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국방부 “러, 키이우 중심 25㎞까지 접근”

러, 하르키우 · 마리우폴 등 포위한 채 공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서쪽 외곽의 지토미르에서 한 한교 건물이 11일(현지시각) 폭격으로 무너져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향한 진격 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고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키이우 포위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대규모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중북부에 위치한 키이우의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약 25㎞ 떨어진 지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키이우 북쪽에 늘어섰던 러시아군 행렬은 현재 흩어졌다며 이는 “키이우 포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국방부는 또한 “그것은 러시아군을 고전하게 만들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 군 당국은 키이우 북서쪽 외곽에 러시아군 행렬이 64㎞나 늘어선 채 정체 상태에 있다고 최근 밝혀왔다. 그러나 민간 업체인 맥사테크놀로지는 지난 10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군 행렬이 주변 숲이나 마을 등으로 분산 재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엔엔>(CNN) 방송은 키이우에 있는 자사 취재진이 12일 오전 폭발음을 들었으며, 이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쪽의 폭격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키이우 북동쪽에서도 러시아군이 도심 쪽으로 일부 전진했다고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워싱턴 포스트>가 러시아군이 지난 며칠과 비교해 약 5㎞를 이동해 키이우 중심부로부터 약 14㎞까지 접근했다고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 관리는 러시아군이 여러 방향으로부터 키이우를 포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12일 동북부의 하르키우와 수미, 북부의 체르니히우, 남부의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가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공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황준범 기자

 

우크라이나 동 · 남부 치던 러시아, 서부까지 공격 확대

  폴란드와 가까운 서부 도시 2곳 공습받아

  동부 마리우폴 주민 40만명 “이틀째 지옥”

  미 · EU 등 러시아산 관세 대폭 인상 전망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10일(현지시각) 소방대원들이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에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그동안 전선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던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에까지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11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북서부 루츠크의 비행장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도시 모두 폴란드와 가깝고 서쪽에 치우쳐 있으며, 지금까지 러시아의 주요 공격 지점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등과는 떨어져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루츠크에서 우크라이나군 최소 2명이 숨졌다고 지역 당국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러시아군은 두 도시의 군용비행장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에이피>는 러시아군이 이전과는 달리 서쪽 깊숙이까지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은 “전쟁의 새로운 방향”을 시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군은 중부 도시 드니프로의 민간인 시설도 공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양측의 협상에서) 특정한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다고 우리 쪽 교섭자들이 내게 전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동 출신 1만6천명을 포함해 많은 외국 전투 자원자가 있다는 국방장관의 보고에 이들을 전투 지역으로 갈 수 있게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열린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돈이 아니라 자기 뜻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활동 지역인) 돈바스 지역 주민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분쟁 지역으로 가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전에서 전투 경험을 쌓은 시리아 출신 등 외국 전투원을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 들여보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시장이 40만명의 시민이 “지옥”을 겪으며 고립되어 있다고 말했다. 동북부의 수미와 주변 지역, 동부의 이줌, 수도 키이우 북부 지역에서는 4만여명이 대피에 성공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쏟아내는 미국과 유럽연합, 주요 7개국(G7) 구성 국가들이 11일 러시아와의 ‘정상무역관계’ 청산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에이피> 통신이 보도했다. 정상무역관계란 다른 나라들에 부여한 무역상의 유리한 지위를 해당국에도 적용한다는 것으로, 전에는 최혜국대우라고 부른 개념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무거운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신기섭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일주일새 러 장군 3명 전사…"진군 답답해 앞장섰을 것"

 

  참전 장성 총 20명…후방 총괄지휘 않은 까닭 주목

"전략없는 침공…최전선 겁먹거나 우왕좌왕해 진두지휘"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한 러시아군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소장 [타스=연합뉴스]

 

러시아의 장군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사살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고전하는 상황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전투 중 러시아 29군 소속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소장을 사살했다고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의 소장은 미국의 준장(1성)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사한 러시아군의 장성만 세 번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한 러시아 장군이 20명 정도이며 3명이 전사하는 데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앞서 소장급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러시아 제7공수사단장, 마찬가지로 소장급인 비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41군 수석 부사령관을 전투 중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코베츠키 준장은 우크라이나 군 저격수의 총탄에 급습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들은 통상 후방에서 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 예하 부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작전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관 등의 엄중한 경호도 일반적이다.

 

이들이 전사했다는 것은 장성급 장교가 이례적으로 적군의 공격이 쏟아지는 최전선까지 나설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더타임스는 "최전선의 장병들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직접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찾아왔을 수 있다"며 "혹은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에 대한) 두려움에 전진을 꺼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서방 국가 관계자의 분석을 전했다.

 

브로바리에서 매복 우크라이나군에 초토화되는 러시아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아무런 전략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키이우(키예프) 도심에서 13㎞정도 떨어진 마을 브로바리에서 러시아군 탱크 부대가 주택가의 고속도로를 유유히 다니다 우크라이나 매복 공격에 괴멸당하는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탱크가 주택가에 들어서는 순간 우크라이나 군의 포격이 비처럼 쏟아지고, 보병도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군 탱크를 완벽하게 파괴해버린다.

 

당시 상황에 대해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지휘관들이 키이우로 향하는 대로로 진격을 허용했다가 자국 장병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의 규모를 압도하지만, 그 큰 규모 탓에 개방된 도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출이 쉬워져서) 우크라이나 군이 멀리서도 공격할 수 있게 되고, 매복에도 취약해진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열흘 만에. . 유엔, 최대 400만명 난민 예상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난민들이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인 폴란드의 메디카에 마련된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메디카/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이 150만명을 넘는다고 유엔(UN)이 6일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열흘 동안 150만명 넘는 난민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인접 국가들로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빠른 난민 증가 위기”라고 설명했다.

 

유엔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공세를 키울수록 난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92만2400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접경국인 폴란드로 도피했다고 폴란드 국경보호대는 6일 밝혔다. 난민들은 헝가리, 몰도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지에도 도착하고 있다.

 

유엔은 이번 사태로 난민이 400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달 25일 추산했다. 황준범 기자

민간인 대피 위한 통로 개설했으나

마리우폴 “러시아가 공격 계속”

 

러시아군이 포위 공격을 하고 있는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거 지역이 러시아군 공격 뒤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포위 공격 중인 남부 마리우폴 등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해 임시 휴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리우폴시 당국은 러시아군이 포격을 계속해 민간인 대피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휴전을 선언한다. 마리우폴과 볼노바하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당국자 말을 인용해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는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이날 정오부터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오후 5시까지 5시간 열린다고 전했다. 이에 마리오우폴 시 당국은 당초 시민들이 북쪽에 있는 자포리자시 쪽으로 피란할 수 있으며 특별히 배정된 버스 또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후 피란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마리우폴시 부시장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에 러시아 쪽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길(인도주의 통로)로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 쪽이 휴전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휴전과 인도주의 통로 개설을 위한 러시아와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민간인 피란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뒤 마리우폴에 대한 포위 공격을 계속해, 봉쇄된 마리우폴에는 식수와 전력 공급까지 끊긴 상태였다. 인도주의 통로가 개설되는 또다른 도시 볼노바하는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도시로 러시아군 포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인도주의 통로가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왔다.

 

이번 인도주의 통로 개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지난 3일 벨라루스 브레스트 벨라베슈 숲에서 열린 2차 평화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양국 간 협상이 일궈낸 의미 있는 첫번째 성과로 평가됐으나, 시작 단계부터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조기원 기자

 

러, 페이스북 차단…‘가짜뉴스 처벌법’ 통과에 BBC 등 보도 일시중단

 

러시아 미디어 감독청 “자국 매체 차별”

트위터도 접속 제한, 틱톡엔 항의 서한도

푸틴, 보도 이유로 최고 15년형 가능 법에 서명

 

러시아 국기 위에 놓인 페이스북 로고 합성 사진.러시아 정부는 4일 페이스북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니아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국 매체를 차별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접속을 4일(현지시각) 차단했다. 러시아가 자국 군사 활동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 최고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서구 언론사들이 러시아에서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는 “4일 페이스북 접속 차단 결정이 내려졌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성명에서 “지난 2020년 10월 이후 페이스북이 러시아 매체에 대해 26차례 차별 사례가 기록됐다”며 “페이스북이 (러시아 언론사들인) <즈베즈다> 텔레비전 채널, <리아 노보스티> 통신,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또다른 소셜미디어 트위터도 러시아 당국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에서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자신들의 주장이 배척당하고 있다며 주요 소셜미디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왔다. 로스콤나드조르는 4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도 “러시아 (국영 뉴스 통신사인) <리아 노보스티> 뉴스를 삭제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는 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를 접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어, 러시아 정부는 소셜미디어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러시아군에 대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경우 최고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전했다. 앞서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 최대 3년형에 처하고 이런 허위 정보가 국가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되면 최대 15년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 정부나 국민 등에 대한 제재를 외국 정부 혹은 국제기구에 촉구할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한다는 법안도 함께 처리됐으며, 이 법안도 푸틴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러시안군 후퇴나 민간인 살해는 거짓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 등은 이런 정부 주장을 주로 인용한 보도를 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미국 <블룸버그> 뉴스와 <시엔엔>(CNN) 방송 등 서구 언론들은 러시아에서의 취재 및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팀 데이브 <비비시> 사장은 “(러시아가 개정한) 법률은 독립적 언론 활동 과정을 범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인들이 단지 일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 소추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열흘 만에 ... 유엔, 최대 400만명 난민 예상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난민들이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인 폴란드의 메디카에 마련된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메디카/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이 150만명을 넘는다고 유엔(UN)이 6일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열흘 동안 150만명 넘는 난민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인접 국가들로 국경을 넘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빠른 난민 증가 위기”라고 설명했다.

 

유엔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공세를 키울수록 난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92만2400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접경국인 폴란드로 도피했다고 폴란드 국경보호대는 6일 밝혔다. 난민들은 헝가리, 몰도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지에도 도착하고 있다.

 

유엔은 이번 사태로 난민이 400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달 25일 추산했다. 황준범 기자

 

러, 마리우폴 등 임시 휴전 선언…시 당국 “포격 계속 피란 연기”

민간인 대피 위한 통로 개설했으나

마리우폴 “러시아가 공격 계속”

 

러시아군이 포위 공격을 하고 있는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거 지역이 러시아군 공격 뒤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포위 공격 중인 남부 마리우폴 등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해 임시 휴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리우폴시 당국은 러시아군이 포격을 계속해 민간인 대피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휴전을 선언한다. 마리우폴과 볼노바하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당국자 말을 인용해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는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이날 정오부터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오후 5시까지 5시간 열린다고 전했다. 이에 마리오우폴 시 당국은 당초 시민들이 북쪽에 있는 자포리자시 쪽으로 피란할 수 있으며 특별히 배정된 버스 또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후 피란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마리우폴시 부시장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에 러시아 쪽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 길(인도주의 통로)로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 쪽이 휴전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휴전과 인도주의 통로 개설을 위한 러시아와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민간인 피란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뒤 마리우폴에 대한 포위 공격을 계속해, 봉쇄된 마리우폴에는 식수와 전력 공급까지 끊긴 상태였다. 인도주의 통로가 개설되는 또다른 도시 볼노바하는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도시로 러시아군 포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인도주의 통로가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왔다.

 

이번 인도주의 통로 개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지난 3일 벨라루스 브레스트 벨라베슈 숲에서 열린 2차 평화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양국 간 협상이 일궈낸 의미 있는 첫번째 성과로 평가됐으나, 시작 단계부터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조기원 기자

 

러, 페이스북 차단…‘가짜뉴스 처벌법’ 통과에 BBC 등 보도 일시중단

 러시아 미디어 감독청 “자국 매체 차별”

 트위터도 접속 제한, 틱톡엔 항의 서한도

 푸틴, 보도 이유로 최고 15년형 가능 법에 서명

 

러시아 국기 위에 놓인 페이스북 로고 합성 사진.러시아 정부는 4일 페이스북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니아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국 매체를 차별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접속을 4일(현지시각) 차단했다. 러시아가 자국 군사 활동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 최고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서구 언론사들이 러시아에서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는 “4일 페이스북 접속 차단 결정이 내려졌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성명에서 “지난 2020년 10월 이후 페이스북이 러시아 매체에 대해 26차례 차별 사례가 기록됐다”며 “페이스북이 (러시아 언론사들인) <즈베즈다> 텔레비전 채널, <리아 노보스티> 통신,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또다른 소셜미디어 트위터도 러시아 당국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에서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자신들의 주장이 배척당하고 있다며 주요 소셜미디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왔다. 로스콤나드조르는 4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도 “러시아 (국영 뉴스 통신사인) <리아 노보스티> 뉴스를 삭제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는 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를 접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어, 러시아 정부는 소셜미디어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러시아군에 대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경우 최고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전했다. 앞서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 최대 3년형에 처하고 이런 허위 정보가 국가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되면 최대 15년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 정부나 국민 등에 대한 제재를 외국 정부 혹은 국제기구에 촉구할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한다는 법안도 함께 처리됐으며, 이 법안도 푸틴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러시안군 후퇴나 민간인 살해는 거짓 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 등은 이런 정부 주장을 주로 인용한 보도를 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미국 <블룸버그> 뉴스와 <시엔엔>(CNN) 방송 등 서구 언론들은 러시아에서의 취재 및 보도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팀 데이브 <비비시> 사장은 “(러시아가 개정한) 법률은 독립적 언론 활동 과정을 범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인들이 단지 일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 소추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러,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 장악…“폭발시 체르노빌 10배”

우크라 남동부 ‘유럽 최대 원전’ 러 추가 공세 결국 장악

핵심시설 300m 거리 화재, 원자로 등 무사했지만 아찔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한국의 재난안전관리본부)은 4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던 중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 원전 부지 내 ‘훈련용 시설’에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벌어지는 곳 근처에 있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에서 4일(현지시각) 새벽에 불이 나,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1986년 체르노빌 참사보다 피해가 “10배는 더 클 것”이라며 자제를 요구했지만, 결국 러시아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발전소를 내줬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한국의 재난안전관리본부)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던 중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 원전 부지 내 ‘훈련용 시설’에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료를 내어 “화재가 원전의 ‘필수 장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양쪽 간 교전으로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한때 현장 접근을 못하다, 새벽 6시40분께 불을 껐다. 러시아군은 3일 남부 거점 도시 헤르손을 장악한 뒤 북진 중이다.

 

이번에 불이 난 건물은 원자로를 포함한 원전 핵심 시설들과 불과 300여미터 떨어져 있다. 미국·유럽 수준의 안전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무차별적인 포격이 이어지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탱크들은 적외선 장비를 갖추고 원자력 지역을 공격했다. 자신들이 무엇을 쏘는지 알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화재 주변 지역을 분석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겨레>에 “위성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군 쪽이 위치한 사무실 건물 뒤편에는 스위치 야드로 불리는 변전시설이 있고, 러시아군 탱크 쪽 뒤편 오른쪽 끝에는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쪽 방향의 공격이든 원전 안전에 위험한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변전시설이 손상되면, 원전에 전력 공급이 차단돼 핵연료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파괴되면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되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미야노 히로시 전 호세이대 객원교수(원자로 시스템학)는 <요미우리신문>에 “이 원전은 노심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설 손상 정도에 따라 방사성물질 유출은 있을 수 있다. 관측 데이터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 인류 최악의 원전 사고라 일컬어지는 체르노빌 참사를 함께 겪었다.

 

이날 화재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이다.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전력의 4분의 1을 공급하며, 세계 10대 원자력발전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국제원자력기구는 6기 모두 옛 소련이 개발한 가압경수로(PWR)로 1980~1990년대 건설돼 가동됐다고 밝혔다.

 

불이 난 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남긴 메시지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면 피해가 체르노빌보다 10배는 클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러시아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가 발전소를 점령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국영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은 성명을 내어 ”발전소 내 행정동과 검문소가 점령군의 통제 아래 있다. 원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발전소 직원들은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불행히도 발전소 내에 죽거나 부상당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길 김정수 김소연 기자

 

푸틴 침공뒤 첫 공개연설 “계획대로 진행”…젤렌스키 “1대1 만나자”

 

푸틴, 국가안보위 개막연설 방송서 전쟁 정당화

“신나치 제거 중” 주장하며 전쟁 지속 뜻

젤렌스키 ‘항전’ 연설…‘단독회담·서방지원’ 촉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 화면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처음 공개 연설을 통해 자신이 일으킨 전쟁을 정당화하며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하며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푸틴 대통령은 3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국가안보위원회 회의 개막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은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임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신나치’들을 뿌리뽑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신념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쟁에서 결코 물러나거나 쉽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연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거점 도시 헤르손을 점령한 뒤 이뤄졌다. 개전 8일 만에 의미 있는 군사적 성과를 거둔 뒤 전세계적인 비난에도 자신이 내린 결정을 정당화하고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뤄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집단의 전투요원들에 대한 비타협적인 전투를 지속할 것”이라며 타협을 거부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날 회담 결과를 공개하며 90분간 이뤄진 전화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키이우(키예프)가 러시아가 내건 조건을 수용하기를 거부해 자신이 전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가 철군을 하려면 △러시아의 안보 우려가 무조건 존중되고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받으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나치화·비무장화되고 중립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아 전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들이댄 것이다. 엘리제궁은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푸틴은) 모든 쪽으로 갈 준비가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외교적 혹은 군사적 수단으로 완전히 통제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이날 공개 연설에서 자신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만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단독회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앉자”며 “(마크롱 대통령과 했던 지난 대면 회담 때처럼) 30m나 멀리 앉지는 말자”고 비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고, 공격할 계획도 없다”며 “당신은 우리한테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우리의 땅을 내버려둬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이번 침공을 막지 못하면, 다음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차례가 될 것이라며 유럽과 세계가 단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7분 남짓의 연설에서도 국민들을 독려하며 항전 의사를 밝혔다. “그들(러시아인들)은 우리를 여러 번 파괴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실패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겁먹고, 부숴지고, 굴복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을 향해선 “집으로 가서 러시아어를 하는 사람들을 지키라. 전세계를 지키지 말고 너희 나라를 지키라”고 말했다. 정의길 기자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지난주 최소 세차례 암살 위기

러시아 지원 와그너 용병·체첸 특수부대…러 스파이 정보로 무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주 최소 세차례 암살 위기를 넘겼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원하는 와그너그룹과 체첸 특수부대가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지만 막상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 내부에서 새나온 정보로 인해 작전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체첸 특수부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에서 암살 시도를 했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닿기 전에 제거됐다고 말했다.

 

와그너그룹도 암살 시도 중에 일부 피해를 입었다.

 

올렉시 다닐로프 국방안보위원회 서기(사무총장 격)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연방보안국 요원들이 암살 계획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와그너그룹은 젤렌스키 대통령 보안팀이 정보를 확보해서 자신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한 데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키이우에만 여전히 용병 약 400명이 있으며 러시아 정부의 강한 압박을 받아 조만간 또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와그너그룹은 6주 전에 키이우에 들어와서 암살 명단에 올라있는 고위급 인사 24명을 추적하고 있었다.

 

와그너그룹은 작년 12월 말 아프리카 작전 인력을 모스크바 외부 기지로 불러 조직을 재편성한 뒤 우크라이나로 파견했다.

 

이들은 러시아 특수부대가 들어와서 탈출 통로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러시아 탱크 진입이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것이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 특수부대 보다 장비 등에선 열위이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추적하기 어려워서 선호된다.

 

“러시아 국가 부도 우려”…S&P, 신용등급 8단계 수직 강등

 

원금 · 이자 상환 의심 ‘CCC-’로 낮춰

국가 부도인 D등급보다 세 단계 위

 

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EPA 연합뉴스

 

서방 국가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험을 우려하면서 신용등급을 대폭 강등했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한 단계 내린 지 약 일주일 만에 무려 8단계를 또 낮췄다.

 

신용등급 CCC-는 투자 시 원금과 이자 상환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단계다.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등급 ‘D’보다 세 단계 위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또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러시아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앞으로 신용등급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러시아 경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무디스도 이날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Baa에서 투자부적격인 B3로 6단계 낮췄다. 피치 역시 지난 2일(현지시각)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로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의 부채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이번 러시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디폴트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는 조처가 시행된 데 따른 것”이라며 “서방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 당국이 루블화 가치 보호 목적으로 내놓는 자본 통제 등의 조처가 국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은 -7%로 예상했는데, 이는 2009년(-7.8%)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이다. 제이피모건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국제무역이 중단되고, 이에 따른 산업 생산 감소와 공급망 붕괴 등이 러시아에 역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전슬기 기자

 

“몸만 빠져나와, 오늘은 또 어디서 묵나”…우크라 난민의 하루

 

우크라이나 난민이 4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도착해 쉬고 있다. 부쿠레슈티/AFP 연합뉴스

 

전쟁을 피해 며칠씩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탈출에 나선 우크라이나인들은 국경을 넘은 뒤 비로소 이웃 나라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와 지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제 앞으로 어떻게 이 험한 시간을 살아내야 할지 막막함에 걱정이 앞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써 국경을 탈출한 우크라이나인이 100만명이 넘었다. 이들이 어떤 고초를 겪고 어떻게 난민의 삶을 준비하는지, <워싱턴타임스>가 3일(현지시각) 막 국경을 넘어 몰도바로 피신한 한 가족의 하루 일상을 통해 소개했다.

 

이라 이바니츠카야(46)는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미용사로 일했다. 러시아의 침공 전날에도 늘 그렇듯 오후 6시까지 손님들의 머리를 다듬었는데, 미용실에선 어느 누구도 불과 몇 시간 뒤 러시아군이 공격할 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이라는 집에서 아들 로만(7)과 함께 멀리 포성을 들으며 집에 포탄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직장 동료 아냐 야보르크사야(40)가 아들 데미안(9)과 함께 새파랗게 질린 채 피신을 왔다. 그의 집은 군사시설 옆이어서 더 위험했다. 옷을 모두 입은 채 누워 잠을 청했으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에 잘 수 없었다.

 

결국 이라는 동료 아냐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부모님은 우크라이나에 남겨 놓은 채였다. 국경을 넘을 때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어떻게든 전쟁을 피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허름한 여행가방 하나 들고선 국경을 넘어 몰도바에 들어서고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몰도바 국경에선 오데사에서 알고 지내던 타티아나의 주선으로 겨우 임시로 쉴 민가를 찾을 수 있었다. 타티아나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먼저 국경을 넘어 피신한 친구였다.

 

국경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농가엔 두툼한 담요와 따뜻한 샤워가 기다리고 있었고, 부엌에선 집주인 루드밀라 이아로르시(55)가 음식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이라 일행을 보자 “집을 떠난 것은 아이들을 위해 잘한 결정”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나선 주변 다른 집에 묵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과 모여 앉았다. 와인을 마시며 전쟁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리키며 “마치 히틀러처럼 새벽 4시에 우리를 공격했다”며 “나는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타티아나는 “그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맞받았다.

 

이라는 그래도 이렇게 앉아 이야기하니까 스스로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진다. 지난주 내내 그는 목이 졸린 듯 숨조차 쉬지 못할 것 같은 팽팽한 긴장을 느껴왔다. 몰도바 국경에 다가와서도 보드카라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밤 루드밀라 집에서 이라는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편안한 잠을 잤다. 한적한 몰도바의 마을 하늘엔 경계하고 주의해야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라는 몰도바에서 며칠 보내며 몸과 마음을 다스린 뒤 버스를 타고 루마니아, 헝가리를 거쳐 독일로 갈 계획이다. 독일엔 함께 온 동료 아냐의 형제가 살고 있다. 오데사를 탈출할 때 머리빗과 가위도 갖고 왔다. 독일에서도 미용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모처럼 편한 잠자리에서 잠자고 일어난 이라는 다시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 당장 오늘 밤을 보낼 숙소부터 찾아야 했다. 이곳에는 오늘 국경을 막 넘은 우크라이나인 12명이 올 예정이다. 이라 일행은 그들에게 두툼한 담요와 따뜻한 샤워를 넘겨줘야 했다. 이라 일행은 소셜미디어에 두 여자와 두 아이가 머물 곳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루드밀라가 들어와 이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둘은 함께 울었다. 루드밀라는 자신도 한때 전쟁의 피해자라고 느낀 적이 있다며 이라를 위로했다. 1990년대 초 몰도바 내전 때 그의 집에서 10㎞ 떨어진 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에 나갔던 남편은 살아 돌아왔지만, 이웃집에선 전사자가 나왔다.

 

점심때가 되었고 루드밀라는 다음 손님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이라와 아냐는 아직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난민 생활 이틀째가 그렇게 시작됐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