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이민자 추방작전 항의 시위에
트럼프,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투입
“자국민에 군대 투입하는 트럼프 광기”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열린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경찰이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 진압을 이유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동의 없이 로스앤젤레스에 주방위군을 배치하면서 연방 정부와 주정부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배치된 주방위군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곳곳에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시위를 ‘반란’ 규정한 트럼프

 

8일 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연방 청사 주변에 배치된 주방위군 및 국토안보부 소속 연방 요원들과 시위대 간 충돌이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가라”고 외치며 단속 작전을 규탄했다. 일부 시위대가 연방 요원을 향해 물건을 던지자 경찰은 불법 집회를 선언하고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단속국은 최근 이민자 단속을 강화해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을 체포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역대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의 일환이다. 단속국은 지난 6일부터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대규모 이민자 체포 작전을 벌였고 엘에이에서만 이번 주 118명이 체포됐다고 한다. 그 여파로 도심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주방위군 2000여명을 투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 북부사령부는 이날부터 로스앤젤레스 지역 세 곳에 79사단 소속 3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이들은 연방 시설과 인력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런 배스는 "도시는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이번 주방위군 투입은 혼란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에드워드 R. 로이벌 연방청사 인근에서 열린 시위 도중 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주지사 반대에도 군 배치…1965년 이후 처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2000명을 소집해 시위 진압에 투입하면서 법적·정치적 논란도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법전 제10편 제12406조(10 U.S.C. 12406)’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그런 위협이 존재할 경우,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연방 소속으로 전환하여 동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명령은 주지사를 통해 발령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 차원에서 주방위군이 동원된 건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앨라배마 주의 민권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한 이후 처음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권력 남용이며, 연방정부가 주방위군을 주정부와 협의 없이 내부에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선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주방위군 배치를 ‘쇼’라고 규정하며 “트럼프가 원하는 혼란을 주지 말고, 평화적으로 행동하자”고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뉴섬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함께 비판 성명도 발표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 구치소 앞에서,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방위군, 경찰,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연방군대 동원까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나라가 이런 식으로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해병대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도 상황이 격화할 경우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해병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자국민에게 군대를 배치하겠다는 발상은 광기”라고 반박했다.

 

1878년에 제정된 포시 코미타투스 법은 ‘헌법이나 의회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와 상황을 제외하고 국내 법 집행에 군대가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는 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는 1792년 제정된 반란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반란, 폭동, 또는 극심한 시민 불안 상황 시 대통령이 군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회가 견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국내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반란’, ‘폭동’으로 간주해야 가능한 조치라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병력 투입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시위 대응을 넘어, 연방 권한과 주 자치권, 그리고 헌법적 권리 보장 문제를 둘러싼 중대한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해리스, 트럼프의 주방위군 LA 투입에 “공포와 분열 조장···잔혹한 의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4월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머지 아메리카’ 20주년 행사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것에 대해 “우리 도시의 거리에서 목격하고 있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주방위군 배치는) 혼란을 야기하고 위험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8일 엑스에 성명을 올리고 “최근 남부 캘리포니아와 전국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더해, 이는 공포와 분열을 조장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잔혹하고 계산된 의도의 일부”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이 “공공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며 “존엄성과 적법 절차를 요구하는 공동체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시위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 필수적인 강력한 도구”라며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어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LA에 거주하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칩거하다 지난 4월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머지 아메리카 200주년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하며 정치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에 대해 “완전한 혼란” “헌정 위기”라고 비판했다.   < 경향 이영경 기자 >

"전쟁 준비할 필요없는 시나리오 이젠 달라, 유럽서 대규모 침략 전쟁 발발 우려"

 
 
독일 국기(왼쪽)와 우크라이나 국기(오른쪽). EPA연합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독일은 대대적인 대피소 설치와 점검에 나서는 등 시민들도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독일 연방국민보호재난지원청(BBK) 수장인 랄프 티슬러 청장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 독일에서 전쟁은 우리가 준비할 필요가 없는 시나리오라는 믿음이 팽배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우리는 유럽에서 대규모 침략 전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8일 CNN은 보도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면전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가 4년 이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가 유럽에 실재함을 보여준다. 이 4년의 시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긴 전쟁을 치른 뒤 재무장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알려져 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1일 카르스텐 브로이어 독일 합참의장도 러시아가 군사력을 증대하고 있는 수준을 분석하며 4년 안으로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티슬러 청장은 지난 5일 독일 쥐트도이체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연방정부 차원의 전쟁 대비 시민 안전대책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더 신속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터널과 지하철역, 지하 주차장과 공공건물 지하실 등을 대피소로 전환해 빠른 시일 내에 100만명을 수용할 보호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 인구는 8300만 명인 반면, 독일 대피소에서 수용 가능한 인구수는 전체의 5%에 남짓에 불과하다고 쥐트도이체자이퉁은 지적했다. 지하벙커도 냉전 시기엔 2000개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580여개가 남아있고, 이들이 전부 가동 가능한 상태도 아니다.

 

티슬러 청장은 이러한 대피 시설을 정비하는 데 4년 동안 최소 100억유로(약 15조5000억원)가 필요하고, 향후 10년간은 300억유로(약 46조52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들이 비상 상황에서 빠르게 대피소를 찾을 수 있도록 알람 경보 시스템도 강화한다. 재난지원청은 독일 전역에서 폭풍과 화재 등 재난 상황 정보를 제공하는 앱 ‘니나(Nina)’에 로켓이나 순항미사일 등의 공습 경보가 울리는 기능도 넣는다는 계획이다. 티슬러 청장은 독일 디 자이트와 한 인터뷰에선 “제2차 세계대전 때와는 달리, 경보가 울리고 실제 공습이 시작되기까지 사람들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몇 분밖에 되지 않는다”며 “앱이 주변에서 지하주차장이나 터널 등 가장 가까운 대피 공간을 알려주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 4년간 독일 전역에 사이렌 8000개도 추가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지출 가능한 자금 규모다. 독일은 지난 3월 5000억유로(79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국방 지출에 대한 부채한도 규정을 면제해주는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난지원청은 여기에 따라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국방분야 우선순위에 따라 얼마나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비군과 예비군 규모도 확충되어야 하나 갈 길이 멀다.

 

독일은 2025년까지 상비군을 현재 18만여명에서 20만3000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목표 시점은 2031년으로 수정됐다. 티슬러 청장도 “우리는 비상 상황에서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며 “우리는 의무 병역이나 자발적인 민방위 제도가 필요할지 모른다. 민간 복무와 군 복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 말이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트럼프-머스크 결별엔 감세·이민정책 갈등…머스크 제3정당 창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오른쪽)가 지난 3월 14일 백악관을 떠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으로 향하기 전 대화하는 모습. 워싱턴/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갈등이 파국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트럼프 대통령 공격 게시글 일부를 삭제하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끝났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동맹 붕괴’ 배경엔 대선을 계기로 손잡은 ‘테크(기술) 우파’와 ‘포퓰리스트 우파(마가)’ 간 이념적 간극이 자리하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승리를 이끈 이 조합이 해체되면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트럼프 비판 트윗 삭제했지만, 트럼프 “관계 끝났다”

 

머스크가 최근 엑스에 게시한 트럼프 대통령 비난 글 중 일부를 삭제한 것으로 7일(현지시각)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서에 언급됐다고 주장하는 글과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고 제이디 밴스 부통령으로 교체하자’는 게시물에 “예스”라고 답한 글 등이다. 스페이스 엑스와 항공우주국(NASA)간 협력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함께일 때 훨씬 더 강하다’는 한 지지자의 발언에 “틀리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재 시도도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봉합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밴스 부통령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적인 비난에 나선 것은 큰 실수”라며 “대통령의 신임을 다시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엔비시(NBC) 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머스크와 관계를 회복하길 원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와의 관계가 끝난 것으로 보냐는 물음에 “나는 그렇게 추정한다”고 답했다.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나는 다른 일을 하는 데 너무 바쁘다. 그와 대화할 의향이 없다”며 “그가 대통령직에 대해 무례했다.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사 국장 후보 지명 철회로 폭발…“트럼프, 머스크 추궁”

 

‘동맹 붕괴’는 누적된 갈등의 결과지만, 결정적 국면은 머스크의 측근이자 차기 항공우주국 국장 후보였던 재러드 아이잭맨의 낙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머스크의 공식 환송 행사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으로부터 한 파일을 건네받았다. 그 안에는 아이잭맨이 최근 몇 년간 민주당 인사들에게 기부한 내역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도중 분노를 억누르며 형식적인 작별 인사를 했지만,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머스크를 추궁했다고 한다. 머스크는 “아이잭맨은 일 잘하는 사람이자 양당 모두에 기부했던 많은 인물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언젠가 등을 돌릴 것”이라며 설득에 응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는 아이잭맨의 낙마에 굴욕감을 느꼈고, 이는 백악관과의 관계 단절을 촉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공개 비판했고,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와 격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 효율성부 ‘도지’의 운영으로 행정부 내에서 반발을 샀고, 장담하던 ‘2조 달러 감축’도 달성하지 못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지가 헛소리라는 걸 알게 됐고, (머스크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평가했다.

 

갈등의 본질은 마가와 기술진보의 결별

 

동맹 붕괴의 계기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으로 이름 붙여진 감세법안이었다. 하지만 배후에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손잡은 공화당 내 두 진영인 ‘기술 우파’와 ‘마가’ 간 이념적 갈등요소였던 ‘이민자’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이날 폴리티코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진영은 1550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이민 단속 및 추방 예산을 이번 법안의 핵심 정당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경 보안 및 추방 조치를 포함하고 있는 ‘보수운동의 결정적 성취’라는 게 마가 쪽 입장이다.

 

반면, 기술 우파의 대표격인 일론 머스크는 해당 법안이 대규모 재정적자를 낳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테크 분야 보조금이나 투자 항목 삭감으로 도지가 추진하던 기술혁신 관련 프로그램들도 축소될 운명에 처했다. 머스크는 “기술 혁신을 이끌 부문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정치적 목적의 지출만 확대됐다”고 비판했다. 전기차에 제공되는 보조금이 대폭 축소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민자 제한’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마가 진영과, ‘재정 건전성과 기술 혁신’을 우선 가치로 삼는 기술 우파간 충돌은 지난해 12월 이미 한차례 펼쳐졌다. 당시 마가 진영의 스티브 배넌은 고급 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H-1B 비자 폐지를 주장했다. 머스크는 이민이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이끄는 동력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 편에 서며 갈등은 봉합됐다.

 

폴리티코는 “이번 사태는 트럼프 공화당 내에서 ‘이민’이 절대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라며 “이민자에 대한 태도 차에 따른 균열이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머스크, 미국 정치 흔들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공화당 지지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층에서 머스크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젊은 남성층과 같은 공화당의 비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공화당 내부 결속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둘 간 충돌은 당장 공화당이 추진 중인 감세 법안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안은 하원에서 1표 차로 통과됐다. 상원을 거쳐 다시 하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상·하원 모두에서 1,2표차로 법안 운명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여론전에 나설 경우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감세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을 낙선시키기 위해 민주당 후보들을 후원할 경우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리티코는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공화당의 얼굴이 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의 입법 전략과 2026년 중간선거 구상에 중대한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혼란 유발자”라고 평가했다.

 

머스크가 정치적으로 독자 노선을 모색할 경우, 그 여진은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머스크는 6일 저녁 엑스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중도층 80%를 대변할 새로운 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제3정당 창당을 시사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정신 잃은 그와 대화 안 해”…머스크 “새 정당 필요” 다시 도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가 지난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모습. 워싱턴/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할 계획이 없다면서 머스크가 넌지시 내비친 화해 의향을 묵살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미국에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면서 다시 도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요란한 ‘파국 드라마'를 선보인 뒤 확전은 피하려는 모양새지만,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공개 비방전을 벌인 다음 날인 6일(현지시각)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그가 테슬라에서 잘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정부 계약 해지 가능성은 여전히 검토중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다”, “보조금이 너무 많다”고 보조금 지금 중단 가능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머스크와의 언쟁 중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 등을 겨냥해 “예산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틀 연속 계약 파기를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머스크와 통화를 할 예정이라는 일각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정신을 잃은 그 남자 말이냐?”라고 말하면서 “그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지금은 별로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3월에 구입한 테슬라 자동차를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담당하며 각계에서 비난받고 테슬라 불매운동이 번지던 당시에 머스크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 위해 테슬라 세단을 구매했지만, 이제 3개월만에 팔아치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먼저 갈등 봉합 의향을 내비쳤던 머스크는 또 다시 도발을 이어갔다. 머스크는 전날 “트럼프와 머스크가 위대한 조국의 이익을 위해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억만장자 빌 애크먼의 게시글에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답하면서 화해 뜻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SNS 게시물을 자제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대항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연료를 공급할 때 쓰는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을 철수시키겠다고 한 발언도 철회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날 다시 “미국에는 중간층 80%를 대표할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자극했다. 그는 전날에도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미국에서 실제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는 질문과 함께 엑스 이용자들에게 찬반을 묻는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그는 이 설문에 응답한 사람의 80%가 창당을 지지했다면서 “이것은 운명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 정당의 이름을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라고 정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싸움에 난처해진 공화당 의원들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진영은 조속한 갈등 해소를 주문하고 있다. 특히 양쪽 모두와 친분이 깊은 JD 밴스 부통령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그는 두 사람의 비방전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이거나 성급하지 않다고 옹호했으나 머스크에 대한 직접 비판은 피했다.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이기도 했던 ‘마가’ 세력의 대변자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6일(현지시간) ‘CBS 전화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마약 복용과 중국과의 연루 여부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머스크를 맹공격했다. 그는 ”그의 시민 자격도 조사해야 한다”라며 머스크의 미국 시민권 취득 경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18세 생일 직전 캐나다로 이주, 캐나다 시민권을 얻었고, 이후 2002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넌은 머스크가 수장을 맡았던 정부효율부(DOGE)가 “인공지능(AI) 모델에 입력하기 위해 자료를 가져갔는지 지금 조사해야 한다”라며 이는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이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71%는 트럼프 편을 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 등을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는 누구의 편도 아니라면서 방관적 입장을 보였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거운동 자금으로 약 2억7천만달러(약 3700억원)를 기부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떠올랐으며, 백악관에 들어와 정부 구조조정과 지출 삭감을 주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관계는 머스크가 지난달 30일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후 급격히 나빠졌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감세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했고, 그의 반대는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에서 법안 통과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 박민희 기자 > 

트럼프 "미국의 안보와 테러 방지 목표를 고려"

쿠바·라오스·베네수엘라는 입국 부분 제한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스트, 못 들어 오게 한다"

 

오는 9일부터 이란을 포함한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이 전면 금지된다.

4일 미국 백악관 공식 발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12개국 국민의 입국 금지 조치를 담은 포고문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여름파티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 06. 04 [UPI=연합]

 

이란 등 12개국 미국 입국 금지…북한 제외
쿠바·라오스·베네수엘라는 입국 부분 제한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 국가 안보와 테러 방지 목표를 고려한 뒤 이들 12개 국가 국민의 입국을 완전히 제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민자와 비이민자의 입국을 구별하지만, 이런 제한은 둘 다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브룬디,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등 7개국 국민의 입국은 부분적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 두 가지 명단 모두에서 제외됐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1월 20일 취임 즉시 '외국 테러리스트와 다른 국가·공공 위협으로부터의 미국 보호'란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그에 따라 국무부, 국토안보부(DHS), 국가정보국(DNI) 등이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이번 입국 금지 및 부분 제한 국가 명단이 결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발표한 포고문.에서 이란을 포함한 12개국을 상대로 미국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고 베네수엘라 등 7개국에는 입국 부분 제한 조치를 내렸다. 2025. 06. 04 [백악관 홈피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스트,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

 

트럼프는 이날 포고문에서 지난 1월의 행정명령을 거론한 뒤 "테러 공격을 자행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며, 혐오 이념을 지지하고, 아니면 나쁜 의도로 이민법을 악용하려는 외국인들로부터 미국 시민을 보호하는 게 바로 미국의 정책임을 명시했고, 또한 미국은 비자 발급 과정에서 미국 입국이 승인된 외국인이 미국의 국민 또는 국익에 해를 끼칠 의도가 없는지 확인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미국과 미국민의 국가 안보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만 한다"면서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7년에도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이 금지됐고, 북한과 일부 베네수엘라 정부 당국자 등도 영향을 받았다.

 

이란과 관련해 트럼프는 "테러지원국이며...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테러의 근원지"라고 입국 금지 명단 등재 이유를 들었고, 아프가니스탄에는 "탈레반이 통제하고 있고, 여권 또는 민간 문서를 발행할 역량 있는 중앙기관이 없다"는 이유를, 그리고 미얀마에는 "비자 초과 체류율"이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들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