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수 "탄핵 목소리 견고하면 탄핵 성공"
성별‧나이‧계층‧정당 불문 탄핵 공감대 전해
"젊은 여성의 대거 집회 참여 특히 놀랍다"
"한 명이 5200만 나라 독재로 내팽개쳐"
"계엄 기간에 폭력이 없었던 건 천우신조"
"한 명이 5200만 명의 나라를 시대를 거슬러 권위주의로 내던지려 했다. 그러나 평범한 한국인들은 저항했고 여러 제도적 방벽들이 받쳐줬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한국에는 독재에 저항하는 대비책이 있는가'란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계엄령 불법 선포에서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과 헌법재판소 제출에 이른 과정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 명이 5200만 나라 독재로 팽개쳐"
미 뉴요커 "평범한 한국인들 저항했다"
뉴요커는 기사에서 계엄령 선포 당시 한국인의 지배적 반응은 "멘붕"이었다며 "나이 든 세대는 1960년대, 70년대, 80년대의 폭력적 군사독재 치하에서 살았고, 젊은 세대는 그런 유산을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군을 불법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봉쇄하고 계엄령 해제 의결을 저지하는 한편, 판사와 언론인, 야당 정치인, 심지어 자기 당 대표까지 체포를 지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계엄군이 태업을 벌이며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짚었다. 뉴요커는 "처음부터 시민들이 나타나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하는 걸 막았고, 군인과 경찰 역시 시민처럼 행동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란 공감대가 있었다"는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뉴요커는 또한 국회를 무력화하고 비판 세력을 척결하고자 군을 불법 동원해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여론이 75%에 달한다고 소개하고 "여러 집회와 서명 작업, 정치 포럼들은 성별, 나이, 계층,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어떤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여성들이 대거 참여한 점은 특히 놀랍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14일 탄핵안 가결 순간, 매서운 추위에도 서울의 국회의사당 앞에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과 체포를 외치고, K팝을 부르고 야광봉을 흔들었다고 전했다.
"탄핵, 민주주의 퇴행 막는 좋은 방법"
"탄핵 목소리 견고하면 탄핵은 성공"
뉴요커는 미국 정치학자와 헌법학자를 인터뷰해 헌재의 탄핵 인용 가능성 등을 따져봤다. 미국 노터데임 대학의 로라 갬보아 교수(정치학)는 민주주의 체제의 '독재 회귀'를 막는 데는 "대중의 참여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사례처럼 탄핵 목소리가 약하면 탄핵은 실패하고, 그 지도자는 순교자로 행세한다. 그러나 탄핵 목소리가 견고하고, 강력하고 타당한 민주적 이유들이 있다면 탄핵은 성공한다"고 말했다.
갬보아 교수는 "탄핵은 민주주의적 퇴행을 막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한국의 맥락에서 윤석열이 처벌받을 범죄를 실제로 저질렀다는 목소리는 매우 견고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전개된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공산이 크게 본다는 얘기다. 갬보아 교수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지의 독재 회귀 방지 전략을 연구한 '민주주의의 퇴행에 저항하기'(Resisting Backsliding)'란 책의 저자이다.
뉴요커는 한국 국회의원들의 국회의사당 월담과 계엄령 해제 의결, 윤석열 탄핵안 통과, 헌재의 탄핵안 검토 개시 등을 거론한 뒤 "이런 모든 게 합쳐져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국 민주주의를 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계엄 기간에 폭력 없었던 건 천우신조"
"한국인들, 셀프쿠데타 전부터 탄핵 요구"
미국 헌법학자인 하버드 법학대학원의 마크 터쉬넷 교수는 "적절한 상황에선 헌법재판소, 연방주의, 국제기구 중 어느 것이든 권위주의 권력의 강화를 방해할 수 있다"라며 "문제는 어떤 것이 작동할지 모른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군을 감독한다는 취지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민간인 대통령'이 군을 통솔하고 있는 것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터쉬넷 교수는 불법적 목적을 위해 기꺼이 군대를 사용하려는 "윤석열이나, 그렇지 않으면 (2021년) 1월 6일 군대를 보내길 원했던 트럼프 같은 인간이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과 트럼프의 사례에선 민간인 군 통수권자가 실제론 민주주의에 해가 되며 지난 3일 윤석열의 계엄 기간에 어떤 폭력도 없었던 건 그야말로 '천우신조'였다는 견해를 내놨다.
뉴요커는 윤석열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가 인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두세 달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2022년 5월 취임 직후부터 2년 7개월간 벌어졌던 각종 국정 난맥상을 소개했다. 대표적 사례로 △ 대통령실 용산 이전 △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 발언 △ 정적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복적 기소 △ 이태원 참사 △ 윤석열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들었다.
뉴요커는 "한국인 대부분은 최근의 실패한 '셀프 쿠데타' 이전부터 윤석열 탄핵을 요구해왔다"며 "앞으로도 (탄핵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행사와 시위가 이어질 게 틀림없다"라고 썼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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