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소리 나오는 기자회견 후폭풍

‘채 상병 외압 전화 누가 했나’ 의혹 자초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애초 기대도 별로 크지 않았지만, 그 얕은 기대마저 완전히 저버린 내용에 많은 국민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꼈을 것 같습니다.

“끝장토론이 아니라 끝장난 토론이다. … 지지율은 더 떨어지겠다, 망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7일 MBC ‘뉴스바사삭’)

보수 진영에선 윤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민심의 광범위한 이반을 조금이라도 추스리고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다움’을 보여줌으로써 반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사적 인연보다 공공의 요구와 가치를 앞세우길, 또 솔직하고 품격있게 과오를 인정하고 구체적인 쇄신책을 제시하길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전혀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이 기자회견의 후폭풍이 어떨까에 대해서 지금 상상하고 있었어요. 지금 정부에 대해서 나름대로 애정어린 비판을 했던 사람이라든지, 우려를 했던 사람들의 고뇌는 더 커지지 않을까…”(정옥임 전 국민의힘 의원, 7일 JTBC ‘장르만 여의도’)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말로만 “제 불찰·죄송”하다는 ‘제2의 개사과’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읽은 대국민담화에서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며 사과했습니다.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모든 것은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고…”

‘왠 일로 사과를 다 하네’ 하신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죠. 도대체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재발을 막을 대책은 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사과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은 무늬만 사과에 그쳤습니다. 회견 현장의 기자(부산일보)도 이 점을 캐물었죠.

“흔히들 사과를 할 때 꼭 갖춰야 할 요건, 가장 중요한 게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지 명확하게 구체화하는 건데, 대통령께서 대국민담화에서 ‘제 주변 일로 걱정과 염려 끼쳐드렸다’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 사과를 했습니다. … 마치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는 거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견 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한술 더 뜨는 답변을 합니다.

“또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라고 해주시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팩트에 대해서 사과를 드릴 거고. … 그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 자기들끼리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하고는 얘기한 적 없는 걸 갖고 했다고 하는 것이라든지 또는 민주당에서 언론에 공개했는데 짜집기가 됐는지 소리를 집어넣는지 그걸 갖고 대통령이 맞네 아니네라고 다퉈야겠습니까.”

언론이 팩트를 딱 짚어서 물어보면 해명도 하고 맞으면 사과도 할 텐데 그렇지 않아서 구체적 사과를 못하는 것이라고 언론 탓을 합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자신이 인정할 수 있고, 정확하게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이 뭐냐는 후속 질문에도 애매모호한 답변만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어렵지 않습니까. 지금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다니고 있어서.”

자신의 과오를 정확히 인식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다들 사과하라고 하도 시끄럽게 주문하니 내 들어는 줄 게 하는 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얼렁뚱땅 넘기고 가겠다는 속내가 너무 뚜렷하지요.

“나는 (사과)하라고 했으니까 했다 뭐 이런 식으로 그냥 퉁 치고 넘어가는 방식이에요.”(김준일 시사평론가, 7일 MBC ‘뉴스바사삭’)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이미 이런 식의 겉치레 사과를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전두환 옹호’ 발언을 했다가 사과한 직후 ‘사과를 개에게 먹으라고 주는’ 내용의 SNS를 올렸던 이른바 ‘개사과’ 사건입니다. 이번 두루뭉술 사과도 본질적으로는 ‘제2의 개사과’에 불과해 보입니다.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공천 개입 의혹’ 변명·부인·반박

실제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에 대해서는 변명과 부인, 반박으로 일관했습니다.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의 육성 녹음까지 나온 바 있죠.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물증까지 나온 셈인데도, 윤 대통령은 ‘공천 개입’은 없었다고 부인합니다.

“그 전화 내용이, 전화 내용인지 텔레 통화를 녹음한 건지 전 모르겠습니다만은 오랜만에 몇달 전에 저한테 서운했을 것 같아서 저도 받았고, 그래도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한 거 같고. 무슨 공천 관련 얘기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했다면은 당에 이미 정해진 얘기, 아마 그 시기에는 다 정해졌을 것이고…”

“공관위에 좀 해줘라고 그랬다”는 음성이 나왔는데도, 공천 관련 얘기한 기억이 없다고 잡아뗍니다. 철판이라도 깐 걸까요. 그러나 이미 육성을 온국민이 들은 마당에 이런 변명이 통하긴 할까요.

대통령실이 “대선 후보 경선 뒤 명태균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가 들통난 데 대해서는 참모 잘못으로 돌렸습니다.

“축하 전화를 받고 … 하여튼 수고했다는 이야기 하고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이야기를 했는데, 아마 대변인이나 그런 입장에서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이야기 하기 어려우니까 경선 뒷부분 이후에는 사실상 연락을 안했다, 그런 취지로 이야기한 건데…”

여러분은 이런 해명이 믿기십니까. 대통령을 거짓말장이로 만든 참모라면, 거짓 해명이 드러난 순간 바로 물러나거나 잘라야 했지 않을까요. 거듭된 거짓·부실 해명 탓에 말의 신뢰도가 떨어져, 이제는 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쉬이 믿을 국민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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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의혹’ 단 하나도 인정 안해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선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억울하다는 티만 팍팍 냈습니다.

“대통령 부인이 선거도 좀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하기를 좀 바라는 걸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과거 육영수 여사께서도 청와대 야당 노릇했다고 하시는데, 그런 대통령에 대한 아내의 조언 같은 것들을 국정농단화 시키는 것은 정말 우리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요.”

공적 권한 없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실 내에 비선 라인을 거느리고 공천과 국정 같은 당무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중대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단순 조언 정도라고 치부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리를 요구한 ‘김건희 라인’에 대해서도 확고히 선을 긋습니다.

“김건희 라인이란 말은 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립니다. … 고위직에 대한 인적 쇄신은 당연히 국정 쇄신으로 연결되는 문제이고, 실무자에 대한 것은 자기가 자기 일 안하고 엉뚱한 일이나 하면서 말썽피우고 하면 아예 계통대로 조사하고 조치하겠다고 했고요.”

한 대표의 요구를 악의적 문제제기로 깔아뭉개는 대답입니다.

“계통을 무시한 사람들을 내보냈다고요? 지난번 박영선 양정철 이 부분에 대해서 비서실장은 그런 검토한 적 없다고 했는데, 거기 대통령 배우자와 가까운 분이 그거 맞아요라고 얘기한 거 조치 안 했잖아요.”(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7일 MBC‘뉴스바사삭’)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순방 동행을 포함한 김 여사 대외활동을 중단하라는 요구 또한 일축했습니다.

“지금 여론을 충분히 감안하고 그렇게 해서 외교 관례상 또 어떤 국익활동 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입니다.”

황당합니다. 그동안 여론을 감안해 필수적인 게 아닌 김 여사 대외활동은 중단해왔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사실 김 여사는 그동안 1박2일짜리 다자회담 한 번을 빼면 모든 국외 순방에 동행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 숱한 순방이 모두 반드시 김 여사가 동행해야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필수적 활동이었던가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여당에서도 나옵니다.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진행자 : 이게 당장 다음 주에 APEC하고 G20 순방이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도 김건희 여사가 안 가시는 게 맞다 이런 말씀이신 거지요?

한지아 : 말씀드렸듯이 우리 국력 수준에서는 필수적인 사항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외교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내 사정을 챙기는 게, 민심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사실 국빈 순방이 아닌 경우 외국 정상들도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고 혼자 실무적으로 순방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여사는 그런 경우조차 한번을 빼고 모두 순방에 동행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200억원 정도가 든 대통령 순방 예산이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는 578억원으로 급증한 이유의 하나일 겁니다.

결국 이날 답변의 핵심 포인트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똑같이 김 여사와 순방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장 11월에만 APEC 정상회의(페루, 10~16일)와 G20 정상회의(브라질, 18~19일)가 연이어 열리는데, 여당 내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김 여사는 전용기에 오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국민 눈치를 봐서 한 텀 쉬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실제 대통령실은 8일 “김 여사가 이번 순방에는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국빈 순방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순방 동행을 재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꺾이지 않는 순방 열정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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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은 정치선동”, 또 거부권 예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정치선동”이라며 또 다시 거부권을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자체가 법률로는 뭐든지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고요.”

궤변입니다. 당장 윤 대통령이 참여한 ‘국정농단 특검’만 해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하고 야당에게만 추천권을 줬습니다. 최순실씨가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특검 추천권을 누구에게 부여할지 등은 국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자신이 관여했던 사례조차 부정하며 위헌 운운하니 황당할 뿐입니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기존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2년 넘도록 수백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김건희의 기소할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습니다. 그런데 기소 못했지 않습니까?”

정작 이 정권 들어서 친윤 검찰조차 2년 넘게 불기소 처분을 못한 채 사건을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 여사 개입 증거가 넘치는 상황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가 나중에 어떤 책임 추궁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친윤 검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김 여사 소환조사를 주장하던 수사 지휘부를 ‘찐윤’ 검사들로 갈아치운 뒤에야, 검사 휴대폰까지 반납한 치욕적 출장 조사 끝에 면죄부를 내줬다는 사실은 아예 기억에서 지워버린 모양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당 안에서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판국입니다. 윤 대통령의 억지 주장은 특검 민심을 더욱 부채질할 뿐입니다.

“이게 계속 이 용산과 또 우리 당이 이 부분에서 제대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면, 저는 아마 거부권 행사하고 다시 돌아오는 시각이 아마 28일쯤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 시점에는 이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건 아무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가지 않겠나 봅니다.”(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7일 MBC ‘뉴스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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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대통령 휴대폰 수시 사용…채 상병 외압 전화 누가 걸었나?

워낙 말이 많다 보니, 뜻밖의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죠. 김 여사와 자신의 휴대폰 사용에 관한 에피소드를 말하는 답변에서였습니다. 먼저 명태균씨와 김 여사 간 오간 연락과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제가 뭐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거라 제가 물어봤습니다.”

뒤이어 ‘국정농단’ 의혹을 자초한 김 여사의 무분별한 외부 연락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국민의힘 입당 이후) 하루 종일 사람들 만나고 여기저기 다니고 지쳐서 집에 와서 쓰러져 자면은 아침에 일어나보면 5시, 6시인데 안 자고 제 휴대폰 갖고 답하는 거예요. 미쳤냐. 지금 잠 안 자고 뭐하는 거냐, 미쳤냐 그랬더니 지지하는 사람들 이런 거 잘하라는 사람들 있는데 고맙습니다라거나 잘 하겠습니다라거나 잘 챙기겠습니다 답을 해줘야 하는 것이지…”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도 없는 처지인데, 김 여사는 무시로 윤 대통령 자신인 양 윤 대통령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권력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신은 김건희 여사의 휴대폰 못 보는데, 여사는 자기 폰으로 문자 보냈다. 역사상 최악이었다.”(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7일 담화 관련 기자회견)

중요한 건 이런 관계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대통령 돼서도 검사 때 휴대전화 계속 쓰니까 무조건 바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국가 안보 문제 있으면 보안폰 쓰지만, 그냥 통상적인 거 공무원들 장차관들하고 국가안보 뭐 그런거 아니면 제 휴대폰 쓰고요. 근데 인제 휴대폰으로도 지금도 많은 문자가 들어옵니다.”

두 사람의 권력관계가 변하지 않았고, 휴대폰도 같은 휴대폰을 계속 쓰고 있다면, 대통령 취임 뒤라고 대통령 휴대폰을 자기 폰처럼 사용하는 김 여사의 행태가 달라졌을까요? 저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김건희가 잠을 안자고 답을 계속 대통령 폰으로 해주고 있었다. 그 이후에 이어지는 국정에도 이런 식의 개입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백한 거고.”(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7일 담화 관련 기자회견)

이 경우 자연스럽게 한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8월2일이죠,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 휴대폰에 한남동 관저에서 휴가 중이던 윤 대통령의 휴대폰 번호가 세번이나 찍힌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됐다가 이 장관의 지시를 받은 국방부에 의해 회수된 날입니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사령관에게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 해임을 지시했습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날 윤 대통령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사람은 과연 윤 대통령일까요, 김건희 여사일까요?

“채 해병 관련해서 전화한 게 김건희 아니냐는 의혹들에 대해 정황을 자백한 상황이다.”(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7일 담화 관련 기자회견)

어떻습니까. 윤 대통령의 장광설이 또 하나의 중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다움’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무엇보다 당당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보여준 건 김 여사만을 위한 궤변과 무책임한 변명 뿐이었습니다.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여권에서도 이번 기자회견이 민심을 돌릴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이 쏟아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차고 말았습니다. 그 후과는 민심의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17%로 또 다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웠습니다.(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바닥이 안 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운명도 갈수록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조기 퇴진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 지지율 17%로 추락, 하야·탄핵 예감 짙어져 [논썰] 한겨레TV
 

“저는 2027년 5월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힘을 쏟아 일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국정이 ‘김건희를 위한 광대극’으로 전락하는 현실을 지켜봐줄 여유가 대한민국엔 없습니다. 스스로 이 지루한 1인극을 끝내지 않는다면, 국민의 힘으로라도 막을 내려야 한다는 민심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고비가 적잖이 남아 있지만, 하야하거나 탄핵당하거나, 운명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형국입니다.

“빨리 자연인으로 좀 만들어 드려야 되겠다.”(김준일 시사평론가, 7일 MBC ‘뉴스바사삭’)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아래 사이트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  한겨레 손원제 논설위원 >

https://youtu.be/u4q4TwsC7JQ

 
 

 

그린피스, 20세기 북극 빙하 사진과 올해 모습 비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북극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빙하 지역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있는 1967년 빙하가 둘러싼 닐센피엘레 산(위)과 지난 8월 빙하가 녹아내려 산맥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 그린피스 제공
 

다른 지역보다 지구온난화가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극에서 산맥을 뒤덮었던 빙하가 반 세기만에 거의 사라진 모습이 공개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북극해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빙하 지역의 현재와 과거를 비교한 사진들을 내놨다. 단체는 지난 2002년부터 유명 사진작가 크리스티안 오슬룬드와 협업해 북극 빙하가 감소하는 모습을 기록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는 빙하 사진과 같은 지역의 현재 모습을 오슬룬드가 촬영한 것이다.

스발바르제도 블룸스트랜드브린의 1918년 여름철 콩스피오르덴 빙하(위)와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1928년 콩스브린 빙하 모습(위)과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한때 장대한 산맥을 가로막은 광활한 벽이었던 빙하가 불과 57~106년 만에 거의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길이가 18㎞에 달하는 빙하 블룸스트랜드브린의 한 구역은 1918년 여름께 빙하가 산맥을 완전히 가려 산 꼭대기만 보였지만, 지난 8월 촬영한 모습에서는 빙하벽이 녹아내려 거의 남아있지 않다. 1967년 사진이 남아있는 두 곳의 빙하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다. 1920~1960년대 사람이 등장하는 사진들도 비슷한 구도로 재현해 찍었는데, 배경의 빙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슬룬드는 “이 사진들은 기후위기가 악화됨에 따라 지구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면서 “북극은 기후와 해양 위기가 수렴하는 곳이자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그린피스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1967년 콩스브린 빙하와 크로노브린 빙하를 파노라마로 찍은 모습(위)과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실제로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해빙이 녹으면 태양의 빛과 열이 얼음과 눈에 반사되는 대신 바다로 흡수돼 기상 패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발바르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2만~3만 마리 밖에 남지 않은 북극곰의 주요 서식지로, 현재 3000여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이 지역 평균 기온이 3~5도 이상 올라가면서 빙판의 두께와 범위가 급격히 줄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1925년 콘웨이브린 빙하 모습(위)과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1966년 콩스피오르덴 빙하를 배경으로 연구 중인 조사원 모습(위)과 지난 8월 그린피스 대원을 모델로 같은 구도로 찍은 사진. 그린피스 제공
                          1939년 크로노브린과 콩스브린 빙하 모습(위) 지난 8월 모습.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북극 프로젝트 책임자 로라 멜러 박사는 “스발바르제도의 빙하가 녹아 이제 북극의 유령이 되어 버렸다”면서 “과학자로서 심각한 실태를 알고 있었었더라도 이런 사진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환경과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것이 기후 파괴를 막는 길”이라며 “지구 끝에서 울리는 경종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를 늦추고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국제 협약(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바다의 64%를 차지하는 공해(국가 관할권이 벗어난 해역)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글로벌 해양조약(BBNJ)이 채택돼 각 나라의 비준을 앞두고 있다. 현재 이 조약에는 105개국이 서명했지만 그 가운데 13개국만이 비준한 상태다. 한국 역시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  한겨레 김지숙 기자 > 

전국의 KBS 기자들 “박장범 후보자, 물러나라”

● COREA 2024. 11. 9. 04:1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50기 막내부터 18기 최고참 기자 495명, KBS 추락 볼 수 없다는 절실함”
“내부 갈등 해소 위해 노력, 시청률·신뢰도 입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설명”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KBS기자협회와 KBS전국기자협회가 박장범 사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공동 입장문을 냈다. 앞서 KBS에선 총 495명의 기자들이 실명을 밝힌 기수별 성명으로 박 후보자를 반대해왔다.

KBS기자협회·전국기자협회는 8일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50기 막내부터 18기 최고참까지,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의 KBS 기자 495명이 거의 동시에 한목소리를 냈다. 바로 박장범 후보자가 공영방송 KBS 사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간부들은 천부인권처럼 편집권을 휘둘렀다. 박 후보자는 앵커의 권한이라며 후배들의 기사를 제멋대로 소개했고, ‘조그마한 파우치’라는 말로 KBS 뉴스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못을 박았다”며 “수신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청자 신뢰 회복이 중요한데 회복은커녕 KBS 뉴스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사에 시청률 1위를 내주는 일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만이 아니다.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박 후보자가 앵커를 맡고 불과 1년 만에 일어났다. 신뢰도와 영향력 추락에 이어 회사 측이 금과옥조처럼 믿고 있던 시청률마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KBS 뉴스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한 박 후보자가 공영방송 KBS의 수장이 된다면 회사를 더 큰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495명의 목소리로 모였다”며 “동시에 박 후보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어떤 모습에서도 공영방송 KBS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킬 모습은 찾기 어렵다는 냉정한 심판이자 평가”라고 박 후보자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KBS 인사청문준비단은 이 같은 기자들 비판에 “사내 기자들의 성명서에 대해 엄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후보자는 사내 통합과 내부 갈등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앵커를 맡은 이래 KBS 뉴스의 시청률과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청률과 신뢰도에 대한 입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협회 편집위 “박장범 사퇴, 최소한의 예의”

“‘파우치’ 대담, 국민 정서 동떨어진  ‘용산 심기’ 살펴…

‘박장범  조직 내 신망’ 대통령실 평가는 황당무계”

 
 
▲지난 2월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 현장. 윤석열 대통령과 박장범 앵커. 사진=대통령실
 

KBS 기자들의 박장범 사장 후보자 비판 성명이 잇따른 가운데, 한국기자협회 편집위원회가 “KBS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박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5일 기자협회보 ‘우리의 주장’에서 “방송 문외한이면서도 대통령과의 친분 덕에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민 현 사장의 연임이 유력해 보였다는 점에서 박 후보자의 사장 내정은 의외라는 게 KBS 안팎의 대체적 반응이었다”라며 “하지만 박 후보자가 사장 후보로까지 부상한 과정을 복기해 보면 이 정권의 권력을 누가 좌지우지하고 있는지, 정권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속내가 빤히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안에서 박장범 후보자에 대해 “뉴스9 앵커를 역임하며 언론인의 자질과 역량을 충분히 입증받았다”고 평가한 것도 지적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그가 맡은 KBS 9시 뉴스는 실상 기계적 중립조차 지키지 못했다. 북한과 안보뉴스 보도는 홍수처럼 쏟아졌지만 주요한 정치·사회적 현안들은 외면하거나 소홀히 취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실상 권력 비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임을 파악하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박 후보가 진행한 KBS 9시 뉴스의 일 평균 시청자는 168만 명으로 전임 앵커(247만 명) 시절보다 32%p나 줄었다”고 했다.

특히 지난 2월 박 후보자가 윤 대통령 신년 대담을 진행하며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외국회사 조그마한 백’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국민적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반면 ‘용산의 심기’는 알뜰하게 살피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의도된 것이건 아니건 결국 앵커 자리를 자신의 사장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나아가 “33년차부터 지난해 입사한 막내기수까지 500명 가까운 기자들이 연명으로 비판 성명을 냈다. 2017년 고대영 전 사장에 대한 퇴진 연명 성명 이후 처음”이라며 “‘탁월한 친화력과 협상능력, 적극적인 자세로 조직 내 신망을 받고 있다’고 한 대통령실의 평가가 얼마나 황당무계한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KBS 여권 이사들만 참여한 표결로 박장범 사장 후보자가 임명제청된 뒤 KBS 내부에선 정년퇴임을 앞둔 기수에서 가장 저연차 기수에 이르는 기자들의 반대 성명이 잇따랐다. 관련해 KBS 인사청문준비단 측은 기자협회보에 “사내 기자들의 성명서에 대해 엄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