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경솔한 언행에 대해 민망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

‘공천 개입’ 의혹 창원지검 출석...지난 2월에 이어 두번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명태균(54)씨가 8일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검에 출석했다. 명씨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두번째이다.

명태균씨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변호사와 함께 창원지검에 들어서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며 “국민 여러분께 저의 경솔한 언행에 대해 민망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과 마지막 연락한 것이 언제인지, 김건희 여사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김영선 전 국회의원 공천에 대통령 부부의 도움을 받았는지, 녹취록을 추가로 준비했는지 등을 물었으나, 명씨는 “조사 과정에서 다 나올 질문인 것 같다. 나중에 조사를 마치고 나와서 말씀드리겠다”라며 답을 피했다.

그는 추가 폭로 계획에 대해 “저는 폭로한 적이 없다”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또 “이 사건은 돈 흐름을 파악하면 금방 해결된다. 나는 단돈 1원도 받은 것이 없다”라며 “검찰이 계속 인원을 추가하고, 계좌 추적팀이 따로 왔다고 한다. 왜 이렇게 하겠나?”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명태균씨가 8일 오전 변호사와 함께 창원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앞서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창원지검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 등 5명을 수사의뢰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에 맞춰,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 종결(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명씨를 불러서 조사한 것은 지난 2월 1차례가 전부였다. 압수수색 역시 지난 9월30일에야 처음했고, 지난달 31일 다시 했다. 애초 창원지검이 이 사건을 검사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언론 보도가 시작된 지난 9월에야 형사4부(부장 김호경)로 사건을 넘기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내사 종결한 것도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치자금법과 관련, 명씨는 2022년 6월 대구·경북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배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로부터 1억2천만원씩 모두 2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방선거와 함께 열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25차례에 걸쳐 967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강혜경씨는 지난달 21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서, 명씨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3억7천만원을 들여서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했고, 이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거론되는 돈 모두가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이 대통령취임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 전화통화를 하며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라고 국민의힘 공관위에 말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명씨한테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얘기한 적이 없”고 “누구 공천 주라는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라며 “제가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뭐 감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관계자는 “언론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성 있는 범죄는 수사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며 “따라서 명씨에 대한 조사가 8일 하루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특검은 위헌’이라는 윤에…“검사와 국민 국어사전 달라”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2023년 경북 경산시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자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필요에 따라 달라지는 검사들의 언어”라고 비판했다.

임 검사는 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 거부 논리를 ‘이중잣대’라는 취지로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김건희 특검법’이 반헌법적이라는 것인데,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전직 대통령들이 수용한 전례가 있는 데다, 윤 대통령 본인도 야당이 추천한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한 바 있어 ‘궤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9년 헌법재판소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여당의 특검 추천권을 배제한 특검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임 검사는 “검사들의 국어사전과 일반 국민들의 국어사전은 다르다. 우리(검사)가 내세우는 법과 원칙은 ‘내 마음’이란 뜻이다. 나의 법이기 때문”이라며 “국정농단 특검할 때도 박근혜 정부에 충성하던 검사들이 정권 바뀔 것 같으니 살기 위해서 목숨 건 것이고, 지금은 수사하면 내가 죽으니까 (특검을) 하면 안 되는 거다. 그분들은 늘 하던 대로 필요에 따라 말씀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월7일(목)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임 검사는 “윤 대통령이 비비케이(BBK), 다스를 이명박 전 대통령 것이 아니라고 하다가 (나중에) 맞다고 구속하신 분 아니냐”며 “한두 번 속으신 것도 아니면서 또 속으시면 안 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이 전 대통령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 비비케이 특검팀 소속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하면서 비비케이 의혹에 대한 수사가 다시 이뤄졌고,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수사 끝에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임 검사는 기자회견에 임한 윤 대통령의 태도를 두고도 “검찰총장이 회의하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상대로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에서 회의하듯이 건들건들하면서 반말 섞으면서 하셨다. 국정운영 문제를 가정사처럼 말씀하셨다”며 “그분이 그러신 분인 줄 저는 알았지만, 국민들이 얼마나 놀라셨을까 망신스럽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그 대통령에 그 기자들' 또 다시 보여준 기자회견

"대통령직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 봤나" 물었어야
"어느 나라, 어느 때를 살고 있는가" 질문 던졌어야

 

윤석열은 ‘윤석열다웠다’. 거짓 변명과 자화자찬, 현실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여지없이 드러낸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윤석열스러움'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오히려 더욱 심해졌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기자들은 기자다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자들은 여전히 공손했고, 차마 물어서는 안 될 실례의 질문을 감히 던져서 황송하다는 듯 대통령 앞에서 그지없이 조심스러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라는 이름의 변명과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동안 대부분의 기자들은 마치 도열한 가신들처럼 임했다. '그 대통령에 그 기자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가진 기자회견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정 운영을 설명하고, 공천 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으로 국민적 불신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를 설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견은 '열었다'기보다는 '열 수밖에 없었던' 회견이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나 기자들에게서 그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느 기자는 “대통령이 국정 쇄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국정 혼란과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관련 특검 수용도 거부한 그가 과연 사과를 하기는 한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7 연합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에게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을 넘어서 국민 대다수의 심경을 대변한 것으로 보이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논평 중 "윤 대통령이 마지막 남은 참회의 기회마저도 걷어찬 것"이라는 지적처럼 대통령은 스스로 그 기회를 날렸다.

“거짓 변명과 선동만이 난무한 윤석열 대통령의 맹탕 기자회견은 국민을 바보로 본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회견에서 국민을 '바보'로 본 것은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이었다. 대통령과 기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과 결과가 됐다.

어느 시민은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는 기자들의 질문, 두루뭉실한, 핵심을 벗어난, 후속 질문이 없는, 하나 마나 한 질문들"이었다면서 "초등학생들이 선생님께 하는 질문도 이 수준은 아닐 듯하다"고 평했다.

이날 나왔어야 할 질문들은 이런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27년 5월 9일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다"고 했다. 탄핵과 퇴진의 갈림길에서 임기 완수 결심을 드러내면서 "늘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다. “중요한 거는 초심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에게 물었어야 할 것은 과연 그 ‘초심’이 무엇이었는가, 라는 것이었다. 그보다도 '초심'이 애초에 있긴 있었는가를 물었어야 했다.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23억원 을 편취한 것이나 300만 원의 명품백을 받는 동영상도 국민들이 봤고, 대통령과 김 씨가 명태균과 주고받은 문자와 카톡, 그리고 음성도 공개됐지만 '김건희 특검법'을 정치선동이며 인권유린이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자신의 입으로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번에는 특검을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삼권분립 위반이며, 이미 수사가 진행된 사안을 정치적으로 과장한 것이라며 거부했다. 우리나라의 반부패 및 검찰개혁의 성과인 특검 제도를 깎아내린 것이다. 이같은 법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그가 대체 법률가 출신이 맞는지 기자들은 질문했어야 한다.

"대통령 취임했을 때 나라 상황이 힘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취임하고 보니 모든 여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국무위원 중에는 경제 정통하신 분인데 자칫하면 나라 망한다고 했다. 과연 이 정부가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절박한 심정이었고 밤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는 대목이나 "이제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대담함'을 넘어 '무모한' 주장에 대해 나왔어야 할 질문은 "대통령은 대체 어느 나라, 어느 때를 살고 있는가"라는 것이었어야 했다.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했고, 탄핵 찬성 여론은 69%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내 갈 길을 묵묵히 간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민심을 들으려는 의지 자체가 있기는 한가, 라고 기자들은 물었어야 했다.

"(나를 비방하는 피켓을 들면서) 국회에 오라는 것은 국민들 앞에서 무릎꿇고 망신을 주겠다는 거다. 이건 정치를 죽이겠다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정치를 죽이지 말라"는 그에게 과연 지난 2년 반 동안 '정치'를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라고 물었어야 했다.

그는 "대통령이란 자리는 늘 걱정이 많은 자리다"면서 "그렇지만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국가와 국민의 민생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보람에 힘든지 모르고 늘 행복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임기 반환점까지 왔으며, 2년 반 동안 국민에게 맡기신 일을 어떻게든 잘해내기 위해서 쉬지않고 달려왔다"고 했다. '몸이 부서질 정도'로, 쉬지 않고 해 온 일이 국정이었는지, 다른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물어볼 기자는 없었는가.

그는 "대통령이란 자리는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다 제 불찰이고 부덕 때문이다"라고, "국정의 책임자가 사과를 드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에 대해 과연 '부끄러움'을 아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고까지는 지적하지 않겠다. 다만 반드시 던졌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신은 대통령직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지에 대해, 단 한 시간이라도, 단 10분간이라도 생각해 봤는가"라는 질문이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