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현안 ‘여야 합의 필요’주장 방패 뒤에 숨어 ‘뒷짐’- - - 거부시 야당 탄핵 으름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 동향 점검 및 대응방향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지 한 달이 흘렀다. 공석이던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며 윤석열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을 정상화했지만, 그 외 주요 현안에 대해선 ‘여야 합의 필요하다’는 방패 뒤에 숨어 ‘뒷짐’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 권한대행은 설 연휴 뒤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26일 최 권한대행은 공식 일정을 갖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 쪽은 설 연휴에도 외부 일정은 최소화하고 내란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12월27일 국회 탄핵 소추 가결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직함을 얻게 됐다.

 

이후 최 권한대행의 한 달은 ‘여야 합의 필수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자를 임명하며 ‘헌법재판소 8인 체제’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당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여야가 합의해달라’며 국회로 돌려보냈다.

 

그 이후에도 최 권한대행은 여야가 대립하는 주요 현안에 개입하지 않고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법원이 발부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경호처에 지휘권을 행사하라는 야당의 압박에도 ‘수사기관과 경호처 간 갈등과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개입하지 않았다.

 

“내란 사태를 끝내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들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반헌법적 행위”라는 민주당의 압박에도 마 후보자 임명, 상설특검 추천 의뢰를 하지 않고 있다. 최 권한대행 쪽은 ‘권한대행의 구체적 권한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며 정치 현안에 대한 권한 행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야당은 최 권한대행의 행보가 결국 윤 대통령, 국민의힘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에 정치권의 눈이 쏠려있는 동안 최 권한대행은 주로 경제 현안을 챙기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 방안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설 연휴 뒤 지난 17일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두번째 ‘내란 특검법’에 대해 공포나 재의요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재의요구 시한은 2월2일로 최 권한대행은 오는 3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최 권한대행은 쪽은 ‘숙고 중이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여야 합의’를 일관되게 강조해왔기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야당이 최 권한대행과 여당이 ‘위헌적 요소’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상당 부분 뺀 특검법을 통과시켰지만, 여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또다시 ‘여야 합의’를 전제로 국회로 돌려보낼 것이라는 이야기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