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집단 퇴장으로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당론 반대…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 투표
국힘, 의원총회 핑계로 추가 이탈 '원천봉쇄' 의혹
내란 수괴 비호 급급해 국민 열망 철저 저버려
우원식 "국가 중대 사안 투표도 못해 국민께 죄송"
민주 "물리적 투표 방해행위, 국회법 위반" 성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끝내 물거품이 됐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고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뿌리 뽑으려 했는데도, 심지어 자당 당대표를 노린 체포조를 투입했는데도, 집권여당은 내란 수괴를 비호하는 데 급급해 국민의 대의기구로서 존재 의의를 철저히 저버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 소속 의원 190명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발의에 참여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이 본회의에 불참함에 따라 의결 정족수 200명에 미치지 못해 아예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국회의장을 포함해 야당 및 무소속 192명, 여당 3명 등 총 195명이 투표해 정족수에 5명이 모자랐던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명패수 195개로 투표하신 의원 수가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에 미치지 못했다"며 "따라서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토록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대해 투표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가의 중대사를 놓고 가부를 판단하는 민주적 절차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를 대표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모두 부결시킨다는 당론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는 참여한 뒤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곤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8명, 반대 102명으로 부결됐다.
이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에 나섰다. 그는 "어서 돌아와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해달라"며 여당 의원들 이름을 하나하나 절박하게 외쳤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제히 기립해 함께 호명하면서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만 자리를 지켰을 뿐 여당 의석은 텅 빈 채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투표가 시작되자 뜻밖에 김예지 의원과 김상욱 의원이 차례로 본회의장에 복귀해 투표에 참여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들의 등장에 크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며 일부는 찾아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다만 김상욱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이 지켜보는 이 중요한 탄핵 투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자세였기에 참석했다"고 밝힌 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당에 소속된 몸이기 때문에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반대표를 행사했음을 알렸다.
국민의힘 당론을 어기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건 중진 안철수 의원에 이어 친한계로 분류되는 초선 김예지 김상욱 의원까지 3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오후 6시 17분부터 7시 무렵까지 모두 195명이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투표를 마쳤지만 여당에서 더 이상의 이탈자가 나오지 않음으로써 의결 정족수 200명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기다리다 오후 9시 20분 결국 투표를 종료시키고 개표 없이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재적 300명 중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무소속인 김종민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포함하면 야당 및 무소속 의원은 총 192명이다.
여당에서 8명만 더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는 것이었지만, 쿠데타 세력의 후예이자 내란 수괴의 공범인 국민의힘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표결 자체를 보이콧함으로써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원천적으로 무산시켰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퇴장 직후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사실은 추가적인 이탈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원들을 한곳에 가둬두고 물리적으로 원천봉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이는 국회법 위반 소지가 짙다. 국회법 제148조 3항(회의장 출입의 방해 금지)은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하여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 측의 유권해석 요구에 국회 사무처 의사과는 "목적과 관계없이 출입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회신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열어 투표 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국회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왜 투표방해 행위를 하고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노종면 대변인은 "사전에 오늘 표결에 참석하기로 사적으로 약속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못 오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면서 "그분들이 의원총회를 빌미로 내부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우 의장은 확인해보겠다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관련 사항을 물었다. 이후 우 의장은 "최소한 민주주의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일에 대해 투표조차 성립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우습나"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느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 판단에 의해 투표소 안에 들어가 '김건희 특검법'처럼 부결시키면 되지 않나"라고 개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국힘 의원 10여명 “탄핵 투표 들어가자” 했지만…본회의장 출석은 3명뿐
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제17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특별법’ 부결 이후 모두 퇴장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상정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홀로 텅 빈 여당 의석을 지키고 있다. 이후 김예지, 김상욱 의원이 추가로 입장했다.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이 7일 국회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자는 당론에 대해 반대하며 ‘투표는 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중 다수가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오후6시50분 현재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회의 열리기 전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투표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는 여당 최다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중진들끼리 논의한 결과 김 여사 특검법은 부결 투표하고,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서는 투표 않고 퇴장하기로 정했다며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한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인데 투표는 해야 하지 않느냐”며 “부결하기로 (당론으로) 약속했는데 의원들끼리 믿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 의견을 밝히며 투표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투표도 안하면) 지역구에서 미래가 없다”며 “떳떳하게 정치하고 싶다”는 취지 발언을 했다.
이에 한 재선 의원은 다수결 투표라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부결 당론을 정했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적어도 투표는 회피하지 말자”며 “이렇게 당론이라고 밀어붙이지 말고 다수결 투표라도 해보자”는 취지 의견을 밝혔다. 이에 10여명 의원이 손을 들고 투표하자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만약 투표 의사를 밝혔던 10여명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 투표에 참여했다면 의결정족수 200명은 넘을 수 있어 개표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밀어붙이면서 윤 대통령 탄핵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처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 경향 유설희 기자 >
“내란 부역자” “감금 당했나” 비판에도…윤석열 지킨 국힘 105명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부결’ 당론에 따라 표결을 거부하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났다. 본회의장을 나서는 그들의 뒤통수에는 “내란 부역자”라고 외치는 야당 의원들의 비난이 꽂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 개의한 국회 본회의에서 첫번째 안건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마친 뒤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들이 따른 건 ‘당론’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직후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자고 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2 찬성’으로 가결되는 김건희 특검법은 부결시키고,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의결정족수로 하는 윤 대통령 탄핵안은 아예 투표 자체를 불성립시키자는 작전이었다. 지도부가 집단퇴장 방침을 세운 건, 혹시 모를 ‘이탈표’ 8표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국민 보기 부끄럽지 않습니까.”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마친 의원들이 우르르 본회의장을 떠나자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윤석열을 방어해줄 수 있냐.” “나가지 말고 자리에 앉아주세요.” “이건 타협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탁드립니다.” 비난과 읍소가 뒤엉켰다.
‘재석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8명, 반대 102명.’ 투표 결과지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2표 차이’로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됐음을 알리자, 개표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남아있던 곽규택, 권성동, 권영진 의원 등 20명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민의힘 쪽 의석에 남은 건 안철수 의원이 유일했다. 그는 이날 표결에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한 만큼, 당은 오늘 표결 전까지 대통령 퇴진일정과 거국중립내각 구성 여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표결 전까지 윤대통령의 퇴진 일정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한 바 있다. 탄핵안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에 남아있는 안 의원에게 윤상현 의원이 다가가 당론을 따라 함께 나가자고 설득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그는 끝내 홀로 남았다.
본회의장 한 층 아래,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든 본관 246호 앞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우재준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이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가끔 회의장 밖으로 나오긴 했으나,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금세 회의장으로 돌아갔다. 회의장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티브이(TV)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천천히 투표에 임하며 국민의힘의 복귀를 기다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혼신의 힘을 다해 호소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동참을 촉구했다. 그런 야당의 전략이 유효했는지, 저녁 6시19분께 퇴장했던 김예지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결에 나섰다. 30여분 뒤, 김상욱 의원도 본회의장에 돌아왔다. 두 사람이 복귀할 때마다 회의장에선 “고맙습니다” “잘했다” 감사 인사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만 김 의원은 본회의 표결 뒤 기자들을 만나 “(표결하러) 오기가 쉽지 않았다”며 “아직 당에 소속된 몸이기 때문에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표결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감금’하다시피 이들을 막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국회 본청 한 회의실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가둬두고 전화기도 꺼놓은 채 못 나가도록 물리력을 행사 중이라는 제보가 있다”는 글을 올린 뒤, ‘진짜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급기야 민주당의 노종면 원내 대변인과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있는 246호로 찾아왔다. 노 원내대변인은 “이미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투표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 밝혔다”며 “추경호(원내대표)가 친윤(친윤석열계) 일파와 똘똘 뭉쳐서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게 아닌가 확인하러 왔다”고 회의장 앞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자격으로 왔느냐”며 막아섰다는 게 노 의원 등의 설명이다.
노 대변인 등이 회의장을 향해 “투표해”를 반복해 외치며 나오라고 촉구하자, 문 앞에 머물고 있던 국민의힘 보좌진들이 “나가라”를 연호하며 맞받아쳤다. 날선 대치 장면도 연출됐다. 국민의힘 보좌진들은 노 의원 등을 향해 “남의 의총장에서 뭐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 의원들도 “아니, 여기가 어딘 데 나가라고 하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이면 다야” “어디서 반말이야” 막말과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여성 보좌진은 “그렇게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들고 싶습니까”라고 따졌다.
노 의원 등은 10분 만에 돌아섰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정당당하게 국회의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라고 하러 왔는데 비겁하게 문을 잠그고 숨어있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 나와달라”고 촉구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후 기자들을 만나 ‘여당 소속 의원들의 탄핵안 표결을 막고 있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당 일부 의원이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고 지금도 얼마든지 간다면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가짜뉴스로 우리 당을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방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여당 의원들은 투표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본회의장 밖에서 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자유투표 의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책임을 묻는 우 의장과 민주당의 비정상적인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감금하고 물리력을 행사 중이라는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은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한 최고위원을 포함해 허위사실 유포 행위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말했다.
오후 8시50분, 우원식 국회의장은 밤 9시20분에 탄핵안 투표를 종료하겠다고 고지했다. 투표 종료를 20분 앞둔 오후 9시, 5선의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다시 246호 앞으로 찾아왔다. 정 의원은 “최종적으로 (투표를) 호소하러 왔다”고 했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정 의원은 “그래도 한마디 하고 싶어 찾아왔는데 문전박대를 해서 돌아간다.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헌정 중단을 절차에 따라 회복시키는 그런 선물을 국민께 드리는 날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발길을 돌렸다. < 한겨레 신민정 전광준 기자 >
국힘 당사 앞 몰려간 시민 200여명 “한동훈이 기만했다”
7일 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자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가 “국힘당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날 밤 9시30분께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되자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온 시민 200여명은 경찰의 방호벽 넘어로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시민은 국민의힘 당사를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당신들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3일날 뭐했어?”라며 따졌다. 국민의힘 당사를 향해 “너네들만 따듯한 데 있으니 좋냐? 내려와라!”고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재학생인 이기람씨는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수가 모자라 까보지도 못했다. 국민의힘에 책임 묻는 게 맞다”며 “정치학과가 예로부터 민주주의 최선봉에 섰다. 그럼에도 국힘에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 김민전을 선배로 인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최주철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한동훈이 탄핵 찬성으로 알고 있있고 가결 기대했는데 오히려 기만한 거 같다”며 “기대를 국민의힘에 한다는 게 안 맞는 것 같지만 국민 배신한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사과 보고는 국민을 기만하는 느낌. 그걸로 끝낼 수 있는 상황 아니라고 본다. 계엄군이 유리창 깨고 (국회에) 들어가는 걸 전 국민이 확인한 상황에서 수습은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 총학생회장단도 “국회는 윤석열 탄핵안 표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
대통령 담화에 분노 쏟아낸 TK “윤석열·한동훈·국힘 야합 선언”
7일 오후 대구·경북 곳곳 윤석열 퇴진 집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7개 시민단체는 7일 긴급 성명을 내어 “윤석열의 오늘 담화는 탄핵을 앞둔 국민에 대한 담화가 아니라 계엄령 선포의 기존 입장을 유지한 자신의 입장 표명이자 궁지에 몰린 윤석열과 한동훈, 국민의힘의 야합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로써 윤석열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자신에 대한 처분을 국민의힘에게 일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정신차리고 내란음모 실행자와 협력자를 탄핵하고 처벌하는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윤석열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작 2분간 진행된 대국민담화의 주된 내용은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도 당의 안위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남은 것은 국민적 항쟁뿐”이라고 꼬집었다.
경북 울진군 시민사회로 꾸려진 ‘윤석열 탄핵 울진군민행동’은 이날 울진읍 농협하나로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의 주범인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민심을 배반한 권력과 정당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탄핵 반대는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며, 내란의 공범으로 윤석열과 함께 침몰할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 교사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대구지역 퇴직 교사 227명은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해 “위기 때마다 찾아와 읍소하면 모른 척 들어 주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했던 대구·경북에서도 많은 시민이 분노와 충격에 휩싸여 윤석열 퇴진과 구속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며 “비상계엄이라는 비상식적이고 반헌법적인 조처를 한 내란 주범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라고 밝혔.
경북 지역 퇴직 교사들로 꾸려진 경북참교육동지회도 성명을 내어 “평생을 경북에서 후진 양성을 위해 헌신한 우리 퇴직 교사들은 국정농단과 국가혼란을 초래한 윤석열 같은 제자를 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공동체의 가치보다 경쟁중심의 반민중적인 사람을 교육한 것에 대한 통한의 반성을 하며 무너진 정의를 살리기 위해 나서고자 한다. 사랑하는 제자와 젊은 사람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윤석열을 즉각 몰아내는 것이라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5시부터 대구시 중구 씨지브이(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국회 본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생중계를 함께 본 뒤, 오후 6시부터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집회를 마친 뒤 대구시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 앞까지 행진한다.
경북에서도 이날 오후 안동(안동문화의거리)·경주(신라대종 앞)·영천(영천시청 앞)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 한겨레 김규현 기자 >
“결국 국민이 이긴다…윤석열 탄핵” 밤새 국회를 울렸다
국회의사당 앞 범국민촛불대행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담장을 사이에 둔 국민 100만명(주최 쪽 추산, 경찰 비공식 추산 15만명)과 ‘국민의 대의 기관’ 뜻은 끝내 어긋났다.
7일 밤 9시30분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 수가 부족해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 되었다는 소식이 국회 앞을 지키고 있던 시민들 사이에 전해졌다. ‘극적인 반전’을 기다리며, 늦은 밤까지 구호를 멈추지 않던 시민들 사이에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고요, 그리고 이내 탄식과 고함이 터졌다. “안돼” “아악”.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해, 대부분 의원이 따랐다.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족 수 부족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될 예정이었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 3명 뿐이다.
국회 표결을 앞두고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표결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 이름을 호명하며 “(본회의장에)들어가” 들어가”를 외치는 시민 목소리는 표결 종료시점이 임박할 수록 외려 점점 더 크게 울렸다. 아이패드에도 하고픈 말을 담아 흔들었다. “이틀 뒤에 시험이야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 “나 내일 출근한다 빨리 들어가라” “이번만큼은 국민의 ‘힘’이 되어라”.
공부하고 출근하는 일상을, 그 바탕에 있었던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애원이었다. 행정부 수반 대통령이 벌인 ‘내란 사태’에 맞서 국회의 본래 역할대로 시민 목소리를 대변해달라는 간청이었다.
직장인 정유은(32)씨는 표결 종료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끝내, “민주주의라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편하게 살았던 게 아닌가. 그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조차 없다”며 “매주 나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학생 신지은(22)씨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외쳤는데 국민의힘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촛불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 통과는 불발됐지만 시민들은 포기하기보단 다짐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분위기였다. ‘12.3 내란 사태’의 참혹한 광경 앞에 물러설 수 없는 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민제(48)씨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위기를 맞고보니 당연한게 아니었던 것”이라며 “딸이 중학교 2학년인데 계엄이 뭔지도 잘 모른다. 군이 국민한테 총을 겨눌 수 있다는 것도 이해를 못한다”며 울었다. 이어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주말을 포기하고 한 데 모인 모습은 자랑스럽고 감동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8년 전 겨울 내내 이어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를 되새기는 시민도 적잖았다. 직장인 정아름(28)씨는 “제대로 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망과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국민의힘은 탄핵을 한 번 겪고도 국민 무서운 걸 모르는 것 같다. 그때처럼 어떻게든 국민이 이기고 마는 모습을 또 보게될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김균호(54)씨는 “이런 광장이 모이면 하나의 들불이 돼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것처럼 더 타오를 거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범국민촛불대행진을 진행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당의 표결 불참을 “주권자 국민의 뜻을 짓밟은 내란동조 행위”로 규정하며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내란 세력들은 우리들의 평화로운 집회를 폭력 시위로 변질시키려 할 것”이라며 “끝까지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이날 국회 앞에는 주변인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일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인파가 몰렸지만,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탄핵” 탄핵”을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만은 밤 늦은 시간까지 국회를 향해 울렸다. < 한겨레 김가윤 박고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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