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발 무인기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정됐다”에 합참 “확인해줄 수 없다”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이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군부깡패들의 중대 주권침해 도발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되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 군당국이 평양에서 한국군이 운용하는 무인기(드론)와 같은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고 재발 땐 “즉시 보복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이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무인기 문제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은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의 담화에서 유엔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한국 군부의 도발 책동을 규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3일 사회안전성 평양시안전국은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 지역에서 추락된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조사 결과 대한민국발 무인기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고 1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전문가들은 추락된 무인기가 한국 군부의 ‘드론작전사령부’에 장비돼 있는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으로서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돼 공개된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이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군부깡패들의 중대 주권침해 도발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되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이 지목한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은 지난해 9월26일 국군의 날 행사 때 공개된 것이다. 국내 한 업체가 만든 무인기를 기반으로 2021년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발사대에서 쏘는 방식으로 이륙해 사전 입력된 경로에 따라 자동 비행한 뒤 낙하산을 펴 착륙하는 방식이다.

용도는 ‘유사시 적 종심지역으로 은밀하게 침투하여 적 핵심 표적에 대한 정보 획득’이다. 최대 속도가 시속 150㎞이고 최대 비행시간은 4시간 이상이라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평양까지 왕복할 수 있다.

이 무인기는 애초 100대가 도입됐으나 운용 중 추락 사고 등으로 현재 90대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당국이 드론작전사령부의 무인기 보유 현황 등을 확인하면 북한 주장의 사실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발표를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군당국은 북한 주장을 확인해주는 것이 곧 북한에 휘둘리는 것이고, 북한이 노리는 ‘남남갈등’의 소지를 만드는 일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한국군의 ‘원거리 정찰용 소형드론’ 사진은 지난해 9월26일 국군의날 행사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한국군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이 동일 기종일까.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과거 북한은 미국의 글로벌호크 같은 무인기 외형을 그대로 복제한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한 무인기도 북한 복제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자작극’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와 달리 한 민간 군사전문가는 “두 무인기가 단순 외형뿐만 아니라 주요 부품들의 위치와 형태까지 거의 같다”며 “국내 개발 군용 무인기라 민간이나 국외에서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이를 완벽하게 복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추락 무인기가 실제 ‘평양 전단 살포’에 투입됐는지는 알 수 없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수거된 무인기가 기체 외형이나 비행 추정 시기, 기체 아래 삐라(전단) 살포통이 그대로 부착돼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평양시 중심부에 대한 삐라 살포에 이용된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리 판단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결론은 아직 미정”이라고 했다.

북한도 이번에 발견했다는 무인기 잔해를 평양 상공에 침투해 전단을 살포한 그 무인기로 확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 권혁철 이제훈 기자 >

CNN, 입수한 설문지 복사본 보도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배부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문지. 우크라이나 문화 및 정보정책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CNN 제공

 

러시아가 북한 군인들에게 군복 등 보급품을 지급하기 위해 한글과 러시아어가 병기된 설문지를 준비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시엔엔은 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문화 및 정보정책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해당 설문지를 입수했다며 설문지 복사본을 보도했다. 설문지에는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러시아어와 함께 한글로 적혀 있다. 공개된 대목은 ‘1.여름용 모자’ 항목과 ‘2.여름용 군복 치수’ 일부분이다.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서 북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평양/AP 연합]
 

‘여름용 모자’ 항목은 ‘러시아씩 모자 크기’를 54~62까지 제시한 뒤 각 치수 별로 모자둘레를 ㎝ 단위로 표시했다. ‘조선씩 크기’란은 공란이다. ‘여름용 군복 치수’ 항목도 같은 방식으로 작성돼있다. 시엔엔은 “러시아에 도착한 뒤 북한 군인들은 모자, 헤드기어, 군복, 신발의 사이즈를 작성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8일(현지시각) 센터는 러시아 극동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 장비를 지급받는 영상을 입수했다며 이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공개했다.

27초 분량의 영상에는 아시아계로 보이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각종 물품을 받아가는 모습이 담겼는데,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야, 야, 야” 따위의 목소리가 담겼다.

센터는 “이 영상은 최근에 얻은 것으로 7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며 “러시아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전 배치를 준비하는 북한군이 러시아 장비를 착용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영상 속 아시아계 군인이 러시아에서 대기 중이라는 북한군인인지는 교차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텔레그램의 친러시아군 계정인 ‘파라팩스’(ParaPax)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며 “이 영상에서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 수십 명이 군사기지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 김원철 기자 >

한-미 ‘파병’ 다른 반응 이례적
특수부대 아닌 참관단 가능성


미·나토, 미 대선 의식했을수도
윤 정부 ‘국내 정치 이용’ 의심도

 
 
열병식 하는 북한군.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이 1만2천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밝힌 가운데 미국과 서방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다만, 파병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 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관련 질문에 “만약 사실이라면 그런 움직임은 우려스럽다”면서도,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각) 국정원 발표 관련 질문에 “현재까지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라고 했다.

그동안 한·미 정보당국이 군사위성 등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밀착 감시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하게 정보 공조를 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이례적이다. 한국 발표를 과장됐다고 보거나, 정보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나토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특수부대가 아니라 러시아에 지원한 북한제 무기를 다룰 참관단이 배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군사위성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지난 18일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랴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설명하며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북한군이 위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야쿠트·부랴트 공화국 주민 외모. 국가정보원 제공
 

북한 파병이 다음달 5일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공식 확인’을 미루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참전을 공식화할 경우, 미국과 나토로선 그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일 수 있다. 앞으로 미국과 나토는 북한 병력이 직접 전투에 투입될지 후방 지원에 집중할지에 따라 ‘북한군 참전’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전세계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아직 공식 확인한 건 아니다”라며 “당연히 우리는 그렇게 발표하지만 나라마다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성사진 등 관련 자료를 지난 18일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은 동해상 러시아 상륙함의 북한 병력 수송활동 요도. 국가정보원 제공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뒤이어 국정원이 ‘북한군 참전 확인’ 보도자료를 낸 것을 두고 북한 정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낙 사안이 엄중하기 때문에 진행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2016년 2월10일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정보로 ‘북 리영길 총참모장 2월 초 전격 숙청’이란 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는데, 석달 뒤 엉터리 정보로 판명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발표 뒤 예상된 여론 악화를 국정원이 물타기하려다 벌어진 ‘정보 참사’였다.

한편, 시엔엔(CNN)은 19일 우크라이나 문화 및 정보정책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했다며 보급품 지급을 위한 설문지 복사본을 보도했다. 설문지엔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러시아어와 함께 한글로 적혀 있다. 전날인 18일 센터는 러시아 극동 ‘세르기옙스키 훈련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 장비를 지급받는 영상을 입수했다며 이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공개했다. 27초 분량의 영상에는 “넘어가지 말거라” 따위의 목소리도 담겼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이날 채널에이(A) 인터뷰에서 “조만간 북한의 (부대)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탈환하려고 애를 쓰는 쿠르스크 지역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권혁철  정의길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