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찬성’ 시사한 친한계…‘김건희 특검법’도 찬성표 던지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탄핵 동참 뜻을 밝히면서, 친한동훈계가 ‘김건희 특검법’에도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인다.
애초 친한계는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건 수사기관에 대통령실과 당의 빗장을 여는 것”이라며 ‘절대 불가’ 태도였다. 김건희 특검이 성사되면 지난 4월 총선 공천을 책임진 한 대표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와 가족 명의의 당원 게시판 글 논란이 확산하고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사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해도 된다”는 ‘결론 유보’ 쪽으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친한계가 ‘당원게시판 논란’을 덮으려고 김건희 특검법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5일 오전 한 대표의 비상계엄 비판과 윤 대통령 탈당 촉구→6일 오전 한 대표의 윤 대통령 탄핵 동참 시사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 친한계의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함께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탄핵소추안과 마찬가지로 김건희 특검법도 국민의힘 의원 최소 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김건희) 특검도 필요하다고 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인사는 한겨레 통화에서 “지금 상황으로는 어영부영 김건희 특검법까지 같이 넘어가는 분위기 아니냐”고 했다.
당내 중립지대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계파색이 옅은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대표의 탄핵 찬성 시사 발언 직전 에스비에스 라디오에서 “특검까지 막기는 정무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 않겠나”라며 “두개(탄핵과 특검) 다 반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론을 전제로 한 것으로, 특검법 찬성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라는 취지다.
조경태, 국힘 의원 중 탄핵 첫 찬성…“윤 직무정지 빨리 시켜야”
“정치인들 역사 앞에 죄인 돼서는 안 된다”
친한동훈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라면 모두가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에) 찬성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탄핵 찬성을 언급한 건 조 의원이 처음이다. 한동훈 대표는 앞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을 시사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말했듯이 대통령 직무정지를 빨리 시켜야 한다. 국민의힘이 또 정치인들이 역사 앞에 죄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의원은 한 대표의 ‘윤 대통령 직무집행 정지’ 발언에 대해선 “(탄핵 찬성으로) 봐도 된다. 그건 다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국민의 편에 서느냐, 아니면 비상계엄을 내렸던 세력의 부역자가 되느냐 선택은 정치인들이 판단해야될 문제”라며 “부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모두가 국민의 편에 서는 정치인이 되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비상계엄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 거기에 대해 본인들이 판단해야 될 문제”라며 “국민의 편에 서느냐 부역자가 되느냐, 거기에 대해 선택을 스스로 하시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의 입장이 사전 추경호 원내대표와 조율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원내대표는 지난번 개헌 해제 표결에 참석 안했다. 그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그 부분은 원내대표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는지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버티는 국힘 중진…한동훈 ‘탄핵 찬성’ 시사에 반발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6일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시사 발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긴급 회의를 한 뒤 곧바로 한동훈 대표를 만나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5선 윤상현 의원은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 당장 대통령을 탄핵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는 없다”며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와 미래, 아이들을 위해서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은 “(중진 모임에서) 일단 탄핵 반대보다는 한동훈 대표의 말씀에 대해 당론으로 채택된 것에 대해 어떻게 혼자서 저런 식으로 하냐는 중진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말에 동의하는 의원이 있었냐는 물음에는 “거의 없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대통령 탄핵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선인 권영세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론이 (탄핵에) 반대해야 한다”라며 “(한 대표 입장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아직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렇게 입장을 바꾸는 건 굉장히 경솔한 일”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주요 정치인 체포·구금 계획’이 사실로 확인되면 입장이 달라질 수 있냐는 물음엔 “앞으로 이야기가 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계엄이 나오자마자 (한 대표가) 내용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위법·위헌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며 “당분간 계속 (탄핵 반대 당론이) 유지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5선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를 요구한 것을 듣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야기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한 대표가) 불과 하루 전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탄핵을 막겠다더니, 오늘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탄핵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대통령 탄핵이 어린아이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인가”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오늘의 발표 이전에 의원총회에서 어떤 의견도 구하지 않았다”며 “당론을 정할 때는 대표와 상의하라고 외치더니, 정작 이 엄청난 결정을 내릴 때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채 자신 혼자 처신한 것이다. 제왕적 대표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계엄은 명백히 잘못된 조치였다. 대통령도 국민께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또 다시 대통령 탄핵에 우리 당이 앞장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 당이 탄핵에 앞장서는 것은 국민 앞에 또다른 무책임이고, 보수 괴멸을 우리 손으로 앞당기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혼란과 국가 분열, 국민 갈라치기로 인한 국력 손실을 겪은 바 있다”며 “우리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이번에도 우리 손으로 탄핵한다면, 다음번에 또다시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국민에게 말조차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힘 친한계 의원 5명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해야”
여당 내부 첫 집단적 요구 분출
“대통령 사과·관련자 처벌”도 주문
국민의힘 친한동훈계 의원 일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에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안에서 ‘임기 단축 개헌’이 집단적인 요구의 형태로 분출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들은 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선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가져온다”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소속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은 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진실한 사과 △책임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했다. 재선인 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초선 의원이다.
이들은 회견에서 “대통령은 민주주의 유린의 역사와 인권 탄압의 트라우마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온다 해도 이번 비상계엄을 합리화하지 못한다.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임기 단축’도 주장했다. 이들은 “현실이 엄중하고 국민들 분노가 굉장히 커 이 정도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의 발로”라고 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데도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미적지근한 반응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재섭 의원은 “계엄 사태에 대해 여당에서 책임 있는 대답과 구체적이고 신랄한 반성의 메시지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어디에 내란 의도가 있느냐”고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들이 쏟아진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들은 7일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해선 즉답을 피했다. ‘임기 단축 개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하겠느냐’는 물음에 김재섭 의원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국힘 시도지사들 긴급 회동…“한동훈 ‘탄핵 시사’ 발언 때문만은 아냐”
6일 오후 5시 모이기로…유정복 인천시장 제안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다.
국민의힘시도지사협의회는 6일 오후 5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모여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긴급 회동은 협의회장을 맡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제안해 이뤄졌다. 유 시장 제안에 12명의 다른 광역단체장들은 긴급 회동에 찬성하고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국 수습 방안은 회동이 끝난 뒤 정리,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의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사 발언과 관계없이 이뤄졌다는 게 유 시장 쪽 설명이다. 다만 한 대표 발언 이후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유정복 시장 쪽은 “유 시장이 출근 전부터 국민의힘시도지사협의회 회동을 논의했다고 한다. 출근 직후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에게 회동을 제안했다”며 “이번 회동이 한 대표의 탄핵 시사 발언 때문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한 대표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이어 “정국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논의하고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탄핵은 안 돼…윤 대국민 사과·임기 단축 개헌해야”
홍준표 대구시장이 거듭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국민의힘이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6일 이날 오전 9시45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병 두 사람(윤석열·한동훈)이 국사가 아닌 개인적인 감정을 이유로 저지르고 있는 반목이 나라를 뒤흔드는구나. 또다시 탄핵당하면 이 당은 더이상 존속할 가치도 없고 소멸할 겁니다”라며 “이미 전달되어 검토하시겠지만 대통령은 조속히 대국민 사과를 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책임 총리에게 내정 일체를 맡기고 임기 단축 개헌을 선언하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오전 11시42분께 쓴 글에서는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 경남지사로 있으면서 우리 당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은 불가하다. 질서있는 하야의 길로 가라’고 그렇게 설득해도 유승민을 비롯한 야당 담합 세력들은 탄핵에 동조하여 탈당하고 바른정당으로 갔다. 탄핵 대선 때 궤멸 지경에서 겨우 연명하기는 하였으나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서 연달아 참패하고 적폐세력으로 몰려 소수당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두 달 전부터 박근혜 탄핵 전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고 당과 나라는 또다시 나락으로 가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한국 보수세력이 그렇게 무능하고 나약한 집단이었던가? 철부지 용병이 날뛰는 그 당은 미래가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당을 해체해라. 그런 인식 수준으로 너희들은 한국 보수정당을 운영할 자격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5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표 사태에 대해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겠으나 뜬금없는 결정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군인들이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각 실·국장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대구시정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매진하라”고 말했다.
윤 탄핵안·김건희 특검법 7일 동시 표결…‘여당 동참’ 압박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안건을 7일 저녁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함께 올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4일 밤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 탄핵안 가결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향한 ‘광장의 분노’를 동력 삼아 국민의힘에 탄핵 동참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광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한다면, 민주당으로선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마땅찮다. 2017년 ‘박근혜 탄핵’을 거치며 국민의힘에는 ‘탄핵 찬성=정권 상실’이란 프레임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탓이다.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실질적인 왕정을 꿈꿨던 친위 쿠데타”라며 “탄핵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한동훈 대표에게 전화도 드리고 비서실장을 통해서 대화도 요청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며 “대범하게 본인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내란의 우두머리를 지키기 위해 내란의 공범을 자처한다면, 국민께서는 우두머리뿐 아니라 공범까지 싸그리 심판할 것이고, 한동훈 대표도 당연히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핵 거부=내란 동조’ 프레임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애초 6일 새벽으로 계획했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7일 저녁 7시로 늦췄다.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그사이 국민 여론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실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18살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를 보면, 응답자의 73.6%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민주당은 7일 오후 서울에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윤석열정권 퇴진 3차 총궐기’에 참가한 뒤 본회의 표결에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오는 10일로 예정했던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시기도 7일로 당겼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과 같은 날 재의결 안건을 올려 국민의힘의 ‘집단 표결 불참’을 최대한 방해해보겠다는 셈법이다. ‘재적 의원(300명)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되는 윤 대통령 탄핵안과는 달리 김건희 특검법은 재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만으로 가결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한다고 해도, 민주당 의원(170명)만으로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선 이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쩔 수 없이 본회의장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는 반대표를 던지고, 당론에 따라 단체로 퇴장하면 윤 대통령 탄핵안 처리는 어려워진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탄핵소추안 의결이 어려운 건 알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일단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7일 탄핵의 벽을 뚫지 못할 것을 대비해 ‘탄핵 장기전’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김건희 특검법’을 세차례 발의했던 것처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탄핵소추안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수사하는 상설특검 수사요구안도 발의했다. 오후에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내란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시작되면 실질적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하고, 탄핵의 ‘증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한다.
국민의힘을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시키려면 압도적 ‘광장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6년 12월9일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것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 62명이 가중되는 ‘광장의 압박’에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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