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과 어깨 나란히할것…한미 연합방위태세, 어떤 도발에도 대응준비"
미국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회의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것에 대해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입장을 질문한 연합뉴스에 "미국은 오늘 국회의 결과와 국회의 추가 조처에 대한 논의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이어 "우리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헌법에 따라 온전하고 제대로 작동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며 "우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관련 있는 당사자들과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동맹은 여전히 철통같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전념하고 있다. 미국 국민은 한국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의 연합 방위태세는 여전히 굳건하며 어떤 도발이나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 연합 김동현 기자 >
빅터 차 "계엄 사태로 한국 민주주의 불확실성 빠져"
"중·북·러 위협 고조되는 가장 부적절한 시기에 정치불안정 초래"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7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한국 민주주의가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이날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그의 행동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장 부적절한 시점에서 한국에 장기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한국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기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기고문에서 "현 시점에서 식별 가능한 유일한 결과는 현직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지만, 시점과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전 세계가 큰 경제·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지만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군이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정치적 혼란 속에 2차 계엄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민주주의에 '지독한 영향'(dire implications)을 미칠 것이라면서 군은 최고통수권자의 지시에 불복종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고 한국 증시와 경기가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한은 혼란을 틈타 서해상에 새 해양 경계를 주장하는 등 도발에 나설 수 있고, 미국과의 외교관계에서도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미국은 지금껏 신중한 태도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법치와 헌법적 절차로 위기를 해소할 필요성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2차 계엄 선언은 워싱턴이 한국 대통령을 상대로 손을 대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민주적 가치와 자유를 자신이 집권하는 동안 세계에서 한국이 맡을 역할의 주제로 삼아왔다는 건 아이러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비(非)민주적 행동을 한 것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차 석좌는 "지도자 자리에서 그의 퇴진은 거의 확실시되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안보, 국가의 번영 그리고 이를 위해 일해온 모든 이들을 희생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차 석좌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핵 6자회담 미측 차석대표 등을 맡았다. < 연합 황철환 기자 >
중 매체, '반중친일' 내용 포함 윤석열 탄핵소추안에 주목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반중친일'(反中親日) 내용이 포함된 한국 야(野) 6당의 탄핵소추안에 주목했다.
중국 신화통신 자매지 참고소식은 8일 '구중친일(仇中親日·중국을 미워하고 일본과 가깝게 지냄), 윤석열 탄핵안 세부내용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 매체는 탄핵소추안이 군대를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에게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묻는 가운데 결론 부분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 분야 부작위(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를 언급했다고 짚었다.
야 6당이 지난 4일 공개한 소추안은 "(윤 대통령이)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고 지적했다.
참고소식은 한국의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 사이에는 외교적 태도에 있어 크게 상반되는 가치관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 연합 이봉석 기자 >
외신 “계엄 배경엔 김건희”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거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월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오찬에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
12·3 비상계엄 선포 배경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있으며, 김 여사가 연루된 각종 스캔들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갉아먹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궁지에 몰린 한국 대통령직에 영부인이 어른거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시간 7일 오후 한국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이 표결에 부쳐진다는 점을 짚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데에는 김 여사가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 의원들이 탄핵소추안에서 “윤 대통령이 가족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피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지난 1월 김 여사의 ‘디올백 스캔들’이 터지면서 가뜩이나 지지율이 낮았던 윤 대통령의 하락세가 가속화됐고, ‘타협하지 않는 검사’라는 이미지가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영부인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커지면서 윤 대통령의 인기는 하락했다. 비평가들은 사치스러운 브랜드를 좋아하는 영부인의 취향 때문에 그를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자 ‘마리 앙투아네트’라 불렀다”고 썼다.
신문은 김 여사가 주가 조작, 뇌물 수수, 공천 불법 개입 등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또 “김 여사는 전형적인 영부인이 아니며, 다른 대통령 부인들에 비해 많은 조사와 비판에 직면해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정치 경력에 약점이 됐다”는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김 여사의 야망과 윤 대통령에 대한 통제는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이야기”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의 국정농단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신문은 “한국인들은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기억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도 막후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 경향 김희진 기자 >
미국 연방 하원의원 “비상계엄은 터무니 없는 일…한국 국민·국회의원에 박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 본회의장서 발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비판
“한국 국가 안보 강화에도 도움 안 돼”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계엄사태 거론하는 브래드 셔먼 의원. 연합
브래드 셔먼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6일(현지시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나는 한국 국민과 국회의원들을 칭찬하고 싶다”라며 “그들은 터무니없는 계엄령 선포에 직면했을 때 전 세계에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셔먼 의원은 이날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내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셔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놓고는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불어 국가 안보를 이유로 계엄령을 정당화하려는 그의 시도 역시 터무니없었다”며 “신에게 감사하게도 몇 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계엄 선포는) 한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셔먼 의원은 “한국 국가 안보의 두 기둥 가운데 첫째는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헌신에 있어서 한국민들의 단합인데 윤 대통령은 그것을 훼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둘째는 한·미 관계와 양국 국민의 관계”라며 “한국에 대한 우리의 (안보) 공약은 1950년대에 함께 싸웠던 사실의 잔재가 아니다. 한국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공동의 헌신 때문”이라고 했다. 셔먼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이를 훼손하려고 시도했다”라며 “나는 그것이 실패하게 만든 한국 국민과 국회의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연방 하원 15선의 중진인 셔먼 의원은 한반도평화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남북의 화해·협력을 지지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위주로 한 한국 국회의원들과의 교류도 꾸준히 해왔다. < 경향 정희완 기자 >
외신 “윤 대통령 사과했지만 하야 안 해”···NHK는 담화 생중계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일인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중 계엄 선포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자 외신들은 이를 속보로 긴급 타전했다.
AFP통신은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전한 뒤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하야하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AFP는 “(윤 대통령의 퇴진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불가능하며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윤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몇 시간 앞두고 담화를 발표했다”면서 “야당 주도의 탄핵안 표결이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지만 야당이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확보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AP는 “윤 대통령이 생각 없이 벌인 기괴한 일(비상계엄 선포)은 한국 정치를 마비시켰고 한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미국을 포함해 주요 외교 파트너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며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국가(한국)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오전 10시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윤 대통령 담화를 실시간 통역하며 생중계했다. NHK는 윤 대통령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자신의 진퇴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도 속보를 통해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계엄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 경향 김희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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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K팝과 독재자, 계엄이 한국의 두 얼굴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어 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K팝과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한국의 두 얼굴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소프트파워 패권을 둘러싼 세계적 전투에서 한국은 최근 몇 년간 확실한 승자였다”며 “BTS를 필두로 한 한류는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나라를 문화적 거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하지만 이달 말 넷플릭스에 공개될 <오징어게임>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근절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물리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자 현실판 디스토피아가 끼어들었다”고 썼다.
이어 “K팝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더 익숙한 세계 시민들은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을 실시간 목격했다”며 “계엄 선포는 노년층에게는 군사 독재자가 국가를 통치하고 민주주의 활동가가 거리에서 총탄에 맞아 죽던 시대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한국인들이 이번 사태가 한국의 평판을 손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올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국가적 평판을 쌓아 올렸는데 모든 게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한 서울 시민의 발언을 전했다.
신문은 또 다른 한편에서 이번 위기가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고 믿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한 대학생은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손상됐을 수 있지만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위해) 국회의원과 시민이 함께 신속하게 행동한 것은 한국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줬다”며 “계엄 선포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군이 계엄령을 시행하는 데 주저했던 것 등을 보면서 나는 우리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 경향 김희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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