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였으면 다 사망…T맵 쓰면서 출동”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티맵 갈무리
 

“전투에서 이런 무능한 명령을 내렸다면 전원 사망했을 것입니다.”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출동 임무를 맡았던 김현태 육군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 단장(대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며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울먹였다.

‘실제 전투였다면 전원 사망했을 것’이란 김 단장 말은 과장이 아니다. 국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707특임단은 대테러·요인 암살 작전 등에 특화된 부대다. 미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와 임무 성격이 유사하다. 국내에는 북한 수뇌부 암살 전문 ‘참수부대’로 알려져 있다. 적진 깊숙한 곳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작전 투입 전 주변 지형지물과 투입될 건물 출입구·창문·내부 구조 등 사전 파악은 필수다.

특전사 근무 경험이 있는 군인은 “특수작전 임무를 받으면 통상 1주일, 짧으면 2∼3일가량 사전 준비를 하고 투입된다. 침투로·퇴각로를 정하고 팀원 간 역할을 분담해 여러 차례 예행연습을 거친다. 전투였다면 부하들이 전원 사망했을 것이라는 707단장의 자책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제707특수임무단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진입을 위해 투입됐다. 김봉규 선임기자 
 

김 단장은 3일 밤 국회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국회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고 했다. 국회 건물 배치는 물론 내부 구조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출동부터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 단장에게는 “국회의원이 150명 모이면 안 된다”는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명령이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을 통해 떨어졌다고 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할 수 있는 국회 본회의 가결 정족수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헬리콥터를 기다리는 동안 김 단장이 ‘특수작전’을 위해 꺼내 든 것은 일반 시민이 쓰는 교통 내비게이션 앱 ‘티맵’이었다. 김 단장은 “출동 인원이 다 모인 상태에서 티맵을 켜서 구조를 확인했다. 운동장이 뒤편에 있었고, 가운데 의사당이 있고, 의원회관으로 보이는 다른 큰 건물을 인지했다. 티맵 화면을 캡처한 뒤 노트 패드로 (부대원이 들어갈) 건물을 표시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최정예 특수부대를 이끄는 단장이 스마트폰 앱으로 국회 건물 배치만 파악해 부대원 197명에게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티맵으로 지형만 대충 파악한 뒤 국회에 도착한 대한민국 최정예 특수부대는 우왕좌왕했다. 김 단장은 “(헬기에서) 내려보니 국회의사당이 너무 컸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도 김용현 장관은 특수전사령관을 통해 ‘어디쯤이냐’ ‘빨리 국회로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를 지시를 1∼2분 간격으로 했다고 한다. 김 단장은 “김 장관에게 이용당했다. 원망스럽다”고 했다.  < 한겨레  김남일  권혁철 기자 >

707단장 “1∼2분마다 ‘김용현 지시’ 전화로 전달받았다”

“국회의원들 끌어내려” 지시 전화 30통 넘어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제707특수임무단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진입을 위해 투입됐다. 김봉규 선임기자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출동 임무를 맡았던 김현태 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 단장(대령)은 9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전화로 (지휘통제실에 있는) 특전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을, 사령관이 (저에게) 그대로 지시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단장은 “제가 사령관한테 첫 전화 받고 끝날 때까지 30통 이상 전화를 받았다”며 “그 말은 다른 여단장들까지 해서 사령관은 1시간 반 동안 100통 이상 전화를 했다는 뜻이다. 즉 제가 확인한 바로는 전 국방부 장관이 지휘통제실에 계속 전화를 하고 있었고, 그 전화를 들은 것을 그대로 지휘통제실에서 전달하기 급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슨 말이냐면, 김 전 장관이 ‘야 빨리 들어가서 국회의원들 끌어내’ 이런 말을 한 것을 지휘통제실에서 ‘국회의원들 끌어내려. 빨리 전달해’ 이런 형태였다는 것”이라며 “저는 사실 1∼2분 간격으로 전화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707단장 “의원 150명 모이면 안 된다는 지시 받아”

“국회 들어가 끌어낼 수 있냐” 곽종근 특전사령관 지시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동 임무를 맡았던 김현태 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 단장(대령) 9일 “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이 모이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냐, 지금 국회의원 모이고 있는데 150명 모이면 안 된다’는 지시를 사령관(곽종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헌법 제77조 5항에 따라,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인 150명의 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은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707단장 “김용현이 부대원들 이용해…국민께 사죄”

 

 
 
제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김현태 육군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 단장(대령)이 9일 오전 8시30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이용당한 피해자”라며 용서해달라고 호소했다.

김현태 단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무거운 마음으로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제가 아는 모든 진실을 말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는 듯해 여기 섰다. 절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해서가 아니다.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이라고 했다.

김 단장은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 전투에서 이런 무능한 명령을 내렸다면 전원 사망하였을 것”이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 부대원들이 많이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면서 “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이고,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 꼭 부대원들을 용서해달라. 707 부대원들이 행한 모든 잘못을 지휘관인 제가 모두 지고 가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어떤 법적인 책임이 따르더라도 모두 제가 책임지겠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김 단장은 “부대원들에게 국회의사당으로 출동하라고 지시한 것이 저다.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197명의 현장 지휘관도 저다. 헬기를 타고 가장 먼저 가장 먼저 국회 도착한 것도, 건물 봉쇄를 지시한 것도 저다. 후문과 정문에서 몸싸움을 지시한 것도 저고 창문 깨고 건물 안으로 지시한 것도 저다. 건물 내에서 수차례 진입 지시한 것도 저다. 이처럼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부대원들은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707부대와 부대원들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계엄이란 것을 티브이(TV)로 보고 나서 직후에 전화를 받고 국회 출동하라 했을 때 저 역시 계엄에 대한 지식 없었다. 계엄 상황에서 국회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단 것도 몰랐다”며 “저는 현장에서 저를 제지하는 많은 관계자분들에게 ‘계엄사령부 지시받고 왔고 계엄사령부로 항의하십시오’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내란죄 상황을 몰랐고, 부대원들을 내란죄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빠뜨린 것을 사죄한다”고 했다.

김 단장은 국회 출동 명령을 받은 시간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비상계엄을 선포한 10시28분 이후인 10시30분 넘어서 곽종근 당시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전화받은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최초 지시는 바로 출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제가 바로 가능하다고 하자, 그럼 빨리 국회로 출동하라면서 헬기 12대가 올 거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 말만 듣고 부대원들 다그쳐 출동 준비하는 데 20~30분 걸린 거 같다”고 했다.

그는 “(곽 전)사령관도 정확히 계엄에 대해 몰랐던 거 같다”면서도 “저한테 연초부터 서울지역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최근에는 (사령관이) 풍선도발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거란 내용을 강조했다. 당일은 그 관련된 훈련을 하자고 했다”면서 “설사 북한에 의한 도발일지라도 저희가 대테러훈련상에 민간을 대상으로 군이 총기를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러다 보니 당시 훈련준비 내용은 비살상무기를 사용한 무력진압 작전이었다”고 했다. 그는 3일 낮에 이미 부대원들은 훈련과 관련된 군장검사를 마쳤고, 개인별 테이저건 1정과 장착되지 않은 상태의 공포탄을 휴대했다고 밝혔다.

국회 출동 당시 소지한 무기와 관련해서는 “우리 부대원들은 평시에도 비상대기 하고 있고, 비상이 걸리면 본인들의 고유한 총기와 장비를 착용하고 나가게 돼 있다”면서 “부대원들은 그 짧은 순간 평시 본인들이 가져가는 총과 복장을 입고, 관련된 개인별 백팩을 메고 출동했다. 현장에 가서는 장비들을 한곳에 모아뒀고, 실제 정문에서 몸싸움을 할 때는 개인이 휴대한 총기 2정, 권총과 소총, 복장만 착용하고 이동했다”고 했다. 또 “헬기별로 실탄은 1통을 통합 보관해서 별도 관리하도록 했다. 거기엔 (개인별로 휴대할 수 있는) 5.56mm 10발, 9mm 10발이 있었다. 나머지 탄은 없고 나무박스가 있는데, 거기는 저희가 가용한 다른 게 들어 있었다. 공포탄, 연습용 수류탄으로 많지는 않았고 30여발 박스에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 한겨레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