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바마여, 평양을 가라

● 칼럼 2013. 2. 23. 19:09 Posted by SisaHan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아이젠하워는 선거유세 중 “내가 한국으로 직접 가보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1952년 10월 한국을 방문했고, 11월에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공산주의와의 대치에서 한국전쟁을 종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것이다.
지금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다른 한편으로는 유엔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의한 북한에 대한 강압과 제재 사이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북한 비핵화 노력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과거 닉슨과 마오쩌둥이 만났던 것처럼 김정은을 만나 오늘날 이 엄중한 사태의 실마리를 풀고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2차대전 이후 미국 외교사를 보면 미국은 원수였던 일본과도 친구가 되었고, 냉전의 적이던 러시아와도 화해했으며, 과거의 적이었던 중국·베트남과도 수교를 하였으니 북한이라고 해서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닉슨 대통령은 가장 좋은 협상법은 “상대방이 내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자기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법”이라고 설파했다. 북-미 협상에서 이런 원칙이 준수되었냐 하면 반드시 그랬다고는 할 수 없고, 북한이나 미국이 서로를 불신하고 기만한 적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 언론과 미국은 북한이 기만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94년 제네바 협정으로 북한 핵은 동결시켜놓고 북한에 약속했던 경수로 건설은 공수표로 만들고 말았다. 그러고는 북한이 붕괴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미국의 비살생세계연구소 소장 글렌 페이지 박사는 남북의 ‘상호간 위협 감소’가 관건이라고 했으나, 북한이나 특히 남한의 이명박 정부는 위협 감소는커녕 입만 열면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선제타격, 북한 전역 미사일 표적 등-을 서슴지 않아 왔다.
세계 평화학의 대부인 요한 갈퉁 박사는 갈등해결의 방법으로 ‘문제해결에 치중하는 접근법’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남북, 혹은 북-미 갈등에 적용한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제재 일변도의 방법’이 아니라 외교적 타결과 화해 협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에 따라서 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그의 전임인 클린턴 대통령이 계획은 하였지만 실행을 하지 못한 북-미 화해와 수교 교섭을 성취하고 동시에 미국 외교정책의 목표인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를 바란다.
 
또 북한은 북한대로 그들의 외교 목표인 북-미 화해와 수교, 한반도 평화체제를 성취해 결국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더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쿠바를 보면 제재 일변도 정책도 성공하지 못한다.
우리는 2000년 10월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그 후 북한의 조명록 대장이 백악관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한 사실, 그리고 클린턴이 그 후 평양을 방문하고 핵 문제와 수교 교섭을 매듭지으려 했으나 정권 말이었던데다 후임자인 부시 대통령의 에이비시(ABC: All But Clinton, 전임자 클린턴의 정책을 반대하는) 정책에 가로막혀 무산되었던 것도 알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배신이 아닌가? 오늘의 북한 핵 사태는 지난 20여년 동안 클린턴의 실패와 부시 및 이명박 정부의 강경책에서 유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오바마여, 빨리 평양으로 가시라!

< 정대화 - 부산대 명예교수, 미국 비살생 세계연구소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