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18살 이상, 중등도 이하 투약 조건

 

  

영국 정부가 미국 제약사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AP> 통신은 영국 정부가 4일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18살 이상 사용 등을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이 연령대에서 경증이나 중등도의 증상을 보이고, 비만이나 심장병 등의 탓에 중증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이 증세 발현 초기에 하루 2번, 5일간 복용하는 것을 사용 조건으로 삼았다.

 

머크는 자사의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증상을 완화하고 회복 속도를 높여준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머크의 치료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가 효력을 발휘한다면 백신과 함께 이 질병의 극복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백신 보급이 원활하지 않고 의료체계가 미비한 저개발국의 코로나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보급 전망이 제한적이다. 머크는 연말까지 1천만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나라 정부가 머크의 치료제에 대한 공식 승인이 없는 상태에서도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48만명분을 확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 정부가 170만명분을 1명당 700달러(약 83만원)에 구매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머크는 빈국들에 대해서는 지식재산권을 포기해 이 약을 더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중진국 이상에는 지식재산권을 여전히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나라별로 다른 가격 정책을 펴겠다고 한 점은 논란이 됐다. 이본영 기자

  

WHO, 인도 ‘코백신’ 사용 승인…8번째 코로나 백신

바라트 바이오테크의 ‘코백신’…중증 방지 효능 78%

 

세계보건기구가 3일 인도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만든 코로나19 백신 ‘코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제네바/AF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3일 인도 기업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줬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가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8종류로 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인도의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만들어 인도에서 이미 접종에 들어간 ‘코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뒤 중증 발현을 막는 효능이 78%로 확인됐다며 이 백신은 보관이 쉽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에 특히 적합하다고 밝혔다.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인도 의학연구협의회와 함께 만든 이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 뒤 인체에 주입하는 ‘불활성화백신’이며, 두 번 주사해 접종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승인한 백신 가운데는 중국 시노팜과 시노백의 백신이 이와 같은 유형이다.

 

세계보건기구 자문단은 이 백신이 임신한 여성에게도 안전한지 여부는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이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이 백신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전인 지난 1월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줬으며, 지난달 중순까지 인도에서 1억1천만회 이상 접종됐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지난 3월 이 백신을 맞았다.

 

바라트는 그동안 백신의 생산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 연말까지는 한달 생산량을 8000만회 접종분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브라질, 필리핀, 이란, 멕시코 등 몇몇 나라가 이미 이 백신에 대한 사용 승인을 내줬다고 밝혔다. 이 백신은 미얀마, 파라과이, 짐바브웨, 모리셔스, 이란에도 일부 공급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앞서 미국의 화이자, 모더나, 얀센,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인도혈청연구소,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백 등의 7개 백신에 승인을 내준 바 있다. 신기섭 기자

미 FDA 승인검토…아·태 국가들 구매 서둘러

약값 80여만원 비싸고 지재권도 포기 안할 듯

 

          머크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제 몰누피라비르. AP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에서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받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승인을 앞두고, 또다시 저소득 국가들이 이 약을 확보하는데 소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각) 전 세계에서 10개 국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제인 미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를 구매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거나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전체 10개국 중에 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이(태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8개국이다.

 

한국의 경우 질병관리청이 몰누피라비르 1만8천명분의 선구매를 최종 협의하고 있는 사실이 지난 8월말 공개된 바 있다. 미국은 자국 제약사인 머크에 지난 6월 12억 달러를 지불하고 170만명분을 선구매 계약했다. 1명분당 약 700달러(83만원) 꼴이다.

 

<시엔엔>은 머크와 계약한 국가들이 대부분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확보 과정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국가들이라며, 이들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약에 대한 주문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이 이 약의 긴급 사용 승인을 위한 심사에 들어가 있고, 절차상 12월 이후에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몰누피라비르의 높은 가격도 저개발 국가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의 구입 과정을 보면, 몰누피라비르 가격은 1명분당 약 700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코로나19 백신 가격(4~20달러)보다 수십~수백 배 높은 것이다. 다만, 머크사는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국가별로 약값을 다르게 책정할 것”이라며 “104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 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복제약 제조사와 사용권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머크사가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포기하는 것이 약을 대중화할 수 있는 더 확실한 방법이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앞서 코로나19 백신의 지적재산권 포기에 대한 국제 논의가 이뤄졌지만, 제약사는 물론이고, 독일·영국 등 제약사가 터 잡은 일부 국가들이 반대하면서 실패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머크사에 이 약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포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소외당하는 질병을 위한 치료제 운동’(DNDi) 레이철 코언 북미담당 임원은 “몰누피라비르는 진짜로 게임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코로나19 백신에서 보았던 것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통계누리집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17일 전 세계에 66억 도스의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됐고,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5%가 최소 1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 그러나 1인당 연 소득 1천달러 이하의 저소득 국가의 경우 1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한 비율이 2.7%에 불과하다. 최현준 기자

확진자와 함께 사는 성인 2660명 대상

머크, 로슈 등도 먹는 억제제 개발중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27일 먹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제 2·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27일 먹는 알약 형태의 코로나19 감염 억제제에 대해 2·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화이자는 자사의 항바이러스제인 ‘PF-07321332’를 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사는 18살 이상 성인 266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약은 먹는 형태의 알약이며,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핵심 효소의 활동을 억제한다. 임상시험은 이 약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리토나비르를 하루에 2회씩 5~10일 동안 혼합 투여해, 가짜 약을 복용한 이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카엘 돌스텐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압하려면, 바이러스에 노출된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감염을 억제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에 성공한다면 바이러스를 조기에 막음으로써 증상 발현과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의 주요 목적은 투약한 지 14일 뒤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및 증상 발현 방지 효능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화이자는 밝혔다.

 

먹는 알약 형태의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제는 미국 제약사 머크와 스위스 제약사 로슈도 개발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머크는 이달 초 인플루엔자 치료용으로 개발된 ‘몰누피라비르’의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의 아르엔에이(RNA)에 오류를 유발함으로써 복제를 차단하는 방식의 약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각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은, 먹는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제는 아직 없다. 신기섭 기자

29개국 중 27개국 코로나 사망 충격 확인

미국과 리투아니아 남성이 가장 크게 줄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게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시 내셔널몰 공원에 설치된 코로나19 사망자 추모 깃발들 사이에 한 소년이 앉아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기대수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사회학과의 호세 마누엘 아부르토 박사팀은 26일 <국제 전염병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29개국을 분석한 결과, 27개국에서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의 기대여명(앞으로 살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연수)이 한 해 전 태어난 아이들보다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럽 27개국과 미국·칠레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지난해 신생아의 기대여명이 한 해 전에 비해 늘어난 나라는 노르웨이(여아 1.4개월, 남아 1.8개월)와 덴마크(여아 0.8개월, 남아 0.6개월)뿐이었다. 두 나라의 경우, 85살 여성과 70살 이상(덴마크) 또는 80살 이상(노르웨이) 남성을 뺀 나머지 10살 단위 연령층의 기대여명도 약간 늘었다.

 

분석 대상 국가 가운데 신생아의 기대여명이 가장 크게 단축된 나라는 미국으로, 남아는 한 해 전보다 2.2년 짧은 74.5살이었으며 여아는 1.6년 짧은 80살이었다. 연구팀은 “성별에 따른 신생아 기대여명을 보면, 미국 남자들과 리투아니아 남자들(1.7년)이 가장 많이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동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초) 동유럽 공산권 붕괴 때보다 기대여명이 더 크게 줄었다”며 “서유럽 등의 기대여명 단축 폭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라고 지적했다. 이런 큰 폭의 기대여명 단축은 60살 이상 연령층의 코로나19 관련 사망 증가가 주된 이유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리디 카샤프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가 여러 나라에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는 60살 이하 경제활동 인구에서 사망률 증가가 더 두드러진 반면, 유럽의 경우 60살 이상자의 사망률 증가가 더 두드러지는 차이도 확인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는 187만명이며, 지난 24일까지는 모두 472만명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다른 나라들, 특히 중저소득 국가들의 관련 통계 공개가 코로나19 여파 연구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샤프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나라의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