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기획수사였음을 법원이 확인한 셈”주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연합
 

유튜브에서의 정치적 발언으로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일 체포 이후 체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체포적부심사 결과 4일 오후 6시50분 경 석방됐다. 

 

서울남부지법 김동현 부장판사는 4일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 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 이미 상당한 정도로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점,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성실한 출석을 약속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이 전 위원장을 석방했다. 

 

앞서 이진숙 전 위원장을 대리하는 임무영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범죄사실의 요지는 탄핵으로 직무정지 중인 기간에 방통위의 기능이 마비된 것은 민주당의 책임이다라고 말한 것이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의 당선을 반대하기 위한 사전선거운동이었다라는 등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비판이 나왔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체포적부심 인용 결정은 국민 상식과 법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회 일정을 핑계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히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를 향해 “신속한 범죄 사실 확인과 공소 제기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긴박한 필요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법원은 체포의 적법성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수사의 시급성과 피의자의 책임 회피는 외면했다”며 “공소시효를 완성시키려고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피의자를 응원하고, 공소시효에 노심초사하며 법의 정의를 세우려는 수사기관을 가해자로 만드는 게 법원인가”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국민들은 정치적 지위나 국회 일정으로 법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번 결정은 법원 스스로 사법 신뢰를 흔들고, 법치주의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수사의 실질적 필요성을 무시한 이번 판단은, 피의자의 출석 거부와 수사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전혀 타당하지 않다”며 “이러니 국민들이 사법개혁을 부르짖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체포적부심사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
 

반면 국민의힘은 환영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법치 앞에 정권의 정치 보복 수사가 무너진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한 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움직인 ‘정치 경찰’의 극악무도한 폭거는 사법부의 판단 앞에서 거짓과 무능만 드러냈다. 법원의 지극히 상식적이고 올바른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기획수사였음을 법원이 확인한 셈”이라며 “경찰의 엉터리 소환과 짜맞춘 체포임이 만천하에 밝혀졌다. 변호인이 정식으로 국회출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음에도, 경찰은 모른척 ‘소환 불응이라 주장한 것이다. ‘절대존엄 김현지’를 지키기 위해 추석 연휴 직전에 벌인 희대의 수사기록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선 수사경찰이 명절을 앞두고 ‘셀프로 야근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체포를 시도했을 리는 없다. 또한 그렇게 간 큰 결정을 보고 없이 시도했을 가능성도 낮다”며 “이번 체포가 경찰서장 선에서 전결된 것이었는지, 서울경찰청장이 보고를 받고 승인했는지, 아니면 김현지 사태에 놀란 윗선에서 ‘충격 완화용 아이템’을 강요한 것인지는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 같은 주장에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법원은 이진숙 체포 사건에서 선거법 위반 수사의 시급성과 출석 회피 사실을 분명히 인정했다. 다만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이유로 구속 필요성만 부정한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는 ‘윗선의 기획’ 운운하며, 법원의 판단 취지를 왜곡하고 수사를 정치공세로 몰아가고 있다. 대선 토론에서의 가학적 성비하 발언에 이어, 이번에도 국민을 갈라치고 진실을 흐리는 구태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철운 기자>

 

법원, 이진숙 체포적부심 인용…“체포 적법하지만 조사 상당히 진행”

‘석방’ 이진숙 “대통령 비위 거스르면 유치장 행” 날 세워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으로 체포 이틀만에 석방됐다. 법원은 체포가 적법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조사가 충분히 진행돼 더는 체포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대통령의 비위를 거스르면 유치장에 갈 수 있다는 상징”이라며 이재명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서울남부지법 당직법관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4일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이 전 위원장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인용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사실의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기는 하나, 수사의 필요성이 전면 부정된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며 “피의자를 신속히 소환조사할 필요가 있음은 일응 인정할 수 있고,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회신 노력이 부족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피의자가 사전에 스스로 약속한 마지막 출석 예정 일자에 결국 불출석하게 된 이유로 들고 있는 국회 출석이 과연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남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도 인정했다. 체포영장 집행 자체가 불법이라거나,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일정 탓에 조사에 응할 수 없었다는 이 전 위원장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 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 이미 상당한 정도로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점, 심문과정에서 피의자가 성실한 출석을 약속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체포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경찰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조사가 더 필요하지 않다’는 이 전 위원장 쪽 주장도 수용해 석방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위원장은 법원 결정 직후인 이날 저녁 6시46분께 서울영등포경찰서에서 석방됐다. 수갑을 푼 이 전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이재명 검찰과 이재명 경찰이 채운 수갑을 사법부에서 풀어줬다. 대한민국 어느한 구석에는 민주주의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것 같아서 희망을 보고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경찰이 만약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을 가지게 되면 일반 시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며 “이재명 주권 국가, 대통령 주권 국가에선 대통령의 뜻에, 대통령의 비위를 거스르면 당신들도 구치소, 유치장에 갈 수 있다는 상징 함의가 여러분이 보는 화면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법원이 체포의 적법성을 인정한 점을 강조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석방 결정 뒤 입장문을 내 “법원은 수사의 필요성과 체포의 적법성은 인정되지만 체포의 필요성 유지 즉 체포의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아 석방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이 “피의사실의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다”, “변호인이 제기하는 일부 의문점이 충분한 경청의 필요성이 있다”는 등의 단서와 함께 이례적으로 체포적부심을 인용하면서, ‘체포영장 집행이 성급했다’는 비판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 정봉비 기자 >

고이즈미 꺾은 ‘극우’ 다카이치…정권 잡아도 외교·경제 ‘초고난도 시험대’


“나도 ‘워라밸’ 버릴테니 말처럼 일해달라” 당부
좁은 확장성 한계…총리 취임해도 국정 어려울 듯

 

 
 
4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출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당선자(가운데 파란옷)가 일어나 인사하고 있다. 교도 연합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습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을 이끌 다카이치 사나에 새 총재는 4일 당선을 확정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모든 세대가 전력을 기울여 힘쓰지 않으면 (당을) 재건할 수 없다”며 “제 스스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버릴 테니 모두 마차를 끄는 말처럼 열심히 일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민당 70년 역사에 첫 여성 총재가 됐다는 점을 인식한 듯 “새로운 시대를 새겼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도 덧붙였다.

 

다카이치 새 총재가 향후 자민당을 이끌게 되면서 한·일 관계에 끼칠 영향에도 촉각이 쏠린다. 그는 당내 강경 보수파를 지지 기반으로 하며 우익 성향의 태도로 우려를 빚어왔다. 태평양 전쟁 에이(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에 기존 차관급 대산 장관급 인사 파견, 과거사 부정 등 발언으로 주변국을 자극해왔다.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에 오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새 총재 모두 현직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온 보수파이지만, 다카이치 새 총재의 우파 성향이 더욱 짙다.

 

다만, 한-일 관계 전문가인 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 교수(정치학 박사)는 지난달 한겨레와의 자민당 총재 선거 관련 인터뷰에서 “일본 정치는 총리 한 사람만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며 자민당 내부 정치가 중요하다”며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일본 정부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던 만큼 한-일 관계도 이번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히 관계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민당과 일본 정부는 오는 15일께 임시국회를 열어 차기 총리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자민당이 소수 여당이지만 야당도 분열되어 있어 이번에도 자민당에서 총리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새 총재는 총리에 오르면 빠르게 국제무대에 신고식을 치를 전망이다. 당장 이달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됐다. 곧바로 한국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다카이치 새 총재는 이번 선거 시작 전부터 줄곧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함께 ‘빅 2’로 꼽혀왔다. 하지만 정작 당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 투·개표일을 앞두고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하면서 결선 진출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한 때 나오기도 했다. 애초 당내 강경 보수층에 지지기반이 집중돼 확장성을 보이지 못한 데다, 우익 성향이 짙어 집권당 수장으로는 야당과 협력이나 한·중·러 등 외교 관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2위로 통과한 뒤, 약점으로 거론됐던 국회의원 지지표를 결선에서 대거 확보하며 당선과 자민당 내 지지세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다카이치 새 총재 앞에 놓인 길은 쉽지 않다. 실제 그는 이날 당선 뒤 “지금 기쁘다기보다는 지금부터가 진짜 큰일(이라는 생각)”이라며 “함께 힘을 합쳐 해결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수여당으로 정국 운영에 큰 어려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연립여당을 꾸린 공명당 외에 또 다른 야당과 연립들 확대가 논의되는데 여당으로서 입지를 더 좁힐 수밖에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다카이치 새 총재가 총리에 오를 경우, 소수여당으로선 정권 운영을 안정시키기 위해 야당에 협력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라며 “당분간 물가 상승 대책에 우선 대응하고, 임시국회에서는 야당의 협력을 얻어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풀이했다.

 

일본 안팎을 둘러싼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1년 만에 끌어내린 주요 원인인 고물가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의 경제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이날 다카이치 새 총재 당선 소식을 전하며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서 ‘아베노믹스를 지지해왔다”며 “가장 충격은 다카이치 새 총재가 펼치는 경제정책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시바 시게루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상호관세 문제를 정리했지만, 향후 나라 곳간을 털어 5500억달러(774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해야 하는 과제 등이 고스란히 남은 상황이다. 또 일본 정치권에서 ‘절대 강자’ 자리를 유지해오던 자민당의 추락도 막아야 한다. 자민당은 1990년대 초반 한때 당원 수가 500만명을 넘었지만, 현재 90만명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당 인기 하락과 함께 지지층이 줄어드는 결과로 선거 때마다 득표율이 낮아지면서, 집권당 자리를 위협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극우’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첫 여성 총재 당선…차기 총리 유력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4일 일본 자민당 당대표 선거 결선 진출 뒤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이 결선 투표 끝에 극적으로 승리했다. 극우 성향으로 꼽히는 그는 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이사와 이치로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장은 4일 치러진 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전체 유효 341표(당 소속 국회의원 294표, 당원·당우 47표) 가운데 절반을 넘는 185표(국회의원 149표, 당원·당우 36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결선에서 경쟁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56표(국회의원 145표, 당원당우 11표)에 그쳐 지난해 총재 선거에 이어 다시 쓴잔을 마셨다. 1955년 자민당 결성 이래 여성 총재는 처음이다. 국회 총리 선거에서 차기 총리로 확정되면 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른다.

 

앞서 오후 1시께 시작된 1차 투표에서는 전체 590표(당 소속 국회의원 295표, 당원·당우 295표) 가운데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183표(국회의원표 64표, 당원·당우 119표)를 확보하며 당선 기대를 높였다. 선거 기간 주요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렸던 고이즈미 농림상은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많은 80표를 얻었지만, 당원·당우 쪽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에 35표를 뒤지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뒤를 이어 하야시 관방장관 72표(국회의원 72표, 당원·당우 62표),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 59표(국회의원 44표, 당원·당우 15표),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이 49표(34표, 15표)로 뒤를 이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1차 투표는 소속 국회의원(현재 295명)에게 각 1표씩, 전국 91만여명 당원·당우 투표를 국회의원수와 같은 295표로 환산해 모두 590표를 득표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반면 결선 투표는 의원 295명이 새로 투표를 하되, 당원·당우표는 이미 투표된 것을 전국 47곳 광역지방자치단체(도도부현)별로 분류해 결선 투표자 가운데 다득표자가 해당 지역 표를 가져가는 방식(전체 47표)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후보가 나오지 않아 치러진 결선에선 다카이치 당선자가 국회의원 쪽 지지를 추가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1차 선거에서 국회의원표가 64표에 불과했지만 결선에서 무려 149표를 얻었고, 당원·당우표(전체 47표) 36표를 더해 상대를 압도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애초 압도적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원 표에서도 일부 뒤진 데다, 당원·당우표에서 크게 뒤지면서 역전에 실패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대통령실, 다카이치 총재 당선에 “일본 새 내각과도 긴밀히 소통·협력”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4일 일본 자민당 당대표 선거 결선 진출 뒤 연설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
 

대통령실은 4일 일본 자민당 제29대 총재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당선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새 내각과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한일 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10월 중순에 일본에서 새 내각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 양국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에서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인 만큼 앞으로도 미래 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또한 한일 간 셔틀 외교가 완전히 복원된 만큼 새 내각이 출범하는 대로 신임 총리와도 활발하게 교류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전 담당상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을 누르고 총재에 당선됐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일본 내에서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함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고, 독도 문제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치러진 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는 전체 유효 341표(당 소속 국회의원 294표, 당원·당우 47표) 가운데 절반을 넘는 185표(국회의원 149표, 당원·당우 36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다.                                                < 이정국 기자 > 

미국에 내전이 임박했다는 영화의 예지력?

● WORLD 2025. 10. 5. 01:1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속 미국 극좌와 극우

 

                                                                                 오동진 영화평론가

 

혁명은 낡고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늙고 지치는 것이다. 그래서 변질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변질은 어쩌면 더 인간적이고 실존적이며 미래지향적일 수 있다. 그런 행보야말로 인간의 얼굴을 한 혁명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념적으로 과격할 뿐인 혁명 이론은 반드시 조직과 이념 자체를 배신하게 된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류는 좌파 모험주의자들이다. 그것이 우파 기회주의자들보다 훨씬 더 인민의 적이라고 레닌은 말했다. 러시아를 혁명으로 이끌면서 레닌은 당내 투쟁 과정에서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 등 한때 우파 기회주의 행태를 보였던 인물들을 용서한다. 반면 과격한 스탈린만큼은 끝내 경계했다.

 

극좌 테러리스트보다 더 강고한 백인 우월주의자 조직

 

폴 토마스 앤더슨이 내놓은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사실상 미국 내에 여전히 극좌 테러리스트 조직이 존재한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그 점이 놀라운 게 아니다. 그보다는, 이제 한 줌도 안 되는 그 같은 정치 조직에 비해 그 반대편의 백인 우월주의자들, KKK의 후예들, 우생학적 인종주의자들이 더욱더 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 그들이 사실상 미국 정가와 군대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더 놀라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주목해야 할 것은 ‘프렌치75’ 같은 반체제 조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국의 내란 음모 세력 같은, 비밀 백인 우월주의자 조직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 같은 조직이 강고하게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체로 이번 영화를 본 후의 반응은 폴 토마스 앤더슨이 ‘어마어마’한 역작을 만들었다고 입에 침을 튀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이번 영화는 내면적으로 볼 때 일종의 리메이크이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이미 한번 만들어진 얘기이다. 2013년에 만들어진<컴퍼니 유 킵>이 그것이다. 얼마 전 타계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샤이아 라보프가 상대역으로 나왔고 수잔 서랜든, 그리고 무엇보다 줄리 크리스티(맞다! ‘닥터 지바고’에서 라라 역을 맡은 줄리 크리스티이다)가 나왔다. 예전의 <컴퍼니 유 킵>이든 이번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이든 같은 역사적 사실을 다룬다. 다만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컴퍼니 유 킵>이 묘사하는 1970년대 정치적 사건을 2010년으로 옮겨 온 것일 뿐이다. 같은 사건이란, 미국의 극좌 그룹 ‘웨더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얘기이다. 1960~70년대 미국 내에는 좌파 진영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었으며 주류는 세 그룹이었다. ‘뉴레프트’와 ‘이피’, ‘블랙 팬서’가 그들이다. 그리고 비주류가 바로 이 ‘웨더 언더그라운드’이다.

 

 

좌파 진영 주류 세 그룹 아닌 한 비주류 그룹 이야기

 

이번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운동권의 세력 관계를 대략으로나마 아는 것이 중요하다. 1960~70년대 미국의 ‘뉴레프트’, 곧 신좌파는 ‘SDS(Students for a Democratic Society)’를 말하는 것이다. 일종의 학생운동 조직이다. 훗날 유명 상류층 변호사로 변절한 톰 헤이든이 이끌었다. ‘이피’는 ‘Yippie’를 말하는 것이다. ‘국제청년당과 히피연합(Youth International Party and Hippie)’을 말하는 것으로 펑크족과 선동가들로 구성된 정치집단이었다. 히피와 신좌파의 중간노선을 취했으며 아나키스트였던 애비 호프먼이 이끌었다. 호프먼은 레이건의 등장과 미국의 우경화를 비관해 자살했다. 그리고 그 유명했던 흑인 무장투쟁 조직인 흑표범당, 곧 ‘블랙 팬서’당이 있다. 이 ‘블랙 팬서’가 현대에 이르러 미국 대부호 영화사 월트 디즈니에 의해 <블랙 팬서>라는 히어로물 시리즈로 만들어진 것은 아이러니 중 최고의 아이러니이다.

 

이들 세 그룹에 비해 ‘웨더 언더그라운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진 그룹이 아니다. ‘SDS’와 ‘이피’가 대체로 백인 중심이었고 ‘블랙 팬서’가 흑인 중심 좌파 그룹이었다면 ‘웨더 언더그라운드’는 흑백 조합의 그룹이었다. 아이리스라는 이름의 흑인 지도자가 이끌었다. 이 아이리스는 버락 오바마가 자신의 정신적 멘토로 삼았음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소환됐으며, 오바마가 극좌 흑인 테러리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공격의 소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웨더 언더그라운드’는 베트남전 반대 등을 기치로 내걸고 펜타곤 폭탄 테러 등을 ‘감행’했고 조직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미시간주의 한 은행을 털다가 경비원을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러 대중의 공분을 샀다. 그 과정은 이번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 그대로 묘사되고 있다.

 

 

더 나은 사회 떠들면서 은행강도 벌이는 극좌 조직 리더

 

영화 속 정치 조직 ‘프렌치75’의 리더인 퍼피디아 베벌리 힐스(테야나 테일러)는 점점 더 이념적으로 극단화된다. 그녀는 이데올로기 못지않게 육체적 욕망, 현시욕 또한 점점 더 심해진다. 퍼피디아가 백인 우월주의자이면서 유색인종에 대한 패티시즘이 강한 스티븐 록조(숀 펜)와 외도 행각을 벌이다 결국 조직까지 배신하는 이유이다. 퍼피디아의 행동 동기는 더 나은 사회 체제를 만드는 것인 양 떠들어 대지만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채워 나가는 것에 불과했던 셈이다. 퍼피디아가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어린 딸을 버리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며 집을 나서지만 결국 저지른 것은 은행강도 짓이다.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웨더 언더그라운드’ 그룹의 미시간 은행털이 사건을 2010년대로 가져오고, 조직의 리더를 흑인 여자로 바꾸는 등(지도자가 여성이었던 그룹은 ‘블랙 팬서’였다. ‘블랙 팬서’의 지도자는 영화 속 퍼피디아처럼 쿠바로 도주했다) 역사적 사실 몇 가지를 극화시키는 과정에서 합치거나 해체시켰다. 퍼피디아의 캐릭터 자체가 ‘웨더 언더그라운드’의 아이리스와 ‘블랙 팬서’의 조앤 데버라 바이런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일종의 팩션인 이유이다. 이 영화는 토마스 핀천이 쓴 『바이랜드』를 원작으로 했다. 『바이랜드』가 팩션 소설이었던 셈이다.

 

 

출세 위해 좌파 추적하고 자신의 흔적마저 지우려는 극우주의자

 

주인공 밥 퍼거슨이 퍼피디아의 은행 살인강도 이후, 원래 이름을 펫에서 밥으로 바꾼 후 박탄 크로스(엘파소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상 공간. 이민자들의 천국으로 묘사된다)로 피신해 딸인 샬린을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로 개명시키면서까지 16년간 은둔하며 키워 낸 것은 <컴퍼니 유 킵>의 주인공 닉 슬론(로버트 레드포드)이 짐 그랜트라는 이름으로 30년간 은둔하면서 어린 딸(영화 속에서 그는 뒤늦게 결혼한 것으로 나온다)을 키우는 설정과 비슷하다. 두 영화 모두 애지중지하는 딸이 위기에 처한다. 부성이 작동한다. 부성은 이념을 앞지르고 역사를 가로지른다. 사람들의 가슴을 훔친다.

 

같은 맥락이어도 폴 토마스 앤더슨은 이 얘기를 블랙 코미디로 풀었다. 바로 그 점이 이 역사의 얘기를 한결 가볍게 만들어서 대중들 정서에 한층 깊이 침투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6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가 ‘프렌치75’를 중심으로 하는 펫(나중에 밥이 되는 디카프리오. 조직에서 그는 폭파 전문가이다)과 퍼피디아 베벌리 힐스의 삶, 여기에 록조(그는 이민자 수용소 소장에 불과했다)와의 만남에 치중한다면 2부는 16년 후 대령이 된 록조가 밥과 그의 딸 윌라를 쫓고, 특히 윌라를 제거하기 위해 박탄 크로스에 군대를 이끌고 치러 들어온다는 이야기로 돼 있다. 밥과 윌라를 제거하려는 록조의 행동 동기는, 자신이 순혈 백인 극우 집단인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미국의 극우들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조직명을 동호회처럼 짓는다)의 일원이 되려 할 때, 자신과 퍼피디아와의 사이에서 혼혈인 윌라가 태어났을 수 있다는 의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의혹을 사전에 깨끗이 차단하려 한다.

 

늙고 병든 좌파와 기세등등 극우가 만드는 위태로운 코미디

 

2부의 추적 장면은 시종일관 슬랩스틱의 소동극으로 이어진다. 밥 퍼거슨은 이제 늙었다. 혁명은 결코 낡거나 쇠퇴하지는 않을지언정 늙고 병들었거나 이제는 ‘추억팔이’ 정도에 불과한 것일 수 있게 된다. 밥은 컨테이너 같은 집에서 살아가며 윌라가 벤저민 프랭클린 같은 KKK단 지도자의 초상이 걸려 있는 학교에 다니는 걸 못내 못마땅해 하고 집에서 대마초를 피워 대며 그 유명한 혁명 영화 <알제리 전투>를 보는 것으로 소일하는 정도이다. <알제리 전투>는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의 투쟁기를 그린 영화로 이탈리아 질로 폰테코르보가 1966년에 만든 영화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보기에 늙고 쓸모없어진(밥은 이제 옛 조직으로부터 온 통화에서도 암구호를 외우지 못해 온갖 말싸움을 벌인다), 그리하여 이제는 미국 사회의 변방 중 변방으로 밀려난 극단의 정치 조직을 여전히 대단한 세력인 양 과장, 왜곡하는 미국 내 극우 집단들의 행태야말로 나라를 매우 위태롭게 만드는, 진정 코미디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 코미디가 바로 지금 트럼프 제2기 시대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며 아마도 자신이 묘사한 스티븐 록조의 일그러진 표정(록조는 나중에 진짜 얼굴이 구겨질 만큼의 큰 총상을 입는다)처럼 트럼프 시대가 망가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록조처럼 ‘한물 간’ 좌파들 들춰내 죽이고 탄압하려는 트럼프

 

영화는 일정한 예지력을 갖는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이번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알렉스 가랜드의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와 함께 미국에 내전 상황이 임박했음을 보여 준다. 마침 트럼프가 전 세계 모든 미군 장성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정신 훈육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트럼프도 록조처럼 이미 ‘한물 간’ 좌파들을 들춰낼 것이다. 그리고 국가를 구한다는(MAGA 프로젝트 같은) 잘못된 사명감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탄압할 것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이 영화는 바로 그 얘기이다. 우리가 먼저 겪은 이야기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영화는 늘 진짜 벌어진 일, 벌어지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는 말은, 그래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