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가 오늘의 우리를 구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유족이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일에 “1980년 광주가 우리를 구했다”며 12·3 내란 사태를 다시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18일 시민은 물론 정치권도 내란 사태를 통해 유명해진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는 화두를 떠올리며 ‘80년 광주’에 감사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에서 스러져 간 수없이 많은 광주 영령들이 수없이 많은 사람을 일깨워서 12월3일 내란을 진압하지 않았느냐”며 “80년 5월 광주의 역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다시 구한 것”이라고 상기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라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광주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고, 그날의 외침은 지금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3일, 또다시 계엄령이 시도됐던 그 날 우리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 역시 5·18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애도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20대 시절 일기장 맨 앞에 항상 적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화두는 알려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하면서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저는 이번 12·3 내란사태를 겪으며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라고 연설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기자는 움직임도 정치권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5·18 기념식에 참여한 이재명 후보는 “국민주권주의 주권재민의 사상을 목숨을 바쳐가면서 실행했던 광주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도 “오월정신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오월정신을 모욕한 윤석열을 쫓아내고 처음 맞는 5·18이다”라며 “오월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진보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고귀한 씨앗입니다. 이 정신을 헌법에 새겨넣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80년 오월의 광주가 있었기에 민주공화정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적극 추진해 국가가 책임지고 역사적 정의를 완성할 수 있도록 5월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각자의 5·18을 떠올리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과거의 광주’에 감사했다. 류영재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판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광주 시민들, 그들과 연대한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특히 그분들이 다시 한 번 살린 오늘을 살자니 마음이 복잡합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7살 남짓에 ‘광주학살의 진상’이란 사진첩을 처음 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는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윤석열은 계엄을 결심하던 순간부터 집행하는 순간, 실패하는 순간까지 무력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다”며 “전두환과 신군부에 대한 단죄처럼, 2024년 내란 세력을 정확하게 치죄하는 문제는, 우리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꼭 필요한 한 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 < 신윤동욱 기자 >

 

이재명 “내란 이겨낸 국민 저력, 5월 광주 피·눈물에 빚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서 유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은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내란의 어둠을 빛의 혁명으로 이겨낸 우리 국민의 저력은 80년 5월, 광주의 피와 눈물에 깊이 빚지고 있다”며 “광주의 정신을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5월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자”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45주년 기념식 참석 뒤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에서 “인간의 한계와 두려움을 뛰어넘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 앞에서 오늘도 또 한번,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고 추모했다. 그는 “지난 12월3일 계엄의 밤, 제 마음속에는 45년 전 광주의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며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하여 목숨을 걸고 가두방송을 했던 분들의 용기가 제 가슴을 울렸다”고 돌아봤다. 1980년 5월 시민군 가두방송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광주 거리에 울려퍼졌던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던 호소를 상기시킨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그 밤, 기적처럼 모여든 국민들은 장갑차와 군인들 앞에 오직 용기 하나만을 무기로 맞섰고 동이 트기도 전에, 시대착오적 계엄은 찬란한 빛의 혁명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더불어 사는 대동세상, 서로가 앞장서 이웃을 지키고 보듬고자 했던 고귀한 인간성의 실천은 또 한 번 살아있는 승리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기렸다.

 

이 후보는 “내란을 완전히 종식해야 분열과 갈등, 극단의 대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진보와 보수, 이념과 진영을 넘어설 때, 하나 된 국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적었다. < 엄지원 기자 >

 

스카이데일리, ‘5·18 북한개입 보도’ 사과…오월단체 “끝까지 단죄”

신문 1면 사고 내어 “5·18은 민중항쟁 인정” 사과
법적 단죄 나선 5·18기념재단·광주시 “끝까지 간다”

 
 
‘5·18 북한 개입설’을 보도한 스카이데일리 5·18 특별판. 스카이데일리 누리집 갈무리

 

극우 성향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광주 금남로에서 ‘5·18 북한 개입’ 특별판을 배포했다가 오월단체와 유족들의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에 직면하자, 지난 16일치 신문 1면에 사고를 내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5·18기념재단과 광주시가 꾸린 ‘5·18 미디어 왜곡 티에프(TF)’는 “끝까지 간다”며 법적 단죄 방침을 밝혔다.

 

18일 스카이데일리 ‘5·18 보도 사과드립니다’ 사고를 보면, 이 매체는 “본지는 그동안 5·18 북한 개입설 등을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희생자와 유족들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며 “본지는 5·18 45주년을 맞아 광주민주항쟁이 시민폭동 사태가 아닌 시민의거이고 민중항쟁이었음을 인정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킨 북한군 개입설 등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의혹에 대해선 철저하게 검증할 방침”이라며 “세간에 화제가 된 중국 간첩 체포설에 대해서도 사실여부를 재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5·18 미디어 왜곡 티에프’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가 ‘북한군 개입설 등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의혹에 대해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데, ‘5·18 북한군 연루’는 진실이 아니란 게 이미 정부 조사를 통해 수차례 검증됐는데도 검증을 빌미로 왜곡 보도를 이어나갈 것이란 의심이 든다”며 “(법적 대응으로) 강하게 나가고 나서야 꼬리를 내리는 것 같으니, (법적 단죄로) 끝까지 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카이데일리 쪽은 지난 14일 5·18유족회 사무실에 직원을 보내어 5·18 왜곡 기사에 대한 사과와 정정보도를 거론했으나, 유족회 쪽은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는 5·18기념재단에도 방문할 뜻을 전했지만, 재단 쪽이 거부했다.

 

지난 1일 광주시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극우 매체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연초에 ‘5·18은 김대중 세력과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란 주장을 머릿기사로 실은 40면짜리 ‘5·18 특별판’을 발행한 데 이어, 1월10일치 1면에 사고를 내어 이 특별판을 꾸준히 업데이트 해서 1천만부를 실비로 보급하는 캠페인을 한다고 알렸다. 이후 문제의 특별판은 올해 2월15일 보수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개최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도 배포돼 큰 논란을 불렀다.

                                   스카이데일리 누리집 갈무리

한편, 5·18기념재단은 지난 1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5·18 특별판을 배포한 스카이데일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5·18 당시 계엄군 총격으로 숨진 조사천씨와 임신부 최미애씨 유족들, 5·18기념재단, 광주광역시도 특별판 왜곡보도와 관련해 스카이데일리 등을 지난 1일 광주경찰청에 고소·고발했다. < 정세라  김용희 기자 >

 

‘내란 동조’ 안창호 자리는 없다…5·18기념식 왔지만 입장 막혀

광주시민·유족 거센 항의
“미소 띠고 경호원에 둘러싸여 광주 조롱”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념식장에 도착한 뒤 시민 단체의 항의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시민 항의에 기념식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18일 오전 9시35분 안 위원장은 5·18민중항쟁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들렀다. 차에서 내린 안 위원장은 경찰 20여명에 둘러싸인 채 민주의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일부 5·18단체가 항의 집회를 예고하자 안 위원장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을 발견한 일부 시민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말하며 안 위원장의 입장을 제지하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 안내를 받아 민주의문에 들어선 안 위원장은 다시 5·18 유공자 항의를 받았다. “여기가 어딘데 들어와” “안창호는 물러가라” “나가”라는 날 선 비판이 이어졌고 몇 유공자는 이동 경로를 막았다. 

 

결국 안 위원장은 민주의문에 들어섰으나 묘역 입구에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안 위원장은 발길을 돌려나오는 과정에서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를 본 일부 야당 위원들은 “결국 못 들어갔구먼”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안면이 있는 국회의원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잠시 발걸음을 멈췄지만 “빨리 떠나라”는 시민단체 목소리가 크게 들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오전 9시 44분께 자리를 떴다. 차를 타기 전 보좌진과 경찰에게 악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으로 입장하는 도중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한 5·18유공자는 “안 위원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우롱하는 태도였다”며 “항의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광주를 찾은 것을 보면 ‘5·18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유공자 반대 때문에 입장을 못했다’는 명분 쌓기용이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성명을 낸 5·18서울기념사업회와 오월어머니집도 “안 위원장은 굳이 불청객으로 오면서 경찰에 공식적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보란 듯이 경호요원에 둘러싸여 입장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뻔하다”며 “분노한 5·18 피해자들에게 욕을 먹고 봉변당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해 자신을 극우 보수의 수난자처럼 행세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안 위원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입장문을 냈다.

 

인권위는 2월10일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등을 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일부 수정 의결하며 안 위원장 등 일부 위원은 내란에 동조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 한겨레 김용희 기자 > 

 

언론은 5·18 정신 잊지 말자 [사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 촬영자=나경택, 사진=5·18기념재단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며 수년간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희생자와 유족을 폄훼한 스카이데일리가 대표이사 교체 후 지난 16일에서야 광주 시민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간 유족에게 남긴 상처와 허위정보 유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스카이데일리는 자사가 자행했던 허위 보도의 전말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2013년 채널A는 1980년 광주에 침투했던 북한군이라며 탈북자 김명국(가명)씨 인터뷰를 내보낸 뒤 김씨의 거짓말이 밝혀진 뒤에도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 5·18 정신을 왜곡했던 다른 언론사들도 스카이데일리처럼 늦더라도 사과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민주주의를 있게 만든 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나아가 모든 언론은 5·18 허위정보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유튜브나 광장에서 쏟아지는 왜곡과 혐오에 보도로 맞서야 한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5·18 정신이 소중한 시기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했던 극우 세력을 제대로 심판하지 않는다면 1980년 광주는 폄훼당하고 민주주의는 짓밟힐 것이다. 언론은 내란 이후 보도에서 광주 정신을 잊지 말고,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한 만큼 이에 대한 의제 설정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미디어 오늘 >

1997년 유죄 판결과 별도로
7명 살해 사실 추가로 밝혀져
최웅 등 9명 민간인 학살 고발도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 작전 직후 노먼 소프 기자가 찍은 안종필군(앞)과 문재학군의 주검. 문군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이다.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영상 갈무리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1980년 5월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씨와 제3공수여단장이었던 최세창씨를 내란목적살인죄로 추가 고발하는 방안을 전원위원회에 올린다. 전원위원회에서는 최웅 당시 제11공수여단장 등 진압군인 9명을 민간인 살해 혐의로 고발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된다.

 

조사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일 열리는 전원위원회에서는 정호용씨와 최세창씨에 대한 내란목적살인 혐의 고발 안건과 함께 최웅씨 등 9명의 민간인 살해 혐의 고발 안건이 상정된다. 전원위원회는 합의제 운영이 원칙이지만, 합의가 되지 않으면 표결을 통해서라도 고발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게 다수 위원들의 생각이다.

 

조사위가 정호용·최세창씨를 내란목적살인죄로 고발하려는 것은 1997년 12월 대법원이 전두환·황영시·정호용 등 5명에게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릴 당시에 드러나지 않았던 범죄가 새롭게 확인됐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전두환 등에게 적용된 내란목적살인 혐의는 1980년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광주재진입작전 과정에서 윤상원 등 저항시민 18명을 살해한 행위와 관련된 것인데, 이번 조사 과정에서 시민 7명이 같은 날 계엄군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져 ‘별도의 범죄’(별죄)로 처벌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사망한 전두환 등 4명은 공소권 소멸로 기소가 불가능해, 1997년 유죄가 확정된 정호용씨와 당시엔 혐의 적용이 되지 않았으나 12·12 군사반란과 광주 진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최세창씨를 추가 고발 대상에 포함했다는 게 조사위 설명이다.

 

조사위는 내란목적살인죄의 경우 이미 처벌을 받은 피고인이라도 새로운 범죄가 드러나면 추가 기소와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2020년 11월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용역 의뢰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의 국내법적 쟁점 연구’에서도 ‘내란목적살인죄는 살인죄에 대한 가중적 구성 요건으로서 피해자의 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별죄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공소시효 문제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1995년 12월21일 제정된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헌정범죄시효법)은 내란죄 및 반란죄, 집단살해에 해당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1980년 5월23일 채수길, 양민석 등 시민 2명이 즉결처분된 광주 동구 지원동 주남마을. 정대하 기자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호용씨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사위가 내란목적살인죄로 검찰 고발을 추진한다’는 것과 관련해 “쓸데없는 소리 말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며 전화를 끊었다. 5·18 당시 특전사령관으로 광주에 왔던 정호용은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모의참여죄,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징역 10년형이 확정됐으나 김대중 정부 출범 뒤인 이듬해 사면됐다. 그는 2020년 5·18조사위에 낸 진정서에서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처벌을 받았으나 전두환 장군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특전사 예하 여단을 타 부대로 배속시켜 내겐 작전지휘권이 전혀 없었는데도 특전사령관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은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그는 전두환 정권 아래서 육군참모총장과 내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최세창씨 역시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별로 (해명할) 생각이 없고, 의견 드릴 것도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최씨는 5·18 당시 제3공수여단에 실탄 배부와 실탄 사용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1997년 대법원에서 열린 12·12 군사 반란 및 5·18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서 반란모의 참여 주요 임무 종사, 상관 살해미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8월 사면됐다. 조사위 쪽은 “최세창씨는 내란목적살인죄로 기소되지 않았으나 5월27일 진압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내란목적살인 혐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씨는 5·18 이후 수경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을 지냈고, 1989년 전역해 노태우 정권 때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광주 남구 송암동 송암공단 안 연탄공장 관리부장으로 근무했던 류시열(76)씨가 지난 3일 남구 송암동 오케이자동차학원 옆 빈터를 가리키며 민간인 학살 의혹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조사위가 정호용·최세창씨 고발 건과 함께 전원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한 최웅 전 11공수여단장 등 군 관계자 9명의 고발 안건은 1980년 5월23일과 24일 주남마을(지원동)과 송암동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과 관련돼 있다. 최웅 전 여단장은 5월23일 주남마을 마이크로버스 총격 사건 생존 시민 2명을 즉결 처형한 혐의로 지역대장, 병사 등 5명과 함께 고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하루 뒤 송암동에서 있었던 민간인 3명을 즉결 사살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다른 군인 4명과 함께 고발 추진 대상자에 올랐다.

 

조사위는 20일 열리는 전원위원회에 이 안건들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조사위 전원위원회는 상임위원 3명에 민주당 추천 비상임위원 3명과 국민의힘 추천 비상임위원 3명을 더해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추천 비상임위원 3명은 지금까지의 활동 성향으로 미뤄 안건 처리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사위 내부의 관측이다. 조사위 핵심 관계자는 “전원위원회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안건 채택 표결 동의를 얻어 표결로 처리할 수 있다.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인원 과반인 5명이다”라고 밝혔다.

 

조사위에 참여하고 있는 민병로 전남대 교수(5·18연구소장)는 이번 고발 추진과 관련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특별법(제44조)에는 ‘조사위 조사 결과 범죄 사실이 있거나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한 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 정대하  김용희 기자 >

 

민주 “김문수, 정호용 영입했다 취소…또 쿠데타 벌일 작정인가”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를 지휘하는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상임고문으로 14일 저녁 위촉했다 논란이 되자 몇 시간 만에 급히 취소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광주학살 책임자 영입을 시도한 김 후보, 윤석열에 이어 또 쿠데타를 벌일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목전에 두고 광주학살 책임자를 선대위에 상임고문으로 영입하다니 김 후보는 제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정호용이 누구인가. 신군부 핵심 5인 중 한 명 아닌가. 12.12 군사 반란 가담자이며 광주 학살을 지휘한 특전사령관이다. 또 전두환 정권에서 내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군사 독재의 망령”이라며 “‘윤 어게인’도 모자라 ‘전 어게인’을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윤석열 내란세력도 모자라 전두환 반란군까지 끌어안아 내란세력 총사령부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김문수가 곧 윤석열이고, 전두환”이라며 “김 후보는 정호용 상임고문 위촉 시도로 대한민국을 군사독재 시대로 되돌리려 했던 윤석열의 후계자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12·3 내란을 이겨냈듯, 대한국민께서는 6월3일 투표의 힘으로 뻔뻔한 내란 잔당들을 심판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준호 선대위 전략본부장도 이날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김문수 후보가) 석동현뿐 아니라 12.12 군사쿠데타 주동자 정호용을 영입했다 뒤늦게 취소했다. 이틀 전 김 후보의 계엄 사과는 역시나 ‘윤석열식 개사과’였다”며 “국민의힘의 쿠데타 정당 디엔에이(DNA)를 감추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 본부장은 김 후보에게 묻는다며 “김문수의 최종 목표는 대선 아니라 윤석열 구하기, 국민의힘과 자유통일당 합당이 아닌가. 김 후보는 선거운동 다닐 때가 아니라, 당무우선권 발동해 윤석열 제명부터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김규남  김채운 기자 >

 

김문수 선대위 ‘12·12 가담 5·18 진압’ 정호용, 고문 인선했다 취소

 
 
파행운영중인 국회정상화 대책을 논의하기위해 소집된 민자당 의원총회장에서 정호용 의원(오른쪽)과 허삼수 의원이 12.12사건관련자 기소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1994.11.17 연합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14일 저녁 5·18 민주화운동 진압 작전을 지휘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김문수 대통령 후보자를 자문할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논란이 되자 한밤에 번복하는 소동을 빚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밤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의 상임고문 위촉을 취소했다”는 공지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앞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이날 오후 6시께 제21대 대통령선거대책기구 추가 인선을 단행하면서 정 전 장관 등이 포함된 대선 후보 자문 및 보좌역 23명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는데, 몇 시간 만에 이를 취소한 것이다.

 

정 전 장관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에 가담하고 이듬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당시 특전사령관으로서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공수부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 가담한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채널에이 인터뷰에서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는데, 과거 계엄 확대와 내란 주도자로 지목된 정 전 장관을 선대위에 영입한 것을 두고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선대위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를 시민사회특별위원회위원장으로 포함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 선대위 클린선거본부 공동대응단장에 내란 기획자로 지목돼 구속재판 중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변호인인 최기식 변호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의 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반발해 강원도당 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친한동훈계 박정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석동현 변호사의 선대위 합류 기사를 공유하며 “이 거짓말은 진짜냐. (적절한 인사 영입인지) 그런 거 묻지 말고 똘똘 뭉쳐라?”라고 비판했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싸워도 모자란 시간에 아직도 윤석열 타령을 하고 있다. 당을 보면 모두 이번 대선을 포기한 사람 같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십번, 수천번 되풀이한 증언의 무게는 역사 속에 남을 것”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열린 제17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마친 뒤고 이옥선 할머니 사진 앞에 헌화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언니야 잘 갔제? 다들 이렇게 우리 응원하고 있는데 잘 될 거야. 젊은 사람들이 꼭 사과 받아낼 거라고 했어. 그러니까 우리 항상 봐주고 도와줘야 해. 알았제?”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 장소 한편에 마련된 이옥선 할머니의 추모 장소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로 활동했던 이옥선 할머니가 3일 전 세상을 떠나고 맞이한 수요시위는 이날로 1700회에 이르렀다. 1992년 1월8일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주간집회는 32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추모 장소가 된 이곳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할머니의 영면을 기원하는 꽃들이 쌓였다.

 

이날 집회는 이옥선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일본정부의 사과는 단지 배상이 아니라 폭력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임을 이옥선 할머니를 통해 배웠다”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십번, 수천번 되풀이한 증언의 무게는 역사 속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다음 대통령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은 점점 늙어 가고 있다. 다음에 대통령이 되는 분은 위안부 문제를 제일 먼저 해결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시민들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하라!”, “국회는 조속히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 보호법을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위안부 문제의 조속 해결을 촉구했다.

 

14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열린 제17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고 이옥선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대통령 후보 중 유일하게 참석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법이 있지 않나.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모욕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다”며 “일본의 사죄도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본의 사과와 그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해낼 것”이라 말했다.

 

한편 시위장소 건너편 인도에선 이날도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수요시위 반대단체가 집회를 열고 시위 내내 고성과 함께 할머니들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이어갔다. 발언 중에도 고성이 이어지자 권 후보는 “전쟁범죄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당신들은 양심을 가진 인간이 맞나”라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를 주최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극우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국회는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즉각 개정해 할머니들이 2차 가해로 고통받지 않게 해야 한다”며 “할머니들의 뜻을 이어받아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 정봉비  박찬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