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윤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

헌재 "6인 체제로 윤 탄핵심판 모두 가능"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보수 4인, 진보 2인
정형식 재판관…보수 정치인과 혼맥 관계

시민단체 "윤석열 파면될 때까지 뭉칠 것"

 

이진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16. 연합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제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좌우된다. 국회 앞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쳤던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와 6명의 재판관을 주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했고, 이를 위한 첫 재판관 회의를 16일 열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형식·김복형 재판관은 취재진이 "탄핵심판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답 없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청사로 출근했다.

김형두 재판관(연수원 19기)만 취재진에게 "신속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며 "(오늘 재판관 회의에서) 준비 절차를 어떻게 할지, 변론은 어떻게 할지 얘기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진 헌재 공보관은 헌재 별관 브리핑룸에서 "오는 27일 오후 2시로 윤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을 지정했다"며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기록을 조기에 확보해 탄핵심판 사건 중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명재판관으로 이미선, 정형식 재판관을 지정했다"며 "선임 헌법 연구관을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주심 배당은 이뤄졌지만 비공개하기로 결정했으며, 6인 체제로 윤 탄핵심판 심리 변론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임명한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지만, 현재는 6명의 재판관만 있다. 기본적으로 3명은 대법원장, 3명은 국회가 선출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지금 공석 3명은 모두 국회 몫의 재판관이다. 

 

헌법재판관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형식 헌법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김형두 헌법재판관. 2024.12.16. 연합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다. 정형식 재판관은 대통령 윤석열이 직접 임명했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김명수 전 대법관이 지명했고, 김복형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뒤 대통령 윤석열이 임명했다. 

윤이 임명한 재판관은 총 4인 

정형식 재판관은 보수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제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이종사촌 매형이다. 주요 판결로는 2018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사건 항소심이 있다. 정 재판관은 이 재판에서 1심 징역 5년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야당은 정 재판관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당시 이런 사유를 들어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으며, 탈세·횡령·배임 혐의를 받았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또 군인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가 외면하지 않고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적도 있다.

김형두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30년 동안 판사로 재직한 '정통 법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 재판관은 서울고법 민사5부 재판장이던 2020년 7월 1970년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런 판결은 이전까지 고문이나 불법 구금 등 추가 위법 행위가 입증돼야만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결과다. 판결의 법리는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채택됐다.

정정미 재판관은 중도 성향으로 알려졌다. 의료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부작용으로 두 다리가 마비됐고, 환자가 수술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의료인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 군 복무 중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조현병이 발병한 원고를 공상군경(국가유공자)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그는 피고인에게 책을 선물한 판사로 유명하다. 문 재판관은 현주건조물 방화미수죄로 구속기속 된 피고인에게 '자살'이란 단어를 10번 반복해 말하도록 하는 주문을 내렸다. 당시 문 재판관은 "피고인이 '자살'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살자'로 들린다"며 "죽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로 고쳐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며, 중국 작가 탄줘잉의 에세이집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를 피고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한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국비상시국회의 관계자가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12.16. 연합
 

이미선 재판관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소수자 인권을 중시한 판결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유아 성폭력범이 술로 인한 충동적 범행이고 피해자 부모와 합의가 있어도 형을 감경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실형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2009년 2월에는 '여성 인권 보장 디딤돌상'을 받기도 했다.

공석인 3명의 재판관을 두고 국민의힘은 사법연수원 18기 조한창 변호사를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7기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과 29기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했다. 

시민들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대통령 윤석열이 직접 임명한 헌법 재판관이 있다는 것만으로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긴장하고 있다.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단체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및 파면을 촉구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2024.12.15. 연합
 

민주노총은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들어간다. 민주노총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0만 명의 시민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가결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이제는 윤석열의 즉각 파면과 처벌을 위해 광화문으로 모이자"고 했다.

촛불행동은 15일 '내란수괴 윤석열,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는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본행사장인 서울시청역에서 헌법재판소까지 행진을 했다. 촛불행동은 "윤석열이 파면할 때까지 매일 저녁 7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할 수 없는 시민들은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를 통해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평소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는 하루에 1~2개의 글이 올라왔는데,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하루에 수천 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시민은 자유게시판에 "12월 3일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갑차를 서울 시내에서 봤다"며 "이 두려움의 원인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란 게 너무 큰 충격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내 삶의 안전을 위해 윤석열은 최고 권력 위치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다른 이견 없이 꼭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뜻을 함께해 달라"며 "당론, 권력이 아닌 국민이 쥐여준 그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해 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