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가운데)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서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맨 왼쪽),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사·기소부 분리”vs“분리하면 기능 약화

권력에서 독립·중립이 성공 요건의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열린 첫 공청회에서 공수처 내부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을 주제로 각계 의견을 모으기 위한 첫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현행 공수처법에서 공수처가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제도인데,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내부를 수사부와 공소부로 나누는 방식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공소부는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공소유지를 하도록 하되, 수사부는 기소에 관여하지 않는 수사관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오용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또한 수사와 기소가 인적으로 밀접하게 운영된다면 공소권이 수사권을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진다며 기소-수사 분리 방안에 찬성했다.

반면 오병두 홍익대 법대 교수는 공수처가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소권을 갖는 점을 들어, 공수처 내 수사부·공소부 분리가 공수처 기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검찰 (입장)에서 보면,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서 공수처는 또 하나의 경찰에 불과하다공수처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수사권과 일치하는 기소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영 전북대 법전원 교수는 한 교수의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수사부와 공소부로 조직을 나누는 방안은 조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공수처가 검찰·경찰에 비해 소규모 조직과 인력으로 구성되는 만큼 조직을 나누는 것보다는 기능적으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해 운영해도 무방해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공수처의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축사에 나선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공수처 성공의 필수 조건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정세력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인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인물이 처장을 비롯한 공수처의 구성원이 돼야 한다여당은 공수처를 반대하는 적지않은 국민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공정한 공수처 조직 구성과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축사에서 파사현정’(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사자성어)을 언급하며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파사현정의 정신에 부합하는 공정한 검찰권의 행사가 있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임재우 기자 >


 

[특파원 칼럼] 김정은 위원장이 볼턴 회고록을 본 걸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쓴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은 여러모로 씁쓸하다. 세 차례 이뤄진 북-미 정상의 만남에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에 대한 양쪽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를 거듭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체제의 생존이, 한국에는 한반도 평화가 걸린 절박한 문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언론에 얼마나 멋지게 비칠지, 재선에 도움이 될지의 관점에서 주로 다뤄졌다. 더구나 이 과정을 낱낱이 폭로한 이가 2000년대 북-미 제네바 합의를 깨뜨린 뒤 퇴장했던 초강경파 볼턴이라는 점에 또 한 번 씁쓸하다. 북한이 인간쓰레기로 부를 정도로 혐오하는 볼턴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 훼방꾼으로 동참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볼턴의 책에서 남··미 정상의 관계가 눈길을 끈다. 우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 행정부 내의 강력한 회의론 속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친분까지 깨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요구대로 합의하면 선거에 질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다치는 일을 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노 딜이후에는 재무부의 대북제재 관련 발표를 철회하라고 트위터에 올려 혼란을 일으켰는데, 참모들에게 오직 한 사람(김 위원장)”을 위한 트위트라고 하는 등 김 위원장과의 관계 유지에 신경을 썼다.

-미 정상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마주 앉을 여건은 못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 여념이 없고, 뚜렷한 비핵화 성과 없이 또 만날 수는 없다는 생각이 확고해진 모습이다. 북한이 기존 태도에서 양보하면서 미국과 대화를 시도한다 해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북한의 쇼에 속지 마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 눈에 띄는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다. 미국의 금전적 이득과 자신의 재선 유불리를 최우선에 둔 트럼프 대통령, 한반도 평화 노력을 한국 통일 어젠다로 치부하는 볼턴 같은 강경파, 미국의 귀를 붙들고 끊임없이 최대한의 압박을 속삭이는 일본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야말로 고군분투한 장면들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그 장소로 판문점이나 미 해군 함정을 예시하며 북-미 대화를 되살리려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편에 서 있다고 북한이 보기 때문에 남북 사이에 의미 있는 대화가 그동안 이뤄지지 못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제를 돌리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안전보장을 원한다는 점을 집요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점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백악관에 강조했다.

이런 한국의 노력을 볼턴은 책에서 사진찍기에 끼어들려는 시도라거나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이라고 비하했다. 백악관 참모한테 이런 냉소를 받으면서까지 문 대통령은 중재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최근 문 대통령을 향해 자기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라고 비난했다. 볼턴 책은 북한이 존중하며 협력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 명확히 보여줬다.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김 위원장이 볼턴 회고록을 본 걸까?

< 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


         

유튜브 과금체계 바꾼다구글, 방통위 시정명령에 백기투항

방통위 주문 내용 수용, 과징금 납부·일간지 공표도 이행

           

구글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관련 시정명령을 이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오는 8월말부터 월 구독형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도 국내 관련 서비스들처럼 해지 신청 즉시 처리되고, 남은 기간에 따라 요금이 환불된다.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30여개 나라에서 하고 있는데, 이용기간에 비례한 요금 산정 시스템을 채택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방통위는 구글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해 명령받은 시정조치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1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받은 해지 신청을 다음달 결제일에 처리하는 것은 이용계약 해지를 제한한 행위에 해당하고, 1개월 무료 체험 후 자동으로 유료로 전환되는 과정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해, 86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업무처리 절차를 개선하라는 시정명령을 했다.

당시 국내 관련 업계와 방통위 안팎에선 구글이 시정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구글은 일간지 광고와 유튜브 사이트 등에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했고, 과징금도 납부했다. 업계에선 이용자 권익 보호 원칙이 걸린 거라 행정소송을 해도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 것 같다.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구글에 대한 국내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구글이 제출한 시정명령 이행계획에는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자가 해지를 신청하면 즉시 해지 처리를 한 뒤 남은 구독기간에 따라 요금을 환불해주고, 서비스 가입 화면에 무료체험 종료일(결제 시작일)을 명기하는 동시에 유료 전환 3일 전에 전자우편으로 알려주기로 하는 등 방통위 주문이 그대로 담겼다. 구글은 825일까지 업무처리 절차를 이렇게 개선하기로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용자 보호 원칙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하게 글로벌 사업자에게 적용시켰다는 점과 구독형 서비스도 이용자의 중도해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글로벌 사업자의 금지행위 위반이 있는 경우, 국내 사업자와 차별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 김재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