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평가 "결정적 '한 방' 안보여, "공감은 월즈 몫?"

"유리천장 부각 안 한 건 영리", "접전 양상 당분간 지속 전망"

 

연설하는 해리스 부통령 (시카고 AP=연합) 22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하는 해리스 부통령. 2024.08.24

 

 "해리스의 연설문 작성자들은 꽤 괜찮은 일을 해냈지만, 내용은 다소 빈약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두고 외신들 사이에서 크게 흠잡을 데는 없었지만 결정적 '한 방'은 부족했다는 평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카멀라 해리스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는 두 가지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면서 이는 "정책과 공감"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여자 오바마'로 불리기도 했던 해리스 부통령이지만 그의 말솜씨는 '연설 천재'로도 불렸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만큼 훌륭하지는 못했으며, 불법 입국자나 법인세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해리스의 전달 능력은 오바마와 같은 수준이 아니었으며, 일부 민주 당원들 사이에서는 비욘세가 전당대회에 올 것이라는 루머가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실망감도 맴돌았다"고 전했다.

지지자들에게 손 흔드는 해리스 부통령 (시카고 AFP=연합)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08.24

 

해리스 부통령은 연설에서 이번 대선 최대 화두 중 하나인 국경 문제와 관련해 앞서 공화당이 무산시킨 국경 통제 강화 법안을 되살릴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미 미국에 입국해 있는 불법 이주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이러한 이주민들을 대규모 추방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공언하고 있다.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라는 기존의 공약을 재차 강조했지만, 중도층 유권자들을 의식한 탓인지 법인세 인상과 같은 연관 정책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해리스 잡은 손 들어보이는 바이든(시카고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올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2024.08.20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자신의 중산층 성장 배경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풀어내며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했지만, 정작 현재 미국 유권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충에 대한 공감은 부재했다는 평도 나온다.

더타임스는 이같이 지적하면서 이러한 공감의 역할은 전날 연설에서 공립학교 교사와 풋볼 코치로서의 이력을 내세우며 '보통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던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의 몫으로 남겨졌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다만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에 대한 차별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유리천장'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에 앞서 8년 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당시 유리천장을 깨고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내주면서 실패한 선거 전략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환호하는 지지자 가리키는 해리스 부부 (시카고 AFP=연합)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무대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했다. 2024.08.23
 

해리스 부통령이 유권자를 향해 스스로를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자리인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결정적 '한 방'을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하면서 현재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는 '접전' 양상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타임스는 최근 해리스의 여론조사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던 2020년 대선 레이스의 이맘때보다 크지 않다면서, 해리스가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디테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 연합 임지우 기자 >

파월 "통화정책 조정할 때 됐다"…BOE · ECB, 추가인하 메시지 발신

코로나19 고물가 충격 벗어나…중앙은행 관심, 인플레이션→고용 이동

 

미국·영국·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잭슨홀[미 와이오밍주] AP=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왼쪽)과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BOE) 총재(오른쪽),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가 23일(현지시간) 잭슨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8.24

 

미국, 유럽, 영국의 중앙은행이 동시에 강력한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며 글로벌 긴축 시대 종말을 예고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물가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관심이 인플레이션에서 고용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현상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개최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내달 17∼18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줬다고 해석한다.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해 다음 달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 확신을 더해 준 것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평소 온건한 태도를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직설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파월 의장이 고용 시장 보호가 최우선 과제이며,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하 결정을 회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폭은 못 박지 않고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정책) 방향은 분명하며 인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경제전망, 그리고 위험 균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9월 6일 발표되는 8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인하 폭 결정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한 다른 연준 인사들도 파월 의장과 결이 같은 메시지를 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 발언대로 우리는 연준의 (물가·고용) 2개 목표 중 고용 측면에도 주의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더 둔화했다며 "첫 금리 조정을 조금 앞당기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리인하) 과정을 개시할 때가 됐다"며 다만 인하 과정이 체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도 이날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BOE는 이달 초 기준금리를 연 5%로 0.25%포인트 인하하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금리 방향을 틀었다. 금융시장에선 11월 추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위원들도 '비둘기'(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발언을 덧붙였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은 잭슨홀에서 한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유럽의 성장 전망, 특히 제조업 부문이 다소 가라앉았다"며 "이는 9월 금리 인하 필요성을 더욱 커지게 한다"라고 말했다.

유럽 인플레이션은 둔화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지표를 보면 9월 인하 결정은 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ECB는 지난 6월에 금리 수준을 연 4.50%에서 연 4.25%로 0.25%포인트 낮추며 세계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금융시장에선 9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인하가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완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22일 금리 동결 후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고 공개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반대로 긴축에 나섰다.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23일 중의원(하원) 재무금융위원회 심사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 상승률 2%'라는 목표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을 가정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간다는 기본적인 자세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금융시장은 아직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매우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7월 31일 기준 금리를 0.25%로 0.15%포인트 깜짝 인상했다. 그 직후 엔화 강세 여파에 일본뿐 아니라 세계 증시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 연합 최윤정 기자 >

11월 미 대선, 해리스 대 트럼프 대결 확정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AFP연합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이로써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로 확정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나를 이 길로 이끈 최근 몇 년의 과정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나는 이런 예상 밖의 일이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대신해, 모든 미국인을 대신해서 정당, 인종, 성별, 언어에 상관없이, 나와 같이 자라 힘들게 일하며 꿈을 위해 살아온 사람을 위해, 그들의 역사가 새겨야 하는 모두를 대신해 나는 후보 지명을 받아들인다”고 선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우리를 하나로 통합하고 경청하고 이끄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상식적인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 법정에서부터 백악관까지 이것은 내 인생의 과업”이라고 했다.

그는 경쟁자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대법원이 그에게 형사 기소에 대한 면책 특권을 부여한 상황에서 그가 가지게 될 힘을 상상해 보라”면서 “그가 자신을 위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상상해 보라.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들에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끝으로 그는 “긍정과 믿음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와 이념을 위해 싸우고, 미국인이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특권의 책임을 지켜내자”며 “이제 그곳으로 떠나자. 이제껏 말해지지 않았던 아주 특별한 이야기의 위대한 다음 장을 함께 써 내려 가자”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32일 만에 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른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최초의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 박은경 기자 >

 

1943∼45년 강제수용소 나치 사령관 비서로 일해

 

이름가르트 푸르히너 [AP 연합]
 

나치 시절 강제수용소에서 타자수로 일한 99세 할머니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독일 연방법원은 20일(현지시간) 살인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름가르트 푸르히너(99)의 항소를 기각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푸르히너는 1943년 6월부터 1945년 4월까지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파울 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비서 겸 타자수로 일했다.

독일 검찰은 그의 업무가 나치의 조직적 집단학살을 도왔다고 보고 1만505건의 살인방조와 5건의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변호인들은 당시 18∼20세이던 피고인이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기 때문에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강제수용소 이전 은행에서 한 업무와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중립적'으로 행동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사령관의 서신을 관리했고 수용소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했으므로 대량학살을 몰랐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 터 [EPA 연합]
 

단치히(현재 폴란드 그단스크)에 설치된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는 1939∼1945년 약 11만명이 수감됐고 이 가운데 약 6만5천명이 사망했다.

독일 검찰은 2016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을 상대로 푸르히너의 학살 가담 정황을 수사한 뒤 2021년 기소했다.

법원은 첫 재판 당일 양로원에서 벗어나 도주한 그를 체포해 법정에 강제로 세웠다.

그는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 당시 슈투트호프에 있었던 걸 후회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라며 말했다.

독일은 강제수용소 경비병에게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한 2011년 판결 이후 경비병 출신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으나 사무직원 기소는 푸르히너가 처음이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이 사건이 국가사회주의(나치) 대량학살에 대한 마지막 형사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베를린=연합 김계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