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권한 대행 체제는 내란 비호, 계승 제도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 단죄 대상일 뿐
미국, 프랑스는 의회 수장이 '대통령 대행'
지금 이 나라의 권한대행이 큰 문제다. 우선 권한대행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제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의 권한대행 규정은 우선순위 3인이 모두 의회 지도부로서 상원의장(부통령), 하원의장, 상원 임시의장의 순이며, 그다음으로 행정부 각료 15명 중 외교부 장관(국무부 장관)을 가장 상위 순서이다. 역시 대통령제인 프랑스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탄핵이나 유고 시에 상원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 프랑스는 의회 수장이 '대통령 대행'
이렇듯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권한대행을 의회의 수장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의 권한대행 역시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대표성을 지녀야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할 수 있으며, 그때 비로소 민주적 정당성(Democratic legitimacy)을 가질 수 있다는 헌법원리적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이 권한대행으로 되는 이 나라의 권한대행 제도는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박정희의 군사쿠데타 이후 도입되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이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심복’들이 차례대로 권한대행이 되는 제도는 내란 공모자들이 내란을 계속 비호하고 계승하는 제도일 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이주호 부총리, 외교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2.4. 연합
처음부터 내란공모 국무위원 전원 탄핵했어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처음부터 계엄선포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전원을 모두 탄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계엄이 실패로 끝나면서 계엄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었던 그러한 상황에서 곧바로 국무위원 전원을 탄핵했다면 이른바 ‘역풍’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이 기회를 실기(失機)했다. 물론 내란공모 국무위원 전원 탄핵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지금 탄핵정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혼란은 많은 부분 잘못된 이 권한대행 제도로 인하여 발생되고 있다. 한덕수, 최상목으로 이어진 권한대행들에 의하여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특검 거부,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영장 지원 거부 등등 탄핵 국면의 결정적인 고비마다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히면서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왔다.
국무총리와 부총리로 이어지는 현재의 권한대행 제도는 탄핵 소추된 대통령이 임명한 ‘심복’들이 그 권한을 계승하는 잘못된 제도이다. 그것은 현실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듯, 윤석열의 내란을 그야말로 충실하게 ‘계승’하는 제도에 다름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매봉산 등산로로 형사기동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연합
최상목, 윤석열의 '극우 영웅' 둔갑에 일등 공신
내란수괴 윤석열이 극우 집단의 ‘영웅’이 된 계기는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 영장을 불법적으로 막아내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이러한 윤석열의 ‘영웅 등극 과정’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은 바로 최상목이다. 최상목은 권한대행으로서 합법적인 체포 영장을 방해하는 경호처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행정수반으로서 당연히 체포 영장 협조 명령을 내려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철저하게 수수방관하면서 사실상 윤석열의 온갖 불법 행태를 적극 지원하였다. 그러면서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는 지체되었고, 이 과정은 극우와 국힘 등 보수가 총결집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동하였다.
최상목은 이른바 ‘쪽지’를 보지도 않고 차관에게 넘겼으며 나중에야 봤다면서 “정확하게 기억 안 나지만 계엄과 관련된 예비비 관련 재정 자금 확보, 이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혀 신뢰성을 가질 수 없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하달한 문서를 즉시 보지도 않았고 내용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전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그것은 명령 불복종으로서 윤석열이 평소 ‘상목아’라며 부르고 생일까지 챙겨주던 서울대 법대 2년 후배인 최상목으로서는 애초 할 수도 없고, 결코 하지도 않을 행동이다. 가장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던 ‘쪽지’ 내용 중에서도 가장 중요도가 낮은 ‘예비비’만 기억난다는 말 자체가 이미 지나치게 의도적이고 검은 그 속셈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그날의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실제로 최상목은 12.3 당일 문제의 국무회의 직후인 오후 11시 40분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이른바 F4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이 시각은 국회 상공에 헬기가 출현했던 때였다. 계엄선포 당일 최상목이 내란수괴 윤석열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던 과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른바 'F4'라 불리는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른바 최상목 쪽지의 하단에는 8페이지를 뜻하는 ‘–8-’ 표시가 존재하고 있었다.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모든 장관들이 계엄 관련 문서를 수령했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해주고 있다. 김용현도 헌재 심판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하였다. 사실상 국무위원 전원이 내란의 공범이고 최소한 방조자이다.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은 박근혜 탄핵과 전혀 상이하다. 박근혜의 경우에는 고작해야 일종의 개인 비리 수준인 데 비해 윤석열은 내란을 획책한 자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먼저 내란수괴 윤석열의 내란에 공모 여부와 그 정도에 대하여 조사받고 단죄되어야 할 대상이다. 즉, 그 국무위원들은 권한대행은커녕 내란 공범으로 단죄되어 처벌받고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 자들에게 권한대행으로 실권을 계속 행사하도록 했으니 단순히 제도상의 허점으로 치부하기엔 처음부터 너무도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 내란공범 국무위원 전원을 탄핵시킨다는 관점이 중요했던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4.12.14 연합
국무위원 의결정족수 미달 시 국회의장이 법률공포, 거부권도 있을 수 없다
현행 국무회의 규정은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開議)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무회의의 의사정족수는 11명이고, 의결정족수는 8명이다. 본래 국무위원 총수는 21명이고, 현재 국무위원 5명이 공석이기 때문에 만약 5명이 더 공석이 되면 국무회의는 의결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경우 국회에서 넘어온 법률은 정부에서 의결할 수 없으므로 국회의장이 해당 법률을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 법률이 시행된다. 물론 거부권은 존재할 수 없다.
윤석열의 ‘심복’ 권한대행들이 망쳐놓은 것들은 너무도 많다. 그들은 혼란을 극대화시켰고, 윤석열을 수괴로 하는 내란 세력들이 부활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지원하였다. 문자 그대로 윤석열을 ‘대행(代行)한’ 권한대행이었다. 만약 최상목이 헌법재판관 3명을 모두 임명했다면, 이진숙에 대한 헌재의 심판 분위기도 사뭇 달랐을 것이다. 최소한 2인 방통위의 불법성은 명확하게 심판될 수 있었다. 만약 처음부터 특검이 개시되었다면, 내란 상황은 신속하게 제압되었을 것이다. 경호처의 불법행위를 차단시켰다면 윤석열의 관저 농성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윤석열 내란은 ‘윤석열 권한대행’에 의해 계속 진행 중이다. 이 나라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 민들레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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