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총연 회장 선거와 이중잣대

● 칼럼 2013. 12. 8. 19:33 Posted by SisaHan
많은 한인동포들이 그런 자리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한인회 총연합회장’, 즉 ‘총연 회장’선거가 말썽을 낳았다. 
평소 유명무실해서 ‘그들만의 감투’였던 캐나다 총연 제17대 회장 선거에 이진수 토론토 한인회장이 출마를 밝혔다가, “의견조율이 전무한 상태에서 수개월 전에 일방적인 독단에 의하여 이미 사전 합의된 천도와 세습의 결정”을 이유로 후보를 사퇴해 버리자 전직 총연 회장을 지냈던 몇 인사들이 들고일어나 “이런 불공정은 묵과할 수 없다”며 격앙했다. 
‘천도와 세습을 끝낸 한인회총연의 왕권’ 이라는 이진수 회장의 표현대로 총연 회장자리가 ‘왕권’에 해당될 만큼 대단한 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천도와 세습’의 의혹을 낳고, 선거절차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고발이 알려지면서 총연회장 선거는 하기도 전부터 불법과 무효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사퇴는 물론 이사장직도 그만두고 아예 손을 떼겠다며 제기한 문제점을 요약하면, 평소 총연이 독선적으로 사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것과 수차례 회칙개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진 점, 제17대 회장 선거가 사전에 지역 한인회장들과 전혀 상의 없이 장소와 절차 등 모든 것이 일방적으로 결정됐고, 선거 전에 이미 차기회장이 담합에 의해 내락된 정황이라는 것 등이다.
 
초창기 총연에 간여했던 전직 회장 가운데는 “총연이 한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라 사조직처럼 운영되고 개인적 명예욕과 모국의 대접만을 즐기는 몇몇 사람의 사익단체가 됐다”며 “이런 식으로 불공정한 선거는 무효이며, 총연은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고 맹비난 했다. 
이들의 지적을 빌리지 않아도, 글자그대로 한인회 총연합회는 각 지역 한인회가 모두 참여하는 모임체라는 뜻이고 그래야 마땅하며, 그래야만 한인회들 곧 한인동포의 대표기구로 위치할 수 있다. 당연히 각지 한인회 대표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협의를 통해 총의가 결정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캐나다 총연의 모든 절차들, 특히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일정과 장소, 선거규정 등이 ‘토론토 한인회장도 모르게’ 결정되고 더구나 선거 한참 전에 차기회장이 ‘세습’ 혹은 ‘담합’으로 이미 정해졌다는 의혹이 있다면 분명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맞다. 그 것은 불법이고 무효임은 물론 진상규명이 필요한 반민주적, 반 동포적 행태라고 봐야한다.
‘천도와 세습…총연의 왕권’ 이라는 표현은 솔직히 난해할 뿐더러 얼핏 북한 정권을 묘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라는 뜻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선거가 사전 각본에 의해 치러지고, 당선자가 세습처럼 사전 내정이 되어있다면 왕정이나 독재국가가 아닌 바에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명명백백히 진상을 가려서 민주적 방식의 선거와 선출이 이뤄지도록 바로잡고, 앞으로 그런 전통을 지켜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뿌리이며 토대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는 바로 직접, 비밀, 평등하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의를 제대로 수렴할 때 가능한 일이다. 선거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되는 정부기관들이 공공연히, 혹은 은밀하게 여당후보 두둔 선전과 야당후보 비방에 나서고, 정부시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적으로 몰아 비난하는 공작에 몰두한 선거는 공정했다고 볼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선거결과가 정당성을 상실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모국의 지난 대통령선거가 그랬다는 증거들의 하나가 검찰이 일부나마 밝혀낸 ‘국정원 트윗 121만건’이다. 그런데도 그런 사실을 무조건 덮고 입막으려 무리수에 강경일변도로 버티다보니, 새 정부가 출범했어도 1년이 지나도록 나라가 시끄러운 것이다.
캐나다 총연회장 선거와 모국 대통령선거가 비록 ‘격’은 다를지 몰라도,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치뤄져야 한다는 선거의 대원칙에서는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불공정하다면 분명히 바로잡아야 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일부 인사처럼 모국 대선의 불공정에 대해서는 ‘종북의 트집’이라 폄훼하고 총연 선거에만 핏대를 올린다면 그런 모순과 위선이 따로 없는 이중적 행태다. 
정보기관이 ‘정보’는 뒷전인 채 불법 선거공작을 ‘주업’으로 삼을 바엔 해체하는 게 낫다는 호통도 ‘종북’이라 호도하고, 정황이 뚜렷한 대선 불공정 외침을 모두 ‘종북’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은 빨강과 파랑을 구분할 줄 모르는 색맹들이 아닐까, ‘네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 같은, 참 어이없는 불랙코미디가 횡행하는 시대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