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의 날 제재 발표… "북, 인권 관련 비참한 사건 책임져야"

위구르족 안면인식 기술 개발 중국기업도 경제 제재 목록에 추가

 

2016년 북한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미국 대학생 월터 웜비어 [EPA 연합뉴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에 관련된 북한의 수사기관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국제 인권의 날인 10일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 등을 반인권 행위와 관련한 경제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리영길 국방상은 한국의 경찰청장 격인 사회안전상 출신이다.

 

재무부는 "북한의 개인들은 강제 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의 심각한 제한에 시달린다"며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한 법 집행을 자행하고, 이는 악명높은 강제 수용소행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도 북한의 불공정한 사법 체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무부는 지난 2016년 북한 방문 중 체제전복 혐의로 체포됐다가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후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를 명시했다.

 

재무부는 "살아있었다면 올해 27세가 됐을 웜비어에 대한 북한의 처우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북한 정부는 인권과 관련한 비참한 사건들에 대해 앞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재무부는 외화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불법 취업 알선 업체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북한이 운용하는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SEK Studio)가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중국에 불법 취업시킨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고, 이들과 관련한 중국 업체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 대학인 '유러피안 인스티튜트 주스토'의 경우 수백명의 북한 대학생들에게 러시아 건설 노동자 비자를 내준 혐의로 역시 제재 결정을 받았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한 첫 새로운 제재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 속에서 기존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규탄하는 영국 런던 시위대= 9일 영국 런던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재무부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 유린과 연관된 일부 단체 및 간부 역시 제제 대상에 추가했다.

 

위구르족에 대한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한 중국 인공지능 업체 센스타임 그룹은 투자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월 대량살상을 동반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폭정을 펴고 있는 미얀마 군부 등에도 제재 방침을 내렸다.

 

미얀마에 대한 제재에는 영국과 캐나다 정부도 동참한다.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우리의 조치는 국가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에 대항하는 전 세계 민주주의가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날 재무부가 발표한 반인권 행위 관련 경제 제재 대상은 모두 10개 단체와 15명의 개인이다.

위키리크스 창립 미국 외교문건 대량 폭로자

미, 2010년 최초 폭로 후 간첩죄 처벌 추진

대사관 피신 등 추방 둘러싼 국제적 논란 일어

 

줄리언 어산지가 2017년 도피 생활을 하던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 발코니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기의 폭로자’인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50)를 미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는 영국 항소법원 판결이 나왔다.

 

(AP) 통신은 런던 항소법원이 10일 어산지의 정신건강 우려와 미국 수감시설의 비인도적 처우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 송환을 불허한 하급 법원 판결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런던 항소법원은 “미국이 선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런 판결이 확정되면 영국 내무부가 그의 미국 송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인 어산지는 2010년 그가 만든 폭로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이용한 폭로로 세계를 뒤흔든 인물이다. 그해 이라크전쟁 및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관련된 미국 기밀문서 47만여건을 폭로했는데, 민간인 살해 등 미군의 비행과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내용으로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패배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메일 등을 폭로했다. 힐러리의 낙선을 노린 러시아 쪽의 해킹 자료를 이용한 폭로였다.

 

어산지는 충격적이고 방대한 폭로 내용만큼이나 미국 송환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주목을 끌었다. 미국 정부는 그의 폭로가 자국인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며 처벌을 추진했다. 최초 폭로가 이뤄진 2010년에 스웨덴 당국이 성폭행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듬해 2월 영국 법원은 스웨덴으로의 추방을 결정했지만, 결국은 미국으로 보내기 위한 핑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이던 2012년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에콰도르 정부는 2019년 망명 조건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취소했고, 영국 경찰이 에콰도르대사관에서 그를 끌어내면서 인도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는 사이 미국 법무부는 최장 징역 175년 선고가 가능한 간첩법 등 위반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했다. 한편 스웨덴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2020년에 성폭행 혐의 수사를 종결했다.

 

미국 정부는 올 1월 영국 법원 하급심 판결에 대해 “어산지에게는 정신과 병력이 없다”며 항소했다. 또 미국 교도소의 비인도적 환경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어산지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되면 오스트레일리아 교정시설에 수감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번 항소법원 판결에 대해 어산지의 약혼자 스텔라 모리스는 영국 대법원에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어산지의 미국 추방 확정 여부와 일정은 더 지나봐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본영 기자

영주권자와 취업 자격자 모두 포괄

지방선거 유권자 규모 20% 증가할듯

공화당 장악 주 들은 투표 제한 ‘역행’

 

뉴욕시의 투표권 확장 안을 주도한 시의원 이드니즈 로드리게스(맨 앞)가 9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뉴욕시가 합법적 체류 자격을 갖춘 비시민권자들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했다. 이번 조처로 80만~100만명이 투표권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뉴욕 시의회가 9일 비시민권자 투표권 부여 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영주권(그린카드) 소지자와 미국에서 취업 자격이 인정된 모든 이들이 대상으로, 새로 투표권이 주어지는 비시민권자 규모는 뉴욕시 유권자의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시민권자와 마찬가지로 뉴욕시에 30일 이상 살았다면 2023년 1월9일 이후 시장, 시의원, 교육위원 등을 뽑는 지방선거 참여가 가능하다.

 

투표권 확대를 주도한 시의원 이다니즈 로드리게즈는 뉴욕시에 살고 이곳에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시의 운영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직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이번 조처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 상류층 지역과 마찬가지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이번 조처는 역사적이라며 “뉴욕시는 다른 진보적인 도시들이 따라야 하는 빛나는 사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주, 시, 카운티 등은 시민권 보유 여부에 따라 다양한 투표권 제한을 두고 있다. 뉴욕시의 이번 조처는 투표권 부여 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최대 도시의 행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반대로 애리조나, 노스다코타, 플로리다, 콜로라도, 앨라배마 등 공화당이 장악한 주 등에서는 비시민권자를 투표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공화당 쪽은 뉴욕시에는 ‘시민’만 투표권이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번 조처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과테말라 · 온두라스인 200명 컨테이너 숨어 미국행

멕시코 도로 급커브 돌다 사고…단속 강화에도 밀입국사업 지속

 

9일 이주민 200여명을 싣고 가다 사고가 난 차량의 컨테이너에서 인부들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툭스틀라구트헤레스/AFP 연합뉴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려는 이주민들을 태운 컨테이너 트레일러가 충돌 사고 후 뒤집혀 54명이 사망했다.

 

(AP) 통신은 9일 과테말라와의 국경과 가까운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의 주도 툭스틀라구트헤레스 근처 고속도로에서 트레일러가 중심을 잃고 인도교를 들이받으면서 뒤집혀 5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50여명이 다쳤고, 이 중 일부는 위독한 상태다. 트레일러가 운송하던 컨테이너에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출신자 200명가량이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많은 사람을 싣고 달리던 트레일러가 급커브 구간에서 중심을 잃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들은 전복될 때의 충격으로 컨테이너가 부서지면서 사람들이 튕겨져 나왔다고 했다. 한 탑승자는 “트레일러가 속도를 내다가 중심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피>는 현장에서는 찌그러진 컨테이너 속에서 생존자들이 피를 흘리며 주검들과 잔해를 헤치고 나오는 등 지옥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또 일부 생존자들은 멕시코 이민 당국의 검거를 피해 피를 흘리고 절뚝거리며 주변 민가로 달아났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이주민 ‘밀수 사업’이 또다시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례다. 탑승자들은 개인당 2500~3500달러를 주고 멕시코 중부의 푸에블라까지 가려던 상황이었다. 이들은 푸에블라에 도착하면 다른 밀수업자를 구해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이동하려던 계획이었다.

 

중남미의 미국 이주 희망자들이 컨테이너에 숨어 멕시코를 가로지르려는 것은 단속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 2018~2020년에는 멕시코 남부를 출발한 이들이 미국 국경까지 떼를 지어 걸어서 이동하는 ‘캐러밴’이 이어졌다. 이에 미국이 단속 강화를 요구하자 멕시코 정부는 ‘캐러밴’의 북상을 차단하며 적발된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트럭에 몸을 숨겨 멕시코 땅을 지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주 당국이 화물트럭 6대에 분승한 652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요구에 단속을 강화해온 멕시코 정부는 대형 참사에 당황해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매우 괴롭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