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야당에 대해서는 증거도 불충분한 과거 사건을 끄집어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는 반면, 여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 선관위의 ‘여당 도우미’ 병이 다시 도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제보를 접수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쪽은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을 조사했으나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선관위로서는 제보 내용 등을 검찰에 넘긴 것이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설명하지만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야당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선관위는 새누리당의 손수조 부산 사상구 후보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3일 부산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인 것에 대해서는 “계획적 행동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손 후보가 선거운동에 후원금과 당 지원금 등 1억5000만원 이상을 사용해 애초 발표한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약속을 어긴 사실에 대해서도 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관위 결정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현 정부 들어 보여온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6.2 지방선거 당시 4대강 사업 반대와 무상급식 서명운동에 선거법 위반 딱지를 붙인 것을 비롯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선거일 투표 인증샷 10문10답’이라는 코미디 수준의 지침을 발표해 유권자들의 투표독려 행위에 재갈을 물리는 등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논란이 된 새누리당의 부산 카퍼레이드의 경우도 박 위원장 쪽은 타고 온 승용차 대신 빌린 선루프 장착 차량을 타고 가며 손 후보와 함께 차 지붕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손을 흔들었고, 박 위원장이 찾은 덕포시장 상인회 쪽은 미리 박 위원장의 방문 사실을 알리는 방송까지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카퍼레이드가 과연 선관위의 설명처럼 ‘우발적’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외면하는 선관위는 정치에 해악을 끼치는 민주주의의 적일 뿐이다. 그런 선관위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선관위가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여당 도우미로 나설 경우 기관의 존립 자체가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