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의 불길에 기름 부은 격…시민사회 폭발


촛불행동 "탄핵 정당성 재확인"…참여연대 "파국"

경실련, 민주노총, 공무원노조 등 성명‧논평 잇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7. 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은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틀어 최악의 자충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 지지도가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며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으로 가는 상황에서 민심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불길에 기름을 잔뜩 부은 격이 됐다. 시민사회에서는 "더 이상 볼 것 없다. 퇴진 외에는 답이 없다"는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촛불행동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 윤석열의 기자회견은 책임 전가와 변명, 특검 거부와 김건희 싸고돌기로 일관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더욱 치솟게 했다"며 "천박한 태도는 물론이고 발언 내용 자체에 진실성이 없고 국민에 대한 자세가 불성실하기 짝이 없었다. 윤석열 탄핵의 정당성만을 거듭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은 국정농단의 주범 김건희에 대한 국민의 질타와 분노를 '악마화'라며 도리어 민심을 비난하고, 김건희에 대한 특검을 '정치 선동'이자 '위헌'이라고 우기는 등 국민의 요구에 정면으로 맞섰다"면서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의 기반을 스스로 계속 망가뜨리고 있으며, 한시라도 더는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판단을 더욱 굳히게 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제 더 이상 따져 물을 것도, 좌고우면할 것도 없게 되었다"며 "탄핵도 사치일 정도로 이 자는 당장에 끌어내려야 한다"고 단언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에서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허물고 파국을 부르는 담화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취임 2년 반이 다 되도록 대통령이라는 헌법상의 지위에 따르는 공적인 책임이 무엇인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확인된 담화였다"며 "국정 지지율은 20%를 하회하고 50%가 넘는 국민이 하야와 퇴진,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대처는 국민 여론에 떠밀려 '사과는 하지만 나는 내 갈 길 가겠다'였다. 허탈하고 참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바꾸지 않겠다면 주권자 국민이 나서 대통령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밖에 없다"며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공적 책임을 깨닫게 하고, 거부권에 막혀있는 채상병 특검법과 중대한 헌법 위반이 의심되는 공천 개입의 진상을 밝힐 특검법 도입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7. 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해명이 불충분해 독립적인 진상조사의 필요성이 커졌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거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지금 당장 대통령실을 전면 개편하고 구체적인 인사 쇄신 방안과 소통 방식 개선책을 국민 앞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동안 대통령실은 해병대 관련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등 여러 사안에 대해 방관적 태도로 일관해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켰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는 대통령 측근이나 특정 성향 인사들의 편중된 기용이 반복되면서 국민적 불만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철저한 해명,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수용, 대통령실 전면 개편과 함께 그 외 모든 의혹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 담화는 국민의 분노를 전혀 모르는 불통 정권의 끝판왕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대통령의 변명과 동문서답이었다. 사실에 기반한 설명과 사과, 인적 쇄신, 특검 수용 등을 예상했지만 그 어떤 것도 해소되지 않았고, 언급조차 없었다"면서 "경제는 기지개를 펴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에, 경제성장률은 오르고 있고, 체코 원전으로 경제가 활성화될 거라고 했다. 저임금 물가 폭등에 고통받는 서민과 노동자, 폐업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의료대란 대책도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이번 담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통령은 변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두루뭉술 동문서답하고 하루만 지나면 밝혀질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다"며 "더 이상 윤석열 정권에 기대할 것은 없다. 11월 9일 민중총궐기에 우리가 모여야 하는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 노동자 민중이 나서서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나라를 바로잡자"고 했다.

 

2024 전국노동자대회 1차 민중총궐기 포스터. 민주노총
 

공무원 노조는 성명을 통해 "남은 건 퇴진뿐. 아무것도 없었던 '대국민 시간 낭비' 기자회견을 본 우리의 결론이다. 공허하고 불분명한 말잔치 속에 확실한 건 단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뿐이었다"면서 "기껏 내놓은 대책은 '부부싸움'이다. 국민을 우습게 알아도 정도가 있다. 눈치가 없는 것을 넘어 제정신으로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제 집안일 정도로 치부하는 사사로운 대통령. 민심을 받들지 않고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는 고집불통 대통령.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불법과 편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법꾸라지 대통령"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남은 건 퇴진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마주할 것은 광장의 뜨거운 분노뿐"이라고 경고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뭘 잘못한지도 모르는 윤석열…목적어 없는 '사과쇼'

 

무제한 질의받는다더니 점심시간 되자 끝
대국민 기자회견이라는데 또 '반말' 찍찍

"누구를 꼭 공천주라고 이야기할 순 있어"
"제 처 핸드폰 못 보지만, 처는 내 폰 본다"

뭐에 대한 사과냐고 묻자, 얼버무리는 윤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그렇지 않느냐"
"사실과 다른 것은 인정 못 한다…모략"

전혀 반성 없는 윤 대통령과 부인의 태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11.7. 연합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보인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이 어느 지점에서 분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외면하는 듯 했다. 국민 다수가 이해하는 민주주의 수준에서도 한참 뒤졌다.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알 수도 없는 '목적어 없는 사과'는 그저 현 시국을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대통령의 인식만 보여줬다. 국정농단, 공천개입 등과 관련해 국민들이 기대한 허심탄회한 해명도 없었다. 무제한이라고 홍보하던 질의응답은 겨우 2시간여 만에 끝났고, 국민이 보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또 부적절한 '반말'을 사용했다.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를 보여주는 듯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도중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상 옆으로 나와 허리를 굽히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이 고개 숙인 모습 자체는 최근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의혹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사과에는 '목적어'가 없었다. 무엇에 대한 대국민 사과인지 불분명했다.

대통령이 목적어 없는 사과를 한 이유는 담화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명태균 씨 관련 의혹에 대해 자신의 주장만 내세웠다. 최근 공개된 대통령과 명태균 씨 통화 녹취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윤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제가 대선 당선 이후에 연락이 왔는데 그게 무엇으로 왔는지는 모르겠다" "제가 명태균 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면서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또 "민주당이 (통화 음성) 공개를 했는데 그게 무슨 짜깁기가 됐느니, 소리를 집어넣었느니, 그러면 그걸 가지고 대통령이 맞네 아니네 하고 그걸 다퉈야 하겠나"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대통령의 공천개입, 당무개입에 대한 낮은 의식 수준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원리원칙에 대한 얘기만 했지 누구를 공천을 주라는 얘기를 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잠시 뒤 "(대통령이) 누구를 꼭 공천주라고 사실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놨다. 김건희 씨가 국정개입에 개입한 정황도 여러 차례 드러났지만,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겠다"고 두둔했다. 마치 대통령 본인과 부인의 윤리 기준이 사회 통념보다 앞선다는 듯한 인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7. 연합
 

기자회견 발언 가운데에는 김건희 씨가 정권 출범 전부터 윤 대통령의 정치활동에 개입한 정황과 함께 김건희 씨가 대통령보다 위에서 '상왕' 역할을 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씨가 대통령 취임 이후 명태균 씨와 수시로 연락했다는 주장'에 대해 기자가 묻자, "제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본인의 휴대 전화에 대해서는 "2021년 정치 선언을 하고 연락 문자만 하루에 3000개 왔는데, 내가 잘 때 아내(김건희)는 밤새도록 내 핸드폰으로 사람들한테 답장을 해줬다"고 했다. 김건희 씨가 대통령 휴대전화를 여전히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지만, 윤 대통령은 김건희 씨의 행동 자체가 정치적으로 문제 있다는 인식 자체를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울러 김건희 씨의 국정개입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국회가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 그것은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의혹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와서 '이것은 수사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판단될 때는 대통령이 하라고 (지시를) 해서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를 지명한다"고 했다. 부인의 도덕성 문제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3년에 걸쳐 제기되고 있음에도, 특검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법안 자체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이런 방대한 규모의 (검찰) 수사팀을 만들어서 수사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거기에 추가해서 뭘 하는 것은 그냥 소문이고 자기들이 만들어 낸 얘기이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특검)을 대통령이 받아들이게 되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사법이라는 이름을 쓰고 꼭 필요할 때 써야 하는 칼을 정치에 가져와서 하게 되는 그런 것을 초래한다"며, 거듭 아내에 대한 특검을 거부했다. 그는 오직 형식적인 법률 논리와 정치 논리로만 특검에 대해 설명했다. 부인의 도덕성 문제를 가지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장이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국정농단, 국정개입, 공천개입에 대한 인식 수준이 오직 '김건희 방탄'에 머무르다 보니 '목적어 없는 사과' 역시 '보여주기 쇼'에 불과했다는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보충 설명을 해달라'고 기자가 요청하자,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것 아니냐고 해 주시면 제가 거기에 대해 딱 그 팩트에 대해 사과드릴 것"이라면서도 "제가 대통령이 돼서 이 기자 회견을 하는 마당에 그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그걸 '다 맞습니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런던 스탠스테드 국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공군 1호기 탑승을 위해 의전차량을 타고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3.11.23. 연합
 

이에 다른 기자가 거듭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사과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 않나. 지금 언론보도 등을 보면 너무 많은 얘기가 다니고 있어서 저도 그것을 (모두 알지 못한다)"라며 "'제가 거기(공천) 개입해서 명태균 씨에게 알려줘서 죄송합니다' 그런 사과를 기대하신다면 그것은 사실과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도 없고, 모략이다. 사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발언을 종합하면 대국민 사과는 했지만, 내용은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목적어 없는 사과'가 형식적인 사과에 불과하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무제한 질의응답을 진행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 기자회견은 140분만 하고 점심시간 즈음 마쳤다. 또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정혜정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질문) 하나 정도만 하자 이제, 하나 정도만 해, 목이 아프다 이제, 더 할까?"라고 반말로 말했다. 온국민이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부적절한 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도 공개장소에서 여러 차례 참모나 일반 시민에게 반말을 사용해 빈축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반말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현직 장학사가 시국선언…"시대정신 필요할 때"

● COREA 2024. 11. 8. 12:5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광국 인천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 인터뷰

 

"부정한 권력 비판하는 건 행동하는 양심"

"현직 교원, 장학사 목소리 내기 어렵지만…

현직 교육자 시국선언 릴레이 이어지기를"

"지난해 현직 교원 50여 명 시국선언 준비"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2.17. 연합
 

8일 교육청 소속 현직 장학사가 윤석열 퇴진 1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퇴직 교사의 시국선언은 있었지만, 현직 교육 당국자 첫 사례다. 인천 북부교육청에서 중학교 교육과정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 이광국 씨(49)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보낸 시국선언문(☞전문)을 통해 "하야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직무정지든, 당선무효든 대통령 퇴진은 이제 대한민국 민심의 기본값이 됐다"며 "새로운 사회와 교육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경제·외교·안보·교육·문화 등 전 사회를 아우르는 일국의 지도자가 이렇게 부정, 부패, 비리, 무능이 끊임없이 계속되는데도 여전히 대통령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곧 중대한 헌법 위반이나 다름없다"며 "비록 힘없는 한 명의 교육자이지만, 어둡다 못해 블랙홀과도 같은 이 시국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 또한 시대의 스승으로서 교육자가 해야 할 책무이자 아주 작은 교육적 노력"이라고 했다.

이광국 씨는 <민들레>와 인터뷰에서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떤 각오라기보다, 교육자로서 불의에 대해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나 교육청의 조치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명백한 부정과 비위로 점철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곧 행동하는 양심과 같다"며 "따라서 교육자인 당국의 관계자들도 진실의 관점에서 이를 수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상상을 초월하는 대통령의 부정과 실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 또는 시국선언 등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려 하던 때에 유독 교원이나 장학사 등 현직 교육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현실이 힘들었다"며, 자신의 '1인 시국선언'이 현직 교육자들의 릴레이 선언에 대한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광국 인천광역시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

다음은 이광국 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퇴직 교육자의 시국선언은 있었지만, 현직 시국선언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각오로 한 것인가?

 

 

"어떤 각오라기보다, 교육자로서 불의에 대해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령 문학작품에서 접하는 5·18, 4·3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고 감동한다면, 그 이야기가 비슷한 맥락으로 내 삶에 닥쳤을 때 그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행동하는 것도 문학을 일상으로 내면화하는 작품 감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님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폭력에 침묵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음을 느꼈다면 직장 또는 사회 등 지금 내가 처한 삶에서는 침묵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다."

- 가족이나 친구, 동료 교원 등 주변의 반응은?

"걱정스런 눈빛이 가득했다. 하지만 취지에 대해서만큼은 내 주변 사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실제 작년 강제동원 제3자 배상안 및 양회동 열사가 돌아가신 이후에 한 50여 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시국선언을 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실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전쟁 위기다. 나는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군인으로서 전쟁을 경험했다. 작금의 현실은 탁상의 정치공학마저 팽개친 것 같아서 더 걱정이지만,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위정자들이 즉흥적인 말 한마디나 탁상행정 등으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교육자로서 교육에 있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비판한다면.

"역설적으로 교육문제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만 비판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즉 교육 문제의 본질인 입시경쟁교육에 관해 그 어떤 정부도 괄목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킬러문항이나 사교육 카르텔 발언, 의대 정원 관련 사태 초래 등으로 인해 입시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학교 현실을 도외시한 교원정원 감축 및 AI디지털 교과서 강행, 역사 교과서 왜곡 등 미숙한 교육 정책 추진과 반역사적 인식 등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교육부 또는 교육청의 조치가 우려되지는 않는지.

"교원의 정치기본권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거의 대부분 확보되고 있고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또 전쟁 위기를 초래하고 명백한 부정과 비위로 점철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곧 행동하는 양심과 같다. 따라서 교육자인 당국의 관계자들도 진실의 관점에서 이를 수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 주변 동료 교원 또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년부터 시국선언을 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는 두 측면의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어' 또는 '네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곧 바뀔거야' 그럴 때마다 5·18 당시 전남도청을 죽음으로 지켰던 시민군을 떠올린다. 그것은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슬픔이지만, 그 죽음이 지금의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었다. '그것이 길이면 가고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라는 공자의 말의 의미에 평상시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성패 여부는 그에 따르는 그림자일 뿐이라 생각한다." 

- 그 외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상상을 초월하는 대통령의 부정과 실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 또는 시국선언 등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려 하던 때에 유독 교원이나 장학사 등 현직 교육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현실이 힘들었다. 지금이라도 이 <1인 시국선언>으로 현직 교육자들의 릴레이 선언이 이어지기를 제안하고 싶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플랫폼이 되어 많은 현직 교육자들이 이어서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북 총알 날아들던 70년대보다 지금이 더 심각”

● COREA 2024. 11. 8. 12:4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지옥된 접경지....  ‘귀신소리’ 대남방송 시달리는 강화 송해면 주민들

“대통령이 대북방송 막으면 멈출 텐데…최악 지지율에 방치하는 듯” 

 

 
지난달 2일 오전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 철책 부근 북측 대남방송 확성기 시설물에 북한 관계자가 사다리에 올라 확성기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한 몇년은 (북한이) 저렇게 떠들지 않고 조용했는데 지금은 저러니까 또 전쟁이나 일어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지. 걱정 때문에 잠도 못 자겠어.”

당산리 이장 안효철(67)씨가 4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북한 확성기가 설치된 장소 쪽을 가리키고 있다. 이준희 기자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강화화문석테마마을에서 6일 오전 10시께 만난 문정분(83)씨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밤새 당산리 전역에 울려퍼지던 북한의 대남방송이 잠시 멈췄을 때였다. 비닐하우스에서 바람을 피하며 커피를 마시던 문씨와 주민들은 기자를 보자 ‘여기서 혼자서 주무셨어? 무서워서 혼났겠어’라며 한참을 웃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씨가 말했다. “전쟁은 안 되지. 절대 안 되지.”

이곳 당산리는 북한과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져 있는 곳이다. 6월1일 기준 147가구, 355명(남성 181명, 여성 174명)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대를 이어 사는 토박이다. 대남방송에는 워낙 익숙해 문씨 같은 이들은 북한 노래를 절로 외울 정도지만, 약 다섯달 전부터 시작된 북한의 새로운 ‘소음 방송’에는 이곳 주민들도 속수무책이다. “라디오도 노래도 아니고 이상한 소리를 막 틀어대는” 상황 때문이다.

문정분(오른쪽)씨와 마을 주민들이 6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강화화문석테마마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준희 기자
 

실제 한겨레는 4∼6일 이곳 당산리에서 주민들이 겪는 대남방송을 직접 들어봤다. 마을 사람들은 “최근 확성기가 고장 났는지 소리가 작아진 편”이라고 했지만, 소음은 숙소의 이중창도 뚫고 들어와 밤새 사람들을 괴롭혔다. 주민들은 이 소리를 기계 소리, 쇳소리, 짐승 소리, 귀신 소리 등으로 표현했는데, 그 말대로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기괴한 소음이었다. 한겨레가 동일한 장소(고려천도공원)에서 각각 데시벨을 측정해보니, 방송이 꺼졌을 때 36에 불과하던 데시벨은 방송이 켜지면 소방차 사이렌 수준인 최대 95까지 올라갔다.

주민들은 절규했다. 당산리 이장 안효철(67)씨는 “70년대에는 여기에 북한군 총알이 날아들고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며 “주민들이 밤에는 수면제를 먹고 자고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아픈 이들도 여럿”이라고 했다. 검은색 안경을 쓴 안씨는 “내가 원래 시력이 2.0씩 나왔는데 지난달 2일부터 갑자기 눈이 흐릿하고 안 보인다”며 “병원에서는 뇌에서 눈으로 가는 4번 신경이 스트레스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안씨는 “집에서 키우던 7살 보더콜리도 며칠 전 죽었다”며 “개는 청각이 더 예민하다던데 동물들도 견디기 힘든 모양”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입을 모아 “남과 북이 모두 방송, 전단, 오물풍선 등 적대적인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 사태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대북방송 재개→북한의 소음방송 재개 순으로 이어진 만큼 정부가 대북방송을 멈추고 대북전단 살포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들은 정부의 의지에 의구심을 품었다. 이만호(64) 당산리 새마을지도자는 “솔직히 대통령이 대북방송 하지 말라고 말만 하면 바로 안 할 것이고 그러면 북한도 멈추지 않겠느냐”며 “본인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지고 당내 갈등도 심하다 보니 이 문제를 방치하면서 이슈화시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5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강화화문석테마마을 사무실 책상 위에 대남·대북방송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쪽지와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 관련 서명지가 놓여 있다. 이준희 기자
 

기자가 마을을 떠나려는 찰나에 유재온(84)씨가 ‘집에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유씨는 “예전에는 북한 방송에서 노래도 나오고 그걸 듣다 보면 우리 노래랑 비슷하기도 해서 한 핏줄이라는 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정말 서로 전쟁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든다”며 “정말이지 민족의 비극이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내가 10살 때 6·25전쟁을 겪었고 군인들이 우리 부모한테 총부리를 겨누고 사람들을 쏘아대던 모습을 다 기억한다”고 했다.

“금방 통일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70년이 지났어.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라고 믿어왔는데 저 귀신 소리를 들으면 그런 건 이제 없는 것처럼 느껴져. 그래도 최소한 전쟁은 없어야 해. 전쟁이라는 건 절대 없어야 해.”   < 한겨레 이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