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이해에 기초한 공존 모색해야
‘혐오’는 증폭될 뿐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맹목적으로 비호하는 극우 집회에서 주창되는 핵심적인 이슈는 바로 ‘혐중’이다. 이 ‘혐중’ 이슈는 내란수괴 윤석열이 이른바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간첩론’을 선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발화되었다. 그 뒤 윤석열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 운운하면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였다. 윤석열은 관저를 찾아온 국힘 의원들에게도 한남동 관저 앞 2030 세대의 탄핵반대 집회 연설에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겨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얼빠진 국힘 의원은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본질이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급기야 엊그제는 지난 12.3 계엄선포 당시 선거연수원에서 중국간첩 99명이 체포되었다는 어이없는 가짜뉴스가 널리 유포되는 등 ‘혐중 이슈’는 바야흐로 윤석열 지지집단의 핵심적 주제로 자리잡고 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이 지핀 이러한 혐중 선동은 시대착오적이고 망상적인 그의 의식구조가 분명하게 투영되어 있다. 동시에 그것은 자신의 범죄 사실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궤변 논리로서 우리 사회에 미만(彌滿)해 있는 반중 분위기를 활용하여 진영 논리로 변질시키려는 악의적 의도가 그 본질이다.
이러한 ‘혐중 이슈’에는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인근 국가 간 관계는 우호적이기보다 오히려 불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상대국가에 대하여 악감정을 발생시킴으로써 불편한 양국 관계를 초래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가짜 뉴스’나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 등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혐오는 증폭된다. 위에서 언급한 ‘중국간첩 99명’ 운운의 가짜뉴스에 인용된 사진은 2016년 백령도 인근에서 불법조업 중 붙잡힌 중국 선원들을 찍은 사진이고, 중앙선관위는 계엄군이 계엄선포 당일 선거연수원에 오지도 않았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흔히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로서는 그러한 식으로 단선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없다. 오직 국익(national interests)을 기준으로 삼아 정황에 맞게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면 될 일이다. 강대국의 역학관계가 교차되는 전형적 국가로서 꼽히는 곳은 바로 우리 한반도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반도는 이제껏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불행한 나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란 바꿔 생각한다면 우리가 스스로 힘을 발휘하게 될 경우 거꾸로 주변 강대국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보유하게 되는 천혜의 요충지로 전환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 GDP 순위에서 세계 10위로 중견국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이미 그 어떤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을 국가가 되었으며, 어느 나라에게도 “노”라고 할 수 있는 나라이다. 초강대국 미국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이 계속 미국에게 오직 수세적이고 피동적인 모습만을 노정시키고 있는 현실은 오랜 관행에 젖은 일종의 패배주의와 열등의식에 기인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굴종하면 굴종할수록 그 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반대로 스스로의 존재를 부각시킬수록 그 몸값은 그만큼 치솟게 된다.
물론 현재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대단히 강력하다. 이러한 미국의 영향력은 특히 군 고위장교들의 밀접하고도 다양한 대미 접촉, 고위 관료층의 미국 유학 채널을 토대로 하여 군과 관료층을 비롯, 이 나라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 유학파, 그리고 언론계와 정계 등 이 사회의 핵심 구조 곳곳에 직간접적으로 존재하는 풍부한 정보자산을 인적 기반으로 한다. 더구나 태극기 부대가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데서 알 수 있듯 친미적 분위기로 충만한 분위기에서 미국의 ‘힘’은 더욱 강화된다. 그리고 이 ‘힘’은 정권의 친미 정책 추구로 극대화된다.
‘균형’이 중요하다
유명한 명제가 있다. 바로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균형’이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특히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클린턴 이래 오바마, 바이든 정부 모두 일관되게 일본의 편에 서서 대한 정책을 펴왔으며, 일본과 한국 간의 문제에서 한국을 지지한 적은 거의 없다. 또한 북한과 적극적 교류 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다. 우리가 상황에 따라 “노” 할 수 있는 적극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 한, 이미 고착된 미국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북한은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외교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최소한 우리보다 훨씬 유연하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시계추 외교(pendulum diplomacy)’를 전개하였고, 1990년대에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 대한 남방외교를 모색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였다. ‘시계추 외교’는 두 개의 국가에서 주기적으로 어느 일방에 대한 밀착과 상대방에 대한 거리두기를 반복하는 외교 전략으로서 두 개의 국가에 동일한 비중을 두는 ‘등거리 외교(equidistance diplomacy)’와는 상이한 개념이다.
한편,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중국과 인근국으로서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지닌 국가이다. 고조선 이후 ‘한4군이 설치될 때 베트남에는 ‘한9군’이 설치되었으며, 고구려 멸망 후 ‘안동도호부’가 설치되었을 때 베트남에는 ‘안남도호부’가 설치되었다. 또 우리 민족이 몽골 침략을 받은 13세기에 단군신화가 만들어졌는데, 베트남 역시 외세 침략이 거셌던 13세기에 건국 신화가 탄생되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한 궤적을 그려온 베트남은 현재 자신의 국익을 위해 중국과 미국 양국을 상황에 맞춰 적절히 견인하고 견제하는 균형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이라는 요인을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거둔 엄청난 무역흑자와 막대한 투자 이익이 바로 중국과의 교역과 투자에 의하여 가능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국 옆의 나라도 아니고 또 유럽 국가도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고,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의 양국 관계는 언제나 우리의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필자가 상하이를 여행했을 때 시내 도로에서 현대나 기아 등 한국산 자동차를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또 이전 한류가 왕성한 시기에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대단했지만, 시내 백화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과 관계가 대단히 좋지 못한데 굳이 한국 상품을 구매하고 싶지 않은 중국인들의 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내의 적지 않은 여론은 그러한 중국인들의 소비 행동을 중국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쉽게 보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객관적이지 않다. 일종의 편견과 우월감으로서 중국인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흔히 중국을 ‘짝퉁의 나라’라고 여긴다. 그러나 가령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첨단의 수준이다. 전기차의 자율주행이나 소프트 분야도 세계적 수준이다. 미래를 이끌 차세대산업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중국은 세계 정상급이다. 근거 없는 선입관과 막연한 불안감, 중국을 향한 우리의 두 가지 감정이 합리적 이해에 기초한 공존(共存)의 모색을 가로막고 있다.
근거 없는 혐오는 중지되어야 한다. 국민분열과 정쟁의 수단으로서 혐중 선동을 획책하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행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억지 주장이자 망동이며, 또 다른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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