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16일 저녁 일어난 버스 폭탄 테러로 한국인 3명과 이집트인 운전사 등이 숨지고 한국인 1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는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 버스에 타고 있었던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신자 31명은 한국인 안내인 2명, 이집트인 안내인 1명과 함께 성지를 순례하던 순수한 관광객이었다. 이들이 테러의 대상이 돼야 할 까닭이 있을 리가 없다.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과격 이슬람 단체는 최근 시나이반도에서 벌어진 여러 폭력사태의 배후로도 지목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어떤 변명을 하건 이번 테러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일 뿐이다.
 
이번 테러를 막지 못한 데는 이집트 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아 보인다. 최근 들어 이집트에서는 정부군과 경찰, 기독교계 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었다. 게다가 테러가 발생한 곳은 이스라엘로 가기 위해 출국 수속을 하는 국경초소 부근이었다.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이집트 정부는 시나이반도에서 이번처럼 관광객을 상대로 한 테러는 2004~2006년 120명이 희생된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집트 당국은 범인을 철저하게 추적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관광객들이 안전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된 이후 시나이반도는 중동 내 이슬람성전(지하드) 세력의 새로운 근거지가 됐다. 이집트 당국도 이 지역의 상황이 ‘치안 불안정’에서 명백한 ‘무장 소요’로 바뀌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시나이반도를 2단계 ‘여행 자제’에서 3단계 ‘여행 제한’ 지역으로 상향 조정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을 면밀하게 고려해 일정을 짰다면 테러에 노출될 위험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테러는 지구촌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번 테러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대상이 관광객이었다는 점에서 분노는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