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헌재 선고 앞둔 주말… "탄핵 각하하라" 구호, '한덕수 우선 판결' 피켓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 참석해 설교하고 있다. ⓒ 연합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5일 서울 광화문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에서 "다음주에 윤석열 대통령이 100% 돌아오겠지만, (혹 아니라도) 절대로 실망하지 말라"라며 "국민저항권은 헌법 위의 권위가 있다"고 말했다.

내주께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거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전 목사가 또 다시 불복 폭력 선동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 목사는 앞서 지난 1월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일어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전에도 '국민저항권'을 수 차례 언급해 극우 세력의 폭력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 목사는 자신이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주최한 이날 오후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에서 "헌법재판소도 없애버려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전 목사는 "결국 여러분과 제가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첫번째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해산해야 한다"라며 "부정선거를 한 중앙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체도 헌법 위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이 해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국회의원 300명 해산하길 원하나"라며 "이 모든 것은 국민저항권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전 목사는 "광화문 국민 저항위원회를 조직하려고 한다. 300명 가까이 하려 한다"라며 "지망하시는 분들은 언제든 우리에게 전화하라"고도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 목사는 이미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유도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전 목사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전날인 지난 1월 18일 "서부지법 주소를 띄워달라. 우리는 빨리 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1월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부지법 앞에 모인 수십여 명은 법원 문을 부수고 난입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러 다니는 초유의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한 60여 명은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 목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전 목사를 한 번도 소환하지 않는 등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 "한덕수 우선 판결" 피켓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성욱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성욱관련사진보기


이날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는 광화문광장 일부와 동화면세점부터 시청 앞까지 이르는 8차선 도로에 가득 들어찼다. 이들은 대부분 70대 이상 노년층으로 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전세버스는 시청역 주변 곳곳에 섰다 떠났다를 반복했다.

이날 이들이 단체로 든 손 팻말은 '한덕수 우선 판결', '국회 해산', '윤석열 즉각 복귀', '이재명 즉각 구속', '종북 좌파 OUT, CCP OUT, 거짓속임 OUT'이었다. 최근 보수 진영 일각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먼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그대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어떻게든 늦추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8대 0 탄핵 각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각하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보수 성향 기독교와 군대의 합체였다. 인파 위로 펄럭인 수많은 대형 깃발들은 '성령님', '예슈야', '야훼'처럼 기독교와 관련된 것 아니면 '육사 OO기 구국동지회', '해병대 자유통일 추진본부', '멸공 육군기술행정사관 구국동지회' 같이 군대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전직 장군 800여명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예비역장성단(대수장)도 부스를 차리고 집회를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대수장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온 단체다.

중국 혐오도 난무했다. 집회가 치러진 광화문 길가에는 유독 '중공침략! 부정선거 반역 더불어공산당! 대한민국 대통령, 불법체포, 감금!', '6등급인데 중국국적이라고? 의대 전액 장학금?', '차이나 아웃' 등 중국이 들어간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었다. 땅 바닥에는 '중공세력 = 부정선거 = 5.18세력'라고 1면에 쓰인 정체불명의 신문지가 굴러 다녔다. 반면 태극기를 든 손에는 어김없이 성조기가 함께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이 적힌 빨간색 모자를 착용한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도 여기저기서 헌금을 안내했다. 무대에 올라선 목사들은 '할레루야'와 '아멘'을 외치며 전광훈TV 구독을 홍보하기도 했다.   < 오마이 김성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성욱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 이어 조중동 비판하는 대통령 지지층
“조중동, 자유 우파 유튜브를 언론으로 보지 않아” 대결 양상도
윤 대통령이 유튜브에서 보수신문 비판한다면 조중동의 선택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 ⓒ연합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이어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조중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는 김건희 여사의 음성까지 등장하며 조선일보를 향한 지지층의 적개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2017년에 비해 신문의 영향력은 하락하고 유튜브의 영향력은 높아진 상황에서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주도권’ 대결 양상까지 보인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은 조중동 절독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씨는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유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씌워진 혐의는 조작된 정치 탄압이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것을 두고 개선장군 같다며 민주당의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짜 보수 친민주당적 행태를 보이는 조선일보,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제는 조선일보 같은 가짜 보수언론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조선일보가 국민을 속이고 좌파 프레임에 동조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절독운동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유튜브 채널 ‘배승희 변호사’ 배승희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중하라는 조중동, 이준석 띄우고 한동훈 띄우고 윤석열 끌어 내리기 앞장섰던 사람들 바로 조중동이다. 레거시 언론 전부가 윤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가 벌였던 조선일보 절독 운동, 결과가 나오고 있다. 구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열차는 떠났다. 절독 운동은 계속된다”면서 “조중동은 우리가 보수의 리더다, 이러면서 따라오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사 이기주의에 빠졌던 것이다. 권력이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끌어 내리려 했다. 보수의 탈을 쓰고, 사실 보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 고성국씨는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을 언급하며 “중국 간첩 99명 체포가 괴담이라고 한다. 사실 보도 언론은 백안시되고 사실로 위장한 거짓들은 대박을 터뜨린다고 한다. 조선이나 조중동은 자유 우파 유튜브들을 돈벌이 코인팔이 집단으로 본다. 언론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신문은) 자유 우파 유튜브를 경쟁사로 보고 해코지한다. 상권 침해 세력으로 본다”며 조선일보를 향해 “토요일 날 회사 앞에서 50m만 걸어 나와라. 광화문에 모인 자유 우파 눈에 보이는 대로 써라. 그게 팩트야. 그러면 가만있어도 구독해 줄게. 좌파한테 눈치 안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선일보 절독이 이뤄지고 있을까. 수도권의 한 신문지국장은 “양상훈 칼럼이 나오면 평소보다 지국에 전화가 더 온다”며 “절독 전화를 받아보면 조선일보를 배신자라 부르고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해서 보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열불이 터진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해당 신문지국장은 “12월 탄핵 이후 조선일보 유료 독자는 1만5000명에서 2만명 정도 빠졌을 것”이라고 귀띔한 뒤 “유튜버들 입장에선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 되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게 조선일보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가 지금보다 절독이 심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 ⓒ연합 

 

“이렇게 모여도 제대로 보도되는 곳 못 봤죠? 태극기집회 인원은 축소되고 촛불집회 인원은 부풀려질 겁니다. 우리에겐 신문도 지상파도 종편도 없습니다. … 우리가 모두 언론이 되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애국 혁명을 일으킵시다!”(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 발언) 보수신문을 향한 적대감은 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자들에게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태극기집회에서 등장했던 구호나 발언의 공통점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었다. 조갑제닷컴은 “조선일보는 촛불시위 주도단체의 위험성을 덮어 미화 해주고 언론에 대한 상호비판과 검찰에 대한 견제를 포기했다”며 “적개심보다 더 강한 건 배신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무렵 언론의 조작·왜곡보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주장은 ‘신의한수’, ‘정규재TV’, ‘참깨방송’, ‘최대집의 지하통신’ 등 유튜브채널을 통해 확산되었다. 2017년 초 조갑제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중동과 한겨레가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쏟아내자 화가 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태극기집회는 언론에 대한 저항운동 성격도 있다”고 했으며 “기성 언론은 조작과 선동의 공범집단”, “조중동은 한 번도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뉴데일리 주필은 ‘탄핵 폭동의 주인공’으로 아예 홍석현, 방상훈, 김재호 등 조중동 사주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7년에서 2025년 사이 8년간 보수신문의 영향력은 하락했고 유튜브의 영향력은 증가했다. 2017년 초 국회 탄핵으로 직무 정지된 박 대통령의 정규재TV 단독 인터뷰는 신문에서 유튜브로, 보수의 주요 플랫폼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 직전 여권 인사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만약 석방된 윤 대통령이 유튜브에 출연해 보수신문을 비판한다면 조중동은 2017년과 비교하기 어려운 혼란에 놓일 수 있다. 보수신문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통령이 극우화되고 제1 보수정당까지 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면 보수신문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8년 전에 비해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점도 고민을 깊게 한다. 현 상황을 두고 한 방송사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조중동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촌평했다.  <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

15일 ‘윤석열 즉각퇴진 비상행동’ 집회서.. "기각은 멋대로 계엄, 살해-체포 면허주는 것"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윤석열이 계엄에 성공했다면 이재명, 박찬대, 우원식, 김민석, 조국, 정청래 같은 야당 정치인은 독살, 폭사, 수장되고 국회는 해산됐을 것”이라며 “윤석열과 김건희는 헌법을 뜯어고쳐 영구 집권하려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주최한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이날 광화문에서 따로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한데 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린 비상행동 집회에도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탄핵 기각은 대통령 마음대로 계엄 선포해도 괜찮고 대통령을 비판하면 누구든 체포해서 살해해도 괜찮다는 면허를 주는 것”이라며 “테러가 난무하는 후진 독재 국가로 가는 지름길, 대한민국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재가 선고 기일을 지정하지 않아 걱정되고 혹시 탄핵이 기각될까 불안할 것”이라며 “온 국민이 윤석열의 위헌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헌법이 정한 요건을 위배한 비상계엄 선포, 그 자체로 명백한 위헌인 계엄포고령 1호,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국회와 선관위 침탈, 정치인과 법조인과 언론인에 대한 체포 시도,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야5당 정치인들이 함께 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박 원내대표는 “헌법과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하루빨리 파면하도록 촉구하고, 독려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며 “윤석열 파면을 위해 삭발하고, 단식하고, 철야 노숙 농성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고 함께 행진하자”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이날 비상행동 주최 집회에 소속 의원 170명 전원을 포함해 10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고 추산했다. < 한겨레 최종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