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이후 최대 규모 "전환점 될 듯"
‘협상 실패 책임’ 네타냐후 퇴진 촉구도

 
 
1일(현지시각)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수십만명이 참가한 휴전 촉구 시위가 열렸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숨진 채 발견되자 이스라엘에서 시민 70만명이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고 1일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시작 이후 최대 규모로, 휴전 협상 실패로 인질이 끝내 사망한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은 인질 석방 협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에만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대 55만명이 모였고, 전국적으로는 70만명에 이르렀다고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 관계자가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전쟁 시작 11개월 만에 가장 큰 시위”라며 “시위자들은 (이번 시위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텔아비브 주민 슐로미트 하코헨은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가 인질들의 생명이 아닌 자신들의 (권력) 보호를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 멈추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고속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등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거나 광장에 모인 시위대에 섬광탄을 쏘는 등 충돌도 빚어졌다.

 이번 시위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흐 지하터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과 카르멜 가트(40), 에덴 예루살미(24), 알렉스 로바노프(32), 알모그 사루시(25), 오리 다니노(25) 등이 사살된 채 발견됐다고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주검을 수습하기 2~3일 전 인질들이 근거리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들 중 3명은 지난 7월 논의된 휴전 협상 단계에 따라 석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더 커졌다. 

 
1일 이스라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인 히스타드루트는 2일 하루 동안 총파업에 나서며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한때 텔아비브 벤구리온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이착륙도 멈췄다.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 아티드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시위에 참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더욱 강조하면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납치된 인질들을 살해한 하마스 테러리스트와 그들의 지도자에게 말한다. 당신들의 삶은 이제 몰수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시 내각 내 의견 대립도 드러나고 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네타냐후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가자지구와 이집트 접경지에 있는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켜 이곳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인질이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가 반발해 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면서 반대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밀어붙이자 “도덕적 수치”라고 비난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가자전쟁 시작 이후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살해됐고 251명이 인질로 잡혔다. 아직 97명이 억류돼 있지만 이들 가운데 33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109명은 임시 휴전 전후로 풀려났고, 생존한 채 구조된 이는 8명뿐이다. 37명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하마스 지도부는 이들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 최우리 기자 >

더힐-에머슨대 조사… USA투데이 전국조사에선 해리스 상승세 확연

바이든이 트럼프에 박빙열세던 연수입 2만불이하 해리스 23%p 우위

 

               해리스와 트럼프 [AFP 연합]
 

미국 대선에서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선거운동 중단 및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이후 실시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열한 백중세를 보였다.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25∼28일(현지시간) 7대 경합주에서 주별로 투표 의향 유권자 700∼8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주별 오차범위 ±2.8∼±3.6% 포인트)에서 두 후보는 각각 3개 주에서 상대에 오차범위내 우위를 보였고, 한 곳에서 동률을 이뤘다.

해리스 부통령이 조지아(49대48·이하 % 생략), 미시간(50대47), 네바다(49대48)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50대47), 노스캐롤라이나(49대48), 위스콘신(49대48)에서 각각 상대에 소폭 앞섰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48대48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양 후보가 상대에 앞선 곳에서도 격차는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3% 포인트 이하였다. 결국 대선 승부를 결정할 경합주 승부는 단 한 곳도 특정 후보가 확고한 우위를 잡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초박빙 양상임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이번 조사 개시 이틀 전인 지난 23일, 약 5% 안팎의 전국 지지율을 보이던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역시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 선언 이후인 25∼28일 1천명의 투표 의향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오차범위 ±3.1% 포인트)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확연한 상승세가 확인됐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오차범위 이내인 48% 대 43%로 앞섰는데, 6월 하순 같은 기관 조사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4% 포인트 가까이 뒤졌던 결과와 비교하면 큰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는 주로 히스패닉과 흑인, 청년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에서의 지지 확대에 기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특히 연수입 2만 달러(약 2천700만 원) 미만 유권자층의 경우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23%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권자층의 경우 6월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3% 포인트 앞섰는데 2개월 사이에 큰 표심 이동이 확인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미국인 1억명 이상이 혜택을 보게 될 대규모 중산층 이하 감세 공약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표심 이동에 일정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워싱턴=연합 조준형 특파원 >

미 보안업체 보고서 "전체 피해자중 53%가 한국인…상위 10명 중 8명 한국가수"

"딥페이크 음란물 1년새 464% 급증…피해자 99%가 여성"

외신도 촉각…BBC, n번방·몰카 등 "디지털성범죄 흑역사"

 

평화나비네트워크,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 =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 등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8.29

 

국내에서 최근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으로 당국이 집중 단속에 나선 가운데 전세계에 유포된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 연예인이라는 해외 보안업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사이버보안 업체인 '시큐리티 히어로'는 최근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7∼8월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비메오·데일리모션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딥페이크 채널 85개에 올라온 영상물 9만5천82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딥페이크 음란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피해자 중 미국인이 20%로 두 번째로 많았는데 한국과 격차가 컸다. 이어 일본 10%, 영국 6%, 중국 3%, 인도 2%, 대만 2%, 이스라엘 1% 순이었다.

한국인 딥페이크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이었다.

보고서는 "한국은 딥페이크 음란물에서 가장 많이 표적이 되는 나라"라며 "딥페이크는 엔터테인먼트·정치·허위조작정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지만 어떤 국가에서는 특정한 형태의 딥페이크 콘텐츠, 특히 노골적인 콘텐츠에 더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美보안업체 "한국,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 미 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의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 캡처
 

보고서는 또 딥페이크 음란물의 최다 표적이 된 개인 10명을 꼽았는데 이 중 8명이 한국인 가수였다. 1∼7위와 9위가 한국 가수였고 8위는 태국 가수, 10위는 영국인 배우였다. 보고서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한국인 가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1천595건에 등장했으며 총조회수는 561만회였다. 또 다른 한국 가수는 성착취물 1천238건의 표적이 됐고 조회수는 386만5천회에 달했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 99%는 여성이었고 94%는 연예계 종사자였다.

이번에 분석한 딥페이크 영상물의 98%가 음란물이었으며, 2022년 3천725건이던 딥페이크 음란물이 2023년 2만1천19건으로 464% 급증했다고 파악했다.

시큐리티 히어로는 보고서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은 일정 그룹의 개인이 조작적이고 종종 악의적인 목적에 따른 표적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유명 인사인 경우가 많은 이들 개인은 딥페이크 창작자들의 시도를 정면에서 마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WSJ은 한국 정부의 딥페이크 음란물 단속 강화 움직임과 함께 이번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가짜 음란물을 생성·유포하는 텔레그램 기반 네트워크 적발은 한국이 전 세계적 문제의 진앙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상위 10명 중 8명 한국 가수" 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의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 캡처
 

다른 주요 외신들도 최근 수년간 디지털 성범죄와 싸워온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과의 전쟁에 직면했다며 주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비밀리에 촬영된 성적 영상물인 '몰카'를 근절하려 오랜 기간 분투해온 한국이 딥페이크 이미지의 물결과도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도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며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 현황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주문한 것 등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매체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수많은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과 탈의실·화장실 등에서의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어두운 역사가 있다"며 "만연한 성희롱 문화 속에서 기술 산업 발전이 디지털 성범죄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 연합 권수현 기자 >

부시 등 당 원로와 일한 참모 200여명, 당에 반기

"트럼프 당선시 국민에 상처, 국가근간 흔들릴 것"

'프로젝트 2025' 극우 정권 로드맵으로 사용 우려

 

언쟁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 시위대 [로이터 연합]
 

이념적으로 미국 공화당의 법통을 승계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통보수파' 당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USA투데이는 26일(현지시간) 역대 공화당 소속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의 참모로 일했던 유력 인사 238명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에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솔직히 이념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이나 월즈 주지사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쪽에 투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전통적인 보수의 이념에서 동떨어진 극단적 주장을 내세워 대중을 열광시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느니, 진보 성향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극우파 정권의 로드맵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부른 '프로젝트 2025'를 거론하면서 "혼란스러운 트럼프의 리더십은 평범한 국민에 깊은 상처를 주고, 국가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나 그의 판박이인 JD 밴스가 블라디미르 푸틴과 같은 독재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미국의 동맹에 등을 돌리는 와중에 전 세계의 민주주의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한에 서명한 인사들은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밋 롬니 상원 의원 캠프에서 일했던 참모들이다.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의 참모들도 이름을 올렸다.

공화당 내 일부 보수 인사들은 지난 2020년 때도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대선 후보 등 공화당 원로 인사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롬니 상원의원은 지난 2020년 공화당 상원의원 중 유일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투표를 했고, 올해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매케인 전 상원의원은 2018년 사망하기 전까지 당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미망인은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의 정치 명문가로 꼽히는 부시 전 대통령 가문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공개적인 비판적 발언은 자제하고 있지만, 지난 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된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불참했다.     < 연합 고일환 기자 >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우측)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좌측) [EPA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