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과 미디어]

트럼프 지지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분석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 사진=flickr
 
 

어떤 여론 전문가도 승패를 예측하지 못할 만큼 두 후보가 팽팽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폴리마켓(Polymarket)이다. 폴리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예측시장인 폴리마켓에서는 스포츠 경기부터 연예인의 사생활, 심지어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까지 다양한 일의 결과에 베팅할 수 있다. 그런 곳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 미국 대선의 결과인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주요 선거의 결과에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이곳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측이 빗나갈 때가 종종 있어도 현재로서는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폴리마켓과 같은 베팅 사이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누구나 돈이 걸린 문제에서는 현실적이 된다”라는 오래된 가정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길 거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결과에 자기 돈을 걸고 예측하라면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60%로 보는 폴리마켓의 예측은 지지율 50%인 여론조사보다 정확할까?

 

▲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예측하고 있는 2024 미국 대통령 선거. 사진=폴리마켓 홈페이지 갈무리
 

폴리마켓은 주식 시장처럼 지분(share)를 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재 승리 가능성이 60%인 트럼프에 1주를 베팅하려면 60센트를 내고, 40%인 해리스에 베팅하려면 40센트를 내야 한다. 자기가 베팅한 후보가 승리하면 1주당 1달러를 받고, 패하면 돈을 모두 잃는다. 이런 도박 시장이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사람들이 돈을 잃지 않는 것이 게임의 목표라고 가정했을 때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팬데믹 중에 밈(meme) 주식의 등장을 목격했다. 게임스톱 같은 한물간 기업의 주식이 거기에 강한 향수를 느끼는 개미 투자자들의 ‘작전’으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식시장의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던 사건이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소셜 투자’라는 말도 나왔지만, 사실은 자기가 좋아하는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하는 헤지펀드를 응징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그렇게 오른 주식을 팔아 돈을 번 사람도 없지 않았지만,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행동이 아니다. 지금은 그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투자라는 형식을 사용해 자기의 견해를 표현하는 태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렇게 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

폴리마켓이 돈을 따려는 냉정한 도박사의 정신으로 베팅하는 곳으로 보기 힘든 이유는 곳곳에 있다. 원래 미국에서는 선거를 두고 베팅을 하는 것이 불법이었지만, 이번 달에 들어서 합법화되었다. 애초에 선거 결과 베팅이 불법이었던 이유는 그게 민주주의 절차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때문이었는데, 합법이 되었다고 그런 위험이 사라진 게 아니다. 특히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갑부 피터 틸이 폴리마켓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 트럼프의 당선을 위한 선거 운동에 발벗고 뛰어든 일론 머스크가 “폴리마켓이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런 의심은 더 커진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폴리마켓의 성격상 이곳에 베팅하는 사람들 중에는 트럼프 지지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젊은 남성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게임스톱 같은 주식을 사들이며 밈 주식 현상을 만들어 낸 바로 그 집단이다. 크립토(암호화폐)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가 최근 들어 이들의 표를 가져 오기 위해 “크립토는 우리의 미래”이며 미국을 암호 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들이 트럼프에 베팅하는 행동이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 방향과 일치한다고 보기 힘들다.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심을 낳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수상한 “고래”의 존재다. 고래(whale)는 투자시장에서 큰 금액으로 매수나 매도를 해서 주가에 영향을 주는 대형 투자자를 말하는데, 폴리마켓에서 승률의 변동을 관찰한 사람들은 특정 투자자가 거액을 동원한 집중 매입으로 트럼프의 승률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프레디(Fredi)9999’라는 이 투자자의 기록을 보면 지난주 화요일까지 트럼프가 승리한다는 쪽에 87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0억 원을 베팅했다.

▲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사진=flickr
 

그만한 돈을 베팅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프레디9999가 갑부이며, 어쩌면 일론 머스크나 그의 대리인일 수 있다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개인이 아닌 여러 투자자의 연합이라면 갑부라고 추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프레디9999의 베팅을 추적한 한 도박꾼의 분석에 따르면 그가 복수의 계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같은 시점에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슷한 액수를 꺼내어 트럼프에 베팅을 하는 계정이 최소 4개가 있다는 것. 이 계정들의 베팅액은 3000억 달러(약 410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고래가 트럼프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큰 손실이 예상되는 기업이나 업종에 있는 사람이 손실 위험을 분산(hedge)하기 위해서 거액의 베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위험 분산의 의도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트럼프가 베팅 사이트에서 유리하다는 뉴스가 나오면 모두가 그 얘기를 하게 되고, 그러면 트럼프에게 모멘텀이 생겼다고 믿게 되고, 그 결과 폴리마켓에서 트럼프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예측하고 있는 2024 미국 대통령 선거. 사진=폴리마켓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지난 7일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가 약간 더 유리하다는 조사 결과를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공유한 지 2분만에 폴리마켓에서 해리스에 2% 앞서던 트럼프가 격차를 10% 벌렸고, 머스크가 폴리마켓의 변화를 다시 소셜에서 공유하면서 그 격차는 더 벌어졌다. 현재 폴리마켓에서 60대 40으로 나오는 두 후보의 승률 차이는 그 이후에 생긴 것이다. 그러는 동안 실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밈 주식 열풍에 참여한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이 돈을 잃었지만, 자기는 좋은 취지에 동참했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폴리마켓에서 지지 후보에 베팅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말할지 지켜볼 일이다.        < 박상현 오터레터(OTTER LETTER) 발행인 >

해리스, 전직 대통령·연예계와 공동 유세…인기없는 바이든은 '열외'

단독 플레이 의존하던 트럼프, 경선 경쟁자 헤일리에 긴급지원 요청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 부통령(좌)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

 

미국 대선이 막바지까지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원군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NBC 뉴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24일 주요 승부처인 조지아주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공동 유세를 벌인다.

이어서 26일에는 미시간주에서 미셸 오바마가 처음으로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유세 무대에 선다.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가 최근 주춤한 상황에서 당내 가장 인기 있는 인사로 꼽히는 오바마 부부의 본격 등판이 지지층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지난 17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그의 아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다수 미디어에 출연해 해리스 부통령을 대변했으며, 선거 자금 모금행사도 주최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유세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NBC 뉴스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오랜 관계를 형성해온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개인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은 점도 그가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라고 NBC 뉴스는 설명했다.

진보 성향이 두드러지는 연예계의 유명 인사들도 해리스 부통령을 돕고 있다.

이날 조지아주의 흑인 교회에서 열린 투표 독려 행사에는 가수 스티비 원더가 노래를 불렀으며, 전날 미시간과 조지아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여성 래퍼 리조와 가수 어셔가 각각 지지 연설을 했다.

미국 대통령을 소재로 한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의 배우 마틴 쉰 등 출연진도 전날 위스콘신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7개 경합주 가운데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5개주의 민주당 소속 주지사도 해리스 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다.

경합주인 애리조나와 조지아의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는 불편한 관계다.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가수 스티비 원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존스버러의 한 교회에서 가수 스티비 원더의 연주를 듣고 있다. 2024.10.20 [존스버러 미조지아주 AP=연합]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전통주의 노선과 다른 길을 걷는 데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등 '무리한 주장'을 해온 탓에 당내 기존 주류 인사들과 관계가 좋지 않고, 전직 대통령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극렬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을 비판했으며,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 중 한 명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오는 21일부터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유세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단독플레이를 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점점 지원군에 의지하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우군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랐으며, 지난 19일에는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에서 지원 유세를 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와 총기 소지 권리를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하는 사람 한 명에게 매일 100만달러(약 13억7천만원)를 주겠다고 선언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도 불편한 감정을 정리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함께 선거운동을 하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그녀가 그렇게 할 것 같다"면서 "그녀와 함께하기를 바란다. 난 모두의 지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간 헤일리 전 대사는 요청받으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캠프가 여성 유권자의 호감을 확보하기 위해 헤일리 전 대사와 함께 유세하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 워싱턴=연합 김동현 특파원 >

 

트럼프 유세서 점프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연합]

 

더힐·DDHQ 자체 예측…"트럼프, 경합주 위스콘신·미시간서 기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연합]
 

미국 대선을 보름 남겨 놓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쟁자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승리할 확률이 과반을 넘었다는 예측 평가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의 자체 예측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52%로 해리스 부통령(42%)을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분석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제친 것은 지난 8월말 이후 처음이라고 더힐은 전했다.

8월말 기준으로는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54~56%에 육박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44~46%로 집계됐다.

이달초까지는 두 후보 모두 50% 안팎의 초박빙 구도를 유지했으며, 지난 17일에는 정확히 50%의 승률을 나눠 가졌다.

더힐은 "예측 결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경합 주를 중심으로 선전하는 상황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특히 해리스 부통령에게 기울었던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회복 추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애리조나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우세하며, 펜실베이니아에서만 해리스 부통령이 여전히 앞선 상황이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다만 선거 결과를 좌우할 이들 7개 핵심 경합 주 모두 박빙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여론 조사 역시 오차 범위 내에서 백중세인 만큼 어느 한쪽의 승리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더힐은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발표한 자체 평균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2%포인트)와 위스콘신(2%포인트), 미시간(2%포인트), 네바다(1%포인트 이내) 등 4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선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2%포인트), 애리조나(2%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1%포인트 미만)에서 박빙 우세를 기록했다. < 연합  김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