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섀퍼 "김정은도 북한이라는 시스템의 부품" 주장

 

토마스 섀퍼(오른쪽) 전 주북한 독일 대사 [독일 외교부 트위터 갈무리=연합뉴스]

 

토마스 섀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절대적 독재자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시스템의 부품이라고 주장했다.

 

섀퍼 전 대사는 30일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런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그는 2007~2010년과 2013~2018년 두 차례에 걸쳐 8년 동안 주북한 독일대사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김정일부터 김정은까지, 강경파는 어떻게 세력을 키웠나'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했는데 이 저서에도 같은 주장이 담겨 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섀퍼 전 대사는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백두혈통'이라고 불리는 북한의 로열패밀리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권력을 이어받은 것은 아니다"며 "2008년 뇌졸중 이후 체력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약해진 아버지 김정일과 군부 엘리트층 간의 협상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2011년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후 "지도부 내에는 중국식 경제개혁을 지향하고 국제사회와의 대화에 전향적인 온건파와 핵·미사일 개발을 최우선시하고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는 강경파의 권력투쟁이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권한 지 얼마 안 된 김정은은 정책 결정 과정을 통제하지 못했고, 관여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움직임(권력투쟁)에 압도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은 2012년 4월 연설에서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며 경제개혁에 힘을 쏟겠다는 생각을 드러냈지만, 군부 등이 반발했다"며 "2013년에는 경제개혁과 핵 개발을 동시 추진하는 '병진노선'이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인민의 생활을 희생하고 군사를 우선하는 노선으로의 회귀였다"고 평가했다.

 

섀퍼 전 대사는 "군부가 당의 방침에 반해 행동해도 김정은은 사후적으로 그것을 승인할 뿐이었다"며 "2015년 말까지 계속된 일관성 없는 정책과 정치적 통제의 결여가 시사하는 것은 적어도 이 기간에 북한의 프로파간다(정치선전)가 말하는 것처럼 김정은이 의사결정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이자 온건파의 대표였던 장성택의 처형(2013년 12월)을 주도한 것도 아니라는 게 섀퍼 전 대사의 판단이다.

 

북한 강경파가 로열패밀리 관련 인물도 숙청의 대상이 된다고 정적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장성택을 처형했다는 것이다.

 

섀퍼 전 대사는 "2015년 말 이후 권력투쟁은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됐다"며 "김정은은 집권 초보다 권력을 갖게 됐다고 보지만, 현재 상황은 (세력이 강해진) 강경파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및 한국과의 경제 격차가 한층 벌어지고 이런 외부 정보가 북한 내 유입돼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다시 권력투쟁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목회칼럼] 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

● 칼럼 2021. 12. 30. 03:5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기쁨과 소망] 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

 

송만빈 노스욕 한인교회 담임목사

 

   

    옛날 옛적에, 앞을 못 보는 한 남자가 살았습니다. 그의 유일한 소원은 “한 번이라도 눈을 뜰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었는데요. 어느날 이 사연을 부엉이 한 마리가 듣고는 이 사람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파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아저씨, 난 아저씨의 사연을 듣고 아저씨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어요. 나는 밤에만 활동하니까 낮에는 눈이 필요 없어요. 따라서 낮 동안에는 내 눈을 빌려 드릴 수 있어요. 그러나 밤에는 내 눈을 꼭 돌려주셔야 돼요.”

시각장애인은 부엉이의 제안이 믿겨지진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정말로 모든 것이 보이는 거예요. 평생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팔짝팔짝 뛰며 눈을 빌려준 부엉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부엉이와 함께 살며, 낮에는 그가 활동을 하고, 밤에는 부엉이가 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몇 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시각 장애인에게 이런 마음이 생깁니다.

“부엉이와 눈을 함께 쓰는 바보가 이 세상에 어디 있나?”  그래서 부엉이가 잠든 낮에 먼 곳으로 도망을 갑니다. 이제 밤이고 낮이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된 그는 자유를 만끽합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지날수록 이상하게도 그의 시력이 점점 나빠집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됩니다.

 

시각 장애인은 힘겹게 부엉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온 그를 보며 부엉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저씨! 왜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가셨어요. 아저씨가 떠난 이후 눈이 없어서 밤에 사냥을 못했고 그래서 굶고 있었어요. 그 결과 내 눈도 기운을 잃은 거구요.” 가엾은 부엉이는 이 말을 마치고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시각 장애인은 자기 잘못을 후회하며 엉엉 울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욕심 때문에 망했습니다.

 

    올 한해 역시 작년과 똑같이 코비드 19가 우리 삶을 지배했습니다. 일년 내내 마스크를 써야 했고 외출을 자제해야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사경을 헤맸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습니다. 다행히 백신이 나오는 바람에 코비드 19가 진정되어 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한 이후 another wave를 맞이하였고, 12월 들어 확진자 수가 연일 기록을 갈아치웁니다. 이 추세라면 올 겨울에도 또다른 봉쇄 조치가 내려질지 모릅니다. 화이자는 코로나 19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 예측이 맞다면 내년 겨울 그리고 내후년 겨울도 암울합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릅니다. 이 전쟁에서 변이에 능숙한 적군도 큰 문제이지만, 우리 인간의 욕심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신이 남아돌아 폐기하는 부자나라들이 있는 반면, 백신이 없어서 접종률이 한자리 숫자에 머무는 가난한 나라들이 여럿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가난한 나라들이 새로운 변이의 배양지가 되어서 변이 바이러스를 전세계로 퍼뜨리는 것,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빚어낸 결과는 아닐까요?

 

   우리 주님 이 땅에 오신 성탄절입니다. 주님은 웅장한 궁궐이 아닌 허름한 마굿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만왕의 왕께서 황금 요람에 누이셔도 부족한데, 낮고 낮은 말 구유에 누이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늘의 영광과 땅 위의 평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성탄의 의미를 되찾았으면 합니다.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마음을 품었으면 합니다. 욕심은 우리를 망하게 하지만, 낮아짐은 우리에게 영광과 평화를 가져다 줄 겁니다.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눅 2:12)”           

[1500자 칼럼] 까미노(Camino) 친구들에게.

● 칼럼 2021. 12. 30. 03:5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칼럼] 까미노(Camino) 친구들에게.

 

임순숙 수필가

 

 

크리스마스를 불과 일주일 여 앞둔 오늘, 이곳엔 온종일 눈이 내렸답니다.

예전 같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즐거워했겠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 앞에 한없이 마음이 가라 앉는군요. 어느날 갑자기 밀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욕심내기보단 현 상태로 유지되기를 염원하며 자신을 다독였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나라 안팎 소식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눈발이 옅어질 무렵 저녁산책에 나섰습니다. 차가운 눈바람에 간간이 휘청거리긴 했어도 폐부 깊숙이 박히는 상쾌함은 집안에서의 우울했던 기분을 전환시켜 주어 그런대로 좋았답니다. 집집마다 개성 껏 멋을 부린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과 소담하게 쌓인 눈과의 조화로움에 한동안 감탄하다 말고 그 마음조차 깊은 고요함에 함몰되었지요. 가가호호 현란한 불빛은 내걸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난제에 빠져있을 이웃들의 고뇌가 눈바람 속에 실려오는 듯 했으니까요.

적적한 동네의 길모퉁이에서 홀로 눈을 치우고 있는 이웃 주민을 향해 다소 과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적막을 깨는 그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염원하는 2022년 4월의 그 길도 누군가 힘있게 열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명치끝까지 올라왔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공통의 길이 있지요. 쉼 없이 온몸으로 기도하게 하는 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말입니다.

우리들은 그 길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정을 쌓았지요. 나헤라 알베르게에서 미주네 가족과 모처럼 푸짐한 한식으로 석식을 함께했던 어느 저녁, 그리고 아껴두었던 누룽지를 서슴없이 꺼내어 아침 식사를 준비한 Mr. 우 부부의 지극한 배려로 인해 만시야에서의 강행군에 큰 힘이 되었지요. 그런 따뜻한 두 가족 옆에서 우리부부는 어떤 보탬이 되었는지, 돌아보니 늘 부족하여 미안함만 가득하군요.

비, 바람, 추위 등 자연의 온갖 심술을 길 위에서 겪어낸 후,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우뚝 서던 그날의 감격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런지요.

 

우리 부부는 800 km 프랑스 길을 완주하고 돌아와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병명도 모른 채 그쪽만을 바라보며 한동안 그리움을 키웠지요. 얼마 후에야 그곳을 다녀온 경험자들에 의해 우리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일컬어 까미노 블루(Camino Blue) 환자라고 불리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밖에서 길들여진 길을 일상에 들여놓고 하나의 그리움으로 애닯아 하는 현상을 일컬음이라는군요.  

 

프랑스 길을 다녀 온 일년 후, 우리부부는 ‘까미노 블루’ 환자임을 핑계삼아 여러갈래 순례길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북쪽길(El Camino Norte de Santiago)을 택했지요. 더 멀고 더 긴 시간동안 비우고 다스리기를 거듭하며 고행을 자처한 끝에 드디어 까미노 블루에서 벗어나는 해답을 얻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실행에 옮기자구요. 그래서 또 거룩한 계획을 세웠답니다. 2022년 4월엔 은의 길( Via de la Plata),  장장 1,000 km 넘는 길에 감히 도전장을 겁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 르퓌에서 출발하기를 희망하는 Mr. 부부, 언제든 출발 날짜만 알려달라던 미주 아버지, 언젠가 그때처럼 위에서 만나지기를 간곡히 희망합니다.

 

우리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라는 난적을 물리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소서.

  

-    까미노: 까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줄여서 까미노라 함.

-    알베르게: 순례자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

[편집인 한마당]  ‘내로남불’ 사죄라도 하고 뛴다면..

 

자신의 허위경력 의혹을 사과하는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

 

오스카상을 거머 쥔 ‘기생충’에 쏠린 찬사와 ‘오징어 게임’ 열풍, 그리고 ‘BTS’(방탄소년단)의 폭발적 인기 등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근래 세계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 급등과 선망은 “우리가 언제 이렇게 덩치가 커졌지?“하는 상전벽해의 뿌듯함을 자아낸다.

 

그런데 왠지 어색함이 뒤따른다. 국력이 커진 만큼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게 당연할 테고, 국제사회에 우리의 자랑과 대단한 것들만 내보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여전히 미숙하고 모자라 남의 눈을 피하고 싶은 결함도 한 둘이 아니어서 어설픈 선진국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끄러움이 앞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민주주의 쟁취의 민권승리를 일궈냈음에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판의 풍경들은 한국의 아킬레스건이요 지극히 후진적인 모습의 대표격이다.

 

전례없이 세계적 화젯거리로 등장한 대통령선거가 그걸 말해준다. 쿠데타가 사라진 민주적 선거와 평화적 정권교체 정착, 대선 결과가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 분석 등에 쏠린 눈길이라면 감지덕지일 텐데, 속사정은 그런 게 아니라 가십(gossip)과 낯뜨거운 조롱이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후보자로 나선 여야 유력 인물들의 독특하고 비정상적인 이력과 캐릭터, 거기에 배우자를 둘러싼 온갖 추문과 풍설이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연유다.

 

화제의 주역 이재명과 윤석열은 벌써 글로벌 인물로 부상했다. 정책경쟁과 국정능력에는 눈감은 치열한 네거티브도 난무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극적으로 대비되는 두 후보의 상반되는 면모와 대처에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명암과 취약한 정치현실을 읽는다. 소위 보수와 진보를 대하는 국민들의 선입견과 현실의 괴리도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음을 본다

 

이재명 후보는 ‘개천에서 용’이 된 변방 출신이다. 그는 이른바 ‘형수 욕설’과 ‘여배우 염문’ 등에 ‘대장동’ 의혹과 ‘아들 리스크’가 이어지며 고전한다. 여전히 불신의 눈으로 보는 이들도 많지만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 그리고 법원 무죄판결에 헛다리만 짚는 검찰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상당히 희석된 듯하다. 화전민 출신의 불우한 가정사와 역경 속의 삶에 몸부림치며 변호사와 정치인으로 입지전적 성공신화를 일군 의지와 저력이 뒤늦게 알려진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아는 건 많은데 말이 많다 바꾸기를 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부유한 집안이 배경인 검사출신이다. 흔히 ‘칼잡이’라는 특수부 검사로 잔뼈가 굵어 총장까지 됐지만, 자신을 발탁한 정권과 상관에 대한 우직한 배신과 항명으로 뜻하지 않게 대선후보 반열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른바 본인·부인·장모를 뜻하는 ‘본부장’ 리스크의 심각성이다.

본인은 검찰의 정치중립 파괴에다, 재임 중의 숱한 선택적 수사와 내 사람 봐주기에 ‘고발사주’, 법원의 ‘징계 판결’ 등 부적격 논란이 거세다, 현재 재판 중인 장모 관련 비리 의혹들에 특히 부인 김건희 문제는 양파껍질 같아서 더 심각하다. 결혼 전후의 사생활 논란과 주가 조작 연루설, 스폰서 특혜 등 이권 의혹에다, 무려 18건에 달한다는 학경력 위변조는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혐의도 나온다. 어쩌면 투표 날까지 사상 처음 부인없이 혼자만 뛰는 후보로 두고두고 회자될 지도 모르게 생겼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기획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사과에 인색하다. 이들 일가의 수많은 추한 행태에도 어떻게 대선 후보로 살아남는지가 불가사의일 정도인 한국 정치와 민도(民度)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슬로건이 ‘공정과 상식, 정의’란다. 불공정과 불의한 세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솔깃한 말이지만, 스스로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사람의 외침은 공허한 말잔치요 속임수에 불과할 뿐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속담도 들먹여진다. 그가 특수통 검사로 독하게 수사했던 사건들 가운데 대표적으로 호출된 2007년의 ‘신정아 사건’은 그의 처 ‘김건희 의혹’의 도플갱어이고 빼박이다. 조국 사건의 ‘표창장’문제도 들먹여진다. “정경심이 4년 징역이면 김건희는 몇 년이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내로남불’ 부메랑이라는 비아냥도 강하다.

 

어느 후보든 설령 당사자에게 흠결이 있고 배우자의 심각한 치부가 드러난다 해서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못할 것이야 없다. 하지만 자기 눈의 들보는 감싸안고 남의 눈의 티끌만 호되게 매질하는 허울좋은 공정과 정의라면 선량한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고 국가권력 조차 사유물로 여길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혹여라도 비리와 의혹 투성이 후보가 우매한 군중들로 인해 대통령이 된다한들 어쩌랴!. 판단과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혜택을 누리는 것도, 피해를 입고 눈물을 삼키는 것도 결국은 다수 국민이다.

 

그래도 하나만 강권한다. 열심히 뛰어 대통령이 되라. 다만 전제가 있다. 대권을 그렇게 쥐고 싶거든, 제발 ‘내로남불’을 시인하고 사죄하라. 가족 누구든 비리와 범죄 혐의라면 인정하고 스스로 징벌을 요구하라. 그러면 그저 나리들의 하는 꼴을 지켜보며 먹고살기에 바쁜 범생이들은 잘난 놈들 세상만사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 김종천 시사 한겨레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