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 공개

프랑스 · 동유럽 주장에 원전 포함

“에너지 전환에 제 역할 기대” 이유

 원전 부흥 기대 속 좌초자산 우려도

“수익 안 나는 원전 투자 제한적일 것”

 

2021년 10월11일 벨기에 도엘의 전력선 옆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을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했다.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환경 개선 등에 기여하는지 명시해 이런 활동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가게 하려는 것을 취지로 한다. 따라서 EU 택소노미가 초안대로 확정되면 원자력계의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자금 유치가 지금보다 쉬워지게 된다.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보니

 

<로이터>와 <유랙티브>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 투자사업에 대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적 녹색 투자로 분류하는 택소노미 초안을 마련해 지난 31일 회원국들에게 보냈다.

 

이 초안은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검토를 거쳐 이달 중 집행위원회 안으로 공식 발표된다. 이 검토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달 중순 유럽연합 집행위 최종안으로 확정되면 회원국 다수와 유럽의회가 거부하지 않는 한 그대로 시행된다.

 

공개된 초안은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 녹색 투자로 분류하도록 했다. 초안을 보면, 신규 원자력 발전소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발전소의 수명 연장도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다만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소에 대한 투자도 킬로와트시(㎾h)당 온실가스를 270g 미만 배출하고, 오염을 더 많이 일으키는 화석연료 발전소를 교체하고, 2030년말까지 건설 허가를 받는 등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 투자에 포함시킨 이유는, 이들 에너지원을 두고 충분히 지속가능하지는 않지만 유럽연합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과도기적 활동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집행위는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 진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 전반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데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이유

 

유럽연합은 지난 1년 간 원자력의 녹색 분류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원전 발전 비중이 70%에 이르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탈원전을 내건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의 안전 문제를 들어 이에 반대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 집행위가 원자력을 녹색으로 분류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찬반 그룹 사이에 팽팽하던 갈등은 지난해 10월 천연가스 수급 불안으로 유럽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우리는 안정적 에너지 자원인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새로 구성된 독일 정부의 올라프 슐츠 총리가 지난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뒤 그린 택소노미를 둘러싼 논란을 “사소한 문제”라고 표현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원전의 르네상스 열리나’ 기대있지만…

 

원자력 산업계에서는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에서 원자력 투자를 녹색 투자로 분류할 경우 원전 건설에 대한 투자 유치와 금융 조달이 쉬워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급격히 쇠퇴한 원전 산업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원전의 르네상스’를 열어줄 것이란 기대다.

 

실제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면, 1조 유로(약 1333조원)에 이르는 유럽연합 기후변화 대응 투자 예산(그린딜)이 원전에도 투입될 수 있게 된다. 원전 투자를 위한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하지만 원전의 낮은 경제성과 그린 택소노미에 대한 대형투자기관들의 불신 등이 겹쳐 원자력의 택소노미 포함이 원전의 르네상스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폐기물 처분과 부지 확보 어떻게 할 것인가’ 과제

 

원전에 대한 녹색 분류는 핵폐기물 처분장과 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할 것과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조건은 충족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원전의 경제성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많은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이미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원전의 녹색 분류에 반대해온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원전 르네상스가 오기 위해선 경제성을 갖춰야 하는데, 투자비가 이미 해상풍력 대비 두 배 이상 높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전에 대한 민간금융 업체들의 파이낸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원전의 경제성은 각 나라가 처해 있는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에 추월당한 상태로 평가된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라자드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전체 발전기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평가했을 때 원자력 전기는 이미 2011년부터 재생에너지(풍력) 전기보다 비싼 에너지가 됐다. 지난해에는 원전이 1메가와트시(MWh)당 163달러로, 평균 37달러인 재생에너지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올해 1일 반핵 운동가들이 독일 니더작센주 에머탈 그론데 원전 폐쇄를 축하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한 위원은 “원전의 활용도가 과거 대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민간 영역의 투자로 전성기를 누릴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국영업체가 전력시장을 관장하고 정부가 건설비용을 보장하는 체계가 갖추어진 국가들에서만 원전의 신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전을 포함한 그린 택소노미가 채택되더라도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오스트리아는 집행위원회가 원자력을 포함한 택소노미를 공식 채택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는데, 소송이 시작되면 최소 수 년의 시간이 소요돼 택소노미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U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 포함되자 한국 원전업계 기대하지만…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 원전·천연가스 포함

원전업계 “새 정부의 재평가 기대”

반대쪽 “부지 확보 등 투자 조건 엄격

한국 원전 밀집도 높아 적용 어려워”

 

지난 1일 독일 바이에른 군드레밍겐 주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 앞에는 원자력 로고가 새겨진 도시 문장이 표시되어 있다. DPA/연합뉴스

 

2일 공개된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원자력 발전이 포함되자 원전업계와 학계 등은 ‘국제동향과 국내상황을 보고 추후 결정하겠다’며 한국형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 안이 투자·처분 조건을 엄밀히 정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케이-택소노미) 최종안에 원자력이 빠진 것을 두고 원전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결정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기조대로 원전을 제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이달 중으로 예정돼있는 유럽연합 택소노미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2일 유럽연합안이 공개되자 원전업계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2일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택소노미에 대한 논의도 새로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결정이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을 짚었다. 발표 당시 환경부가 “국제 동향과 국내 상황을 감안해” 변경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유럽연합이 원전을 포함시킨 것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전에 대한 입장이 다소 다르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다른 입장을 내걸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원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면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간다고 해도 이미 한국의 원전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유럽과 상황이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도 원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보와 폐기물 처분 장소와 방법 등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원전 확대 정책으로 흐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 안에 천연가스(LNG)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는 한국(1킬로와트시(㎾h)당 340g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량(270gCO2eq) 기준의 가스 발전소를 녹색 산업으로 분류했다. 이 경우 일반적인 가스발전소는 녹색으로 분류되기 어렵고 탄소포집저장기술을 갖췄거나 열병합발전소만 인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준과 차이가 있다. 최우리 기자

FT “회복세 이어가지만 불확실성 국면”

OECD “국가 간 고르지 않는 경제 회복”

바이러스 적응, 인플레이션, 불균형 3대 변수

 

 

“2022년은 불확실성이 커져 더 어려운 길을 맞닥뜨릴 것”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각)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회복세는 이어갈 수 있으나 어느 때보다 커진 불확실성 탓에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경제를 다시 흔들 변수들에 대한 예측도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이런 인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주요 투자은행의 경제 분석가들에게도 넓게 공유돼 있다. 이런 공감대를 토대로 올해 세계 경제의 3가지 포인트를 살펴봤다.

 

바이러스 적응력

 

오이시디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5.6%(전망) 성장한 세계 경제는 올해에도 4.5% 성장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5.6%→3.7%), 유로존(5.2%→4.3%), 한국(4.0%→3.0%) 등 주요국도 전년보다 다소 느리지만, 양호한 회복 흐름은 유지할 것으로 이 기구는 전망했다. 이런 ‘낙관적’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에 어느 정도 적응해가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잘 버티던 경제도 오미크론과 같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휘청거리게 마련이다. 오이시디의 12월 전망도 오미크론이 부각되기 전에 이뤄진 조사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의 제이 에이치 브라이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기복에 계속 휘둘리는 중이다. 최신 오미크론 변종은 여전히 경제 활동을 손상시킬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 경제 향방도 여전히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과 변종 출몰 여부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인플레이션 추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을 빼놓고 올해 세계 경제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일단 다수 기관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지만 하반기들어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본다. 한 예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지난해 5.3%까지 치솟은 후 올해 2.6%, 내년 2.3%으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 오이시디 또한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은 2021~2022년 정점에 도달한 후 2023년까지 약 3%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던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재확산을 거듭하면 물가 전망도 빗나갈 수 있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 금리를 앞다퉈 끌어올리고 이에 따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공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FT>의 마틴 울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높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으로 판명될 수는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더 높게 유지되거나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높은 물가를 유발한 에너지 등의 공급 부족 현상은 잦아들더라도 구매력을 결정짓는 임금 상승과 같은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간 불균형 누적

 

고르지 않는 국가간 회복세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이시디는 “대부분 국가 경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는 뒤쳐지고 있으며, 선진국 내에서도 국가간 회복세가 고르지 않다”고 진단한다.

 

이런 국가간 불균형이 누적되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된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는 바이러스 변종의 온상이 될 수 있으며, 이들 지역의 경제 부진은 전 세계 생산 능력, 가격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공급망 차질은 신흥국의 코로나19 경제 충격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전 세계 분업화에서 주요 부품 생산과 노동력을 담당하고 있는 까닭에 경제 회복이 더디면 세계적 공급망 차질 해소도 지연되고 그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게 된다. 전슬기 기자

아프간 정보기관, 술 거래상들 체포

“무슬림은 술 제조 · 공급 금해야”

친서구 정권 때는 암암리에 술 소비

 

탈레반 전사들이 지난 3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음식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이슬람 율법의 엄격한 준수를 추진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압수한 술을 운하에 버리며 강력한 음주 단속 의지를 나타냈다.

 

(AFP) 통신은 아프간 관리들이 술 3000ℓ를 수도 카불의 운하에 버렸다고 아프간 정보총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프간 정보총국은 요원들이 술을 폐기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아프간 정보총국은 단속을 통해 주류 거래상 3명을 체포했다고도 밝혔다. 정보총국의 한 관리는 “무슬림들은 술을 만들거나 공급하는 것을 정말로 금해야 한다”고 밝혔다.

 

8월 중순 붕괴된 아프간의 친서구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술 소비를 금지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관광객 등 외국인들에 대한 술 판매 허가제를 운영했다. 외국인들은 술을 2병까지 아프간에 반입할 수 있었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기 전에 주둔한 외국 군인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음주를 할 수 있었다. 카불 등에서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술집도 운영됐다. 현지인들도 암암리에 술을 마셔왔다. 와인 제조에 적합한 질 좋은 포도 농장이 많아, 집에서 와인을 담가 마시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분은 외국에서 밀수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직후 친서구 정부의 외무장관을 지낸 이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술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과 같은 강력한 단속은 금주에 대한 탈레반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탈레반 정부는 마약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는 최근 72㎞ 이상 여행하는 여성은 반드시 남성 가족을 동반해야 한다는 지침을 밝히는 등 잇따라 여성들의 권리도 제약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합참, ‘22사단 월북사건’ 조사결과 발표

경계시스템 정상 작동해도 놓치고 오판

초동조치 병력, 현장 출동했지만 헛걸음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을 지키는 육군 22사단의 일반전초(GOP) 감시카메라(CCTV)에 월북자가 지오피 철책을 넘은 장면이 5번이나 찍혔지만 시시티브이 감시병이 이를 놓쳤고, 나중에 녹화화면을 확인했지만 저장서버 시간을 잘못 맞춰 못 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경계작전부대는 특이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자체 종결하고 상급부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밤 뒤늦게 비무장지에서 월북자를 발견했지만, 현장 부대는 월북이 아닌 귀순이라고 판단해 초기 작전을 펼치다 대응 시간을 흘려보냈다. 5일 합참이 밝힌 ‘22사단 월북’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감시장비는 정상 작동했지만 현장 부대의 경계 미흡과 오판들이 겹쳐 있었다.

 

CCTV 5번 찍혀도, 녹화화면 돌려봐도 못 봐

 

월북자가 지오피 철책을 넘는 장면은 지난 1일 지오피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다. 월북자가 오후 6시36분께 지오피 철책을 넘어갔고 이때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 근처 감시카메라 3대에 철책을 넘은 모습이 5차례 잡혀 경고등과 경보음이 떴다. 감시카메라 3대에는 월북자가 철책을 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철책을 넘어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 등이 잡혔다.

 

하지만 시시티브이 감시병은 이 장면을 상황 발생 당시 알지 못했다. 당시 감시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릿하고 근처 초소에 가려 감시 카메라 사각지역이 생겨 감시병이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시시티브이와 센서 등을 활용해 원격으로 감시하고 이상을 탐지하는 것으로, 센서로 작동하는 감지시스템, 시시티브이를 이용하는 감시시스템, 이들 시스템을 관제하는 통제시스템으로 꾸려진다.

 

                   민통선 근처 시시티브이에 잡힌 탈북자의 모습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때 철책에 부착된 광망(센서)에 압력이 가해져 경고등, 경보음이 울렸다. 소대장 등 초등조치조 병력 6명이 출동해 6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철책과 광망을 3차례 점검했지만 특이사항을 발견 못했다. 철책 주변 쌓인 눈에 월북자의 발자국이 찍혀 있고, 철책 상단 윤형철조망에 월북자의 외투에서 찢긴 것으로 보이는 흰색 깃털이 붙어 있었지만 초등 조치조는 날이 어두워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녹화화면 돌려봤지만 저장서버 시간 설정 잘못해

 

규정상 경계작전부대는 시시티브에 경보가 작동하면 화면을 재구성해 녹화 영상을 확인하고 상급 부대인 대대에 상황보고를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대대가 주관해 상황 평가를 한다. 하지만 당시 현장 부대가 녹화 영상을 재생하면서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하는 장면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보음이 발생한 오후 6시36분부터 30분 전까지 시간(오후 6시6분부터 오후 6시36분) 녹화 화면을 확인해야 하는데, 오후 6시2분부터 오후 6시32분까지 영상을 확인했다. 서버 저장 시간이 실제 시간과 4분 가량 차이가 있어 월북자가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못 보고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시시티브이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매일 동기화를 할 때 감시 카메라 전체를 통제하는 메인 서버와 녹화 영상이 담긴 저장 서버를 따로 동기화해야 하는데 해당 부대는 메인 서버만 동기화하면 저장 서버도 함께 동기화되는 줄 잘못 알고 저장 서버 동기화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특이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했다. 경보음이 울리면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다.

 

뒤늦게 DMZ에서 월북자 발견했지만 귀순으로 오판

 

22사단의 해당 부대는 1일 오후 9시17분께야 비무장지대(DMZ) 내 월북자를 열상감시장비(TOD)로 발견했다. 이때 군이 처음으로 상황 발생을 알았다. 당시 월북자가 골짜기를 따라 국군 지피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오피 대대장은 지형과 월북자의 이동 방향을 감안해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팀을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월북자는 20여분 이후 방향을 돌려 북쪽으로 향했고 군단·사단 상황 평가 결과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뒤늦게 월북 차단 작전에 나섰다. 그러는 동안, 월북자는 오후 10시49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갔다.

 

군 당국은 경계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문 대통령 “22사단 경계작전 실패, 반복되는 점에 군은 경각심 가져야”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 사건과 관련해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점에 대해 군은 특별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2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경계작전 실패는 있어서는 안될 중대한 문제”라며 “현장 조사에서 드러난 경계태세와 조치, 경계 시스템 운영의 문제를 해결하고 군 전반의 경계태세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경계태세 실패에 대한 군 지휘관들의 사의 표명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이번 기회에 군의 경계시스템에 대한 점검 계기로 삼으라는 그런 강한 주문을 하셨다는 점으로 답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관련된 보고는 수시로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합참에서 발표를 하면서 좀 더 상황에 대해서 명료하게 파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군 당국은 월북 사건과 관련해 경계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새해 첫날 동부전선 철책 월북자, 1년전 탈북한 30대 추정

1일 정오 강원 고성 민통선 CCTV에 찍혀

신변안전 대북통지문에 북 ‘수신 확인만’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감시초소(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장비와 병력을 철수했지만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지피. 고성 지피는 북한 지피와의 거리가 580m밖에 되지 않는다. 월북자는 이 지피 근처를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첫날 동부전선 월북과 관련해 당국은 탈북민 ㄱ을 월북자로 추정하고 관련 사실을 확인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ㄱ은 2020년 11월 강원 고성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30대 초반”이라며 “ㄱ을 월북자로 추정하는 근거는 지난 1일 정오께 강원 고성 일대 민통선 시시티브이에 이 사람이 찍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월북자는 지난 1일 오후 6시40분께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었고, 이날 밤 10시40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ㄱ은 지난 12월29일 마지막 연락이 됐고 지난 12월30일 이후 연락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확인 과정에서 민통선 시시티브이 화면에 찍힌 사람이 ㄱ과 인상 착의가 동일하다고 할 정도로 흡사했고, 육안으로 얼굴 식별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군사분계선 2㎞ 밑에 남방한계선 철책이 있는 비무장지대가 있고, 군 작전과 보안을 위해 군사분계선 10㎞ 안팎으로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이 설정돼 있다. 민간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 비무장지대와 달리 민통선은 경계 초소에서 신원 확인이 되면 민간인 출입이 대부분 가능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탈북 루트와 월북 루트는 강원 고성 지역인데, 동일한 루트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ㄱ의 대공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세부적인 것은 관련기관에서 확인 중”이라며 밝혔다. 당국은 ㄱ이 국내 정착 뒤 얻은 직업이 군사 정보 등에 접근하기 어렵고, ㄱ이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고향을 그리워했고 주변에 신세 한탄을 자주 한 점 등을 종합해 대공용의점이 낮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ㄱ이 일부 언론 보도대로 북한에서 기계체조 선수로 활동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ㄱ은 2020년 11월 탈북 당시 “학교에서 기계체조를 배웠다”고 말한 적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월북자)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내용을 담은 대북통지문을 지난 2일 오전, 오후 모두 2차례 발송했다”며 “이후 북한이 아무 반응 없는 것은 아니고 ‘수신 잘했다’고 했다.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답변은 없어서 현재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새해 첫날, 동부전선 철책 넘어 월북…‘별들의 무덤’된 22사단

군, CCTV 잡히고 센서 울렸지만 경계 실패

월북 1명…북 ‘코로나 비상방역’ 안전 우려

 

2015년 8월 서부전선 휴전선 남쪽에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새해 첫날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지역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잡히고 경보가 울렸지만, 군은 이 사실을 몰랐다. 22사단 지역은 경계 실패와 초동조치 부실 등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어 군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할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을 엄격하게 하는 상황이라 월북자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일 “지난 1일 오후 9시20분께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신병 확보를 위해 병력을 투입해 비무장지대에서 작전을 하다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4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에는 철책이 없고 남쪽 남방한계선 근처에 철책이 있다.

 

합참 관계자는 “이후 확인 과정에서 같은 날 오후 6시40분께 해당 인원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철책에는 일정 무게를 넘는 하중이 가해졌을 때 경보가 울리는 센서와 폐회로텔레비전 등이 설치돼 있다. 이 관계자는 “(철책을 넘을 당시) 상황실 시시티브이에 포착됐는데 당시 시시티브이 감시병이 이를 인지 못했고 월북 이후 시시티브이 화면 재생 과정에서 철책을 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을 때 군 상황실의 경보는 정상적으로 울려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했지만, ‘철책 훼손이 없어 이상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철책을 넘은 시각으로부터 약 3시간 뒤인 9시20분에야 군은 비무장지대에서 움직이는 월북자를 열상감시장비(TOD)로 발견했다. 티오디는 사람이나 물체가 내는 열을 감지해 영상으로 보여줘 빛이 없는 밤에도 물체 식별이 가능하다. 군은 이후 1시간20분 동안 비무장지대에서 월북자 신병 확보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지난 2014년 중부전선 한 부대에서 병사들이 CCTV로 전방을 감시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애초 감시장비가 월북자를 포착했고 초동조치 부대가 출동까지 했지만 이상 발생 자체를 몰랐고, 뒤늦게 신병확보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합참 관계자도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현장에 가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월북자의 신원과 생사는 알 수 없다. 군은 해당 부대 병력 인원 확인 결과, 이상이 없기 때문에 일단 월북자를 민간인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오늘 아침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경 봉쇄 수준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2년째 하고 있어 월북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게 피격 사망했을 때 북한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조처라고 주장한 바 있다. 2020년 7월 서해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월북해 개성으로 갔을 때도 북한은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월북했다며 방역태세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다. 이날 오전까지 해당 지역 일대의 북한군 특이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전방 육지경계와 동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어 경계책임지역이 다른 사단의 3~4배 가량인데 병력은 다른 부대와 비슷하다. 이때문에 22사단 경계지역에는 논란이 된 월북·월남 사건이 잦다. 지난해 2월에는 북한 남성 1명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근처 동해에서 오리발을 차고 ‘헤엄 귀순’했고, 2012년 10월에는 월남한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이 일어났다. 2009년에는 22사단에서 전역한 민간인이 철책을 뚫고 월북했다. 지난 10여년간 각종 사건 사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문책당한 사단장이 임기를 채운 사단장보다 많아 ‘별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