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반대하면 세계기록유산 심사 중단

일본의 강력한 요구로 유네스코 도입... '자승자박'꼴

외무성 간부 “합의 없이 사도광산 추천하면 제도 퇴색”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모습. 누리집 갈무리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앞두고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본의 ‘강력한 요구’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 다른 회원국의 이의가 있으면 심사를 중단시키는 제도를 지난해 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대에도 등재를 강행하면, 일본이 자신의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이 놓인 난감한 상황을 지적하며 “(중국이 추진한) 난징대학살 기록이 등재된 뒤 일본 정부의 호소에 따라 유네스코가 지난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서 회원국이 반대하면 등재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일본이 (한국 등과) 합의 없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에) 추천하면 애써 도입한 제도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놓이게 된 궁색한 처지를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앞선 2015년 10월 일본군이 1937년 난징 점령 이후 중국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자 “중-일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다. 중립·공평해야 할 국제기구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2016년 한국·중국 등 8개국 14개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등재 신청을 하자, 유네스코에 분담금을 내지 않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지난해 4월 회원국이 반대하면 심사를 중단한 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당사국 사이에 대화를 계속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 때문에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등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 제도는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것으로 사도광산과 같은 ‘세계유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진성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유산의 종류가 다르다고 해서 논리가 달라질 수 없다”며 “사도광산 등재 신청을 강행할 경우 세계기록유산 제도개혁 논의과정에서 자신들이 주장했던 논리를 스스로 거스르는 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부의 시선이 신경 쓰여 등재 신청을 보류하면, 엄청난 내부 역풍이 예상된다. 자민당의 보수·우익 성향의 의원 등으로 구성된 ‘보수단결의 모임’은 18일 회의를 열고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외무성과 문화청에 제출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기자단과 만나 “등재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생각해서 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사도광산의 등재 추진과 관련해 최종 결론을 내려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내야 한다. 다음주 외무성이 주도하는 관계부처 회의와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디즈니 창업자 손녀 등 부호들 촉구

“신뢰 회복하는 지름길은 공평 과세”

 각국 정부에 부유세 도입하라 촉구

 

‘애국적인 백만장자들’ 모임의 회원이 미국 뉴욕에서 부자들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월트디즈니 공동 창업자의 손녀 애비게일 디즈니 등 미국·캐나다·유럽의 부자 102명이 18일(현지시각) 각국 정부에 “우리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라”고 촉구하는 공개 편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세계경제포럼의 다보스 포럼 개최에 맞춰 온라인으로 공개한 ‘우리는 세금을 믿는다’는 제목의 편지에서 “백만장자들인 우리는 현재의 과세 체계가 공평하지 않다는 걸 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고통을 겪는 동안 우리의 재산은 늘었다”며 “제 몫의 세금을 공평하게 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우리 가운데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을 ‘애국적인 백만장자’로 지칭하는 서명자들은 또 세계경제포럼 참가자들을 겨냥해 “당신들이 올해의 주제인 ‘어떻게 협력해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억만장자들과 권력자들이 모인 사적인 포럼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주의를 기울이면 당신들이 문제의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강력한 민주주의의 근본을 이루는 것은 공평한 과세 체계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 과세 체계에도 불공정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며, 불공정이 이런 체계를 만든 지배계층과 세계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 불신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려야 한다”며 “전세계 각국은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내야 마땅한 세금을 내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라. 지금 당장 세금을 물리라”고 촉구했다.

 

이 편지에 동참한 미국 벤처투자가 닉 하나우어는 재산 500만달러(약 60억원) 이상의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면 매년 약 2조5300억달러(약 3천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 정도의 재원이면, 세계 인구 23억명을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고, 백신을 충분히 공급하며, 36억명의 저소득 국가 시민들에게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재산 500만달러 이상자들에게 2%의 부유세를 부과하고, 5천만달러 이상 부자들에게는 3%, 10억달러 이상 부자에게는 5%를 각각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예됐던 상환 재개

  2년 전보다 상환액 109억달러 늘어

“또다시 ‘잃어버린 10년’ 직면할 위험”

 

올해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 새로운 외채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리랑카의 외채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건설된 스리랑카의 ‘콜롬보 항구 도시’. 콜롬보/AFP 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 개발도상국발 ‘외채 위기’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세계은행이 경고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세계은행의 최신 자료를 인용해 올해 74개 저소득 국가가 상환해야 하는 외채가 2년 전에 견줘 109억달러(약 13조원) 늘어난 350억달러(약 41조6천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채가 2년 만에 45%나 늘어난 것이다. 개도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고, 보건 분야에 투자를 늘리기 위해 채권 발행을 확대한 상황이다. 투자 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보면, 저소득 국가의 정부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30% 많은 연평균 3000억달러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주요 20개국(G20)이 2020년 저소득국의 외채 200억달러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 유예를 받은 국가는 42개국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연말 유예기간이 끝났다. 게다가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시작하며, 국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저소득 국가 가운데 60%가량이 부채 재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외환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외채 부담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히는 곳은 남아시아의 스리랑카, 아프리카의 가나·튀니지, 중남미의 엘살바도르 등이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현재 상황에 대해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때에 마침 상환 시기가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도국들의 부채 구조에도 큰 변화가 관찰된다. 과거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통한 공공부채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민간 금융계에서 빚을 얻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개도국이 얻은 전체 부채 가운데 60%가량을 제공했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2020년 말 중국이 제공한 부채는 2011년의 3배 이상인 1700억달러로 파악된다. 외채 부담이 매우 심각한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며 부채가 크게 늘어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러시아 등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해 개도국들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개발전망국장은 “낮은 금리의 자금이 많을 때는 시장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았지만, 상황이 빠듯해지면서 다른 관점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은 “외채 부담과 함께 개도국의 재정 여력도 줄고 있다”며 “개도국들이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김건희 ‘개 사과’ 이전 SNS 담당들과 교육 정황

 

“캠프 엉망” “재조직해야” 김건희씨 요청에

지난 8월 ‘7시간 통화’ 이 기자가 ‘교육’

이후 10월 인스타그램 ‘개 사과’ 논란 일어

“헤드”라 불린 친오빠도 교육 모임 참석

국민의힘 “친오빠 캠프 관여 않아” 해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김건희씨가 남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 인사나 캠프 조직 등에 적극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김씨의 친오빠도 함께 관여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해 윤 후보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하반기 캠프에 대한 불만 등을 제기하며 ‘조직 재정비’를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이 하나의 본거지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경선 때부터 캠프 안팎에 무자격 인사들이 활동한다는 논란을 키워온 실정이다.

 

친오빠 개입 정황은 김씨가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지난해 반년에 걸쳐 7시간여 나눈 통화에서 드러난다. <한겨레>가 입수한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취 등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8월말 친오빠 등 5명과 함께 자신의 사무실에서 7월부터 캠프 조직, 선거 관련 얘기를 나눠오던 이아무개 기자로부터 ‘맞춤형 강의’를 받았다.

 

무속인 전아무개씨(맨 오른쪽)가 지난 1일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 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안내하고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모임엔 친오빠뿐만 아니라 윤 후보의 공식 경선캠프(2021년 7월초 구성된 ‘국민캠프’, 서울 안국동)에서 활동하던 인사 2명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도 참석했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김건희씨는 모임 뒤 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성 직원 2명 외) 다른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캠프에서 일하는 애들인데 여기서 같이 SNS 토의도 하고 자료 같은 것도 본다”며 “(강연 때) 오빠 온다 그래가지고 내가 좀 들으러 와라, 배울 것도 있으니까, 자기는 좋다 그러지, 현장에서 뛴 사람들도 또 그런 경험이 애네들은 없잖아. 그래서 들으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전 통화에서 그의 친오빠를 “(캠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헤드”의 한 예로 소개하며 “여기서 지시하면 다 캠프를 조직한다”(2021년 7월21일)고 말한다. 당시 김씨는 “캠프가 엉망”이라며 “재정비”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후보 쪽 사람들이) 유튜버를 전혀 모른다”는 고충도 터놓는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캠프로 오지 말고” 자신의 사무실로 와 “강의”를 해달란 요청을 하기 이른다.

 

김건희씨의 통화는 강의모임 나흘 뒤인 9월3일 이뤄졌다. 여기서 김씨는 “(캠프에서 교육받으러 온 이들은) SNS 영상도 만들고 그런 건데, 아직 어려가지고 메시지 내고 그런 건 아니고 영상 같은 거 좀 만들고 따라다니면서 그런 거 하는 애들인데 현장에서 소리 듣자고 하니까 너무 좋아서 왔다”며 “(강연 들은 이들이) 도움이 되고 재밌다던데. 또 부르라고 하는데?” 말하기도 했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캠프의 SNS 담당자들은 “젊은 애들”로 통칭되며 코로나 때문에 휴직 중인 승무원도 있다고 김씨는 소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반려견 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논란이 된 뒤 계정 자체가 없어졌다.

 

이듬달인 10월은 전두환씨 옹호 발언으로 비난을 받은 윤 후보가 ‘사과는 개나 줘버려’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른바 ‘개 사과’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때다. 당시 ‘개 사과’ 사진을 김건희씨가 촬영했다는 의혹이 일자 윤 후보는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해할 필요가 없다”며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와 교육모임에 참석했던 캠프 인사들이 이 사건에 관련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부터 SNS 중심의 대응이 논의되고 훈련되어 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문화방송>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 기자가 지난해 8월30일 코바나컨텐츠에서 30분 특강을 한 뒤 김씨로부터 105만원 강의료를 받았다고 16일 보도했다. 다만 참석자와 강연 내용, 또 참석자들이 던졌을 질문 등은 여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겨레>는 이씨에게 자세한 사정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한겨레>에 “김○○(김건희씨의 오빠)씨는 기본적으로 캠프에 관여하지 않았고, 8월말 이씨가 방문한 자리에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이씨가 구성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20대 후반 SNS 담당자 2명이 후보자 면담 등을 위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방문했다 대기한 정도”라고 밝혔다. 장필수 김완 기자

 

손바닥 王, 천공스승, 건진법사…윤석열-김건희, 끊이지 않는 무속 논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윤 후보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 국면에서 이들에게서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경선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건희씨와 인터넷매체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도 윤 후보와 역술인과의 오랜 인연이 등장한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측근인 최서원(최순실)씨에게 비선으로 조언을 들으며 결국 국정농단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윤 후보 부부의 ‘무속 의존 의혹’에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무속인 전아무개씨(맨 오른쪽)가 지난 1일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 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안내하고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네트워크위원회 해체했지만…‘건진 법사 의혹’ 여전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8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전날 오전 국민의힘은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윤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선대본부에) 몇 번 드나든 것이 전부”라며 전면 부인했지만 네트워크본부가 스스로 올린 동영상에서 그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영상 속에서 전씨는 지난 1일 윤 후보가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하자 전씨가 윤 후보를 사무실 안쪽으로 이끌며 직원들을 소개했다. 그는 윤 후보의 어깨와 등을 툭툭 치거나 잡아끌었고, “직원들 다 이리로 와. 전부 다 김형준 (네트워크본부) 본부장 옆으로”, “유세팀들 빠지고 다문화 팀들, 동작을 빨리해야 돼”라며 상황 지휘까지 나섰다. 또 “후보님, 딴 거 없어. 여기 와서 빨리 좀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등 선대본부 업무에 익숙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씨가 선대본부에 “몇 번 드나든 적이 있다”는 국민의힘 해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윤 후보는 전날 ‘건진 법사’ 논란에 대해 “당 관계자한테 그 분을 소개받아서 인사를 한 적 있는데, 스님으로 안다. 법사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전씨는 빨간 목도리를 두른 자켓 차림으로 승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힘은 전씨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건진 법사’가 기획실장으로 일한다는 대한불교종정협의회는 2018년 9월 충북 충주에서 ‘수륙대재 및 국태민안등불축제’를 주관하며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올려 동물 학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건진 법사’ 전씨가 ‘일광조계종’ 소속 승려로 알려져있지만 조계종 쪽은 “일광조계종은 조계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건진 법사’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티브이’는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스님을 만나 ‘건진 법사에게 윤석열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스님은 ‘건진 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스님은 김건희씨에게 초청을 받아 코바나컨텐츠에서 주관한 전시회에 3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 법사’도 김건희씨를 통해 윤 후보와 연결됐을 정황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이미 ‘윤 후보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진 법사’ 전씨가 3개월 뒤 실제로 국민의힘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10월1일 <엠비엔>(MBN) 토론회에 출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윤석열-천공 스승, 연결해준 사람도 김건희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윤 후보 손바닥에 적히 ‘임금 왕(王)자’가 포착된 것이다. 당시 윤 후보는 “같은 아파트 주민인 지지자가 손바닥에 적어준 것을 손세정제로 지워봤지만 잘 안 지워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유력 대선주자의 동선이 지지자에게 쉽게 노출되고, 손세정제로도 손바닥 낙서가 지워지지 않을 수 있느냐는 등의 의문을 남기며 무속 논란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유튜버 ‘천공 스승’과 윤 후보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 스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난해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에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 스승’은 지난해 10월 <와이티엔> 인터뷰에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씨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줬다고 했다. 김건희씨가 천공 스승과 윤 후보를 연결했다는 얘기다.

 

천공 스승. 정법 유튜브 갈무리

 

김건희, 기자 관상·손금 봐줘…“이직해라. 정보 일이 맞아”

 

김건희씨와 이아무개 <서울의 소리> 기자 통화 녹취록에서도 윤 후보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지난해 7월20일 통화에서 김씨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에서 윤 후보의 멘토로 알려져있는 인물이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무정 스님이 “진짜 스님은 아니”라면서도 윤 후보가 20대 시절에 그와 만났고 “(남편이) 사법고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에게는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는 이야기도 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무정 스님이) 문재인 대통령 되고 나서 남편 앞에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다”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김씨는 또 “세간에 내가 무당 많이 만난다고 이렇게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무당을 원래 싫어한다. 제가 더 (점괘 등을) 더 잘 본다”고 하며 이 기자에게 얼굴·손금 사진을 보내라고 한 뒤 그걸 토대로 “이직을 하라. 국정원, 정보 일이 맞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윤석열 캠프로 와서 정보 수집 업무를 하라’는 제안과도 맥이 통하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함께 가까이 지내던 역술인이 있었고 깊은 교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서원 국정농단’ 트라우마가 있는 국민의힘은 윤 후보 부부 관련 무속 논란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무속인 논란은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하면서 빠르게 대처했다.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언론에 비친 모양이 좋지 않고 오해 소지가 있어 보인다. 중요한 시기에 (무속인이) 그림자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장필수 기자

  

윤석열 부부 에워싼 ‘도사들’…논란 일자 네트워크본부 해체

 

선대본부 고문 역할 의혹 ’건진법사

석달 전 그 스승이 “캠프서 활동” 발언

김건희 녹취에도 등장하는 ‘무정스님’

결혼 맺어준 ‘윤 후보 멘토’로 알려져

대선출마 단언한 유튜버 ‘천공스승’

검찰총장 사퇴 계기 김건희씨가 소개

 

지난해 10월1일 <엠비엔>(MBN) 토론회에 출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한자로 ‘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엠비엔> 유튜브 채널 갈무리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본부가 올린 자체 동영상을 통해 ‘건진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해온 사실이 확인되자 조직 자체를 없애 논란을 피하려는 것이다.

 

■ 네트워크본부 해체했지만…‘건진법사 의혹’ 여전

 

하지만 윤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윤 후보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 국면에서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진법사’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티브이>는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 스님을 만나 ‘건진법사에게 윤석열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 스님은 ‘건진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 스님은 김건희씨의 초청을 받아 코바나컨텐츠에서 주관한 전시회에 세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법사’도 김씨를 통해 윤 후보와 연결됐을 정황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이 방송이 나간 지 3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혜우 스님 발언처럼 건진법사가 국민의힘 네트워크본부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게 확인된 것이다.

 

■ 무정 스님, 윤 후보에게 고시 계속, 김씨에겐 결혼 권유

 

김건희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아무개 기자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도 윤 후보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해온 사실이 확인된다. 지난해 7월20일 통화에서 김씨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에서 윤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씨는 이 기자에게 윤 후보가 20대 시절에 무정 스님과 만났고 “(남편이) 사법고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 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씨는 무정 스님이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 윤석열-천공스승, 연결해준 사람도 김씨

 

유튜버 ‘천공스승’과 윤 후보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스승’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난해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에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스승’은 지난해 10월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씨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줬다고 했다. 김건희씨가 천공스승과 윤 후보를 연결했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경선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적고 나와 무속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윤 후보는 “같은 아파트 주민인 지지자가 손바닥에 적어준 것을 손세정제로 지워봤지만 잘 안 지워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의문은 이어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함께 무속인·역술인과 깊은 교분을 유지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트라우마가 있는 국민의힘은 윤 후보 부부의 ‘무속 논란’을 적극 차단하고 있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무속인 논란은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하면서 빠르게 대처했다.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언론에 비친 모양이 좋지 않다. 중요한 시기에 (무속인이) 그림자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민주당, 국민의힘에 ‘무속’ 공세 “윤핵관은 무당, 왕윤핵관은 김건희”

 '윤석열 캠프  무속인 비선 실세’ 부각 집중 공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의 ‘무속인 선거대책본부 활동’ 논란에 “윤핵관은 무당, 왕 윤핵관은 김건희”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인재 영입 발표식에서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을 무당과 무속에 의존하는 이런 국가 결정권자가 있다고 한다면 대단히 위험하고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방송을 통해 윤 후보의 배우자 김씨가 “도사들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공개된 데 이어,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무속인이 선대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무속인 비선 실세’ 프레임을 부각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핵관은 무당이고 왕 윤핵관은 부인 김건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 쪽이 사실무근이라던 ‘건진법사’ 전아무개씨가 캠프 실세로 활동한 것이 (영상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며 “최순실의 오방색도 울고 갈 노릇”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씨는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주술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윤 원내대표는 또 “선거 공식기구에 대놓고 무당을 임명할 정도면 이는 샤머니즘 숭배”라며 “직책도 없는 후보 부인이 캠프 인사, 언론 관리, 집권 (뒤) 계획까지 서슴없이 말하는 과정에서 예비 최순실의 모습을 봤다. 많은 국민이 되살아난 국정농단 트라우마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윤영 기자

 

이수정 “안희정 불쌍” 김건희 발언 유감 뜻…고문직 사퇴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시절의 이수정 경기대 교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안희정이 불쌍하다. 나랑 아저씨는 안희정 편”이라는 김건희씨 발언에 유감을 나타내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여성본부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이 교수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아무래도 나의 소신이 더 중요하고 양심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직책을 내려놨다. 여전히 질문이 오면 자문 역할은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이번 <서울의소리> 녹취록 파동이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님께 끼쳤을 심적 고통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여성본부 고문으로서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쥴리설’로 인한 여성 비하적 인격 말살로 후보자 부인 자신도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신 김지은님의 고통에 대해선 막상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대리 사과’를 했다.    조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