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서울대 유학 와 74년 간첩 몰려 6년 옥고
‘20여년 정신병원’ 고통 재작년 무죄 판결 누명 벗어
영화 <자백>에 나오는 김승효씨 모습. ‘자백’ 화면 갈무리
박정희 정권 시절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의 주인공 김승효(70)씨가 별세했다.
고인과 함께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강종헌씨는 김씨가 26일 새벽 일본 교토에 있는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재일동포인 김씨는 1974년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의 지령으로 반정부 투쟁을 선동했다’며 간첩으로 몰려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그뒤 가혹한 고문을 이기지 못해 간첩이라는 거짓 자백을 했고 이듬해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으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6년이 지난 1981년 8월 가석방됐지만 김씨는 조현병 등 고문 후유증을 겪으며 20여년간 정신병원 생활을 해야 했다.
2018년 서울고법 형사11부는 김씨의 재심에서 “장기간 불법구금 상태에서의 진술은 법적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4월엔 무죄 판단을 받은 김씨에게 국가가 8억1100여만원의 형사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도 나왔다. 44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정작 김씨는 한국정부에 대한 두려움 탓에 재판에 출석하지도 못했다.
김씨의 재심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장경욱 변호사는 27일 <한겨레>에 “한평생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 속에 살다 떠나셨다. 이제는 비극적 삶에서 벗어나 영혼의 안식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자백>을 연출했던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히 안식하시길 바란다”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김씨의 장례식은 오는 30일 일본 교토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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