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증거인멸 염려"

감사원 사무총장 재임 시절 감사 주도
대면조사 대신 서면 대체 지시한 혐의

 

김건희 씨 22일 소환해 관여 여부 조사
감사보고서 결론 은폐와 축소에도 관여
유 위원 "후임 사무총장 시절 벌어진 일"

 

2년 가까이 감사 기획하고 실행한 유씨
'월성원전' 지휘 최재형 변호 나섰지만...
전 정권 표적 감사 경위 밝히는 게 본령

 

유병호(59) 감사원 감사위원은 숱한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서 온 인물이다. 일일이 열거하기가 숨가쁠 지경이다. 온갖 위법을 일삼은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감사,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민간인 표적 사찰 등 이른바 전 정권 표적 감사가 그 중에서도 손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저 이전을 감사하면서 정권 호위 감사를 했다는 의혹은 곁가지로 여겨질 정도다.

 

감사원 내 '타이거파'란 파벌을 만들어 온갖 전횡을 일삼았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자녀의 원전 업체 주식 보유 논란, 전 정권 비위를 파헤친다면서 공무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 인권을 유린했다는 논란, 예산 불법 전용 및 정치적 중립 위반, 인사·감찰 권한을 남용해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논란, 파벌을 조성해 조직 내 기강을 해쳤다는 논란, 최재해 감사원장 퇴임식에서 “영혼없는 것들”이라고 외친 뒤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을 휴대전화로 틀어놓은 난동, 후임 사무총장 정상우의 취임식에 엿을 선물하고 이를 보도자료로 알린 기행도 빼놓을 수 없다.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7.20 [공동취재] 연합

 

그에게 제기된 숱한 의혹들 가운데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은 전 정권 의혹들을 폭압적인 방식으로 감사하도록 지시한 것이 꼽힌다. 그런데 핵심에서 비껴난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관저 이전 '봐주기 감사' 의혹으로 유 감사위원이 20일 밤늦게 구속됐다.. 2차종합특검이 이제라도 그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특검 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보이는 한 달 동안 그의 핵심적인 범죄 혐의 수사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 위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권창영 2차 종합특검 팀은 그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윤 정부 초기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실 관저 이전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축소 또는 은폐하기 위해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를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각각 이전했다. 이후 공사업체 선정 과정과 공사비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2022년 10월 참여연대 등이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감사가 진행됐다.

 

감사원은 2년 가까이의 감사 끝에 2024년 9월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공사 업체 선정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봐주기 감사' 지적이 나왔다.

 

특검팀은 유 위원이 감사 관련 조사 진행 방식과 자료 요구 절차 등을 두고 감사단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감사단은 21그램을 비롯한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대면조사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송달해둔 상태였지만, 유 위원은 이를 철회시키고 서면 조사로 대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실에 자료를 요구할 때도 공문이 아닌 구두로 요청하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 조사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특검팀은 유 위원의 이런 지시가 감사원 사무총장의 권한을 남용해 감사단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관저 이전 부실 감사 의혹'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유병호(오른쪽) 감사원 감사위원이 조사를 위해 13일 경기 과천 2차 종합특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7.13 연합

 

유 위원은 감사보고서 결과가 은폐·축소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감사원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테리어 공사 업체인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에 증축 공사 참여를 요청해 공사가 이뤄졌다고 적었다.

 

그러나 21그램은 당시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증축 등 공사 전반을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건설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을 내세워 합법의 외관을 만들고, 실제로는 공사 자격이 없는 21그램이 모든 공사를 도맡아 진행한 것이다.

 

감사원 역시 이런 사실을 파악했지만, 감사보고서에는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21그램이 인테리어 공사만을 담당한 것처럼 기재했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21그램은 김건희 씨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시공을 맡은 업체로, 이 회사 김태영 대표가 김씨와 국민대 대학원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JTBC는 감사가 한창인 2023년 3월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연락해 "21그램을 대면 조사 대신 서면 조사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정황을 특검이 포착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특검은 김태영 대표가 김건희씨에게 연락해 요청을 전달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비서실 요청을 받은 유 전 사무총장이 감사팀에 21그램 서면 조사를 지시한 내부 문건 등도 확보했다고 JTBC는 전했다.

 

반면 유 위원은 특검팀이 문제 삼은 의혹의 대부분은 후임 사무총장 시절 벌어진 일이며 모든 감사 업무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며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2022년 6월 15일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취임해 ‘정권 호위 감사’ 논란을 낳으며 온갖 전횡을 일삼다 감사위원 자리를 약속받은 듯 사표를 낸 것이 2024년 2월이었다. 2024년 9월에 조사결과가 발표된 감사를 전반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책임은 유 위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양측 의견을 모두 검토한 법원도 영장을 발부해 특검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영장심사에는 감사원장을 지내고 국민의힘 의원을 지내기도 한 최재형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 전 원장과 유 위원은 감사원에서 함께 근무할 때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이 과정에 큰 곤욕을 치렀는데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입장발표하는 권창영 종합특검 연합
 

특검팀은 구속된 유 위원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 등 '윗선'의 관여 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22일에는 김씨 소환조사도 예정돼 있다.

 

유 위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서 특검팀이 수사 기한 연장의 명분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영장을 남발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유 위원은 종합특검팀 출범 후 일곱 번째 신병이 확보된 사례다. 특검팀은 수사 기한 막바지에 접어든 이달 들어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대거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주에만 4명의 구속영장이 사흘 연속 기각되면서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4일 종료 예정인 특검팀의 수사 기한을 30일 연장하고, 파견 공무원 수를 20명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특검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야당은 법 개정에 반대하며 즉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들어가 진행 중이지만 21일 오후 종료돼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