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등 SNS 극우 테러리즘 규제 사례 정리
독일, '나치 찬양' 글 쓰면 처벌…가짜뉴스 규제 논의
프랑스, 혐오·테러리즘 선동 처벌…SNS회사도 규제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해 판사가 삭제 조치하기도
한국, 가짜뉴스 규제 전무…표현의 자유는 무한 아냐
5·18민주화운동, 위안부 관련 가짜뉴스 등 차단 필요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글들에 대한 사법당국의 신고를 돕는 누리집 '민주파출소'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국민 카톡 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언론들도 '지나친 표현의 자유 규제 아니냐'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주파출소의 구체적 활동 내용이 무엇이고, 해외에서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 등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 제대로 분석하는 보도는 없습니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해외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하지 않고 있고 특히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극우 테러리즘 등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법안들이 더 강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려 합니다.
민주 "가짜뉴스 적극 신고" 국힘 "국민 카톡 검열" 억지 주장
민주당은 최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같은 SNS에서 확산되는 각종 가짜뉴스 등을 제보받아 법에 저촉되는 경우 형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고를 받기 위한 민주파출소(https://minjoopolice.com/) 누리집도 개설했고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감시단(단장 김현 의원)은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습니다.
국민적 관심과 별개로 국민의힘은 "사생활 영역인 카톡을 검열하겠다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고 언론 반응도 시큰둥합니다. 이날 국회 기자 회견에서 한 진보 성향 미디어비평지 기자는 "가짜뉴스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이냐. 5·18이든 내란 사건이든 명백한 사안에 대해 반대할 수도 있고 감시와 견제를 하려면 확실하지 않더라도 의심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공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발표내용을 보면, 어디에도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한 적도 없고 김현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듯 "명백히 확인된 가짜정보들에 대한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일 뿐, 모든 판단은 사법기관이나 판사가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당이 국민 개인의 카톡방을 사찰하거나 들여다볼 방법은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최대한 보장돼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헌법정신이라는 점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 주요 인권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들은 내란을 선동하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등에 대한 표현 그리고 허위 정보의 확산을 엄격히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나치 관련 미화 글 게재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언론인과 일반시민 구분하지 않고 강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급증하는 각종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이러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독일, '나치 찬양·테러' 글쓰면 처벌…가짜뉴스 규제법은 논의 중
<워치독>은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들을 직접 조사하여 정리하였습니다.
독일 형법은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정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거나 나치 선전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독일 형법 130조에 의거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나치 문양'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관련 옷을 입거나 히틀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나치 지배를 "승인, 미화 또는 정당화"한 경우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2005년에 추가됐고, 이는 극우 극단주의 시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독일에서 온라인 증오범죄를 전문 수사하는 연방 검사 크리스토프 헤베커는 최근 한 언론(FrontLine)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한 독일 여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시리아 난민은 독일에 들어오는 즉시 사살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한 혐의(선동죄)로 기소됐습니다. 그녀는 극우그룹에 속해 있었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었습니다. 그녀는 범죄 전력이 없었지만 결국 징역 11개월의 집행유예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더 무거운 형벌이 내려진 사례도 있습니다. 2007년 독일의 화학자 게르마르 루돌프는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정한 혐의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 유럽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극우 테러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극우 선동 표현들을 규제하는 법이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네트워크집행법(Network Enforcement Law)은 2017년 독일 의회를 통과했는데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증오발언, 테러 위협, 아동 착취 게시물 등을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큰 벌금을 내게 하고 있습니다. 또 2022년부터는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이러한 증오글을 남긴 사용자의 아이피(IP) 주소를 독일 연방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의무화 했습니다. 이렇게 독일은 내란 혹은 테러를 조장하는 글들, 심지어 단순한 의견표현조차도 가차없이 신고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법률 제정은 아직 사회적 논의 단계에 있습니다. 독일에서 "난민들이 독일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가짜뉴스 때문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메르켈 정부는 2017년 '가짜뉴스 처벌법'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의회는 결국 이 법을 부결시켰습니다.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하지만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하자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해 판사가 즉시 삭제조처
프랑스도 2015년 11월 파리에서 벌어진 대규모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는 사건 등으로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발명한 나라인 프랑스에서 당연한 핵심 가치이지만 안전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허위의 정보나 혐오, 테러리즘 등이 퍼지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언론법과 형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언론법은 23조에서 범죄를 선동하는 것을 처벌하게 하고 있고, 24조는 유대인 학살사건 부인죄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32조와 33조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성적지향이나 장애에 따른 모욕 글을 주로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들을 제대로 지우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도 벌금을 피할 수 없습니다. 2020년 5월 프랑스는 '인터넷 혐오표현 금지법'을 통과시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차별과 혐오가 명백한 콘텐츠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온 뒤 이를 24시간 안에 삭제하거나 접근을 차단하지 않는 경우 최대 16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특히 2014년 프랑스는 반테러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공공연히 테러리즘 행위를 온라인 상에서 옹호하는 것마저 처벌하는데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오프라인으로 테러가 이어지면 최대 7년 징역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 프랑스는 더 나아가 '가짜뉴스 방지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정보조작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판단한 프랑스는 '정보조작 대처에 관한 제2018-1202호 법률(LOI n° 2018-1202 du 22 décembre 2018 relative à la lutte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을 만들어 '가짜뉴스'를 즉시 삭제할 수 있도록 판사에게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 법은 각종 선거에서 허위정보로 인해 유권자의 판단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특이한 점은 허위 정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사후적 대체가 아닌 사전적으로 예방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판사가 판단한 가짜뉴스에 대한 삭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 법은 글 게시자에 대해 최대 1년의 징역형과 7만 5000유로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와 사례들이 있어야 하겠지요. 이 때문에 프랑스는 고등시청각위원회(CSA)와 시청각 디지털 통신 규제기관(Arcom)을 두어 고의적인 허위 정보들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제정한 가짜뉴스법은 서유럽에서는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법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언론을 검열할 수 있다는 비판 또한 여전합니다.
한국, 가짜뉴스 규제 사실상 전무…표현의 자유는 무한 아냐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은 없습니다. 민주당이 설립한 민주파출소도 그러한 성격이라기보다는 단순 신고 누리집에 가깝습니다. 가짜뉴스로 신고가 이뤄지면 그에 대한 처리 판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각 회사가 판단하고, 사법 처리 문제에 대해선 과거에도 사법부의 영역이었고 앞으로도 사법부의 영역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테러 선동 글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내란 선동 글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아가 독일과 프랑스는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인하는 것도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일본군 위안부 국가범죄 사건을 부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합니다. 독일·프랑스에서 내란 선동 글은 신고가 활발하고 단순 의견조차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유대인 학살사건'을 부인하는 단순 표현조차도 용납되지 않고 처벌합니다. 가짜뉴스에 대해선 프랑스는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법제정이 사회적으로 논의단계에 있습니다. 다만 가짜뉴스에 대한 신고를 받고 행정당국의 판단 하에 삭제조처가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해외 주요 인권 선진국들은 특정 인종, 소수자에 대한 혐오, 테러리즘, 가짜뉴스를 무차별적으로 용인하지 않고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법안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그 시대적 상황에 맞게 법제정 후에도 변경하거나 폐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커지고 있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여기에 영향을 받아 내란 범죄를 저지르는 극단적 사례가 벌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 제정 논의는커녕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을 적극 신고하자는 것만으로도 언론은 펄쩍 뜁니다.
물론, 무엇이 가짜뉴스인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가짜뉴스 규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 또한 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뉴스타파> <뉴탐사> 등 시민언론을 대상으로 "가짜뉴스"라고 공격하거나 검찰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반복해왔습니다. 무엇이 가짜뉴스인지에 대한 규정을 정부와 재판부에만 일임하기보다는 공신력 있는 언론단체 등이 함께 참여해 기준을 만드는 것도 그 방법입니다. 영국의 경우 언론사 외 시민사회 등이 함께 가짜뉴스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의 철학적 기반을 제시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보면, 그는 자유가 우리 사회 전체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해악의 원칙'을 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다른 사람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의 자유론을 펼친 것입니다. 내란을 선동해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거나,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 등을 부인해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허위정보의 글을 퍼뜨리는 행위들을 규제하는 것이 과연 반민주적일까요. 아니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최선일까요. "선관위가 해킹을 당해 부정선거가 벌어졌고,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대통령의 사고를 지배하고 계엄 내란 사건까지 벌어진 마당에 말입니다.
< 워치독 허재현·조하준·김시몬·김성진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참고글>
1.Germany’s Laws on Hate Speech, Nazi Propaganda & Holocaust Denial: An Explainer (https://www.pbs.org/wgbh/frontline/article/germanys-laws-antisemitic-hate-speech-nazi-propaganda-holocaust-denial)
2.French Content Moderation and Platform Liability Policies: (https://jsis.washington.edu/news/french-content-moderation-and-platform-liability-policies)
3.독일은 SNS 가짜뉴스 삭제 의무화…혐오 표현하면 처벌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855.html)
4.혐오표현에 대한 국제기구와 각국의 대응방안 (김영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2020.12.31)
5.프랑스의 허위조작정보 규제에 관한 연구 - 2018년 정보조작대처법을 중심으로 (강명원, 2022)
6.독일 의회는 왜 '가짜뉴스 처벌법' 폐기했나 (https://zdnet.co.kr/view/?no=20170621102516)
7.가짜뉴스에 맞서는 독일 '사회관계망법집행법'의 내용과 쟁점 (안수길, 2019.3)
'● Hot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석열 내란] 법원 폭동 이후 벌어진 일...돕겠다던 국힘 발빼기 (0) | 2025.01.20 |
---|---|
[윤석열 내란] 법원행정처장 "영장판사 방 파손, 알고 온 것 같다" (0) | 2025.01.20 |
윤석열 지지자 선동 김재원 "거병한 아스팔트 십자군에 경의" (0) | 2025.01.20 |
[윤석열 내란] 극우 폭동 악랄하게 부추기다 뒤늦게 간교한 발뺌 (0) | 2025.01.20 |
[윤석열 내란] 내란수괴 윤석열이 불지핀 ‘혐중 선동’ (0) | 2025.01.20 |
[윤석열 내란] 시민사회 - 야당 “법원 폭동 가담자 · 선동 세력 엄벌해야” (0) | 2025.01.19 |
[윤석열 내란] 경찰 “서부지법 폭력 행위자, 전원 구속수사” (0) | 2025.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