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감금·고문 얼룩진 미국의 ‘치부’

부시 · 오바마, 폐쇄 약속 이행 못해

바이든도 공화당 반대 등으로 난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2007년 10월 교도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관타나모/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완료함으로써, 20년 전 9·11 테러 직후 시작된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이 역사상 최장기 전쟁 수렁에서 군화발을 뺀 것만으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이 만들어낸 미국의 치부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는 일이 남아있다. 쿠바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 안에 있는 이 수용소에는 9·11 테러 용의자 5명을 포함한 39명이 수감중이다. 불법 감금과 가혹 행위 등 인권 유린의 흑역사로 얼룩진 이 시설을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대로 임기 내에 폐쇄할 수 있을까?

 

가혹행위 무법천지…“지구상 가장 비싼 교도소”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각종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고자 이듬해 1월 쿠바 관타나모만에 있는 미 해군기지 안에 급조한 시설이다. 아프간, 파키스탄 등 주로 중동에서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이들이 이곳에 구금됐다. 경비 병력 1800명이 배치됐다. 현재까지 누적 수감자 수는 770명이며, 부시 정부 시절인 2003년에는 한때 677명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법치는 실종되고 인권 유린이 난무했다. 용의자들 상당수는 체포 동의 등 적법한 절차 없이 수감됐다. 부시 정부는 이들을 ‘적 전투원’으로 분류해 국제협약에 따른 포로 대우에서 제외시켰고, 민간 법정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했다. 부시 정부 시절 이곳에서 구타, 물고문, 수면박탈 등 가혹행위가 ‘향상된 심문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 최소 9명의 수감자가 숨졌고 이 가운데 6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약 15년간 구금돼 있다가 2016년 무혐의로 풀려난 모하메드 울드 슬라히(50)는 지난 12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2003년 여름 이 수용소에서 고문 당한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교도관들이 맹견으로 자신을 위협하며 구타해 갈빗뼈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사관이 테러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인정하지 않으면 네 어머니를 납치해서 성폭행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수용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교도소’로 불리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는 이 시설에 40명이 수감돼 있던 2018년 기준으로 교도소와 관련 시설, 경비 인력, 부속 군사법원 등을 유지하는 데 5억4000만달러가 들었다고 2019년 보도했다. 1인당 약 1300만달러(약 152억원)가 들어간 셈이다.

 

현재 이곳에는 알카에다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9·11 테러 설계에 가담한 용의자 5명을 포함해 39명이 수감돼 있다.

 

오바마, 폐쇄 실패…바이든은 할 수 있을까

 

불법 감금과 고문이라는 오명 때문에 인권 단체 등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 수용소를 처음 만든 부시 행정부에서도 약 540명의 수감자를 파키스탄, 아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송환하며 규모를 줄였다. 그 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관타나모 수용소를 1년 이내에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수감자들을 뉴욕연방법원으로 이송해서 재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안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테러리스트를 미 본토로 들여서는 안 된다며 반대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예산안은 부결됐다. 오바마는 재임 8년 동안 수용소 폐쇄는 하지 못한 채, 수감자 197명을 석방하거나 제3국으로 옮겨 40명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방침을 뒤집었다. 그는 2018년 1월 국정연설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유지할 것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호에 필요하다면 이곳에 수감자를 추가로 보내겠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관타나모 숙제를 넘겨받았다. 그는 ‘임기 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약했다. 그 첫 걸음으로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관타나모에 수감중이던 압둘 라티프 나시르를 본국인 모로코로 돌려보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미 상원의원 24명이 바이든 정부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국내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또한 오바마가 넘지 못한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과 상원 군사위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 의원 등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는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관타나모에 있는 수감자들을 미국 본토로 옮기는 것 또한 오바마 시절 의회가 법으로 금지해 어렵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 8개월이 됐지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과정에 오바마가 마주했던 법적, 정치적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계획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폐쇄로 가는 길이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오바마 정부 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사였던 클리프 슬론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전담해서 부처 사이에 조율을 할 수 있는 비슷한 직제를 설치해야 한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또한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원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쪽으로 기울기 전에 바이든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 “이것은 말 그대로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우리의 국제적 입지에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이라며 백악관이 이 수용소의 운용상황 검토를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접종률 71% 대 1.9%…확 기울어진 백신의 세계

● 건강 Life 2021. 9. 21. 04:4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선진국 ‘안 맞고’ 저소득국 ‘못 맞고’

백신 접종률 영국 71%, 미국 63%

1인당 GDP 1천달러 이하 국가 1.9%

국제사회 ‘백신 불평등’ 타개 말하지만

경제지원 등 핵심 방안 늦어져 효과 의문

 

 지난 6월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레토리아에서 한 시민이 백신이 필요하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토리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 사는 리사 브랜든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백신을 맞지 않은 자신의 두 아들이 코로나19에 걸려 한날 사망했기 때문이다. 브랜든은 자식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라고 설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백신 접종 권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백신 접종률이 최근 들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영국)와 화이자(독일, 미국), 모더나(미국)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와 연구소가 있는 국가로, 일찌감치 인구 수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해 접종에 들어갔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올해 초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은 지난 5월31일 백신 접종률 50%를 기록했지만, 이후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난 14일 기준 63%에 머물고 있다. 석 달여 동안 13%포인트 증가한 데 그친 것이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영국은 지난 5월31일 백신접종률 58%를 기록했지만, 14일 현재 13%포인트 늘어 71%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 최대국 독일도 5월31일 백신접종률이 43%였는데, 석달이 지난 14일 66%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최근 들어 크게 상승하지 않는 것은 백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탓이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 조사를 보면, 미국의 백신 기피율은 27%이고, 독일이 19%, 영국이 12%다. 한국은 이 조사에서 16%로 조사됐는데, 백신 확보 측면에서 이 나라들에 뒤진다.

 

저소득국, 전세계 투여 백신의 1.9%…세계 평균은 42.4%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백신을 쌓아두고도 맞지 않는다면,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저소득국들은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맞지 못하고 있다.

 

14일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 1천달러 이하 저소득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1.9%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 70억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인구가 42.4%에 이르고 약 57억9천만 회분의 백신이 투여됐지만, 저소득국은 백신 접종률이 세계 평균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프리카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1.9%, 탄자니아 0.6%이고 케냐는 4.1%에 머물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주요 임상 시험장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8%로 다소 높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한 자릿대에 머물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각각 13%, 17%, 25%, 27%로 아프리카보다는 낫지만 세계 평균의 절반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프리카는 백신 구매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아프리카연합(AU)의 코로나19 특사인 스트라이브 마사이와는 14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아프리카는 인구 60%에 접종할 백신 절반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국제백신 공동구매·배급 조직인) 코백스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며 “제약사들에게 구매 문의를 타진했지만 우리에게는 적절한 접근권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추가접종, 제약사는 ‘필요’ FDA ‘불필요’

 

한발 나아가 선진국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추가 백신을 맞는 이른바 ‘부스터샷’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과 영국도 부스터샷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백신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백신의 예방효과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화이자는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사 백신의 효능이 2차 접종 완료 뒤 두 달만에 6%씩 줄어든다는 임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모더나도 이날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백신의 효능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2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레토리아/신화 연합뉴스

 

두 회사의 발표는 제약사가 자신들이 만든 의약품의 효과를 스스로 깎아내린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지만,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사 백신의 판매량을 더욱 증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 등 전문가들은 부스터샷 접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은 15일 공개한 설명 자료에서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 미국에서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이 중증 환자나 사망자 발생을 막는 보호 효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식품의약국 백신 전문가인 필 크로스 박사와 매리언 그루버 박사, 세계보건기구의 수미야 스와미나탄 수석 과학자 등 저명한 연구자들은 지난 13일 영국 의학학술지 <랜싯>에 기고한 글에서 일반인 대상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는 미국·영국·프랑스·인도·남아공 등의 주요 백신 연구자들도 저자로 참여했다.

 

G20 ‘백신 지원협약’ 맺었지만 효과는 의문

 

선진국들은 백신 불평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5일 주요 20개국(G20) 보건장관들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의를 열고 저개발국들에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지원하는 내용의 ‘로마 협정’을 채택했다. 로베르토 스페란차 이탈리아 보건장관은 가난한 나라에 대한 보건·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더 많은 백신을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며 “(백신) 불평등 수준이 매우 심각하며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쪽 분량의 로마 협정에는 가장 중요한, 경제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스페란차 장관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지원을 약속하면 “(행동을 제약하는) 구속이 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사실상 말뿐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지난해 초부터 백신 개발과 보급 등과 관련해 국제적인 공동 대응을 요구해 왔지만, 각국 지도자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이 본인들의 정치적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과 인도 등 코로나19 백신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들은 자국 내 수요가 충분해질 때까지 코로나19 수출을 허용하지 않았고, 인도는 아직도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0일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열린 제65차 IAEA 총회에서 “북한에서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이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IAEA 이사회에서 영변 핵시설 원자로 재가동 조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우라늄 농축 공장의 재가동 징후도 공개했다.

 

아울러 북한 강선 지역에 위치한 핵시설에서 계속되는 활동 징후가 있었다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지속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는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IAEA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 원자로와 관련해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배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5MW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로, 여기에서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이와 함께 IAEA는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MW 원자로 근처에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 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IAEA 사찰단은 2009년 4월 추방된 이후 북한 핵 시설에 직접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IAEA는 북핵 프로그램 감시를 위해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고해상도 상업 위성의 이미지 수집과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열차 미사일’…들키지 않게 쏘고 숨기 가능할까?

 동시다발 분산 공격 가능하나 ‘게임 체인저급’엔 미달

 북한 철도 사정 너무 나빠 ‘은밀·기동·기습’ 효과 제약

 

<노동신문>은 “철도 기동 미사일 연대는 9월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하여 800㎞ 계선의 표적 지역을 타격할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해 “조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1면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열차에서 쏜 탄도미사일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북한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린 철도망을 플랫폼 삼아 마음대로 위치를 바꿔 미사일을 마구 쏘면 큰 일이란 주장이다. 북한 미사일을 실은 열차가 여기저기 철도 터널에 숨어있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터널로 숨어버리면 사전 탐지, 사후 대응 공격이 어렵다는 것이다.

 

열차 미사일은 은밀·기동·기습이 장점이다. 지난 15일 열차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한 박정천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형 환경 등을 고려해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타격 수단”이란 자랑도 이런 이야기다.

 

하지만, 열차 미사일이 진일보한 새로운 전략기술은 아니다. 열차 미사일 방식은 이미 40년전 미국과 소련이 대결할 때 등장해 군사적 장단점이 드러났다. 새롭거나 전장의 판도를 바꿀 획기적 기술은 아니란 뜻이다.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선제 핵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이동식 차량·기차에 분산 배치했다. 1980년대 소련은 열차 이동식 핵 미사일 RT-23을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미국도 ‘피스키퍼’란 핵 미사일을 개발해 열차에 탑재하려했으나 1991년 소련이 망하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미국 철도 총 선로 길이는 22만8218km로 세계 1위 철도대국이고, 러시아 철도 총길이는 8만5155km로 세계 2위 철도대국이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이 열차에 미사일 분산배치가 가능했던 것은 땅이 크고 철도가 길어 숨을 곳이 많았서였다. 미국과 소련에 견줘 북한은 땅이 작고 철도 길이도 짧다. 북한 철도 총길이는 5235km이다.

 

소련이 실제 운용했던 열차 미사일 RT-23의 치명적 약점은 무게였다. 이 미사일 1발의 중량이 100톤이 넘었다. 미사일에 열차 무게까지 합치면 너무 무거워졌다. 철길 붕괴 사고를 막기위해 RT-23을 실은 열차는 지반이 든든한 철길로만 다닐 수 있었다. 낡은 철교, 제방에 깔린 철길에서는 운행하기 힘들었다. 드넓은 소련 국토에 깔린 철도를 마음대로 달리지 못하고 운행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됐다. 무거운 미사일을 끌고 다니느라 디젤기관차가 3량이 붙는바람에 일반 열차와 모양이 너무 달라 미국 정찰위성에 쉽게 발각됐다. 열차 미사일의 최대 장점인 은밀함과 기동 효과가 반감됐다.

 

지난 15일 발사한 북한 열차 미사일은 소련처럼 대륙간탄도탄(ICBM)이 아닌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 상대적으로 가볍다. 북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무게는 20~30t이고 열차 무게까지 합치면 대략 50t 안팎이 될 것이다. 북한 처지에서 열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50t짜리 열차가 북한 철길을 마음대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는 북한 철도 사정에 달려있다.

 

2013년 12월12일 경북 의성의 중앙선 철로에서 화물 무게를 못이견 화물열차 바퀴가 깨져 탈선 사고가 났다. 당시 코레일은 “화물열차 한 량의 경우 최대로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가 50톤이고, 차체 무게가 18.5톤이라 70톤 가까운 무게가 이 아래쪽 바퀴에 실렸다. 겨울철 열차 바퀴에 무거운 하중이 걸리면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남한보다 철도 사정이 휠씬 열악하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237km인데, KTX로 2시간이면 간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230km인데, 북한 기차로는 12시간이 걸린다. 평양-신의주 노선의 표정속도(scheduled speed·열차가 운행하는 구간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수치)는 시속 45km라서 원래 5~6시간 걸려야 하지만, 실제는 12시간이 걸린다.

 

북한 열차가 20km 정도로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은 철도 시설이 워낙 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2차례 남북이 합동으로 북한 철도시설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북한 철도 교량과 터널은 건설 당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노후화가 심각했다. 궤도 침목이 깨져있고 철길 단면 마모가 많아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기관차의 마력이 디젤기관차에 비해 커서 경사가 심한 북한 산악지형에 적합하기 때문에 북한은 철도 전철화에 주력해 80% 넘는 철도가 전철이다. 북한은 전력난이 심해 전철이 다수인 열차의 정상 운행이 어렵다.

 

열악한 북한 철도 사정은 열차 미사일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무거운 미사일 열차가 안전하게 운행 가능한 북한 철도 구간이 제한되므로 한미 정보당국이 철도구간과 터널을 특정해 집중 감시할 수 있다. 유사시 미사일 열차가 숨어있던 터널에서 신속하게 나와 재빨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터널로 대피해야 하는데 북한의 철길과 전기 사정이 나빠 미사일 열차가 고속기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한미 정찰기, 군사위성이 미사일 열차의 움직임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열차 미사일이 유사시 북한의 동시 다발 타격 능력을 키우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급의 전략무기라고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권혁철 기자

뉴욕 도착 뒤 유엔총회 일정 시작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연설

 BTS도 함께 참석해 연설과 공연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닌 웰컴 제너레이션”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국민들은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국제 협력의 여정에 언제나 굳건한 동반자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에 참석해 “인류가 국경을 넘어 협력하는 것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첫 걸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뉴욕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참석으로 유엔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15년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인류의 2016년∼2030년 공동 비전으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슬로건 아래 인류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인간·지구·평화·번영·협력 등 17개 항목의 목표로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고위급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국가 정상 자격으로 연설을 하면서 “우리는 위기 극복을 넘어서서 ‘보다 나은 회복과 재건’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평한 접근과 배분을 시작해야한다고 했고, 국경을 넘는 협력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을 언급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과 미래세대를 존중하며 세대 간 공존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빈곤과 불평등, 기후변화 같은 기성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위기에 대해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것은 기성세대의 의무이기도 하다”면서 “기성세대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룹 BTS(방탄소년단)이 20일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RM, 정국, 지민, 제이홉. 연합뉴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비티에스(BTS·방탄소년단)가 함께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의 민간 특사 BTS와 함께하는 오늘의 자리가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미래세대의 선한 의지와 행동을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 연설에 이어 유엔총회장에 오른 BTS는 7명의 멤버들이 돌아가며 미래 세대를 위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뷔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너무 어둡게만 생각하진 않으셨으면 좋겠다”면서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페이지가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엔딩이 정해진 것처럼 말하진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TS의 리더인 아르엠(RM)은 “지금의 10대, 20대들을 ‘코로나 로스트 제너레이션’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들었다. 가장 다양한 기회와 시도가 필요한 시기에 길을 잃게 되었다는 의미에서다”라고 한 뒤 “그런데 어른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진은 “그런 의미에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면서 “변화에 겁먹기보단 ‘웰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라고 의미를 짚었다. RM은 “가능성과 희망을 믿고 있으면 예상 밖의 상황에서도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더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고, 제이홉도 “중요한 건 변화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아닐까요”라면서 ‘희망’을 전했다.

 

이와함께 BTS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RM은 “백신 접종은 저희를 기다리는 팬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자리에 오기 위해 끊어야 하는 일종의 티켓 같은 거였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오늘 전해 드린 메시지처럼, 우리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멈춘 줄 알았는데, 분명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모든 선택은 그 선택이 곧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고 있다. 엔딩이 아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에서 모두에게, 서로에게 ‘웰컴!’이라고 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유엔TV를 통해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공연 영상 ’퍼미션 투 댄스’ 이미지. 연합뉴스

 

BTS는 연설을 마친 뒤 유엔총회장 현지에서 찍은 ‘퍼미션 투 댄스’ 공연 동영상을 공개하며 ‘웰컴 제너레이션에 대한 인사’를 전했다. BTS는 3년 전 유엔총회장 연설때는 아르엠이 영어로 말했지만, 이번 연설때는 한국어로 했다.

이완 기자

 

문대통령 "추석 전 접종률 70% 달성…세계서 앞서갈 것"

전용기 내에서 녹화…"어려운 분 많지만 격려하는 명절"

 

추석 인사 영상메시지 캡처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민들에게 추석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큰 산 하나를 넘어 추석을 맞이했다"며 "국민들께 약속한 추석 전 백신 1차 접종률 70%를 달성해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이면 접종 완료율도 세계에서 앞서가게 될 것이고 우리는 점차 일상을 되찾게 될 것"이라며 "힘들어도 조금만 더 힘내시기를 바란다. 애써주신 의료진과 방역진, 인내로 이겨온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9일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한 채 이번 영상을 녹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추석 연휴에 유엔 총회에 참석하게 됐다. 뉴욕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 제 좌석에서 국민 여러분께 추석 인사를 드린다"며 "유엔 총회를 무사히 마치고 더 큰 희망과 함께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가위 보름달은 소원을 들어준다. 저희 부부는 국민 한 분 한 분의 건강과 안전을 빌 것"이라며 "명절을 잘 보내자고 하기도 어려울 만큼 힘든 분이 많지만 어려워도 가족 간, 이웃 간의 사랑은 줄지 않는다. 서로 격려해주고 격려받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여사는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백신 접종 속도를 빠르게 올렸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웃과 더 많이 나누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은 언제나 든든하다. 힘든 나날 속에서도 둥근 달은 변함없이 동산에 뜨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도 그대로"라며 "예년 같지 않아도 환한 내일을 기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춤추는데 허락은 필요없죠" 유쾌하게 유엔총회장 누빈 BTS

 

총회장 연단 · 유엔본부 배경으로 '퍼미션 투 댄스' 퍼포먼스

연설에선 '팬데믹 속 청년세대' 목소리 전달… 문대통령이 직접 소개

 

SDG Moment 발언하는 BTS= 그룹 BTS(방탄소년단)이 20일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RM, 정국, 지민, 제이홉.

 

유엔 총회에 청년세대 대표로 참석한 방탄소년단(BTS)이 각국 정상들이 연설하는 유엔 총회장을 누비며 유쾌한 화합의 무대를 선사했다.

 

BTS는 20일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멘트) 행사에서 사전 녹화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했다.

 

BTS가 지난 7월 발표한 '퍼미션 투 댄스'는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다'는 메시지와 팬데믹 종식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 곡이다.

 

◇유엔 배경으로 '수어 댄스'…화합 메시지

 

이번 퍼포먼스 영상은 실제 총회장을 비롯한 뉴욕 유엔본부에서 녹화가 이뤄져 의미를 더한다.

 

카메라가 유엔 엠블럼을 비춘 뒤 총회장 연단에서 수트를 입은 정국과 RM이 '퍼미션 투 댄스' 도입부를 부르며 등장했다. 이른바 '외교의 슈퍼볼'로 불리는 유엔 총회에서 매년 9월 각국 정상들이 발언하는 곳이다.

 

 

유엔 배경으로 '퍼미션 투 댄스' 군무 펼치는 BTS와 댄서들 [빅히트뮤직 제공]

 

이어 RM과 주먹인사를 나누며 등장한 지민 등 멤버들이 한 명씩 합류해 유쾌하게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각국 대표들이 앉는 회의장 좌석을 흥겹고 경쾌하게 누볐다.

 

멤버들은 총회장 문을 열고 나와 로비를 거쳐 야외로 이동한 뒤 유엔본부 건물을 배경으로 군무를 선보였다.

 

탁 트인 잔디밭으로 나가자 청명한 하늘과 유엔본부 건물, 뉴욕의 마천루가 펼쳐졌고, 곳곳에 있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BTS와 어울려 마음껏 춤을 추기 시작했다.

 

BTS와 댄서들은 '퍼미션 투 댄스'의 메시지처럼 유엔본부를 배경으로 자유롭게 춤사위를 펼쳤다. 국제 수어를 활용해 '즐겁다', '춤추다', '평화'의 뜻을 표현해 사회적 울림을 줬던 '퍼미션 투 댄스' 후렴 퍼포먼스도 함께 했다.

 

유엔 총회장에 선 BTS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캡처]

 

◇청년들 목소리 모아간 BTS, 유엔총회장 연단에…백신접종도 간접 독려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된 BTS는 이날 퍼포먼스 영상 공개에 앞서 총회장 연단에서 연설을 하며 팬데믹 시대 청년들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믿자"는 메시지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 청년들과 교감하고 있는 탁월한 청년들", "이 시대에 최고로 사랑받는 아티스트"라며 이들을 직접 소개하고 박수로 맞았다.

 

먼저 연설에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BTS의 참여에 대해 "아주 훌륭한 도움을 줬다"(fantastic contribution)고 언급했다.

 

말쑥한 수트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BTS 멤버들은 한국어로 한 명씩 돌아가며 차분하게 준비한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두 번의 유엔 연설에서 BTS 자신들의 실제 경험을 풀어냈다면, 이번 연설에선 청년 세대의 대표로서 이들이 전해온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비교적 집중했다.

 

BTS는 총회 참석에 앞서 지난 13일부터 '#유스투데이'(#YouthToday·오늘날의 청년들)라는 해시태그로 젊은 세대의 팬데믹 경험을 듣는 SNS 캠페인을 벌였다.

 

유엔본부 배경으로 선 BTS [빅히트뮤직 제공]

 

이들은 "유엔에서 여러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며 "여러분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소중한 것들 또는 현재의 나를 자유롭게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고, 많은 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화답했다.

 

진과 지민 등 멤버들은 이렇게 모인 청년들의 경험담과 사진을 직접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BTS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 '아미'를 보유하기 때문에 청년 당사자의 경험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멤버들이 백신 접종 사실을 연설에서 직접 공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팬들에게 백신 접종을 간접적으로 독려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이홉은 "저희가 유엔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백신 접종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면 저희 일곱 명 모두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고, RM은 "우리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유튜브, 100만명 가까이 접속…팬들 "우리의 자랑"

 

이날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SDG 모멘트 행사는 유엔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만 100만 명 가까운 인원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트위터에서는 유엔 총회를 의미하는 'UNGA'와 '아워 프라이드 BTS'(우리의 자랑 BTS) 해시태그

  

유엔총회 연설하는 BTS [빅히트뮤직 제공]

 

BTS가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8년 9월에는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발표 행사에 참석, RM이 대표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목소리를 내자"는 연설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유엔 보건안보 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 특별 연사로 나서 팬데믹 상황에 놓인 미래 세대에게 응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