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달러화 국채 1천450억원 이자 만기…러 재무 "루블화 지급 준비"

 

러시아 루블화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100여년 만의 첫 국가부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중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의 이자 7억3천만달러(약 9천억원)의 지급일이 도래한다. 우선 이 중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천700만달러(약 1천450억원)의 이자를 오는 16일까지 지급해야 해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와 관련한 지급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재무부는 이자를 달러로 지급할지 아니면 루블로 지불할지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하면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실루아노프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루블화로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러시아 국영 TV 인터뷰에서 "그것이 디폴트(채무불이행)인가? 러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계좌를 동결해 러시아를 '인위적 디폴트'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가 16일 2건의 달러화 국채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하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최초의 외화 디폴트가 된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는 혁명으로 차르(황제)를 몰아낸 뒤 제정 러시아의 채무 변제를 거부했다.

 

이달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합의된 통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 2건의 달러화 국채는 모두 루블화 상환이 가능하다는 옵션이 없다.

 

이자 상환에 실패하거나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한다면 약 1천500억달러(약 186조원)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기업들의 외화 부채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래픽] 러시아 외화국채 만기 도래액

 

앞서 러시아는 1998년 금융위기 당시 루블화 국채의 디폴트를 맞았고,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를 선언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 가담한 '비우호국가'의 투자자에게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령을 내리자 러시아가 채무 상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체 외화보유액은 6천400억달러(약 797조원)인데 그 가운데 3천억달러 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같은 날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 돈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니다"라고 말했다.

 

16일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 2건의 국채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채권자 또는 신용평가사,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 산하 위원회가 루블화 지급에 대해 신용 사건이라고 결정하고 유예기간 내에 달러화로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낸 것으로 결정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은 "러시아 회사채 디폴트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는 점이 큰 위험"이라면서 "러시아 기업의 대외부채는 국가 대외부채의 4배 이상"이라고 AFP에 말했다.

대통령실 보좌관 “명확히 규정된 안보 필요”

 

 

러시아와 4차 평화협상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러시아 쪽이 언급한 ‘오스트리아·스웨덴 모델’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 중 한 명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평화협상은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키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16일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와 직접 전쟁 중이다”며 “따라서 오직 우크라이나 모델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보장되는 안보를 토대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른 모델이나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아침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나 스웨덴과 같은 중립국이 되는 평화 협상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이날 러시아 매체 <아르비시>(RBC)인터뷰에서 협상에서 일부 조항은 합의에 근접하고 있음 “중립국 지위가 안전보장 조치와 함께 지금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포돌랴크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고 “명확히 규정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중립국 모델은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국가가 참가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형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기원 기자

 

폴란드 · 체코 · 슬로베니아 총리, 키이우 ‘깜짝’ 방문…“우크라 지지”

    젤렌스키 대통령 “강력한 지지의 증거”…감사 표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왼쪽부터)와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페트라 피알라 체코 총리가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가는 열차 안에서 함께 지도를 들여다 보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EPA 연합뉴스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 3국 총리가 함께 러시아군의 포탄이 날아드는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동유럽 국가 정상들의 ‘깜짝’ 방문은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5일(현지시각) 저녁 소셜미디어에 ‘자신과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함께 키이우에 왔다’며 함께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여기 전쟁으로 찢긴 키이우에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서 자유가 독재의 세계에 맞서 싸우고 있고, 우리 모두의 미래가 줄타기하고 있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이들과 함께 앉아서 당국자들의 전쟁상황 브리핑을 받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들의 방문에 대해 “강력한 지지의 증거”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들의 키이우 방문은 며칠 동안 준비된 것이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비밀리 추진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폴란드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폴란드 국경에서 함께 기차로 7시간 이상 여행해 키이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이번 방문을 함께 추진한 구체적인 경위와 여행 경로 등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들 3국 총리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키이우를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키이우 방문이 유럽연합의 동의를 받았고 유엔(UN)에도 통보됐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당국자들은 3국 총리의 키이우 방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는 유럽연합과 무관한 개별적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관련 질문을 받자 이들의 방문을 공적으로 인정하진 않는다면서도 “나토 회원국과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방문은 러시아군이 최근 며칠 사이 키이우와 주변 도시에 대한 폭격과 공세를 강화하며 키이우 진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세 나라와 우크라이나는 특히 과거 냉전시절 동유럽의 공산권 국가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연대감이 더욱 각별한 것으로 보인다.

 

얀사 총리는 이번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질 유럽 국가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침공이 유럽의 핵심 가치와 삶의 방식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며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며 우리는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젤렌스키 “우리는 1초도 포기 생각 않아” 연설에 미 의원들 기립박수

9·11테러 등 들며 미국인에 지원 호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화상으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해 키이우 포기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 더많은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한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수도 키이우(키예프) 공습이 날마다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키이우) 포기는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전했다. 녹색 티셔츠를 입고 그가 등장하자 미국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그는 연설의 상당부분을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 또는 방공무기 지원 호소에 할애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이나 2001년 9·11 테러를 들며, “우리나라는 같은 일을 매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하늘을 죽음의 원천으로 만들었다”며 “나는 우리의 하늘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캐나다 의회 연설에 이어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설정을 다시 호소했다. 그는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 “너무 많은 요구냐?”고 되물은 뒤, 그렇다면 방공 무기와 전투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을 요청하고 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와의 나토의 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중간에 아이와 여성이 울부짖는 등의 광경이 담긴 1분 30초 가량의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기계가 멈출 때까지” 대 러시아 제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모든 미국 기업은 러시아 시장에 즉시 떠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곳은 피가 흘러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고도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 나는 대통령이 세계의 지도자 되기를 기원하다.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평화의 지도자가 된다는 뜻이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은 통역 없이 영어로 말했다. 조기원 기자

 

러시아를 꿇린 31살 우크라 장관의 사이버 전투 

 

땅, 바다, 하늘에 이어 사이버 공간을 제4의 영토로 선언하고 사이버군대를 창설한 국가가 여럿이다. 미국은 2009년, 한국은 2010년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해 정보전쟁을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보전이 또하나의 최전선이 되는 현대전 양상을 드러낸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조직적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려 체제 불안을 유도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케이지비(KGB) 출신의 정보전 전문가다. 러시아는 미사일과 폭탄을 쏟아붓고 있지만 사이버전에서는 패퇴하고 있다.

 

이 전선의 선봉엔 31살의 우크라이나 최연소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우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 장관이 있다. 침공 이튿날 페도로우는 사이버 공간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시도에 나섰다. 소셜미디어에 구글, 애플, 넷플릭스, 인텔, 페이팔 등을 상대로 메시지를 올려 ‘참전’을 요구했다.

 

애플은 러시아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와 서비스 전면 중단으로 호응했다. 스페이스엑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페도로우의 요청 이틀 만에 자사의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장비와 서비스를 공급했다. 구글은 러시아에 악용될 수 있는 지도의 교통정보를 중단하고 페이스북은 러시아 국영 매체의 접속을 차단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푸틴에게 죽음을”과 같은 침략자들을 향한 폭력적 혐오 표현도 한시 허용하기로 했다. 페도로우의 호소에 따라 사이버 공격을 수행할 ‘아이티(IT) 민병대’가 수십만명 단위로 조직됐고, 저항 지원을 위한 암호화폐 펀드도 6000만달러(740억원) 이상 모금이 이뤄졌다.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때 28살 장관이 된 페도로우는 디지털마케팅 기업가 출신이다. 그는 취임 뒤 ‘스마트폰 정부’를 내걸고 2024년까지 정부 서비스를 100% 온라인화하고, 20%를 사람 개입 없이 자동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 앱을 이용한 속도 위반 벌금이나 세금 납부 서비스가 제공 중이다. 디지털은 세대별로 서비스 경험과 이해 수준이 다른 영역이다. 대만의 오드리 탕,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 세드리크 오 등 30대 디지털 담당 장관들이 나이가 아니라 혁신과 실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새 정부의 디지털 정책 책임자도 젊은 전문가가 맡을지 관심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언론인…일단 벌금형, 추가처벌 위험

 

러 국영방송 편집자에 34만원 상당 벌금형

시위 전 반전영상 제작관련이라 추가처벌 가능성

대표 야권인사 나발니에 새 혐의로 13년형 구형도

 

러시아 국영 방송 &lt;채널1&gt;의 편집자 마리나 옵샨니코바가 14일(현지시각) 저녁 뉴스 생방송 도중 스튜디오에 들어가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생방송 뉴스가 진행되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전쟁 중단을 촉구한 러시아 여성 언론인이 벌금형을 받았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 <채널1>의 편집자 마리나 옵샨니코바는 14일 저녁 이 방송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브레먀’가 진행되는 동안 스튜디오로 들어가 “전쟁 반대, 전쟁을 중단하라, 선전선동을 믿지 말라, 그들은 여기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쓴 종이를 들었다. 그녀는 ‘전쟁 반대’ 등을 외치기도 했다. 매일 밤 9시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수백만명이 시청하는 인기 뉴스 방송이다.

 

옵샨니코바는 이에 앞서 전쟁 반대를 촉구하는 동영상도 만들었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그녀는 동영상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거짓말을 하도록 놔두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러시아인들이 좀비가 되도록 방치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우리는 조용히 비인도적인 정권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옵샨니코바는 사건 직후부터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고, 3만루블(약 34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벌금형은 반전 동영상 제작에 대한 처벌이며, 생방송 도중의 행동에 대해 따로 처벌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러시아는 최근 전쟁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엄하게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가, 옵샨니코바가 더 엄한 처벌을 받을 우려도 있다.

 

옵샨니코바는 재판 뒤 기자들에게 “이 행동은 내 개인의 반전 결심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싫어하기 때문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를 받는 동안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변호사도 만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우크라이나 사람인 옵샨니코바는 평소 정치 문제를 논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이들, 반려견, 가정 이야기를 주로 하던 사람이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녀의 행동을 찬양한 반면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난동(훌리거니즘)’으로 규정했다.

 

러시아 정부의 주민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새로운 범죄 혐의로 추가 처벌될 위기에 몰렸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검찰은 이날 나발니에 대해 사기와 법정 모독 혐의로 13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2020년 8월 러시아 정부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나발니는 지난해 2월 사기 혐의 등으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나발니는 이날 법정에서 “전쟁에 맞서는 것은 독재에 맞서는 것이다. 이는 또 푸틴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

 

젤렌스키 이번엔 미-캐 의회 화상연설…바이든 유럽 방문 검토

 

우크라 지원 적극적 의회 · 여론에 호소

 전투기와 방공 무기 지원 요청 예상

 처칠 인용 영 의회 연설 땐 기립박수

“바이든, 폴란드 등 방문 검토” 보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페이스북에 올릴 동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터넷 동영상으로 항전과 지지를 호소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캐나다 상·하원 화상 연설을 하고 16일은 역시 화상으로 미국 상·하원 연설을 한다. 피침략국 지도자가 인터넷 연결로 원조국 의회에 직접 호소하는 이례적 장면이 또 펼쳐지게 됐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14일(현지시각)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런 계획을 밝히면서 “용감하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지하는 우리의 뜻을 전달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연설은 텔레비전으로도 중계돼 미국 여론에도 직접 호소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5일에도 미국 의원 280여명을 상대로 인터넷 화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해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에는 미국 의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공식적 연설을 하는 셈이다. 러시아의 제공권 우위에 맞서기 위해 자국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거나 전투기를 달라고 요청해온 그는 이번에도 전투기나 방공 무기 등 군사원조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옛 소련제 미그-29 전투기 28대를 독일의 미군기지를 경유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전투기 제공 가능성을 띄우던 미국은 입장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주면 러시아가 지나치게 도발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뒷걸음쳤다.

 

하지만 신중한 행정부와 달리 미국 의회에서는 전투기 제공 요구가 상당한 편이어서 이번 연설이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 의회는 안보 문제는 ‘대통령의 영역’으로 여겨온 전통과 달리 석유 금수나 ‘정상무역관계’ 단절 등 강경한 대러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수도 사수를 외치며 키이우를 떠나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 솜씨와 인터넷을 효과적 항전 수단으로 쓰고 있음을 재확인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립박수를 받은 9일 영국 의회 화상 연설에서 연설 상대에 맞춰 셰익스피어의 문장 “죽느냐 사느냐”를 인용했다. 또 “우리는 숲에서도, 벌판에서도, 해안에서도, 거리에서도 싸울 것”이라고 했다. 2차대전 때 윈스턴 처칠의 연설(“우리는 해변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활주로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벌판과 거리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에서 착안한 표현이다. 그는 15일 캐나다 상·하원 화상 연설도 한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과시와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안보 공약 재확인을 위해 유럽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엔비시>(N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검토가 초기 단계라면서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동유럽 방문(9~11일) 수행원들 일부가 잔류해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 등을 들르는 것을 백악관이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나토의 유럽 쪽 정상들이 이르면 다음주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유엔 "300만명 국외 탈출…어린이 난민 1초에 1명“

"민간 사망자 691명…러시아 TV서 반전 시위 벌인 여성에 보복 안 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일째인 15일(현지시간) 난민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어린이로, 아동 난민은 1초에 1명꼴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개전 일인 지난달 24일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국외로 탈출한 난민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폴 딜런 IOM 대변인은 유엔 제네바 사무소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이는 관계국 당국이 제공한 수치를 합산한 결과라며 여기에는 제3국 국적자 약 15만7천 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중 약 140만 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임스 엘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은 "지난 20일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평균적으로 어린이 7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고 전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는 "1초당 거의 1명꼴"이라며 "이번 위기는 속도와 규모 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도"라고 알렸다.

 

특히 국경 지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이산가족, 폭력, 성 착취, 인신매매 같은 범죄에 노출돼 있다면서 "그들은 안전과 보호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난민과 함께 사상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4시부터 이날 0시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어린이 48명을 포함해 모두 691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어린이 62명을 포함해 1천143명으로 집계됐다고 인권사무소는 전했다.

 

러시아 국영 채널1 TV 뉴스 방송 중 벌어진 반전 시위

 

한편, 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전날 러시아 국영 TV 뉴스 방송 도중 반전 시위를 벌인 여성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러시아 당국에 "표현의 자유 권리를 행사한 데 대해 어떠한 보복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 국영방송 뉴스 생방중 ‘반전시위’한 직원…“전쟁 멈춰라”

 국영 채널1 직원, 뉴스 진행자 뒤로 불쑥

“전쟁을 멈춰라. 프로파간다 믿지 마라”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생방송 도중에 한 여성이 끼어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방송 화면을 보면, 14일 밤 9시31분께(모스크바 시각) 러시아 국영 채널1 텔레비전에서 진행자가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한 여성이 진행자 뒤에 나타나 전쟁 반대를 주장하는 내용의 종이를 펼쳐 들었다.

 

종이에는 “전쟁은 안 된다. 전쟁을 멈춰라. 프로파간다(선전)를 믿지 마라. 그들이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영어와 러시아어로 써 있었다. 맨 마지막 줄에는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라고 적혀있다. 이 여성은 진행자가 황급히 다른 뉴스 화면으로 넘기기 전까지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춰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이 방송사 직원인 마리나 오브샤니코바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오브샤니코바는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오브샤니코바는 이 기습 시위 직전에도 반전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범죄”라고 부르면서 “이 침략의 책임은 오직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의 신념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 스스로 지난 몇 년 동안 텔레비전 화면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한 게 부끄럽다. 러시아인들이 좀비가 되도록 한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만이 “광기를 막을 수 있다”며 전쟁 반대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비판적 독립언론을 폐쇄하고, 이 전쟁과 관련해 뉴스에서 “침공”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언론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황준범 기자

 

'186조 국가부도' 향해 가는 러시아…100여년만의 처음

16일 달러화 국채 1천450억원 이자 만기…러 재무 "루블화 지급 준비"

 

러시아 루블화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100여년 만의 첫 국가부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중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의 이자 7억3천만달러(약 9천억원)의 지급일이 도래한다. 우선 이 중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천700만달러(약 1천450억원)의 이자를 오는 16일까지 지급해야 해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와 관련한 지급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재무부는 이자를 달러로 지급할지 아니면 루블로 지불할지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하면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실루아노프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루블화로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러시아 국영 TV 인터뷰에서 "그것이 디폴트(채무불이행)인가? 러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계좌를 동결해 러시아를 '인위적 디폴트'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가 16일 2건의 달러화 국채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하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최초의 외화 디폴트가 된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는 혁명으로 차르(황제)를 몰아낸 뒤 제정 러시아의 채무 변제를 거부했다.

 

이달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합의된 통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 2건의 달러화 국채는 모두 루블화 상환이 가능하다는 옵션이 없다.

 

이자 상환에 실패하거나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한다면 약 1천500억달러(약 186조원)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기업들의 외화 부채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래픽] 러시아 외화국채 만기 도래액

 

앞서 러시아는 1998년 금융위기 당시 루블화 국채의 디폴트를 맞았고,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를 선언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 가담한 '비우호국가'의 투자자에게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령을 내리자 러시아가 채무 상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체 외화보유액은 6천400억달러(약 797조원)인데 그 가운데 3천억달러 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같은 날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 돈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니다"라고 말했다.

 

16일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 2건의 국채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채권자 또는 신용평가사,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 산하 위원회가 루블화 지급에 대해 신용 사건이라고 결정하고 유예기간 내에 달러화로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낸 것으로 결정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은 "러시아 회사채 디폴트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는 점이 큰 위험"이라면서 "러시아 기업의 대외부채는 국가 대외부채의 4배 이상"이라고 AFP에 말했다.

3·11 동일본 대지진 11년…‘오염수 방류’ 계획 ‘착착’

해저 특정지형엔 오염물질 쌓일수도…“방사능 바다 막아야”

 

[기고] 반 히데유키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일본 정부는 내년 봄부터 다핵종제거장치로 방사성 물질을 최소화해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AP 연합뉴스

 

<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해저에서 ‘불의 고리’가 꿈틀거렸다. 뒤틀린 지각판이 쓰나미(지진해일)를 불렀고, 거대 해일에 침수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안 핵연료봉이 녹아내렸다. 11년 뒤, 이곳에서 막대한 방사능 오염수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봄부터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다핵종제거장치(ALPS·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을 최소화한다지만,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일본 탈핵운동의 중심인 시민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 반 히데유키 공동대표가 <한겨레>에 이런 우려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

 

도쿄전력 홀딩스(이하 도쿄전력)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녹아내린(용융)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지금도 원자로에 물을 주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자로 건물 안으로 들어온 지하수가 모두 방사능 오염수가 되고 있다. 이른바 다핵종제거장치(알프스)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고 하나, 이것만으로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 알프스 처리 뒤 잔류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트리튬)가 특히 논란인데, 또 다른 수십 종의 방사성 물질도 남는다. 오염수는 현재 ‘처리수 탱크’에 저장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도쿄전력 발표를 보면, 처리수 양이 12만9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장 탱크가 가득 차면 이 처리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처리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하고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에 트리튬 태스크포스를 통해 2016년 6월 바다로 희석방출하는 것이 가장 값싸고, 단기간 처리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마련했다. 경제산업성 산하 ‘다핵종제거설비 등 처리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알프스소위)는 2020년 2월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는 뼈대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폐로·오염수·처리수대책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기로 정부 방침을 확정했다.

 

어업자·시민단체의 거센 반대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에 당장 어민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2015년 8월24일 경제산업성 장관이 후쿠시마현어업협동조합연합회 쪽에 “어업 관계자 등에게 설명을 포함한 필요한 조처를 하고, 관련자 이해 없이 어떤 조처도 않는다”는 것을 문서로 약속했다. 8월25일엔 도쿄전력이 어민들에게 같은 약속을 했고, 하루 뒤에는 경제산업성 장관과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가 ‘관계자 이해를 얻어 대책을 실시하고, 안이한 해양방출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의 문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해양 방출에 집착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11월17일 ‘해양 방출에 관한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처리수 배출에 따른 해양오염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아울러 시민 의견도 모집했는데, 공모한 의견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마감 3일 뒤인 12월21일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처리수 해양방출 설비 허가 신청을 냈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해양배출 방법은 다소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시추기를 이용해 저장 탱크에서 바다 밑으로 이어지는 1㎞짜리 해저터널을 뚫은 뒤, 이 터널을 통해 처리수를 바다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하루 방출량 500㎥ 이하, 연간 배출 방사성 물질 22조베크렐 이하, 방출 기간은 약 30년이다.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 70% 이상이 여전히 배출가능 방사성 물질 기준을 웃돈다는 걸 도쿄전력도 인정한다. 오염수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알프스 필터 교환빈도를 낮춰 방사성 물질을 제대로 거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실제 오염수 방출 때 한번 더 알프스를 거쳐 기준에 맞추겠다는 식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해양 방출의 기본 전제는 오염수가 바닷물에서 희석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전력 시뮬레이션은 과거 해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균일하게 넓은 바다로 퍼져나간다는 걸 전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피폭선량 평가도 어업활동 등 과정에서 외부 피폭, 어패류 섭취에 의한 내부 피폭을 단순 계산한 뒤 지극히 낮은 피폭선량이라고 결론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이 특정 해저지형에 축적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플루토늄처럼 무거운 원소는 바닷물을 따라 확산하지 않고 비교적 좁은 범위에 쌓일 우려가 높다. 또 트리튬의 경우, 인체 내에서 유기결합형트리튬으로 바뀔 위험을 알프스소위에서조차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아예 없었다. 유기결합형트리튬은 체내에서 베타선을 뿜으며 사람의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 아울러 유전자를 두 가닥으로 끊어 발암 원인이 될 위험성도 부정할 수 없다.

 

오염수가 언제까지 증가할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은 ‘중장기 로드맵’에서 2025년에는 하루 증가량을 100톤 정도로 억제하고 싶다고 밝혔다. 거꾸로 말하면, 그 이전까지 매일 100톤 이상 오염수 증가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또 도쿄전력은 원자로 건물에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발전소 주위를 깊이 30m, 길이 1.5㎞ 얼음벽으로 둘러싸는 ‘동토차수벽’ 공사를 2014년 시작해 2017년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실용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애초 효과가 의문시됐다. 지하수 유입 억제 효과가 있다는 도쿄전력의 주장도 그나마 제한적인 범위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방사능 바다’로 오염시켜선 안돼

 

그나마 차수벽 온도가 0℃ 이하를 유지해야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지만, 지난해 10월 언론 보도를 보면 일부 측온관 온도가 일시적으로 10℃에 이르렀다. 11월18일에는 13.4℃까지 상승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쪽에 새 말뚝을 박아 지하수 유입을 막는 공사를 벌였지만, 동토차수벽의 기능 유지가 어려워지고 동결관 파손으로 오염수 발생량이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 보고서’를 보면, 오염수에 포함된 64종의 방사성 물질이 한해 수만에서 수십조베크렐에 이르는 방사능을 방출하게 된다. 특히 주요 방사성 물질 가운데 ‘트리튬’의 연간방출량과 반감기가 각각 22조베크렐-12년인 것을 비롯해 ‘스트론튬90’ 2500만베크렐-29년, ‘아이오딘(요오드)129’ 2억4천만베크렐-1600만년 등이다. 이것은 실증시험에 근거한 평가다. 심지어 오염수 방출이 이어질 30여년 동안 방사능 배출 총량은 아직 정확한 수치가 없다. 이게 드러나면 방사능 오염수에 따른 해양환경의 어두운 미래가 보일 수도 있다. 바다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행위를 허용해선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우크라 전쟁이 부른 지정학 폭풍

 

독, 강해지면 스스로 파괴세력화

힘 약해질 때 주변 강국이 발호해

우크라 전쟁 뒤 독일 재무장 촉발

이후 유럽 세력균형 재편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오랜 숙적 독일의 재무장을 부르고 있다. 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베를린의 운터덴린덴 거리에 있는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평화 콘서트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전쟁은 지난 세기의 프랑스혁명보다도 더 큰 정치적 사건인 독일혁명을 상징한다. (…) 휩쓸려가지 않은 외교적 전통이란 이제 없다. 여러분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세력균형은 완전히 파괴됐다.”

 

1871년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상대로 한 보불전쟁에서 전격적으로 승리해, 빌헬름 1세가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통일을 선포하며 독일 황제인 카이저에 즉위했다. 당시 영국의 야당인 보수당 대표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 전 총리는 의회에서 독일 통일이 근대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폭풍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예측대로 통일된 독일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쟁인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주역이 됐다.

 

독-러 반전의 역사, 거듭될까?

 

독일 지정학의 핵심인 ‘독일 딜레마’를 디즈레일리처럼 적확하게 지적한 이는 없었다. 유럽의 한가운데 자리한 독일은 인구나 영역에서 유럽의 최대 국가이다. 현재도 독일은 인구 8천만명으로 유럽 경계선에 있는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유럽 최대 인구 국가이다. 지금 독일 영토는 과거의 독일 영역의 절반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가 독일 통일 때 배제됐고, 폴란드의 서부, 현재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체코의 일부, 크로아티아 북부와 이탈리아의 북동부를 포함하고, 심지어 루마니아의 일부까지 독일계 주민이 살았다.

 

이런 독일은 유럽에서 항상 딜레마를 제기했다. 독일이 커지면, 독일 자체가 유럽의 세력균형을 파괴하는 최대 세력이 됐다. 양차 대전은 그 결과이다. 하지만 독일이 너무 분열되어 허약해지면, 주변 강국들이 발호해 이 역시 세력균형을 파괴했다. 독일이 200개 이상의 국가와 공국으로 분열됐을 때, 프랑스의 나폴레옹 전쟁이 일어났다. 2차 대전 뒤 소련이 동유럽을 점령하고 위성국가로 만든 것 역시 독일이 패망한 결과이기도 하다.

 

독일은 너무 커져서도 안 되고, 너무 분열돼서도 안 된다는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이다. 2차 대전 뒤 전승국들은 이런 독일을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족쇄를 채웠다. 독일을 분단하고, 오스트리아를 다시 분리하고, 독일의 과거 영토를 박탈했다. 애초에는 독일을 4개로 분할하려 하다가, 서방은 소련의 팽창 앞에서 ‘서독’으로 긴급히 재건했다.

 

2차 대전 뒤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독일 딜레마까지 고려한 복합적 산물이다. 헤이스팅스 이즈메이 초대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소련을 막고, 미국을 개입시키고, 독일을 억누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규정했다. 전후 자본주의 진영의 최대 위협인 소련을 막기 위한 미국 주도의 동맹을 만들려면, 유럽 내 지정학적 경쟁의 근원인 독일을 제어하고 유럽의 단결을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했고, 그게 나토였다.

 

독일은 그 안에서 순치됐고, 그렇게 순치된 독일은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되자 미국에 의해 ‘통일’이 허용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 뒤 독일의 통일에 대해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나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반대하기도 했고, 소련은 나토의 확장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후 독일은 유럽 최대의 경제국이 되어 유럽의 경제를 책임지고 통일도 이뤘지만, 한가지 금지선은 남겨뒀다. ‘재무장’이었다. 독일 스스로 원하지 않았고, 주변국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 부활을 시험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국방비를 두 배로 늘리고,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투기를 구입하고, 전략적인 에너지 비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연간 국방비 지출을 나토 회원국의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서 독일 대외정책의 선회를 선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의미는 열강들의 세력권 각축의 부활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통적 세력권 부활을 도모하자, 독일의 재무장을 촉발했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2차 대전은 1차 대전의 패전국 독일이 자신의 세력권을 다시 탈환하려는 전쟁이었다. 나치 독일은 독일의 지정학적 공간인 ‘레벤스라움’(생활권)을 다시 세워 확장하려 했고, 소련을 상대로 이루려고 했다. 이는 소련의 반격으로 동유럽 전체를 소련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냉전의 패전국인 러시아는 이제 다시 러시아의 지정학적 공간인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를 다시 탈환하려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했다. 이는 러시아의 오래된 숙적인 독일의 부활을 부르고 있다.

 

누가 러시아를 막을 것인가

 

2차 대전 전야에 유럽에서는 불만에 찬 독일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다.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철수했고, 영국은 쇠약해진데다 유럽 대륙에 개입하지 않는 ‘영예로운 고립’이라는 전통적인 대유럽 정책을 고수했고,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 뒤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 허약해진 프랑스와 신생독립국들만이 독일 주변에 있었다.

 

지금의 유럽은 어떠한가? 도널드 트럼프 이후 미국에서는 나토 무용론이 거론되는데다 중국을 막기 위해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려고 한다. 영국은 허약한데다,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유럽 대륙 국가들과 불화 중이다. 불만에 찬 러시아를 누가 견제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보면, 독일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를 중심으로 한 서방 동맹이 단기적으로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그 중심 역할을 독일이 맡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재무장 등 역할 확대는 장기적으로 독일 세력권과 러시아 세력권의 충돌로 갈 개연성이 크다.

 

여기서 디즈레일리의 말을 변주해보자. “여러분들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세력균형은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을 부활시키며, 유럽의 세력균형을 재편할 것이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