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재임중 학살·부패 사죄

“아버지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합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73) 전 페루 대통령의 딸이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대선 후보로 출마한 게이코 후지모리(36) 상원의원이 지난 24일 아버지의 잘못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게이코 의원은 이날 지역방송 <프레쿠엔시아 라티나>에 출연해 부친재임 기간 동안 벌어졌던 학살과 부패 등을 사과하며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복역 중인) 아버지를 사면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0년(1990~2000년) 동안 페루를 통치하면서 학살과 납치, 횡령, 부패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는 데는 반대했다. 과오는 있지만 거시경제적 성과를 냈으며 한 세기를 끌어온 에콰도르와의 국경분쟁을 종식시키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게이코 의원이 아버지와 거리두기를 통해 대선 막판 뒤집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게이코 의원은 지난 10일 페루 대선 예선 투표에서 23.5%의 투표율을 얻어 2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31.7%로 1위에 오른 좌파 진영의 오얀타 우말라(49) 후보와 오는 6월5일 진검승부를 가리게 된다. 게이코 의원은 17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왔으며, 2006년 페루 역사상 최다득표로 국회에 입성해 아버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야망을 키워왔다.

미 중동정책「새 모델」고심

● WORLD 2011. 5. 5. 13:00 Posted by Zig
민주화 바람에 갈팡질팡 ‘기존정권 개혁’해법 유력

지난 1월부터 불기 시작한 아랍세계의 거센 민주화 바람이 미국의 앙상한 중동정책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친미정권 지원, 반미정권 압박’이라는 단순구도가 깨지고 나라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곧 발표할 새 중동정책을 두고 버락 오바마 정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돌아선 시리아 정책 왜? 백악관은 25일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토미 비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폭력적 진압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제재 방안을 포함해 광범위한 정책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시리아 제재에 소극적이었다. 시리아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면 이란을 고립시키고, 이스라엘 평화 유지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어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하야를 촉구하지 않은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미국은 대테러 정책의 전진기지 구실을 하는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정부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나서야 살레 정권의 퇴진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시리아와 예멘 사태는 미 중동정책의 고민스런 현주소를 보여준다.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단순했다. 이라크를 기지로 중동 전역에 서방식 민주주의를 펼친다는 외생적 중동민주화론에 입각한 정책이었다. 이에 견줘 오바마 대통령은 ‘아랍’이 아닌 ‘이슬람’이라는 정체성으로 이슬람 세계 전체에 접근하면서, 중동의 내재적 가치에 강조점을 두는 새로운 중동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중동 민주화 혁명이 번지자, 미국은 친서방 국가는 옹호하고 리비아와 같은 반미국가는 억압하는 전형적인 ‘더블 스탠스’를 노출하고 말았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지난달 28일 “리비아 군사개입이 시리아, 예멘 등에 대해서도 미국이 개입 정책을 갖고 있음을 뜻하는 건 아니다. 미국의 국익이 최선으로 구현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 미국 ‘국익’의 딜레마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은 ‘국익’이다. 중동에서 미국의 국익이란 ‘이스라엘, 석유, 테러 대응’으로 요약된다. 지금까진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이집트, 바레인, 예멘 등의 독재정권을 사실상 지지했다. 미국으로선 ‘허약한 민주정권’보다 ‘강력한 독재정권’이 국익에 유리했다.  하지만 중동의 민주화 사태는 미국, 특히 진보를 표방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딜레마를 던졌다.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가치’(이상주의)와 기존 ‘실익’(현실주의)이 충돌한 것이다.
초기에 이집트, 예멘 정권을 지지하던 미국이 돌아선 것도 해당 국민들의 퇴진 요구가 거세지면서 반미 분위기를 불러일으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바레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권 유지에 주력하는 등 이중잣대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중동 전문가인 라이언 리자는 <더 뉴요커>에서 “미국은 중동정책에서 늘 도덕적 원칙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조만간 새로운 중동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 정책에는 중동 국민들의 민주화 개혁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유럽에 안보 책임과 비용 부담을 분담시키려는 다자적 집단안보체제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의 변화에 적극 부응하는 한편, 더이상 미국이 혼자서 중동을 책임질 능력이 없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은 급격한 정권교체(이집트 모델)나 군사개입(리비아 모델)보다는 기존 정권에 민주개혁을 압박하는 형태의 이른바 ‘바레인 모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계자는 “미국의 중동정책은 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미국 중동정책의 변화는 변화된 중동 여건에 미국이 새로이 적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시대‥Smart 가전

● 토픽 2011. 5. 5. 12:45 Posted by Zig

스마트폰과 연동, 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 출시

계속 진화…앱 개발도 활발 
가전사들 경쟁 돌입

맞벌이를 하는 김지수씨의 아침시간은 분주하다. “우유!” 냉장고 앞에서 ‘음성 검색’을 하자 유통기한이 하루 지났다는 알림이 뜬다. 냉장고에 부착된 액정화면(LCD) 모니터를 통해 어떤 음식이 들어 있는지, 보관기한은 언제인지 문을 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결국 김씨는 시리얼 대신 냉장고 세번째 칸에 남아 있는 사과로 아침을 해결한다. 점심 시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이용해 회사에서 세탁기를 켰다. 퇴근시간에 맞춰 빨래가 끝나도록 설정했다. 로봇청소기도 돌렸다. 청소기에 달린 화상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안방 머리카락 뭉치를 깨끗이 치웠다.

돌아가는 길. 아무래도 저녁식사가 고민이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기로 약속한 날. 냉장고 앱을 열어 남은 재료를 확인한다. 두부, 당근, 파인애플 아이콘을 끌어당겨 냄비 아이콘에 담자, 세가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목록이 뜬다. ‘두부 탕수육’을 선택했다. 우유가 체크된 ‘쇼핑 목록’에 오이를 추가하고, 남편의 스마트폰에 ‘쇼핑 목록’을 전송했다. 튀김 요리를 하면 더워질 것을 생각해 귀가 직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을 미리 켜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씨 부부의 일상은 더이상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가전제품이 스마트폰과 함께 연동하는 ‘스마트 가전’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무선인터넷(WiFi) 네트워크 환경 구축으로 집 밖에서도 가전제품의 작동 여부를 조작하고, 작동이 멎으면 스스로 고장 여부를 진단해 서비스센터에 연락한다. 단순히 절전 기능을 갖추고 고급 기능을 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붙이던 제품은 이제 설 자리가 없어졌다.
스마트 TV와 함께 문을 연 스마트 가전은 올해 들어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가전업체들이 본격적인 스마트 가전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오븐, 로봇청소기 등 ‘백색 가전’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원격 제어하는 제품들을 올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 초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바람·온도 등을 리모컨처럼 조작할 수 있는 휘센 에어컨 신제품 모델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19일엔 냉장고 전면에 부착된 10.1인치 모니터를 통해 저장된 식품의 목록과 위치, 보관기한을 확인하고 앱으로 제어할 수 있는 ‘디오스 스마트 냉장고’(모델명 R-T851SBHSL)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냉장고에 부착된 8인치 모니터에서 트위터·구글 검색 등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양문형 냉장고’를 미국에서 먼저 선보였다. 무선인터넷으로 전기요금 정보와 연동하면 전기료가 비싼 시간에 절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한국에도 곧 출시된다.

스마트 가전의 특징인 자가 진단 및 원격제어 기능은 특히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새 기능이 나오면 소프트웨어를 곧장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면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기존의 전자레인지를 업그레이드해 ‘젖병 소독 코스’를 추가할 수도 있다. 냉장고나 오븐에서 이유식 조리법을 추가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KT가 출시한 유아용 장난감인 ‘키봇’에서는 원격 제어 화상통화가 가능해, 스마트 가전이 어린이용 장난감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스마트 가전 관련 앱 개발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드럼 세탁기가 고장 나면 QR코드로 대처법을 알려주는 앱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