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서울역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과 기회를 한번 주시라”고 읍소했다. 정진석 충남도지사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번 선거를 ‘박근혜 구하기’ 대 ‘박근혜 버리기’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여당의 ‘지방 일꾼론’과 야당의 ‘정부 심판론’이 맞서는 게 역대 지방선거의 공식이었는데, 6. 4 지방선거 막바지에 여당이 대통령의 눈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이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마케팅’은 전방위적이다. 눈물 흘리는 대통령 사진 옆에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주세요’라는 큼직한 글자가 적힌 펼침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대통령의 눈물 장면을 편집한 동영상을 제공하며 선거에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도 전국 시·도당에 내려보냈다. 지도부는 ‘대통령에게 힘이 되어 주세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유세도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전면적 ‘박근혜 마케팅’에 나선 까닭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불을 댕긴 ‘세월호 심판론’의 바람을 막아보려는 시도다. 야심 차게 꺼내든 ‘안대희 총리 카드’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대통령의 눈물을 앞세우며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눈물 마케팅’은 이번 선거의 본질을 호도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행위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총체적으로 망가진 우리 사회의 문제를 낱낱이 드러내는 선거, 온갖 병폐를 바로잡을 방책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점은 새누리당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 대통령이 흘린 눈물의 의미도 다른 것일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개조하겠다는 다짐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호소에서 세월호가 남긴 상처와 아픔의 흔적을 찾아내긴 어렵다. 유족과 실종자의 울분으로부터 지켜달라는 건지, 국민의 분노로부터 지켜달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눈물 흘리는 박 대통령 사진 옆에 ‘우리가 눈물을 닦아 드리겠습니다’라고 쓴 펼침막은 할 말을 잊게 한다. 세월호 참사로 흘린 유가족과 국민의 눈물은 누가 닦아줘야 하는가. 참으로 물구나무선 현실인식이요, 퇴행적 선거전략이다. 이번 선거를 ‘박근혜 구하기 대 박근혜 버리기의 싸움’이라는 구도로 몰아가면 세월호의 비극을 계기로 다져야 할 각오와 새겨야 할 성찰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만다. 새누리당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거결과가 나오면 국민이 박 대통령과 정부의 세월호 대처에 박수를 보냈다고 봐야 하는가. 반대로,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면 새누리당은 국민이 대통령을 버렸다고 동네방네 외치고 다닐 셈인가. 세월호 사고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집권당으로서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태도다.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자칫하면 대중국 봉쇄망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구상에 우리나라가 편입돼 한반도 북쪽뿐만 아니라 남쪽까지 동북아의 뇌관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미·일과 군사정보 공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지난 31일 합의한 것은 섣부르다.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된 정보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미·일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대중국 공동전선 구축을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안보협력 강화를 압박해왔다. 일본 역시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 대한 발언권을 키우고 재무장의 속도를 내기 위해 우리나라와의 군사협력 강화를 바란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자체가 동북아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일본한테서 얻어야 할 이유도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 합의가 한-미-일 미사일방어(엠디) 체제 구축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다. 최근 미국 의회가 우리나라의 엠디 체제 편입을 압박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데 이어 미국 정부는 핵심 장비인 사드(THAAD:고고도 방어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의 핵심 수단인 패트리엇 미사일이 과거 주한미군에 먼저 배치됐던 것처럼, 우리나라로 하여금 사드를 사들이게 하여 한-미-일 MD체제를 완성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중국 반발을 부를 것이 확실하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등 한-미-일 MD체제가 진전되면 한-중 관계는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안도 풀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정부 태도는 명확치 않다. 국방부는 우리 여건에서 사드가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한-미 연합전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면 사드 운영·유지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에서 부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와 한-미-일 MD체제 편입을 맞바꾸려 한다는 추측이 이어지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와 관련한 논의는 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사드 등 미국 MD의 핵심 장비가 한반도에 배치되지 않도록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아니라 북핵 문제 해법을 찾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경제분야 부총리직을 신설해서 총리, 2명의 부총리,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4륜 구동형’ 책임내각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분야와 비경제분야의 부총리는 행정부 소속이다. 이들이 책임내각을 구성하는 것은 ‘작은 정부’라는 이 정부의 철학에는 맞지 않지만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등 행정부처를 이끄는 것은 행정부의 부총리가 책임내각을 이끄는 것과는 전혀 다른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청와대와 행정부는 법에 직무범위가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이라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모두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무를 수행하게 되어 있다. 행정 각부는 대통령비서가 아니라 행정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부서들이다. 법적으로는 국가안보실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부처는 ‘행정사무 관장’으로 서로 직무가 구분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을 효율적으로 보좌하기 위해 각 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를 한다는 의미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행정부처들을 직접 관장하면서 책임내각을 구축하는 것은 위법이다.
 
실제 대통령을 보좌하는 과정에서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국가안보실장의 파워가 행정부의 장관들보다 더 센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파워게임의 결과에 따른 것이지 청와대가 직접 부처를 관장하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분리는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청와대 비서실 격인 승정원에는 행정부 격인 이조, 병조, 호조, 예조, 형조, 공조의 6조에 대응하는 6부가 있었다. 6부를 담당하는 승지들은 왕명 출납과 같은 왕의 비서 역할로 왕을 보좌했다. 책임내각으로서 6조의 행정업무를 관장하지는 않았다.
 
통일·외교·국방 분야에서 책임내각이 필요할 수는 있다. 이렇게 하려면 외교장관, 통일장관, 국방장관 중 한명이 책임내각을 이끌도록 힘을 실어주고 청와대가 이를 지원하면 된다. 또는 참여정부 시절 정동영 장관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면서 안보분야에서 책임장관 역할을 했던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 구조는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지금 청와대에는 노무현 정부 시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수석실, 박근혜 정부가 신설한 국가안보실이라는 세 개의 안보부서가 모두 존재한다. 청와대 국가안보 기능이 너무나 복잡하고 비대해져 버렸다. 심플한 조직이라는, 튼튼한 안보를 구현하기 위한 기본원칙은 이미 무너졌다.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이 포를 쐈다는데 그 긴장의 순간 120억원을 들여 구입한 대포병 레이더인 ‘아서’가 가동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북한이 어디서 무슨 포를 쏘았는지도 모르고 있다. ‘송골매’라는 우리 무인기 전력을 성급하게 공개하거나 부서진 화장실문 조각을 북한 무인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없어져야 할 나라라는 불필요한 막말로 안보장사를 하였다. 그 결과 6.4 지방선거 이후에는 국민을 불안하게 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의 업무분장도 잘 모르는 상황이니 자꾸 이런 안보 무능, 안보 불안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 김창수 - 통일맞이 정책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