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테러 실상 속속 드러나 충격 더해
판사들 개인 집무실까지 난입해 영장 판사 수색
오후엔 헌재 몰려가 불법 집회…국힘 의원 참석
헌재 담 넘어 들어가고, '빠루' 소지한 현행범도
윤석열, 이제와서 "평화적으로 의사 표현해 달라"
"경찰도 강경 대응 말아야" 치고빠지기에 물타기
"시간 걸려도 포기 않고 잘못된 것들 바로잡겠다"
끝까지 '옥중 선동' 예고…국힘도 "경찰이 잘못"
윤상현 "곧 석방"…전광훈 "국민 저항권 발동돼"
반발해도 중형 불가피…'교사' 혐의도 수사 전망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 내부로 들어가 판사 개인 집무실 문을 발로 차서 부수며 수색하는 폭도들. JTBC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 외벽을 망치로 때려 부수는 폭도들. 미디어펀치 유튜브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폭도에 의해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린 경찰들이 속출했다. 미디어펀치 유튜브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무법천지 테러 사태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충격을 더하고 있다. 폭도가 법원을 습격하고 내부까지 진입해 난동을 부린 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지만 이를 촉발한 내란수괴와 그 잔당은 일말의 뉘우침과 사죄는커녕 여전히 정당성을 강변하거나 뒤늦게 '폭력은 안 된다'는 입에 발린 소리로 발뺌을 하려 하고 있다. 국회에 이어 법원을 침탈한 내란 세력이 다음엔 윤석열 탄핵심판을 앞둔 헌법재판소까지 난장판으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폭동 가담자들은 물론 그 배후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까지 철저한 수사와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지상파 및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온 국민이 목도한 대로 윤 대통령 구속에 광분한 지지자들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외벽을 망치로 때려 부수고 유리문과 유리창을 무수히 깨 난입함은 물론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고 주먹과 쇠파이프 등을 휘둘러 마구 폭행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심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경찰이 속출했다. 현장에 있던 언론사 취재진 상당수도 이들에게 구타를 당하거나 멱살을 잡히고 카메라를 빼앗기는 등 여러 피해를 입었다.
폭도들은 심지어 형사대법정과 영장심사법정 등이 있는 청사 3층에 이어 판사 개인 집무실이 모여 있는 7~9층까지 올라가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를 찾으며 집무실 여러 곳을 수색하듯 돌아다니는 상상을 초월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이들은 판사 집무실이 잘 열리지 않자 문을 발로 차 부수고 들어가기도 했다. 글자 그대로 폭동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이들 지지자 중 일부는 19일 오후 다시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몰려가 인근 재동초등학교 및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주변에서 미신고 불법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1500명은 '대통령을 석방하라'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부정선거 검증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즉시 석방" "애국 청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피켓에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의 사진을 붙인 자도 있었다. 헌재가 내려다보이는 재동초등학교 앞 집회에는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다.
개중엔 또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남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았고, 오후 3시 30분쯤에는 헌재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한 남성 1명을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오후 4시 50분쯤에는 헌재와 가까운 안국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쇠 지렛대인 일명 '빠루'를 소지하고 있던 남성을 흉기 은닉 휴대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연합뉴스
이 모든 사태를 유발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와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많은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고 가증스러운 면피성 발언을 내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은 오늘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했던 상황을 전해 듣고 크게 놀라며 안타까워했다"면서 "특히 청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소식에 가슴 아파하며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해 교묘한 양비론으로 폭력 시위대를 편드는 모습을 보였다.
전형적인 치고빠지기에 물타기를 시도한 윤 대통령에게 자신의 책임을 성찰하는 개전의 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국정 혼란 상황에서 오로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이러한 정당한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변호인단은 설명했다. 아울러 "사법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과 정당성을 밝힐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한 마지막 대목은 윤 대통령이 옥중에서도 변함없이 비상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항변하며 지지자들의 조직적 저항을 부추길 것임을 예고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낸 네 번째 담화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고, 지난 1일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모인 참석자들에게는 "유튜브로 보고 있다.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인 17일에도 "많은 국민들께서 추운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계시다고 들었다.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국민께 전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연합뉴스
우두머리가 이러니 그 호위대의 태도 또한 다를 바 없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영장 발부 직후 '시일야방성대곡,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터무니없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해 법원 판단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폭력 사태와 관련해서는 "경찰은 시민을 자극하고 공격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을 책임은 오롯이 공수처와 사법부에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대통령실 역시 사법부 판단을 부정하며 여론 선동전에 가담했다. 대통령실은 구속영장 발부 뒤 언론 공지를 통해 "다른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과"라며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별도의 글을 올리고 "(비상계엄이) 헌정 문란의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 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적어 사실상 비상계엄을 두둔하는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전파했다. 대통령실 일부 관계자는 전날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영장 기각 촉구 시위에 개인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도 빠질 리가 없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무죄 추정과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한 입법 원칙"이라며 "오늘 새벽 구속영장 발부는 이런 법 원칙을 무너뜨렸다.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혐의의 경중과 상관없이 무조건 '유죄 추정'과 '구속 수사'를 부르짖어 오다 내란수괴에 대해서는 돌연 180도 바뀐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대상이 아닌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사례를 집요하게 끌어들인 뒤 "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겠다면 똑같은 잣대가 야당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상습적인 궤변을 전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대통령 체포와 구속 과정은 그야말로 불법과 불법의 연속이었다"며 "사법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고 단정했다. 그는 특히 "경찰에도 경고한다. 어제 현장은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찰이 시민을 내동댕이 치고 시민의 카메라가 장착된 삼각대를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바리케이드를 쳐서 폭력을 막으려는 시민을 방패로 내리찍고 명찰 없는 경찰이 현장에 다수 나선 모습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적반하장으로 경찰을 질타했다. 나아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강력히 요청한다. 민노총 등 다른 불법 집회에서 볼 수 없었던 경찰의 과잉 대응, 폭력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충분한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압박했다.
19일 오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윤상현 의원은 "애국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까지 발언해 폭동을 격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의원은 18일 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17명의 젊은이가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하고 얘기를 했다"며 "아마 곧 훈방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 다시 한번 애국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18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서부지법 담장을 넘어 청사로 침입한 시위대 17명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한 상황이었다.
온라인상에는 윤 의원이 지지자들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 지지자가 "윤 의원님 오동운 죽일 놈의 좌수처장 차량 막았다고 경찰이 학생들 3명 잡아갔어요. 학생들도 좀 알아봐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자 윤 의원은 "조사 후 곧 석방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다른 지지자가 "의원님 오늘 월담한 17인 훈방 조치 됐나요"라고 묻자 윤 의원은 또 "조사 후에 곧 석방될 거예요"라고 되풀이했다. 캡처 이미지에 찍힌 윤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실제 윤 의원 번호와 일치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聖戰)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고 폭도들을 '아스팔트의 십자군'으로 칭송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魁首) 이재명"이라며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저는 지금 대통령 지키려다가 어제오늘 체포된 분들을 각 경찰서를 돌며 면회하고 있다"면서 "86명이 체포되어 너무 안타깝다. 저는 그분들께 무료 변론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와중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또 '국민 저항권'을 거론하며 폭력을 부추겼다. 전 목사는 이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최한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이미 국민 저항권이 발동된 상태이고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며 "이번 주 토요일 (집회에) 1000만 명이 모여야 한다.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적나라한 선동전을 펼쳤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구속된 데 대해 "괜찮다. 한번은 구속이 돼야 한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구속이 됐다. 감방에서 담금질을 해야 마지막 후반기 사역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쓰러져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 측과 여권이 아무리 폭도들을 옹호해도 이들이 엄중한 법적 심판을 피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번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로 체포된 86명(채증 작업을 통해 더 추가될 전망)은 형법상 건조물침입과 공용물건손상죄는 기본이고 죄질에 따라 특수건조물침입과 특수공용물건손상방해, 공무집행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이 적용돼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를 규정한 형법상 소요 혐의도 거론되는데, 이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사태 관련자 전원을 구속 수사할 방침이라 '선처' 가능성은 희박하다. '저항권 행사'를 운운하며 난동을 부추긴 전광훈 목사나 석동현 변호사가 교사 혐의로 수사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서부지법과 인근에서 자행된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법치주의와 사법 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서울서부지검에 전담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가담자들을 전원 구속 수사하는 등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중형을 구형하는 등 범죄에 상응하는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담팀은 팀장인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9명 규모로 꾸려진다.
사법부도 이번 난동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서울서부지법 현장을 직접 찾아 둘러본 뒤 "법원 내 기물 파손 등 현장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TV로 본 것보다 열 배 스무 배 참혹하다"면서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며 이런 상황은 예상할 수도 없었고 일어난 바도 없다.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자 형사상으로도 심각한 중범죄"라고 탄식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0일 오전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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