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김병준, 김한길 합류 ‘진통’

선대위 요직에 임태희·나경원 등 물망

내부서 “개혁론자들도 아닌데다

MZ세대 등으로 확장성도 안보여”

 

김종인(왼쪽부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과정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톱’으로 부상하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합류를 놓고 진통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3김(김종인·김병준·김한길)의 공통점은 당적과 진영을 넘나드는 화려한 정치 이력이다. 사실상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종인 전 위원장은 1981년 11대 국회에서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2016년 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의원 생활을 마쳤다. 2012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도왔고 4년 뒤에는 더불어민주당으로 옷을 갈아입고 민주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미래통합당으로 돌아온 그는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대선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교수 출신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실장으로 일했다. 논문표절 의혹으로 교육부총리에서 낙마하고 정치적 공백기를 가진 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교류했다. 탄핵 위기에 몰렸던 박 전 대통령이 거국내각의 총리 후보자로 추천한 사람이 김병준 전 위원장이었다.

 

작가 출신인 김한길 전 대표는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뒤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등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 여당을 탈당한 뒤 창당과 탈당을 반복했다. 2014년에 안철수 대표와 손잡고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통합야당을 출범시켰지만 친문 세력과 불화하다 2016년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들의 화려한 정치 경력을 놓고 ‘전략가’라는 별칭이 따라붙기도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리를 찾아다닌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은 홍준표 대표 이후 당을 개혁하려고 했지만 성과를 못 냈다. 김한길 전 대표도 민주당을 중간다리로 삼아 이곳저곳 옮겨다녔지만 정권 탄생에 기여한 게 없으니 정치적 성공이 없다”며 “김종인 전 위원장은 성과가 있지만, 나머지 두 분은 실력으로 인정받을 만한 성과가 있었나”라며 비판했다.

 

‘정치신인’인 윤 후보가 연륜에 방점을 찍은 인선에 집중하다 보니 선대위의 미래를 보여줄 만한 비전이나 가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대위 분야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거론되는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주호영·김태호 의원, 김용태 전 의원, 윤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한 나경원 전 의원 모두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사들이다.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당 이미지가 올드한데 올드한 분들을 선대위 전면에 내세우는 건 그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과거 퇴행적인 것”이라며 “선대위 내 주요 지도부에 청년을 앞세워서 이들의 비전이나 가치를 선대위가 같이 만들어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과거 인물들이 너무 과하게 밥그릇 싸움을 하는 모양새가 되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엠제트(MZ)세대의 지지를 받는 이준석 대표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이들의 지지를 구체화할 선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대위 구성에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지난 16일 윤 후보와 초·재선 오찬에서도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선대위 인선에 대해 윤 후보에게 조심스럽게 ‘국민들은 변화를 원한다. 결국은 보여지는 게 사람인데 그런 부분들 신경을 좀 써달라’고 말했더니 (윤 후보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오연서 장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