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내부 비판세력에 날선 경계심과 적대감 반복 표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사회 내부에 암약하는 반국가세력”에 대한 “국민적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반자유·반통일·검은 선동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지 나흘 만에 강도 높은 ‘내부 사상전’을 공개 주문한 것이다. 야당은 “북풍몰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을지연습 첫날인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내부 반국가세력)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며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최근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단속과 척결의 대상이 내부 비판세력이란 점에서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윤 대통령이 내부 비판세력을 향해 날선 경계심과 적대감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을 언급하며 ‘내부 투쟁’을 강조했고 같은해 8월21일 을지 국무 회의에서는 “가짜뉴스와 위장 공세, 선전·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을지연습 국무회의’라는 자리에서 의례적으로 나올법한 ‘안보 의식 고취 발언’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이념 이슈’와 관련해 언급을 자제해온 윤 대통령이 최근 ‘반국가세력과의 대결’을 부쩍 강조하는 데는 ‘지지층 결집’과 ‘야당 등 비판세력에 대한 경고과 견제’의 의도가 동시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총선 뒤 야당 대표와 회담을 하는 등 협치를 도모했지만 국정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며 “최근 행보와 메시지는 보수 결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 같다. ‘통합’보다 ‘대결’을 하반기 국정기조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지적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전쟁을 보면 가짜뉴스와 사이버 선동이 동시에 있는 하이브리드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오늘 발언은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라며 ‘내부 단속용’이라는 일각의 시선을 부인했다. 전시 상황을 가정한 예방적 주문일 뿐 정치적 목적이 담긴 발언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빨갱이 소탕 작전이라도 벌이겠다는 뜻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광복절을 기해 식민사관에 물든 친일 정권임이 드러나자 이제는 북풍몰이 카드를 꺼냈다”며 “국무회의를 극우 지지층 결집용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위험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절대 군사적인 침략 등 평화를 깨는 방식의 통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꺼내 든 ‘자유 통일’을 두고 “윤석열식 흡수 통일”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이승준  권혁철 기자 >

김건희 명품백 수수·류희림 민원사주 의혹 면죄부 권익위
“권익위가 면죄부 안 줬다면 류희림은 연임 될 일 없었다”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 총괄 국장 사망 “진상 규명 우선”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적반하장 류희림만큼이나 권익위원회도 망가졌다.”(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 지부장)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권익위가 추락하고 있다.”(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최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사실상 면죄부를 내린 국민권익위원회의 권위가 추락하고, 부패 척결이라는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6명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익위원회 독립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8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실무 총괄을 맡은 김 모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이 사망한 가운데,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사건과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준희 지부장은 “적반하장 류희림만큼이나 권익위도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 방심위 직원 149명은 류희림 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권익위는 지난달 8일 이 사건을 방심위로 송부했다.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김준희 지부장은 “내부에서 나름대로 저항의 몸부림을 쳤지만, 지난달 23일 류희림 위원장이 연임했다. 만약 권익위가 류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면 류 위원장이 연임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권익위가 민원사주 사건을 신고한 제보자를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 것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꾼 행태”라며 “공익신고자 보호가 사명인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를 처벌해 달라고 수사의뢰를 하는 기괴한 광경이 현실인지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권익위가 제보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이첩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권익위의 조사는 미온적이었고, 제보자를 처리하는 과정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관련 토론회 참가자들이 최근 사망한 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의 명복을 빌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 종결 처리에 반발해 사퇴한 최정묵 전 권익위 비상임위원은 부패방지국장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은 사망 전 김 여사 사건이 종결 처리되자 지인들에게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는 취지로 하소연을 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19일 “신고 사건 처리에 관련된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정묵 전 위원은 “고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권익위 사태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며 “명품백 수수사건 종결은 일반적인 법률위반을 넘어서는 일이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는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위원은 권익위 내부에 ‘공론화센터’를 설치해 독립성·중립성이 필요한 안건의 경우 일반 시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권익위 결정의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권익위가 추락하고 있다. 야권 인사를 몰아내는 사건은 득달같이 판단하는데, 정부와 관련된 사건은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양심적 공직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권익위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권익위원장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위원 결격 사유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부패방지국장 사망 이틀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권익위의 위상 정립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확보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권익위에 조사권을 부여하고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으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윤수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