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Media’ 는 라틴어이다. 영어로는 ‘The middle way’, 우리말로는 ‘중도(中道)’로 번역된다. ‘Via Media’ 는 영국에서 종교개혁으로 성공회 교회가 탄생할때, 그 교회의 신학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말이다. 영국의 종교개혁은 국왕 헨리8세(1491~1547)가 교황의 간섭을 받지않고 교회를 통치하려는 개인의 정치적인 목적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역사적인 배경을 들여다보면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 사이의 극한적인 대립을 해소하려는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노력이 반영되어 있다.
1517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시작된 이후, 유럽은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간의 전쟁터가 되었다. 각 나라마다 두 세력간에 사생결단의 싸움이 벌어졌다. 때로는 공격을 목적으로, 때로는 방어를 목적으로 칼을 들었다. 영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톨릭교도가 국왕이 되면 가톨릭교도들이 득세하며 칼을 휘둘렀고, 개신교도들은 살아남기 위해 칼을 들었다. 개신교도가 국왕이 되면 공격과 수비가 뒤바뀌었을 뿐 똑같은 양상이 반복되었다.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1558~1603)때 신학자 리차드 후커 등의 주도로 ‘Via Media’를 신학적인 기본입장으로 하는 성공회 교회가 제도적으로 수립되면서 가톨릭과 개신교 양세력의 싸움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요즘 대한민국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교인 중에 내게 이 사안에 대해 의견을 묻는 분도 있다. 그러나, 나는 목사로서 이 사안에 내 의견을 밝히지 않는다. 이 사안은 이제 정치적 의제(agenda)가 되었기 때문이다. 국정화를 추진하는 다수당인 집권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간의 대결구도가 이미 형성되었다. 이 대결구도는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상대세력을 공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구도에 정치인들이 아닌 온 국민이 뛰어드는 것은 온 국민을 양편으로 갈라놓고, 감정대립의 상처만 남길 것이다. 이런 면에서 기독교계에서 교단별로 ‘국정화’ 지지성명이나 반대성명을 발표한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신학대학 교수간에 지지와 반대로 나누어져 감정이 실린 글로 공방전을 벌인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의회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치적인 의제는 국민의 대표인 정치인들이 결정한다. 국민이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다음 선거에 투표로 말하는 것이다. 집권여당에 찬성하면 여당후보에게 투표하고, 야당의견에 찬성하면 야당후보에게 투표하면 된다. 합법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투표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지만, 사생결단식 싸움의 자유까지 보장되어 있지는 않다. 싸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처뿐이다.
구약시대 요시야왕은 성전을 보수하고 율법책을 발견하면서 종교개혁을 이룬 인물이었다.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열왕기하 22장2절에서 “요시야가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여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길로 행하고 좌우로 치우치지 아니하였더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가 간 다윗왕의 길은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길이었다. 다윗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시편의 노래처럼 인생의 목자되신 하나님의 뜻에 철저하게 따른 사람이었다.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것이 주님의 손에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오직 하나님을 높이고 찬양하며 감사하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요시야왕도 그러했다는 것이다.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 만큼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중심을 잡고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다윗같은 요시야같은 인생을 살기 바란다.
< 이진우 목사 - 낙원장로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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