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8월5일부터 8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기로 남과 북이 합의했다. 서해 직항로를 통해 비행기편을 이용하기로 한 것과, 8.15를 앞둔 시점의 방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12월 친서를 보내 이 이사장을 초청한 만큼 김 제1비서와의 면담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이 이사장 쪽은 애초 6~7월 방북을 희망했는데 8월 초로 시기가 정해졌다. 비행기편도 북쪽이 제안하고 필요하다면 북쪽 비행기를 제공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왔다고 한다. 항공편으로 간다면 승용차와 달리 이 이사장을 포함해 서너 사람만 가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20~30명가량으로 방북단의 규모와 형식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8.15를 앞둔 시점인 만큼 광복 70년 기념행사 성격도 가미하여 교류 공간을 좀 더 넓혀보자는 게 북쪽의 의도 아닌가 관측된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남북 사이에는 정부 차원의 대화는 물론이고 민간 교류마저 거의 끊긴 상태다. 최근에는 유엔의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설치를 문제 삼아 북한이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마저 취소했다. 이 이사장 일행의 방북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호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8.15행사 성격이 더해지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남과 북이 장소를 갖고 줄다리기를 했을 뿐 어차피 광복 70년 공동행사를 하자는 데는 기왕에 의견이 모인 바 있다.


남쪽 정부는 방북 합의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지원하기 바란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전하는 대북 메신저로 이 이사장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북쪽도 사려 깊은 자세가 필요하다. 북쪽이 다른 대화를 모두 거부하고 이 이사장 방북만 받아들인다면, 자신들의 주장만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상대를 고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선 진정한 대화가 되지 않고 지속성을 갖기도 어렵다. 북쪽이 이 이사장 방북을 계기로 당국 간 대화와 다양한 민간 교류협력을 두루 열어나가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길 기대한다.


방북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이사장 쪽은 이번 방북의 의미와 상징성 등을 고려해 무게와 균형감을 갖춘 방북단을 꾸려야 할 것이다. 이 이사장이 대표할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북쪽 인사들과 의미 있는 회담을 하게 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당국을 포함해 남북문제에 경륜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