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주요 신문 논조 발췌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한겨레 “이탈 8표 안나오면 문제 사라지나”

동아일보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민심의 인내심이 임계점"

조선일보 “윤 대통령, 탄핵은 아니지만 탄핵에 준하는 수준”

 

김대남 통한 한동훈 대표 ‘공격 사주’ 논란까지 번져

 
 
 
▲윤석열 대통령. ⓒ연합
 
 

4일 ‘김건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재표결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론으로 “부결이 맞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이탈표 8표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브리핑을 했지만 언론은 이탈표 없는 부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번 재표결이 부결이 된다고 하더라도 계속되는 김건희 리스크로 인해 김건희 여사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김건희 리스크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에 준하는 수준으로 임기 내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아일보는 1면과 3면으로 이어지는 <與 “김건희 리스크 임계점…尹 결단의 시간”> 기사에서 오늘(4일) 김건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재표결과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민심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달했다’며 당론으로는 부결하기로 방침을 세웠으나 김여사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 

▲4일 동아일보 3면.
 

세계일보도 1면에 오늘(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을 재의결하기에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면 <김건희 특별법 오늘 재표결 한동훈 “부결”> 기사에서 오늘 재의 표결을 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한동훈 대표가 “부결”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찬성표를 던져줄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한겨레는 “여야 모두 이탈표가 없다고 가정하면 법안 가결에는 찬성 8표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4일 한겨레 3면.
 

중앙일보는 1면 기사 <김대남 논란 증폭 한동훈 “당 묵인 안돼” 용산 불편한 기류>에서 4일 진행될 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회 재표결과 관련해 윤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 <김여사 특검법 재표결 앞두고 흔들리는 與>에서 “국민의힘이 4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뒤틀려 있다. 단일대오로 부결시키자는 공감대로 일단 뭉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라며 “일각에선 이번 재표결이 마지막 '김건희 방탄'이라는 경고마저 나온다”고 전했다. 윤한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를 감싸는 일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4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2일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한 건에 대해 청탁금지법의 입법 미비를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 <대통령 부인이 수백만원 선물받아도 처벌 못하는 ‘청탁 방조’ 청탁금지법>을 배치하고 “대통령 부인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선물을 받았음에도 청탁금지법을 피해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명목과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연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다”고 입법 미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청탁금지법이 허술한 부분과 관련해 “법 제정 당시에도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 규제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며 “배우자 사생활까지 규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과 배우자를 통한 우회적 금품 전달을 차단하려면 공직자와 동일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고 전했다.

이어 “청탁금지법은 서로 모순되거나 해석이 엇갈리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어 행정·수사기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공직자 배우자에게 금품을 준 사람에 대해 직무관련성을 따져야 하느냐”가 대표적인데 “‘직무관련성’이란 명시적 문구가 없고, 판례도 충분히 누적되지 않아 전문가 사이에서도 해석이 갈린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1면은 명품가방 수수사건 무혐의 처분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전달하는 기사를 배치했다. 국민일보 1면 기사 <김 여사 사과… 결론 못 내려>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처벌 규정 자체가 없는 등 혐의없음이 명백했다”며 “다만 사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선 정치부장 “윤 대통령, 탄핵은 아니지만 탄핵에 준하는 수준”

언론은 사설을 통해 윤한 갈등의 중심이 김건희 여사이며, 해당 갈등이 도를 넘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경향신문 이날 사설 <점입가경 윤·한 갈등, 지금 권력암투로 날 지샐 땐가>에서 “친한계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 진상조사에 나서면서 ‘배후’를 거론했다”며 “대통령은 여당 대표를 ‘고사’라도 시키려는 듯 패싱하고, 친한계는 대통령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꼴이다. 의·정 갈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 의료대란·생활물가 등 난제는 산적한데 여권 두 축이 사사건건 암투만 벌이니 국민은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역시 이날 사설 <김 여사 둘러싼 여권 내분, 언제까지 이럴 건가>에서 “김 여사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측으로부터 지역구 공천 청탁을 받은 뒤 답장을 보낸 텔레그램 문자가 공개됐다”며 해당 문자가 김여사의 공천 개입의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하더라도 “김 여사 리스크가 이렇게 오랫동안 국정을 발목잡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로 인한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4일 국민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험악한 민심 전달 않고 “우리는 하나” 외치고 끝난 용산 만찬>에서 “공교롭게도 2일 만찬은 4일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마련돼 ‘표 단속 만찬’이란 지적도 나왔다”며 “이탈표 단속하듯 ‘우리는 하나’ 외치다 끝난 맹탕 만찬이 민심을 얼마나 멀어지게 할지 모르는 건가, 모른 척하는 건가”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최재혁 정치부장이 칼럼에서 <모두가 알고 모두가 눈감는 ‘金 여사 문제’>라는 제목으로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다뤘다. 이 칼럼에서 최재혁 정치부장은 “윤 대통령이 탄핵은 아니라더라도 탄핵에 준하는 수준으로 남은 임기 내내 몰릴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하나의 문제로 모인다”며 “국정에 투입되어야 할 대통령실 기능의 일부가 김 여사 문제에 소진되는 악순환은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시작됐다. 그럼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일 조선일보 칼럼.
 

한겨레는 이날 사설 <‘김건희 문제’ 해결 없이는 윤석열 정부 미래는 없다>에서 “4일 국회 재표결을 하는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108석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통과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에도 이탈표가 8표를 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하면 ‘김건희 문제’가 사라지는 건가. 오히려 김 여사 명품백 수수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종결, 검찰의 불기소 결정 등 국가기관이 비호에 앞장선 데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까지 ‘호위무사’로 전락한 모습은 국민 여론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대남 통한 한동훈 대표 ‘공격 사주’ 논란까지 번져

윤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한 대표 공격 사주 논란은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 <친한 “김대남, 진영 팔아” 친윤 “한, 배후로 윤 겨냥”>을 배치하고 한 대표 공격 사주 논란에 대해 “가뜩이나 냉랭한 당정 관계를 후벼파고 있다”며 “한 대표가 전날 의혹 당사자인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3면 <김대남, 금융경력 없는데 연봉 3억 자리…야당 “김건희 낙하산”> 기사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을 추진 중인 야권은 ‘김건희 낙하산’으로 과녁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은 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한 김 전 행정관이 이 자리를 받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며 ‘김건희 낙하산’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4일 중앙일보 3면.
 

조선일보는 1면에서 김대남 전 행정관이 연봉 3억의 서울보증에 재직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 낙하산을 전수조사하는 기사를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로 <경력 무관 김대남 재직 파문… 권력의 ‘하사품’ 된 공기관 감사 자리>를 배치하고 “주요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상임감사의 절반 이상이 정치권에서 온 ‘낙하산’ 인사로 집계됐다”며 “권력을 잡은 측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핵심 자리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하사품’처럼 내려보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특별한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데도 총선 출마가 좌절되자 차와 기사가 제공되는 연봉 3억원의 SGI서울보증 상근감사로 재직 중인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공분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준정부기관 40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임감사 자리를 두고 있는 공공기관 28곳 가운데 공석인 5곳을 제외한 23곳 중 13곳(56%)에서 정치권 출신 감사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 정민경 기자 >

 

“민심 거역하는 권력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 ‘김건희 특검법’ 재투표를 앞두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하면 김건희 여사가 범인이고, 국민의힘이 공범이라는 고백으로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가 진짜 떳떳하다고 여긴다면 특검에 찬성하고 진실을 밝혀내 명예를 회복하는 게 더 현명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민심을 거역하는 권력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김 여사 한 명 지키려다 전체 보수세력을 궤멸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온갖 정황증거가 쏟아지고 있는데 특검을 거부한다고 범죄 혐의가 사라지느냐. 오히려 특검 필요성만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 10명 중 7명이 특검에 찬성한다”며 “국회가 오늘 재의결해서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회의 도리”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우선 물러나야 할 ‘김김여’(가 있다). 김 여사,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우선 퇴진 3인방 중 압도적 1등은 김건희”라며 “우리는 국민 명령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찌할 건가”라며 “이번에 (특검법을) 막아도 다음엔 무너진다. 자유투표 장막 앞에서 헌법기관의 양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4년 후 다시 ‘윤석열 공천’을 받는 것도 아닌데도 ‘김건희 산맥’ 앞에 모두 꿀 먹었다. 미친 권력의 마지막 칼춤이 두려워서인가”라며 “직언 못 하는 집권당은 무너진다는 게 한국 정치사의 교훈”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라는 비상설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에 “제가 본부장으로 임명받았고, 논리와 전투력 겸비한 9분을 위원으로 임명했다”며 “다음주 초 국정감사 시작 전이라도 바로 첫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 기민도 기자 >

"친윤계-친한계 심리적 분당 상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악수조차 하기 싫은 사이가 된 것일까.

검찰 시절부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 노출됐다. 윤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때 ‘윤석열 정권 소통령’으로 불렸던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대면조차 불편한 사이가 된 것이다. 윤-한 두 사람 갈등 단계를 지나 ‘친윤계-친한계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자리 배치 변경에 불참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경제 주최 행사 시작 30분 전 불참을 통보했다. 윤 대통령도 참석하는 행사여서 한 대표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 이유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독대 불발 이후 한 대표가 대통령 정무수석을 통해 독대를 재요청하자 ‘윤-한 두 사람이 전화통화도 못 하는 사이가 됐느냐’ ‘시간 한 번 내달라는 하면 대통령이 거절하겠느냐’는 말이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터였다. 행사 자리 등을 빌려 독대 요청 기회를 잡으라는 충고였는데 한 대표가 행사 불참으로 이를 차 버린 셈이다.

이는 윤 대통령 옆 테이블에 배정됐던 한 대표 자리가 더 먼 곳으로 옮겨진 것이 이유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4일 한겨레에 “원래 자리와 달리 변경된 자리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자리였다”고 했다. 시사저널은 대통령실 쪽에서 자리 변경을 한국경제 쪽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자리 변경 요청이 윤 대통령 뜻이 아닐 수도 있다. 용산 참모들이 ‘심기 경호’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됐든 한 대표의 불참은 두 사람 관계가 봉합하기 힘든 지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두 사람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자리 의전 문제로 대통령 참석 행사에 여당 대표가 불참했다는 것은 윤석열·한동훈 관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이런 행사는 사전에 자리 배치도를 미리 주는데, 한동훈 성격상 갑자기 다른 자리로 옮겨진 것을 참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창간 6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 치고 있다. [연합]
 

박근혜 “유승민 배신의 정치” 결말은

의-정 갈등 같은 정책 방향을 두고 여권 내부 의견이 갈리는 것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자주 있는 일이고, 그나마 조율 여지가 있다. 다만 대통령이 ‘얼굴도 보기 싫다’고 할 때는 답이 없다. 박근혜 정부 때 박근혜-유승민 관계가 그랬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는 등 줄곧 친박계 중심이었다. 박근혜 정권 3년 차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진보적 의제로 다른 목소리를 내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공개 낙인이 찍혔다. 친박-비박 갈등이 지속했고 2016년 총선 공천에서 유 전 의원 등이 대거 낙천하자, 이후 심리적 분당 상태가 깊어졌다. 이는 결국 새누리당 내 찬성표를 발판삼은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검찰 한직에 있던 한 대표를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해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줬고, 총선을 앞두고는 장관직에서 바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줬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김건희 여사 논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더니, 3년 차로 접어든 윤석열 정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에는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정권 때와 겹쳐볼 때 윤-한 두 사람 사이가 ‘배신의 정치 이후’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본다. 친윤-친한계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거리낌 없이 상대방을 비판·비난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친박-비박 충돌 때보다 더 심각하다. 국회 탄핵소추 당시 여당에서 30명 정도 ‘반란표’(실제 70표 넘는 탄핵 찬성표가 여당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단 8명 정도만 등을 돌려도 정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은 17명 정도다. ‘코어 그룹’은 이보다 적지만, 한 대표와 같은 배를 탄 이들이라 ‘전면전’이 벌어지면 후퇴보다는 전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 내부에서 “사이는 안 좋더라도 보수 공멸은 막아야 한다”며 연일 경고등을 켜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국군의날, 순식간에 지나간 악수

가까이하기에 너무 멀어진 두 사람은 자리 배치 논란 바로 이튿날인 지난 1일 오전 10시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어색하게 마주쳤다. 행사 성격상 자리 배치를 바꿔달라거나 불참하기 어려운 자리였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 윤 대통령은 단상에 착석하기 전 참석자들과 빠르게 악수를 했다.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순으로 악수했다. 한 대표와는 손을 잡았다가 바로 뺐지만, 주호영·추경호·박찬대와는 2∼3번씩 악수한 손을 흔들며 눈 맞춤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당인 주호영·추경호 두 사람은 악수가 끝난 뒤에도 웃으며 서로를 쳐다봤지만, 한 대표는 혼자 입을 꾹 다문 채 행사장 정면을 응시했다. 윤 대통령·한 대표 모두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은 자리였다. < 김남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