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밀착 강조 반면 한 · 미 언급 안 해

 

 
 
14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광복절 80주년 기념 공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과 악수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러시아 하원 공보실 제공,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국해방의 날’로 부르는 광복 80주년 경축행사 연설에서 “북-러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면서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조했다.

 

15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 80돌 경축대회’에서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조로(북-러) 친선관계는 력사에 전무한 동맹관계로 발전되고 있으며 신나치즘의 부활을 저지시키고 주권과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 속에서 공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두 나라는 언제 어느 때나 력사(역사)의 옳은 편에 서 있었으며 오늘도 패권을 반대하고 공평과 정의를 요구하는 인류의 지향과 요구를 견결한 투쟁으로써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선과 로씨야는 지금 나라의 존엄과 주권,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투쟁의 한 전호(진영)에서 또다시 정의의 력사(역사)를 창조하고 있다”며 “숭고한 리념(이념)과 진정한 우의로 맺어지고 혁명을 피로써 지원하는 력사와 전통을 주추(중심)로 하고 있는 조로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해 6월 북-러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데 이어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면서 혈맹 관계가 된 것을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오늘 국제 무대에서는 주권국가들의 권리와 리익(이익)을 침탈하는 제국주의자들의 극단적인 만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며 미국 등 서방을 에둘러 비판했지만,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으며, 한국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광복절 계기로 공개 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경축행사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청으로 방북한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 대표단과 안드레이 말리쉐프 러시아 문화성 차관 등이 자리했다. 볼로딘 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을 북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독했다. 이어진 경축 공연의 마지막에는 러시아 국가가 연주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전도 교환했다. 15일 북한 관영라디오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축전에서 80년 전 북-러가 함께 일본의 식민통치를 끝냈다며 “중요한 것은 오래전 전화의 나날에 굳건해진 전투적 우의와 친선 호상(상호) 원조의 유대가 오늘도 공고하고 믿음직한 것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라면서, “조선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강점자들로부터 쿠르스크주 영토를 해방하는 데 영웅적으로 참전한 것이 이를 충분히 확증해주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언급하면서 “조약의 철저한 이행이 모든 영역에서의 호혜적인 로조(러-북) 협조 강화를 계속 추동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답전에서 “훌륭한 역사와 전통, 혈연의 유대는 오늘날 조로 친선협조관계를 가장 공고한 전후관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승화시킨 근본 초석으로, 두 나라의 강국건설과 다극화된 새 세계 창설을 추동하는 무진한(무한한) 원동력으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조국해방 80주년을 기념해 이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또 독립운동가들이 묻힌 대성산 혁명열사릉을 찾아 오진우, 오백룡, 김일, 최춘국, 강건, 김책, 안길, 류경수, 최현, 림춘추의 반신상에 헌화했다.

                                                                 < 박민희 선임기자 >

 

“이재명 정부 성공 위해 힘 보탤 것”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풀려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5일 0시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수감 242일 만에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으로 15일 0시 출소했다. 조 전 대표는 출소 직후 “저의 사면복권과 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한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극우정당 국민의힘 심판과 민주진보 진영 연대라는 두 가지 과제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를 나와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결정한 이재명 대통령과 사면·복권을 탄원했던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일당은 내란이라는 반헌법적 폭거를 일으켰지만 국민에 의해 격퇴되었다”며 “이재명 정부는 국민들의 투쟁·저항의 산물이자 주권행사의 산물이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8개월간 이곳에서 깊은 성찰과 넓은 구상을 했다”며 “저에 대한 비판과 반대, 비방을 모두 받아안으면서 정치를 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조 전 대표가 출소와 동시에 ‘정치 일선’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조 전 대표 지지자들이 교도소 앞 곳곳에 모여 환호했고, 석방을 환영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흔들었다. 혁신당 지도부도 현장을 찾아 출소하는 조 전 대표를 직접 맞이했다.

 

조 전 대표는 주말을 가족과 보낸 뒤 이르면 18일 혁신당에 복당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당은 앞서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 전원이 임기 단축을 결의하고 당 지도부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조 전 대표 복귀 준비에 한창이다. 혁신당 정기 전당대회는 오는 10월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기간을 지나 11월 초·중순께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대표 앞에는 사면·복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 극복과 민주당과 합당설이 제기되는 혁신당의 부실한 체력을 키우는 것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2년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그의 사면·복권을 놓고 야당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비판 성명을 내는 등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혁신당 소속의 한 의원은 “현실 감각을 최대한 빠르게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며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당의 미래 비전을 구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 전 대표도 “복당 조처가 이뤄지면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조 전 대표의 정치력과 혁신당의 존속 가능성을 검증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혁신당이 수권을 생각하는 독자 세력이 될지, 민주당을 보조하는 세력이 될지는 (차기 주자로서) 조 전 대표의 향후 진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  최하얀  고한솔 기자 >

 

주 회장  ”윤석열이 임명한 이재명 정권의 ‘이물질’ 같은 극우반동
              잘못된 상대 만나러 가 욕 먹은 것은 대만관료 자업자득”

 

 
 
대만 린밍신 장관 일행의 진실화해위 방문 취소 소동을 다룬 대만 언론 ‘팡옌’의 보도. 박선영 위원장에 대해 “전환기 정의를 우습게 만드는 극우반동”이라고 한 주리시 지한문화협회 회장의 페이스북 글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다. ‘팡옌’ 누리집 갈무리

 

대만의 ‘과거사 분야’를 담당하는 장관 일행이 방한 중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방문과 면담 약속을 취소해 박선영 위원장이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낸 일에 대해 대만의 한국 전문가가 “잘못된 상대를 만나러 갔다가 욕을 먹는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글을 올렸다. 대만 언론들은 이를 인용해 이번 소동을 보도하며 박선영 위원장의 정치적 성향과 배경을 조명하기도 했다.

 

대만 주리시 지한문화협회(知韓文化協會) 회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정말 이렇게 거칠고 무례한 한국 정부 관료는 처음 봤다! 또 이렇게 준비가 안 된 대만 관료도 정말 처음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리시 회장은 “행정원이 사전에 조사도 하지 않고, 상황 파악 후 갑자기 방문을 취소해서 논란 많은 위원장을 화나게 한 것이다. 그 위원장은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계엄 내란 뒤 임명한 인물로, 극우 성향이자 거의 정신분열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는 이재명 정권의 ‘이물질’에 가까운 사람이다. 잘못된 상대를 만나러 간 것 아닌가? 대만이 그녀에게 욕을 먹은 것도 자업자득이다!”라고 썼다. 사전에 박 위원장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면담 약속을 잡았다가 뒤늦게 취소한 대만 방문단의 준비 부족을 꼬집은 것이다.

 

공영방송 시티에스(CTS) 부사장과 연합보신문 서울 특파원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인 주리시 회장은 대만과 한국의 현대 정치와 역사, 전환기 정의에 관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 특파원 때 6월항쟁을 목격한 그는 대만에서 ‘1987 국민의 각성: 한국 민주주의 산증인의 사진전’을 연 적도 있다.

 

한국학자 주리시의 페이스북 글. “대만이 문을 잘못 두드려 욕을 먹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썼다. 주리시 페이스북 갈무리

 

앞서 대만 행정원 린밍신 무임소장관과 리옌푸 전환기정의처 선임위원 등은 8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를 방문해 면담하기로 약속을 잡았다가 전날 저녁 취소해 박 위원장의 반발을 샀다. 박 위원장은 11일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무례하고 모욕적인 외교적 결례”라고 대만 방문단을 비판했다. 이들은 에이펙(APEC) 장관급 회의 참여차 방한했는데, 에이펙 관련 일정을 취소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같은 날 11시부터 진실화해위 근처인 서울 중구 명동 포포인츠 쉐라톤호텔 회의실에서 예정됐던 과거사 연구자와 진실화해위 노조 지부장과의 면담은 예정대로 이어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대만 쪽이 전날 박 위원장의 극우성향 등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되면서 급히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주리시 회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또 “2005년 출범한 1기 진실화해위가 2010년 해산됐지만 2020년 법 개정 뒤 2기가 시작됐다”며 한국 과거사 조사기구의 역사를 설명한 뒤 송기인·안병욱·정근식 등 역대 위원장과의 친분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정근식 위원장 이후 윤석열이 임명한 두 명의 위원장은 논란이 많아서, 나는 그들과는 더는 교류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명의 위원장 중 한 명은 김광동 전 위원장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행기 정의는 반드시 자유·진보진영이 주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번에 대만을 호되게 비난한 박선영 위원장 같은 사람이 과거사 정의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대만이 문을 잘못 두드려 욕을 먹은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고 썼다.

 

‘팡옌’(放言)과 ‘자유시보’(自由時報) 등 대만 언론들은 12일 주리시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대만 장관 방문단 일행의 진실화해위 방문 취소 소동을 자세히 소개했다. ‘팡옌’은 13일 보도에서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최근 대만 행정원 고위 관료들이 예정된 면담을 임시로 취소한 것에 대해 ‘대만이 앞으로 그녀의 마음속에 오만하고 무례한 이미지로 남을 것’이라고 표현한 사건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박선영 위원장의 정치적 성향과 배경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고, ‘자유시보’도 “이번 일로 박선영 위원장의 과거 논쟁적 행적까지 재조명되고 있다”고 적었다. 대만 관리들의 외교적 실례를 지적하면서 박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과정과 극우성향 등을 조명하는 분위기다.

 

한편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치우가오웨이 대표는 13일 오전 진실화해위를 방문해 린밍신 장관 일행이 면담 일정을 취소한 일에 대해 사과했다.        < 고경태 기자 >

 

통일교 교단 차원 무더기 당원 가입 의혹 국민힘당 압색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3일 윤석열 정부 시절 관저 이전과 통일교의 국민의힘 지원 의혹 규명을 위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전날 김 여사를 구속한 특검팀이 쉼 없이 주요 혐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팀은 14일엔 구속된 김 여사를 처음으로 소환 조사한다. 김 여사는 재구속 뒤 특검 조사는 물론 재판까지 거부하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달리 14일 오전 10시 특검팀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자들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검팀은 증축 공사를 맡았던 인테리어업체 21그램의 서울 성동구 사무실과 김태영 대표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후원 업체였던 21그램은 증축과 구조보강 공사 면허가 없는데도 대통령 관저 시공업체로 선정돼 특혜 의혹이 일었다. 특검팀은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차관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 임명돼 대통령실·관저 이전 사업을 총괄했고 2023년 6월에는 국토부 1차관으로 영전했다. 특검팀은 또 감사원 행정안전국을 압수수색해 관저 공사 감사 결과 보고서를 확보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은 관저 이전 사업을 감사했지만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종결했다.

 

 

특검팀은 이와 동시에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교단 차원의 무더기 당원 가입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특검팀은 통일교 쪽의 당원 가입이 의심되는 명단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가 파렴치범 사면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정권의 충견인 특검을 통한 국면 전환용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특검팀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2022년 3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 식당에서 김 여사에게 ‘당선 축하 선물’로 6천만원짜리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전달한 데 이어, 그해 4월 김 여사를 다시 만나 3천만원짜리 브로치와 2천만원짜리 귀걸이를 추가로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2022년 4월 만남에서는 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의 인사 청탁을 한 사실도 인정했다고 한다. 목걸이를 돌려받은 시점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디올 가방을 건네는 영상이 공개(2023년 11월)될 무렵인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로 자수서에 기재됐다. 당시 김 여사는 이 회장에게 “잘 썼다”고 말했다고 한다.                         < 곽진산  배지현 기자 >

 

‘V0 위세’ 김건희의 몰락…명품 받고, A그룹 비화폰, 공천 입김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12일 밤 구속된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정권의 최대 ‘리스크’로 평가돼왔다.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대통령선거 당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3년 내내 ‘그림자 권력’으로서 국정 운영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절대적 비호 아래 누구에게도 제어받지 않았고, 결국 이는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수감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예고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서 대선 국면이 본궤도에 올랐을 때 김 여사는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코바나컨텐츠 후원 △모친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의혹에 △무속 △허위 이력 등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김 여사 문제가 선거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자, 김 여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허위 학력·수상경력 등을 사과하며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권 출범과 함께 김 여사는 각종 구설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때 코바나컨텐츠 직원을 대동한 데 이어, 첫 대통령 해외 순방인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당시 민간인인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을 임의로 수행단에 포함시키며 비선 논란을 자초했다. 현지 교민 간담회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고가의 장신구가 재산신고에서 누락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 목걸이는 최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듬해에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리투아니아에서 경호를 받으며 명품 쇼핑에 나선 모습이 현지 매체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여사를 통제할 제2부속실 설치 요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빗발쳤지만 윤 전 대통령은 묵살했다.

 

권력형 비리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취임 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업체 선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2023년 5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기존안과 달리 김 여사 일가 토지가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해 9월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짜리 명품 가방(디올백)을 선물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브이 제로’(V0)로 불리던 김 여사의 권력이 확인된 것은 이른바 ‘명태균 사태’가 터지면서다. 명씨가 지난 20대 대선 때 3억7천만원을 들여 실시한 여론조사 81차례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당사자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다. 김 여사는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힘을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는 대통령·경호처장 등 단 5명만이 속한 비화폰 권한을 부여받아 대통령실·정부 전 조직에 직접 연락이 가능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2·3 비상계엄 전날과 당일, 조태용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김 여사 문제가 국정 운영의 ‘블랙홀’이 됐지만,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를 끝까지 두둔했다. 지난해 1월 한국방송(KBS) 특별대담에서 디올백 수수를 “박절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했고,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선 “(김 여사 의혹은)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제 처를 그야말로 악마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에는 세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권의 성역으로 군림하던 그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됐다. 김 여사는 지난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며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 배우자가 됐다.

                                                                                             <  하어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