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면서 선거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 소용돌이와 파란의 연속이다. 공천을 두고 이처럼 말이 많고 탈이 많았던 적도 없었다. 어떤 면에서 공천 문제는 다른 모든 논쟁거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 만큼 유권자들은 공천 결과에 대한 판정 못지않게 선거의 본질적 쟁점들을 꼼꼼히 살피고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집권기간 공과에 대한 평가다. 총선은 단순히 각 지역 일꾼을 뽑는 차원을 넘어 어떤 정치세력에게 의회를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본질적 의미가 있다. 따라서 현 정권의 지난 4년에 후한 성적을 준다면 여당 후보들이 계속 국정의 중심에 서도록 밀어줘야 할 것이며, 그 반대라면 여당 후보들에게 가혹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현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교묘히 정권심판론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한나라당 간판을 내릴 정도로 지난 4년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막상 부채를 떠안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유권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과연 지금의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의 실패와는 무관한 집단인가, 이들이 표방하는 과거와의 단절은 실제 정치 현실에 맞는 주장인지 등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여야가 앞다투어 쏟아내는 복지, 경제민주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정책의 적절성, 실현가능성 못지않게 신뢰성과 일관성도 놓칠 수 없는 점검 포인트다. 
사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의 급격한 정책 궤도 수정으로 총선 공약의 상당 부분에서는 여야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여당이 어린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기를 쓰고 반대한 것조차 이제는 까마득히 잊혀져가고 있다. 정책 변신의 진정성을 따지는 일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문제는 야당에도 해당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주 해군기지 문제 등에 대한 민주통합당 지도자들의 태도 변화는 아직도 많은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야당 심판론’으로 역공을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로의 전진이냐, 과거로의 회귀냐’라는 선거 구호를 새누리당이 내걸고 나온 것부터가 이번 총선의 역설적 풍경이다. 야당은 과연 자신들이 나라의 장래를 믿고 맡길 만한 정치세력으로 유권자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