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해리스를 지지하는 한국인들' 모임의 진 김 공동회장

"이민자 출신 해리스, 한국계 큰 이해…한반도 정책 일관성 기대"

 한국계 출신 대의원 10여명…별도 오찬 모임 등 활발한 존재감

 

'해리스를 지지하는 한국인 모임' 진 김 공동회장 (시카고 연합= '해리스를 지지하는 한국인 모임' 진 김 공동회장이 19일(현지시간)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8.19.
 

 "2008년 오바마 (대선) 당시보다 더한 것 같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부터 4차례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참여해 온 '해리스를 지지하는 한국인 모임' 진 김 공동회장의 평이다.

민주당 전대 첫날인 19일(현지시간)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실패한 (TV)토론 이후 한국인 공동체 사이에서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의구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30일간의 변화로 공동체 내에서 큰 바람이 불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6년 워싱턴 DC에서 첫 민주당계 보좌관으로 정계에 몸을 담은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교육위원 재선에 도전하는 한편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레이스에서 한국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의원이기도 한 김 회장은 "한국인들 역시 최초의 아시아·흑인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고조된 상태"라며 "이번이야말로 한국계 미국인들 역시 역사를 쓰는 현장에 동참할 기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계 미국인들은 그간 미국의 주요 선거에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부각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전대에 참석한 한국계 대의원 수만 1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이제는 정치적으로도 무시하지 못할 집단으로 위상을 달리하고 있다.

지지 모임만 해도 20일 별도의 지지 오찬을 조직하는 것을 비롯해 활발한 활동을 계획중이다.

김 회장은 "해리스 부통령은 이민자의 딸로서 우리와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인물"이라며 "그가 대선 후보가 됨으로써 민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올라간 것은 물론이고,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가 정권에 한층 깊게 참여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은 분열로 치달았던 반면, 이민자들의 사정을 잘 아는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하면 통합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 같은 이민자들은 사실 이방인을 위하지만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은 큰 기회"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해리스 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은 큰 틀에서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계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대북 정책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예측 불가능성에서 벗어나 한층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흥미는 완전히 혼란 그 자체였고 우려스럽기 짝이없는 것이었다"며 "이런 사람에게 한반도를 포함한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맡겨도 되느냐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훨씬 숙련된 전문가들이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했고, 이는 해리스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은 장담해도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은 100%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그녀는 이전에도 이미 주법무장관, 상원의원 등으로 활동했고 내가 이제까지 지켜본 어떤 인물보다 한층 준비된 후보"라고도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계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이민자 출신 유색인종 진보 대통령이 탄생할 경우 이 같은 정계 진출의 문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도 기대했다.

김 회장은 "내가 처음 의회에 발을 들일 때만 하더라도 부모님이 정치는 우리 같은 이민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대했다"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 이외에 앤디 김 하원의원이 한국계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것을 비롯해 많은 한국인들이 주 단위를 포함한 여러 선거에서 뛰고 있다"며 "한국계 미국인들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캘리포니아 등 사실상 미국 전역에서 활발하게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 시카고=연합 김경희 특파원 >

 

시카고서 22일까지…바이든 첫날 연설, 해리스 대선길 열어

대규모 친 팔레스타인 시위 긴장 고조…"수만 명 운집할 것"

 

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 연합]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 공식 확정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19일 오후 개막한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나흘간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각각 당의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추인한다.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이후 민주당은 이달 초 화상 호명투표를 통해 지난 5일 해리스 부통령을 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월즈 주지사를 지명했다.

민주당의 간판이 된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전대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등극하면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을 향한 레이스는 본격적인 열전에 들어가게 된다.

'국민을 위해'라는 구호를 기치로 내세운 19일 전대 첫날 행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사로 나서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 예정이다.

당 안팎의 고령 우려에도 대선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아 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13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각종 여론 조사에서 격차가 확연하게 벌어지자 지난달 21일 후보 자리에서 내려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재임 시절 자신의 주요 정책 성과를 강조하며 자신의 뒤를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의 민주주의 수호 및 중산층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대권 가도의 문을 공식적으로 열어주는 자리에 등장할 예정이라고 CNN은 전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시카고 로이터=연합]
 

이날 행사에서는 또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연설한다.

둘째 날인 20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그 엠호프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셋째 날에는 월즈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선다. 같은 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도 연단에 선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대 마지막 날인 22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자신의 집권 비전을 공개하고 대선 승리의 각오를 다지며 전당대회 행사는 정점을 찍게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 둘째날인 20일에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위스콘신 밀워키를 방문해 유세를 갖는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18일엔 월즈 주지사와 함께 버스를 타고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를 누비며 유세를 벌인 바 있다.

위스콘신 역시 펜실베이니아, 미시간과 함께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블루월'(blue wall·민주당이 이전 대선에서 승리한 지역)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비록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앞선다는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대선 승리에 대한 민주당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전대를 앞두고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행사장 주변에서 예고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전역의 200여개 단체가 참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로 행진'(DNC 행진) 측은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가 집결할 예정이라면서 "시위 참가자들은 시카고에 차와 기차, 대절 버스 등을 통해 모일 것이며, 2.4마일(3.9㎞)가량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CNN에 출연해 "평화로운 시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시카고=연합 김경희 김동현 특파원 >

도쿄신문 보도… 일본정부 학살 인정않는 태도 같은 맥락

추도식 실행위 "조선인 희생자 명확히 언급하고 추도해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EPA 연합]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올해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에 별도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도쿄도 당국은 이달 초순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 송부를 요청했던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에 지난 14일 팩스를 보내 추도문을 송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로써 고이케 지사는 매년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개최되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8년 연속 추도문을 보내지 않게 됐다.

3선 지사인 그는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추도문을 전달했으나,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은 보내지 않았다.

올해는 실행위원회뿐만 아니라 도쿄대 교수와 직원들도 "살해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추도문 송부를 요청하는 서한을 도쿄도에 제출했으나, 고이케 지사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도쿄도는 고이케 지사가 올해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같은 날 동일한 장소에서 열리는 도쿄도 위령협회 대법요(大法要)에서 "대지진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희생된 모든 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를 메시지를 밝힌다는 점을 들었다.

고이케 지사의 추도문 송부 거부에 대응해 실행위원회는 항의문을 보낼 방침이다.

실행위원회 관계자는 "대지진 전체 희생자가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학살된 조선인들의 존재를 명확하게 언급하고 추도의 뜻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일어났다. 지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일본 정부는 당시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한다' 같은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최소 6천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조선인이 살해됐다.

일본 정부는 일부 학계와 시민사회로부터 조선인 학살 관련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 왔지만, 이를 줄기차게 거부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에서 간토 학살 관련 단행본 '지진과 학살 1923-2024'를 펴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 씨는 이날 마이니치신문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학살은 일상적인 차별과 편견이 토대가 돼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학자 다수가 이미 사실로 인정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에 대해 "정확히 사실을 전달한다. 그것을 반복한다. 우직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한정적이어도 그것이 학살과 전쟁을 저지하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도쿄=연합 박상현 특파원 >

15일 방위상과 경제안보상 등 현직각료와 78명의 의원들
한국정부 유감 표명, 성찰 반성 촉구했으나 공허한 울림

기시다 총리 14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하지 않겠다”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 야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2024.08.14. AFP 연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15일,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등 현직 각료들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등 차기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 외에 78명의 국회의원들이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기하라 방위상,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등 참배

일본의 ‘종전일’(패전일)인 이날 기하라 방위상은 도쿄 구단기타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뒤 기자단에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신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정성을 바치고 존숭하는 마음을 표시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비로 다마구시(신사에 바치는 예물)를 사서 바쳤다. 그는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가 한일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과는 계속 관계를 강화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직 방위상으로서는 기시 노부오가 2021년 8월 13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했고, 방위청 시절인 2002년 8월 15일에 나카타니 겐 당시 방위청장관이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신토 사제(오른쪽)를 따라가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또 현직 각료이자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차기 총리 지망자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도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참배 뒤 “국책에 따라 순국하신 분들의 영령에 대해 존숭의 염으로 감사의 마음을 받치고 왔다”고 했다.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도 이날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포스트 기시다’ 인물들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뱌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도 역시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다음달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될 기시다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사비를 들여 다마구시를 바쳤다.

 

8월 15일,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지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모인 우경단체 회원들이 일본 국기를 들고 참배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일본 패전 79주년인 8월 15일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러 온 일본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러 온 일본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4.8.15. AFP 연합
 

한국 외교부 유감 표명하며 성찰과 반성 촉구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하라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급 인물이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하고 있는 데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 역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을 촉구한다. 이것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와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한일간의 과거사 청산 과제들이 얽힌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그 동안 일본정부 입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온 상황에서 공허하게 들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2024.08.14. AFP 연합
 

기시다 총리 14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하지 않겠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14일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해 일본정부 관료들에 충격을 안겼으며, 그들은 총리가 교체될 경우 이제끼지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번 총재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바뀌는 모습, 신생 자민당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열린 선거, 무엇보다 자유활달한 논전이 중요하다.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첫 걸음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다. 나는 오는 총재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초저금리 완화정책에서 벗어나는 탈'아베노믹스' 시동, 임금인상 등 경제 살리기와 원전 재가동, 적 기지 반격능력 보유와 방위(국방)비 대폭 증액, 그리고 주요 7개국(G7)과의 외교 성과 등을 거론하면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자찬했으나,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해 집권 2년 만에 물러난 뒤 정권을 탈환한 이후의 자민당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다.

특히 자민당 내 파벌들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 사실이 폭로된 뒤 지지율은 20% 안팎을 오르내렸다. 그 동안 집권 연장 의지를 보여 온 기시다 총리가 이번에 불출마 결정을 한 것은 내년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그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서는 승산이 없고 자칫 또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당내 여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는 모테기 도시미치 당 간사장과 아소 다로 당 부총재와 손을 잡고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협력을 얻어 기존 우익 아베 정권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정권을 유지해 왔으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수습책으로 파벌들의 해체를 선언하고 정치자금규정법을 개정하는 등의 쇄신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거의 바뀐 게 없다는 비판 속에 밑바닥 지지율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

자민당은 지난 4월 28일의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자당 후보를 내세운 시마네 1구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패배했으며, 후보를 내지도 못한 도쿄 15구와 나가사키 3구까지 전패했다. 7월 7일의 도쿄도 지사 선거와 같이 치러진 도의회 보궐선거에서도 고전해,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로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퍼졌다.

기시다가 자민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민당이 산다면서 자신의 사퇴가 그 최초의 한 걸음이라고 한 것을 두고, 자민당이 선거 간판 얼굴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라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는 자민당이 체질을 바꾸는 환골탈태가 아니라,  퇴행적 체질을 그대로 온존시키면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만 살짝 바꾸는 이제까지의 낡은 행태를 되풀이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포스트 기시다’ 물망에 오른 정치인들

모테기 간사장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파벌(아소파. 54명)을 이끌고 있는 아소 부총재가 차기 자민당 총재 간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트 기시다’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앞에 든 몇 사람 외에 간사장을 지낸 이시바 시게루, 가미카와 요코 외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노 다로 디지털담당상, 그리고 3년 전 기시다에게 밀려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이다.

이들 가운데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사람은 이시바 시게루지만, 그는 자민당 내에서는 인기가 없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제1당 총재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선거 승리자가 곧 다음 총리가 된다. 그런데 자민당 총재는 자민당 국회의원들과, 같은 수의 당원 및 당우(黨友)의 투표로 뽑기 때문에 당내 지지도가 낮은 이시바가 총리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