선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아야 한다고 계속 얘기해 온 것이 이번 암살 미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X(예전의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절대적인 언론 자유론자’임을 자처하는 일론 머스크가 매수한 뒤의 X는 음모론과 증오 발언에 대한 규제가 약화되면서 그 온상이 돼 왔다. 머스크는 이번 사건 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는 11월의 미국 대선은 지난 2020년 대선 때보다 더 심한 SNS상의 혼란과 대립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미마키 교수는 내다봤다.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당해 부상을 입은 뒤 뉴욕 시 트럼프 타워 주변 경비가 강화됐다. 2024.7.13. AFP 연합

내전 우려 “트럼프 재선 막기위해서라면 폭력도 용인”

한편 시카고대학의 로버트 페이프 교수가 지난 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을 막기 위해서라면 폭력에 호소해도 좋다고 응답한 사람이 10%나 됐으며, 그들의 3분의 1이 총기 소유자였다고 우에키 야스히로 일본 조치대(소피아대) 특임교수가 전했다.(<니혼게이자이> 7월 14일)

우에키 교수는 미국사회의 분단이 심각해지고 있어 정치적 폭력을 용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내전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6일에는 트럼프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그의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폭력적으로 점거하는 반민주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는 지난 3월에도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이 “당선되지 못하면 피바다(blood bath)가 될 것”, “내가 승리하지 못하면 다른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사회의 정치적 분단상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