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윤석열의 '성전'에 비유... 이양수, 법원 침탈 언급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남소연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현역 대통령이 구속되고,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물리적으로 침탈하는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에도 집권여당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를 '성전'에 비유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십자군'이라고 일컬으며 오히려 이들을 더 선동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 일부도 지지자들의 행위를 감싸며 '물타기'에 나섰다.

김재원 "윤 대통령, 성전 시작... 함께 거병한 아스팔트의 십자군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의 과거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전쟁을 벌인 것"이라며 "그리고 47일 만에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겨울의 감방은 무척이나 춥다. 추위와 외로움에 떨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7일간 윤석열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성채로 삼아 자신만의 '성전(聖戰)'을 시작했다. 이제 그 전쟁은 감방 안에서 계속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 이재명이다"라며 "어젯밤 이재명은 윤 대통령 구속 소식에 쾌재를 불렀으리라"라고 적었다.

그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지 않았는가"라고 '삼국지'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감옥에 갇힌 윤석열이 괴수 이재명을 끌어내릴 것이다. 그날이 비로소 이 성전의 끝이다. 이 성전이 시작될 때부터 이재명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정해지고 말았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란다"라며 "그리고 함께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장문의 게시물 어디에도 법원을 향한 폭동 사태의 부당함이나 비상 계엄의 위헌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양수 사무총장, 법원 박살 났는데 "집회 마치고 주변 정리하는 시민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 집회를 마치고 주변을 정리하는 시민 여러분들의 모습이다"라며 "집회 참가자 여러분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라고 적었다.

해당 사진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에 기재된 촬영 시간은 이날 오전이었다. 법원 청사의 각종 기물이 부서지고, 법원 앞 반사경마저 부러지는 등 다수 폭력 사태가 있었던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각종 사진과 영상이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는 가운데, 쓰레기 줍는 사진을 몇 장 올리며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물타기에 나선 셈이다.

< 오마이 곽우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